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추격 장면이 보고 싶어서”…달밤에 경찰 운동시킨 20대

입력 2019.08.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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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호기심에 "도둑이 옥상으로 도주" 112에 허위신고한 백수
새벽 2시에 출동한 경찰 5명, 1시간 동안 허탕…공무집행 방해
기소되자 줄행랑…사기·절도죄 더해져 실형 1년 선고

무직 상태인 울산의 28살 남성 김 모 씨.

범인수색을 하는 경찰들의 현장근무를 자기 눈으로 보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지난해 8월 2일 새벽, 112신고센터에 전화합니다.

자신을 대리운전 기사라고 밝힌 김 씨는 "대리운전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주택 옥상에서 도둑으로 보이는 남자를 발견했다"라고 거짓 제보를 했습니다.

신고 내용도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마른 체격에 검정색 반팔 티셔츠와 등산용 바지를 입었고, 한쪽 다리의 바지 츄리닝을 무릎까지 걷었다"라며 인상착의까지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밤중에 목격한 것치곤 지나치게 상세했는데, 다급한 신고 내용에 경찰이 속아 넘어갔나 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5명은 새벽 2시 반에 울산 중구의 다세대 주택가를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허탕을 치고 돌아가려는 순간.

이번에는 김 씨가 다급한 모습으로 나타나더니 "도둑이 저쪽 골목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라고 뛰어다닙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경찰들은 오밤중에 1시간 가까이 추격전을 벌이며 헛수고를 하게 됩니다.

허위신고한 것도 모자라 "도둑이 저쪽으로 가는 걸 봤다"라며 또 한 번 경찰을 농락한 김 씨는 공무집행 방해로 형사 입건됐습니다.

그런데 김 씨의 어처구니없는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변변한 수입도 없이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국산 스포츠카를 사겠다며 덜컥 할부 계약을 맺었다가 돈을 안 갚아 사기죄로 기소됐습니다.

그해 6월 대낮에는 편의점 테이블에 놓여있던 100만 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개인적인 재산이나 일정한 수입도 없이 빚만 1,5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미 절도 전과도 2번이나 있었습니다.

1심 법원은 공무집행방해와 사기, 절도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해 김 씨에게 집행유예 없이 실형 1년을 선고했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 등에 대한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기죄와 절도죄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절도 전과, (김 씨의) 소재가 불명된 점"을 들어 형량을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기소된 후 도주해 현재까지 1년 가까이 잠적한 상태입니다.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금 같은 청춘을 사기와 절도 등으로 채운 김 씨는, 20대의 끝자락을 신분을 숨긴 채 도망 다니거나 감옥에서 살게 될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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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추격 장면이 보고 싶어서”…달밤에 경찰 운동시킨 20대
    • 입력 2019-08-08 11:47:04
    취재후·사건후
호기심에 "도둑이 옥상으로 도주" 112에 허위신고한 백수 <br />새벽 2시에 출동한 경찰 5명, 1시간 동안 허탕…공무집행 방해 <br />기소되자 줄행랑…사기·절도죄 더해져 실형 1년 선고
무직 상태인 울산의 28살 남성 김 모 씨.

범인수색을 하는 경찰들의 현장근무를 자기 눈으로 보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지난해 8월 2일 새벽, 112신고센터에 전화합니다.

자신을 대리운전 기사라고 밝힌 김 씨는 "대리운전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주택 옥상에서 도둑으로 보이는 남자를 발견했다"라고 거짓 제보를 했습니다.

신고 내용도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마른 체격에 검정색 반팔 티셔츠와 등산용 바지를 입었고, 한쪽 다리의 바지 츄리닝을 무릎까지 걷었다"라며 인상착의까지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밤중에 목격한 것치곤 지나치게 상세했는데, 다급한 신고 내용에 경찰이 속아 넘어갔나 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5명은 새벽 2시 반에 울산 중구의 다세대 주택가를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허탕을 치고 돌아가려는 순간.

이번에는 김 씨가 다급한 모습으로 나타나더니 "도둑이 저쪽 골목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라고 뛰어다닙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경찰들은 오밤중에 1시간 가까이 추격전을 벌이며 헛수고를 하게 됩니다.

허위신고한 것도 모자라 "도둑이 저쪽으로 가는 걸 봤다"라며 또 한 번 경찰을 농락한 김 씨는 공무집행 방해로 형사 입건됐습니다.

그런데 김 씨의 어처구니없는 행각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변변한 수입도 없이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국산 스포츠카를 사겠다며 덜컥 할부 계약을 맺었다가 돈을 안 갚아 사기죄로 기소됐습니다.

그해 6월 대낮에는 편의점 테이블에 놓여있던 100만 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개인적인 재산이나 일정한 수입도 없이 빚만 1,50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미 절도 전과도 2번이나 있었습니다.

1심 법원은 공무집행방해와 사기, 절도 등 세 가지 혐의를 적용해 김 씨에게 집행유예 없이 실형 1년을 선고했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 등에 대한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기죄와 절도죄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점, 절도 전과, (김 씨의) 소재가 불명된 점"을 들어 형량을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기소된 후 도주해 현재까지 1년 가까이 잠적한 상태입니다.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금 같은 청춘을 사기와 절도 등으로 채운 김 씨는, 20대의 끝자락을 신분을 숨긴 채 도망 다니거나 감옥에서 살게 될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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