[뉴스 따라잡기] 피서지 공중화장실에 황화수소가…여고생 의식불명

입력 2019.08.08 (08:23) 수정 2019.08.0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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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갑자기 질식해 쓰러졌습니다.

화장실 내부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가스가 있었습니다.

부산의 한 해수욕장 인근 회센터 지하 공중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은 현재 열흘 넘게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황,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9일 부산의 한 공중 화장실입니다.

한 남성이 여자 화장실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더니 안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뒤, 남성은 축 늘어져있는 한 여성을 끌고 나오더니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데요.

곧바로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이어서 응급처치를 합니다.

[현장 출동 구급대원 : "학생이 화장실 밖 바닥에 의식 없이 누워있는 상태로 친구가 심폐소생술 시행하고 있었고, 저희 구급대원이 재차 의식, 호흡, 맥박을 확인한바 심정지 상태로 확인되어서…."]

하지만 여성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오늘까지 열흘넘게 중환자실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A양 어머니 : "뇌 전체가 다 뿌옇게 되어있어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치의가) 말을 했고요. 폐에도 기흉이 생겨서…."]

[A양 친척 : "바라는 거는 정말 하나입니다. 애가 눈이라도 뜨고 그냥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건강을 조금만 회복했으면…."]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건 19살 여고생 A양.

[A양 어머니 : "외딴 그런 곳도 아니고 광안리 여름바다에서 누구나 다 쓰는 바닷가 공중화장실에서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너무 억울하고 이해할 수가 (없어요)."]

A양이 의식을 잃은 화장실은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의 회센터 건물의 지하에 있습니다.

[A양 친척 : "(친구가) 바깥에서 한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아 문제가 생겼나보다 해서 들어가게 된 겁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A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는데요.

그런데 따라 들어간 친구도 순간 의식을 잃었다고 합니다.

[A양 언니 : "(동생을) 발견하자마자 자신도 기절을 한 번 하고 긴급한 상황이니까 어떻게든 해야 되겠다 싶어서 일단 정신 차리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인공호흡을 하려는 순간에 입에서 가스 냄새가 훅 올라왔대요. 자기도 또 한 번 기절했다고…."]

건강했던 여고생이 갑자기 화장실에서 의식 불명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A양 어머니 : "병원에서도 저 나이에 심정지가 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다고 하니까. 그런데 같이 갔던 친구가 가스 냄새가 나서 자기도 기절했다고 하니까…."]

화장실에서 났다는 이 냄새 확인을 위해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맞춰 현장 확인이 이뤄졌습니다.

[박주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장 : "화장실 입구 우측에 세면대가 하나 있고 세면대 바로 밑에 직경 한 5cm 정도의 물 빠지는 배수구가 있었어요. 그 배수구에서 냄새가 굉장히 많이 나는 걸 저희가 코로 감지를 했고..."]

냄새의 정체는 다름 아닌 황화수소. 무색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심한 악취를 동반하는 유해가습니다.

[박주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장 : "(당시에) 황화수소는 100ppm 이상이 나왔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측정해 본 결과 1,000ppm 이상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치의 무려 60배가 넘는 수칩니다.

[홍영습/동아대학교 환경보건센터장 : "고농도가 아니더라도 매스꺼움, 오심, 구토, 폐부종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많이 노출되면 심혈관계, 중추신경계, 호흡기계를 바로 작동을 못 하게 막아버리는 사망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되겠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지난해 11월 한 폐수처리업체에서 작업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것도 바로 황화수소였습니다.

하지만, 공장도 아닌 회센터 공중화장실에서 어떻게 이런 황화수소가 새어 나왔을까요?

[박주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장 : "화장실 바로 아래에 오수처리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건물 내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다 거기 모아서 처리한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온 그런 설거지한 물이라든지 여러 가지 물들은 다량의 유기물을 함유하고 있거든요."]

문제의 A양이 쓰러진 시간대는 오수처리장 탱크에 공기를 불어넣는 공기 공급 장치가 작동하는 시간.

공기가 들어가면서 탱크 안에 있던 황화수소가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환풍기가 있었지만, 황화수소 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박주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장 : "환기장치가 붙어있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발생원에서 바로 뽑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호흡기를 거쳐서 간다고 봐야죠."]

게다가 해당 건물에서 나는 악취는 주변 상인들에게 민원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그 냄새는 오래됐죠. 화장실 있잖아요. 정화조 냄새 그런 비슷한 냄새예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냄새가 많이 나니깐 어떻게 조치를 해주면 안 되겠냐 했는데 알겠다고 하면서도 그걸로 끝이에요. 이야기를 몇 번 했어요. 그래도 실천이 안 되더라고요."]

문제의 화장실은 지자체가 건물주와 사용계약을 맺고 지난 20여 년간 공중 화장실로 이용을 해온 상황.

하지만, 오수처리나 배기장치 등에 대한 시설 검점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가 점검하는 내용이 화장실 청결 상태라든지 칸막이 잠금 상태라든지 이런 걸 점검하고, (오수 처리 시설은) 환경 점검 규정에 의해서 300t 이상만 점검하고 있습니다."]

A양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공중 화장실에서의 위험천만한 사고 과연 누구의 책임이고, 피해자 가족에게는 누가 사과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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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피서지 공중화장실에 황화수소가…여고생 의식불명
    • 입력 2019-08-08 08:29:58
    • 수정2019-08-08 08: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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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갑자기 질식해 쓰러졌습니다.

화장실 내부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가스가 있었습니다.

부산의 한 해수욕장 인근 회센터 지하 공중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은 현재 열흘 넘게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황,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9일 부산의 한 공중 화장실입니다.

한 남성이 여자 화장실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더니 안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뒤, 남성은 축 늘어져있는 한 여성을 끌고 나오더니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는데요.

곧바로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이어서 응급처치를 합니다.

[현장 출동 구급대원 : "학생이 화장실 밖 바닥에 의식 없이 누워있는 상태로 친구가 심폐소생술 시행하고 있었고, 저희 구급대원이 재차 의식, 호흡, 맥박을 확인한바 심정지 상태로 확인되어서…."]

하지만 여성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오늘까지 열흘넘게 중환자실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A양 어머니 : "뇌 전체가 다 뿌옇게 되어있어서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치의가) 말을 했고요. 폐에도 기흉이 생겨서…."]

[A양 친척 : "바라는 거는 정말 하나입니다. 애가 눈이라도 뜨고 그냥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건강을 조금만 회복했으면…."]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건 19살 여고생 A양.

[A양 어머니 : "외딴 그런 곳도 아니고 광안리 여름바다에서 누구나 다 쓰는 바닷가 공중화장실에서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너무 억울하고 이해할 수가 (없어요)."]

A양이 의식을 잃은 화장실은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의 회센터 건물의 지하에 있습니다.

[A양 친척 : "(친구가) 바깥에서 한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아 문제가 생겼나보다 해서 들어가게 된 겁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A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는데요.

그런데 따라 들어간 친구도 순간 의식을 잃었다고 합니다.

[A양 언니 : "(동생을) 발견하자마자 자신도 기절을 한 번 하고 긴급한 상황이니까 어떻게든 해야 되겠다 싶어서 일단 정신 차리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인공호흡을 하려는 순간에 입에서 가스 냄새가 훅 올라왔대요. 자기도 또 한 번 기절했다고…."]

건강했던 여고생이 갑자기 화장실에서 의식 불명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A양 어머니 : "병원에서도 저 나이에 심정지가 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다고 하니까. 그런데 같이 갔던 친구가 가스 냄새가 나서 자기도 기절했다고 하니까…."]

화장실에서 났다는 이 냄새 확인을 위해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맞춰 현장 확인이 이뤄졌습니다.

[박주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장 : "화장실 입구 우측에 세면대가 하나 있고 세면대 바로 밑에 직경 한 5cm 정도의 물 빠지는 배수구가 있었어요. 그 배수구에서 냄새가 굉장히 많이 나는 걸 저희가 코로 감지를 했고..."]

냄새의 정체는 다름 아닌 황화수소. 무색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심한 악취를 동반하는 유해가습니다.

[박주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장 : "(당시에) 황화수소는 100ppm 이상이 나왔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측정해 본 결과 1,000ppm 이상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기준치의 무려 60배가 넘는 수칩니다.

[홍영습/동아대학교 환경보건센터장 : "고농도가 아니더라도 매스꺼움, 오심, 구토, 폐부종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많이 노출되면 심혈관계, 중추신경계, 호흡기계를 바로 작동을 못 하게 막아버리는 사망에 이르게까지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되겠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지난해 11월 한 폐수처리업체에서 작업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것도 바로 황화수소였습니다.

하지만, 공장도 아닌 회센터 공중화장실에서 어떻게 이런 황화수소가 새어 나왔을까요?

[박주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장 : "화장실 바로 아래에 오수처리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건물 내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다 거기 모아서 처리한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온 그런 설거지한 물이라든지 여러 가지 물들은 다량의 유기물을 함유하고 있거든요."]

문제의 A양이 쓰러진 시간대는 오수처리장 탱크에 공기를 불어넣는 공기 공급 장치가 작동하는 시간.

공기가 들어가면서 탱크 안에 있던 황화수소가 빠져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환풍기가 있었지만, 황화수소 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박주홍/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부장 : "환기장치가 붙어있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발생원에서 바로 뽑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호흡기를 거쳐서 간다고 봐야죠."]

게다가 해당 건물에서 나는 악취는 주변 상인들에게 민원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그 냄새는 오래됐죠. 화장실 있잖아요. 정화조 냄새 그런 비슷한 냄새예요."]

[인근 상인/음성변조 : "냄새가 많이 나니깐 어떻게 조치를 해주면 안 되겠냐 했는데 알겠다고 하면서도 그걸로 끝이에요. 이야기를 몇 번 했어요. 그래도 실천이 안 되더라고요."]

문제의 화장실은 지자체가 건물주와 사용계약을 맺고 지난 20여 년간 공중 화장실로 이용을 해온 상황.

하지만, 오수처리나 배기장치 등에 대한 시설 검점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가 점검하는 내용이 화장실 청결 상태라든지 칸막이 잠금 상태라든지 이런 걸 점검하고, (오수 처리 시설은) 환경 점검 규정에 의해서 300t 이상만 점검하고 있습니다."]

A양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공중 화장실에서의 위험천만한 사고 과연 누구의 책임이고, 피해자 가족에게는 누가 사과를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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