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달관이’로 주목받는 1억뷰 ‘문제견 애니메이션’

입력 2019.08.08 (15:05) 수정 2019.08.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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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7년생 수컷 셰퍼드 군견 '달관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달관이는 지난달 23일 산속에서 실종 열흘 만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청주 여중생 조은누리 양 구조 과정의 '일등공신'이다.

다른 군견 3마리와 경찰과 소방이 모두 수색하고 지나간 지역에서 흔적을 놓치지 않고 조양을 찾아냈다.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는 "군견병과 함께 수색하던 중 달관이가 주저앉았다"며 "이 '보고 동작'-구조 대상자 발견 때 취하는- 덕분에 3m 떨어진 바위 구석에서 조 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로로 박 원사는 경찰청장 표창을, 달관이는 '개껌'과 '육포' 등 15만 원 상당의 간식 포상을 받았다. 그런데 여론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양을 찾는 데 있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달관이에게 '좀 더 제대로 된 인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아래는 댓글 일부다.

"재주는 개가 넘고 상은 사람이 받네요."
"달관이 포상 주고 간식은 사람 주세요."

조은누리양을 최초 발견한 육군 32사단 소속 정찰견 ‘달관이’와 박상진 원사, 군견병 김재현 일병 (육군 32사단 제공)조은누리양을 최초 발견한 육군 32사단 소속 정찰견 ‘달관이’와 박상진 원사, 군견병 김재현 일병 (육군 32사단 제공)

그러나 현재 규정 미비로 인해 달관이의 '특진'이나 '표창'은 검토는 됐지만 불발됐다. 달관이는 '13-XXX'(2013년에 번호가 부여됐다는 뜻-군견은 태어난 지 한 달 안에 '견번'을 받는다.)라는 견번은 있지만 계급이 없다. 그래서 일계급 특진도 불가능하고, 충북지역 교육 관련 표창 지침도 '개인 또는 단체'로 '사람'만 가능하도록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표창도 어렵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 사태 때 공을 세운 '린틴'과 1990년 제4땅굴 소탕 작전 때 자신의 몸으로 지뢰를 터뜨려 1개 분대원들의 생명을 구한 '헌트' 등 (인헌)무공훈장을 받은 군견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달관이는 전시에 준하는 작전에 투입돼 공을 세운 게 아니라서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소속된 육군 32사단의 자체 표창이나 포상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포상휴가'도 군견은 훈련을 일일 단위(하루 4시간)로 계속하지 않으면 퇴보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고, '특식'도 너무 많이 주거나 군 전용사료가 아닌 음식을 주면 체중이 늘어 체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량 식사 원칙(하루 2끼, 700g)을 어겨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현재로선 '공놀이'와 훈련 때 사용되는 소량의 '육포 간식' 정도가 현실적 대안이다- 군견 한 마리당 분기마다 간식비 6만 5천 원이 지원된다.

이처럼 공로와 업적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달관이는 한 때는 '탈영'을 한 전력도 있는 이른바 '개과천선 갱생견'이다. 지난 2012년 12월 군견 교육대에서 태어난 달관이는 2013년 20주간의 교육을 거쳐 같은 해 11월 정찰견으로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는데, 이듬해 2월 육군 제1군견 교육대로 입교하는 과정에서 군용트럭에 실려가다 철망을 뚫고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고속도로 근처 야산에서 하루 만에 생포된 달관이는 이후 혹독한 훈련을 거쳐 합격률 30%라는 어려운 관문을 당당히 뚫고 어엿한 수색견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각종 기동 훈련과 군견 경연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군견 보수교육에서도 여러 차례 최우수상을 받는 등 최고의 수색견으로 활약해오다 이번 활약으로 일약 '국민 영웅'으로까지 등극하게 된 것이다.

출처:YouTube ‘Southeastern Guide Dogs’출처:YouTube ‘Southeastern Guide Dogs’

이 같은 '견생역전'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는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미국 안내견 전문 유튜브 채널 'Southeastern Guide Dogs'가 올린 4분짜리 단편 영화인데 작고 하얀 리트리버 강아지가 안내견 학교로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멋진 안내견 영웅이 되는 게 꿈이지만, 키 제한에도 못 미치는 작은 체구와 갖가지 실수로 인해 현실에서는 '문제견'으로 낙인 찍혀 안내견 시험장에서 쫓겨나는 위기까지 맞게 되지만, 한 시각장애인 행인의 목숨을 구해주게 되면서 마침내 '안내견'의 꿈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견'이 포기하지 않는 노력 끝에 진정한 꿈을 이룬다는 훈훈한 줄거리는 SNS를 중심으로 공유되며 현재 조회수가 1억에 육박하고 있다.


관련 동영상 https://youtu.be/07d2dXHYb94

인간동물유대(Human Animal Bond, HAB)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는 "개들은 핸들러(조련사)와의 유대 관계와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훈련이 가능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제견'에서 '영웅견'으로 거듭난 달관이에게 적절한 표창이나 포상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록 동물은 포상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상이나 표창을 받은 개체라는 이유로 핸들러를 비롯한 주위에서 보는 눈이 달라지고, 그래서 더욱 큰 자랑스러움과 사랑으로 대하게 되면 동물도 인정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돼서 다시 인간동물유대가 깊어지고, 그것이 또 더 나은 훈련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람이 아닌 개라 하더라도, 국가가 공로를 인정해준다는 것은 나아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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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 달관이’로 주목받는 1억뷰 ‘문제견 애니메이션’
    • 입력 2019-08-08 15:05:18
    • 수정2019-08-09 10:56:49
    취재K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7년생 수컷 셰퍼드 군견 '달관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달관이는 지난달 23일 산속에서 실종 열흘 만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청주 여중생 조은누리 양 구조 과정의 '일등공신'이다.

다른 군견 3마리와 경찰과 소방이 모두 수색하고 지나간 지역에서 흔적을 놓치지 않고 조양을 찾아냈다.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는 "군견병과 함께 수색하던 중 달관이가 주저앉았다"며 "이 '보고 동작'-구조 대상자 발견 때 취하는- 덕분에 3m 떨어진 바위 구석에서 조 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로로 박 원사는 경찰청장 표창을, 달관이는 '개껌'과 '육포' 등 15만 원 상당의 간식 포상을 받았다. 그런데 여론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조양을 찾는 데 있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달관이에게 '좀 더 제대로 된 인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아래는 댓글 일부다.

"재주는 개가 넘고 상은 사람이 받네요."
"달관이 포상 주고 간식은 사람 주세요."

조은누리양을 최초 발견한 육군 32사단 소속 정찰견 ‘달관이’와 박상진 원사, 군견병 김재현 일병 (육군 32사단 제공)
그러나 현재 규정 미비로 인해 달관이의 '특진'이나 '표창'은 검토는 됐지만 불발됐다. 달관이는 '13-XXX'(2013년에 번호가 부여됐다는 뜻-군견은 태어난 지 한 달 안에 '견번'을 받는다.)라는 견번은 있지만 계급이 없다. 그래서 일계급 특진도 불가능하고, 충북지역 교육 관련 표창 지침도 '개인 또는 단체'로 '사람'만 가능하도록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표창도 어렵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 사태 때 공을 세운 '린틴'과 1990년 제4땅굴 소탕 작전 때 자신의 몸으로 지뢰를 터뜨려 1개 분대원들의 생명을 구한 '헌트' 등 (인헌)무공훈장을 받은 군견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달관이는 전시에 준하는 작전에 투입돼 공을 세운 게 아니라서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소속된 육군 32사단의 자체 표창이나 포상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포상휴가'도 군견은 훈련을 일일 단위(하루 4시간)로 계속하지 않으면 퇴보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고, '특식'도 너무 많이 주거나 군 전용사료가 아닌 음식을 주면 체중이 늘어 체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량 식사 원칙(하루 2끼, 700g)을 어겨서는 안 된다. 따라서 현재로선 '공놀이'와 훈련 때 사용되는 소량의 '육포 간식' 정도가 현실적 대안이다- 군견 한 마리당 분기마다 간식비 6만 5천 원이 지원된다.

이처럼 공로와 업적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달관이는 한 때는 '탈영'을 한 전력도 있는 이른바 '개과천선 갱생견'이다. 지난 2012년 12월 군견 교육대에서 태어난 달관이는 2013년 20주간의 교육을 거쳐 같은 해 11월 정찰견으로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는데, 이듬해 2월 육군 제1군견 교육대로 입교하는 과정에서 군용트럭에 실려가다 철망을 뚫고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고속도로 근처 야산에서 하루 만에 생포된 달관이는 이후 혹독한 훈련을 거쳐 합격률 30%라는 어려운 관문을 당당히 뚫고 어엿한 수색견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각종 기동 훈련과 군견 경연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군견 보수교육에서도 여러 차례 최우수상을 받는 등 최고의 수색견으로 활약해오다 이번 활약으로 일약 '국민 영웅'으로까지 등극하게 된 것이다.

출처:YouTube ‘Southeastern Guide Dogs’
이 같은 '견생역전'으로 새삼 주목받고 있는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 미국 안내견 전문 유튜브 채널 'Southeastern Guide Dogs'가 올린 4분짜리 단편 영화인데 작고 하얀 리트리버 강아지가 안내견 학교로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멋진 안내견 영웅이 되는 게 꿈이지만, 키 제한에도 못 미치는 작은 체구와 갖가지 실수로 인해 현실에서는 '문제견'으로 낙인 찍혀 안내견 시험장에서 쫓겨나는 위기까지 맞게 되지만, 한 시각장애인 행인의 목숨을 구해주게 되면서 마침내 '안내견'의 꿈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다.



'문제견'이 포기하지 않는 노력 끝에 진정한 꿈을 이룬다는 훈훈한 줄거리는 SNS를 중심으로 공유되며 현재 조회수가 1억에 육박하고 있다.


관련 동영상 https://youtu.be/07d2dXHYb94

인간동물유대(Human Animal Bond, HAB)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는 "개들은 핸들러(조련사)와의 유대 관계와 정도에 따라 얼마든지 훈련이 가능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제견'에서 '영웅견'으로 거듭난 달관이에게 적절한 표창이나 포상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록 동물은 포상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상이나 표창을 받은 개체라는 이유로 핸들러를 비롯한 주위에서 보는 눈이 달라지고, 그래서 더욱 큰 자랑스러움과 사랑으로 대하게 되면 동물도 인정받고 있다는 걸 느끼게 돼서 다시 인간동물유대가 깊어지고, 그것이 또 더 나은 훈련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람이 아닌 개라 하더라도, 국가가 공로를 인정해준다는 것은 나아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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