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日 ‘찔끔’ 허가 왜? “WTO 제소 면피…뒤로는 규제 확대”

입력 2019.08.08 (15:55) 수정 2019.08.08 (17: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일본은 왜 한 달 만에 반도체 소재 1건의 수출을 허가했을까?

" 한국의 '금수 조치 WTO 제소' 대비 면피성 허가"

먼저, 한국 정부가 WTO에 제소하기로 함에 따라 이에 대해 면피성 조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할 때는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11조 1항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수량 제한 금지 의무'와 1조 1항 '최혜국 대우 의무', 10조 3항 '무역 규칙의 일관적·공평·합리적 시행 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일련의 일본의 조치들을 사실상 '수출 금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수출을 허가함으로써 자유무역주의를 역행했다는 비난을 피해가 보겠다는 꼼수로 보입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의 오늘 오전 기자회견에서도 이 부분이 드러납니다.

그는 "엄정한 심사를 통해 안전보장상 우려가 없다고 판단된 건에 한해 승인을 했다"면서 "개별 승인 건에 대해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으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금수조치'라며 부당한 비판을 하고 있어 대외적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고 '안보'상 그리고 '수출 관리'상의 문제라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오늘 "정당한 거래에는 자의적인 운용을 하지 않고, 허가를 내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찔끔 허가…뒤로는 수출 규제 대상 확대 검토"

그런데 왜 '꼼수'라는 표현을 썼느냐고요. '찔끔' 수출 허가해 놓고, 뒤로는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극우 성향 산케이 신문은 오늘 "일본 정부는 앞으로 심사를 통과한 거래에는 수출 허가를 내주는 한편 한국에 관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새롭게 부적절한 사안이 판명되는 경우에는 개별허가 신청의 대상 품목을 3개 품목 이외로도 확대해 갈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징용배상 판결 문제 등에서 한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든지 규제 품목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일본 정부가 확대를 검토하는 리스트 규제의 대상 품목은 생화학 무기의 원료, 첨단재료나 센서, 레이더, 통신기기 등 240여 개 항목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3개 품목도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어제 한국을 수출 관리상의 일반 포괄 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를 강제하는 품목을 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추가 규제를 당장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불확실성'을 남겨둠으로써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수를 쓰는 것입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속도 조절' 치밀한 여론전…그러나 속내 드러낸 아베

오늘 반도체 소재 수출 1건 허가를 시작으로 일본은 다각적으로 국제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질서를 해친다는 비난을 선제적으로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삼성과 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급이 즉각적으로 흔들리면 미국과 유럽이 일본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티안나게 한국을 공격하는 방법이 바로 오늘과 같은 수출 제한에 대한 속도 조절입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미 속내를 드러내 버렸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청구권) 협정을 먼저 제대로 지키면 좋겠다"고 발언했습니다. 나아가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안보나 수출 관리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직접 드러낸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7일 일본 민영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징용공 문제로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다. 무역관리도 준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 사실상 규제 강화가 보복 조치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도 이 같은 모순적 발언, 즉 일본 정부 관료의 일관된 태도와 상반된 총리의 발언이 일본 정부의 해외 여론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건 허가했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어떻게 변명하든 경제 보복"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처럼 수출 허가를 조금씩 내주면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른바 '간 보기'를 하면서 말입니다. 예전처럼 자유무역으로 돌아가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가늠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에서 긴급 소집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에서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우리 경제 체질과 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가미카제식 일본의 공격에 대한 철회를 외교적으로 지속해서 요구하는 것은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일련의 일본의 행동들을 보면 극적인 태도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세코 경제산업상도 오늘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사례가 나오면 개별 신청 대상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는 자명해 보입니다. 싸움은 체력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시작했으면 이겨야기 때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日 ‘찔끔’ 허가 왜? “WTO 제소 면피…뒤로는 규제 확대”
    • 입력 2019-08-08 15:55:57
    • 수정2019-08-08 17:15:20
    글로벌 돋보기
일본은 왜 한 달 만에 반도체 소재 1건의 수출을 허가했을까?

" 한국의 '금수 조치 WTO 제소' 대비 면피성 허가"

먼저, 한국 정부가 WTO에 제소하기로 함에 따라 이에 대해 면피성 조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할 때는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11조 1항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수량 제한 금지 의무'와 1조 1항 '최혜국 대우 의무', 10조 3항 '무역 규칙의 일관적·공평·합리적 시행 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일련의 일본의 조치들을 사실상 '수출 금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회성으로 수출을 허가함으로써 자유무역주의를 역행했다는 비난을 피해가 보겠다는 꼼수로 보입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의 오늘 오전 기자회견에서도 이 부분이 드러납니다.

그는 "엄정한 심사를 통해 안전보장상 우려가 없다고 판단된 건에 한해 승인을 했다"면서 "개별 승인 건에 대해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으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금수조치'라며 부당한 비판을 하고 있어 대외적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고 '안보'상 그리고 '수출 관리'상의 문제라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오늘 "정당한 거래에는 자의적인 운용을 하지 않고, 허가를 내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찔끔 허가…뒤로는 수출 규제 대상 확대 검토"

그런데 왜 '꼼수'라는 표현을 썼느냐고요. '찔끔' 수출 허가해 놓고, 뒤로는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극우 성향 산케이 신문은 오늘 "일본 정부는 앞으로 심사를 통과한 거래에는 수출 허가를 내주는 한편 한국에 관한 수출관리를 둘러싸고 새롭게 부적절한 사안이 판명되는 경우에는 개별허가 신청의 대상 품목을 3개 품목 이외로도 확대해 갈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징용배상 판결 문제 등에서 한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든지 규제 품목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일본 정부가 확대를 검토하는 리스트 규제의 대상 품목은 생화학 무기의 원료, 첨단재료나 센서, 레이더, 통신기기 등 240여 개 항목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3개 품목도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어제 한국을 수출 관리상의 일반 포괄 허가 대상인 이른바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를 강제하는 품목을 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추가 규제를 당장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불확실성'을 남겨둠으로써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수를 쓰는 것입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속도 조절' 치밀한 여론전…그러나 속내 드러낸 아베

오늘 반도체 소재 수출 1건 허가를 시작으로 일본은 다각적으로 국제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질서를 해친다는 비난을 선제적으로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삼성과 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급이 즉각적으로 흔들리면 미국과 유럽이 일본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티안나게 한국을 공격하는 방법이 바로 오늘과 같은 수출 제한에 대한 속도 조절입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미 속내를 드러내 버렸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청구권) 협정을 먼저 제대로 지키면 좋겠다"고 발언했습니다. 나아가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안보나 수출 관리 차원이 아니라는 점을 직접 드러낸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7일 일본 민영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징용공 문제로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다. 무역관리도 준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 사실상 규제 강화가 보복 조치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도 이 같은 모순적 발언, 즉 일본 정부 관료의 일관된 태도와 상반된 총리의 발언이 일본 정부의 해외 여론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건 허가했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어떻게 변명하든 경제 보복"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처럼 수출 허가를 조금씩 내주면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른바 '간 보기'를 하면서 말입니다. 예전처럼 자유무역으로 돌아가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가늠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에서 긴급 소집한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에서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우리 경제 체질과 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가미카제식 일본의 공격에 대한 철회를 외교적으로 지속해서 요구하는 것은 최우선으로 필요한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일련의 일본의 행동들을 보면 극적인 태도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세코 경제산업상도 오늘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사례가 나오면 개별 신청 대상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는 자명해 보입니다. 싸움은 체력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시작했으면 이겨야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