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 제자와 성관계한 여교사는 무혐의”…타당한가

입력 2019.08.08 (11:41) 수정 2019.08.0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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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8일 충북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미혼으로 알려진 A 교사가 지난 6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사는 해당 교육지원청의 분리조치에 따라 현재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A 교사를 중징계해달라고 도 교육청에 요구했다. 도 교육청은 이달 중 징계위원회를 열어 A 교사의 징계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같은 중징계가 예상된다.

문제는 A 교사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다.

학교 측은 A 교사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으나, 경찰은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성관계 대상이) 13세 미만일 경우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이 사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압 등에 의한 성관계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윤리적 문제는 있지만 죄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13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도 유죄"

가장 유명한 사건이 2016년 40대 학원장 사건이다.

2016년 대구에서 40대 학원장이 중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다.. 이를 알게 된 부모는 학원장을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두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처분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는 불기소 처분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문제는 지역사회에서 공론화됐다. 결국, 대구고검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를 결정한다. 형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재판에 회부했다.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난 5월 나온 재판 결과는 유죄였다. 대구지법은 학원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7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학원장은 피해 아동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성적 대화를 유도하고, 성관계를 암시해 성관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죄질이 매우 나빠 엄중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 적용 가능

이처럼 최근 들어서 검찰은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1세이던 여자 학원 강사는 2015년 서울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당시 13세 소년)와 4차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여 강사는 제자에게 선정적인 문자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여 강사는 “사귀던 중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자인 13세 소년도 수사기관에서 “강사를 사랑했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더라도 만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같은 이유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따라서 이런 판결을 볼 때 이번 여교사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알 수 없지만, 최근 판례 동향은 아동복지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판단력이 미약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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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8 11:41:59
    • 수정2019-08-08 13:13:19
    취재K
충북의 한 중학교 여교사가 남학생 제자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8일 충북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미혼으로 알려진 A 교사가 지난 6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사는 해당 교육지원청의 분리조치에 따라 현재 학교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해당 교육지원청은 A 교사를 중징계해달라고 도 교육청에 요구했다. 도 교육청은 이달 중 징계위원회를 열어 A 교사의 징계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같은 중징계가 예상된다.

문제는 A 교사에 대한 형사 처벌 여부다.

학교 측은 A 교사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으나, 경찰은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성관계 대상이) 13세 미만일 경우 형법상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이 사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압 등에 의한 성관계도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윤리적 문제는 있지만 죄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13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된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도 유죄"

가장 유명한 사건이 2016년 40대 학원장 사건이다.

2016년 대구에서 40대 학원장이 중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었다.. 이를 알게 된 부모는 학원장을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두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불기소처분했다.

이후 피해자 어머니는 불기소 처분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문제는 지역사회에서 공론화됐다. 결국, 대구고검은 이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를 결정한다. 형법이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재판에 회부했다.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난 5월 나온 재판 결과는 유죄였다. 대구지법은 학원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7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학원장은 피해 아동이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해 불안한 심리상태에 있는 것을 이용해 성적 대화를 유도하고, 성관계를 암시해 성관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죄질이 매우 나빠 엄중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 적용 가능

이처럼 최근 들어서 검찰은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1세이던 여자 학원 강사는 2015년 서울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학원 제자(당시 13세 소년)와 4차례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여 강사는 제자에게 선정적인 문자 메시지도 여러 차례 보냈다. 재판 과정에서 여 강사는 “사귀던 중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며 “성적 학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제자인 13세 소년도 수사기관에서 “강사를 사랑했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성관계를 할 때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인에 가까운 신체를 가졌더라도 만 13세에 불과해 성적 가치관과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 같은 이유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형량은 6개월이었다.

따라서 이런 판결을 볼 때 이번 여교사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알 수 없지만, 최근 판례 동향은 아동복지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판단력이 미약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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