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돌아간 ‘조국’…‘대자보’ 전쟁 2라운드

입력 2019.08.08 (16:3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학교 교수로 복귀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논쟁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을 두고 정치권과 SNS를 달구던 '교수직' 거취 논쟁이 1라운드였다면, 이번엔 캠퍼스 교정에서 2라운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8일) 오전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붙어 있는 대자보오늘(8일) 오전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붙어 있는 대자보

서울대생들의 대자보 전쟁.."폴리페서" VS "앙가주망"

현재 서울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는 두 개의 대자보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교정에서 조국 교수를 환영하며"라는 제목의 익명 대자보와, 보수 우파 성향의 대학생 학술 단체를 표방하는 '트루스포럼' 소속 학생들이 붙인 "조국 교수님, 그냥 정치를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입니다.

두 대자보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조 전 수석의 서울대 복귀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서울대 '트루스포럼' 소속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조 전 수석의 복귀를 두고 "폴리페서를 스스로 비판하신 교수님께서 자신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시니 놀랍다"고 평했습니다.

조 전 수석이 2008년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18대 총선에 출마하자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서울대 총장에게 "폴리페서 윤리규정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던 사례를 들어 비판에 나선 겁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내로남불의 화신이라는 소리를 들으시면서까지 구차하게 학생들 앞에 서셔야 하겠느냐"며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신다면 뜻을 함께하는 재학생 동문과 함께 적절한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푸스포럼이 붙인 대자보(왼쪽) 익명의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오른쪽)트푸스포럼이 붙인 대자보(왼쪽) 익명의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오른쪽)

그 옆에는 익명의 대자보가 붙어 있습니다. 이들은 "조국 교수의 휴직과 복직은 모두 법률과 학칙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뤄졌다"며 "만일 장관에 임명돼 다시 휴직하는 것도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서울대는 전임 교수가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무직 근무 등을 이유로 휴직을 신청할 경우 정무직 재임 기간만큼을 휴직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각에서는 조국 교수의 휴직이 과거 발언과 어긋난다며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지만, 정확히 살펴보면 말이 바뀐 적은 없다"면서 "조 전 수석은 교수의 선출직 공무원 진출과 임명직 공무원 임용을 구분해 발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조국 전 민정수석 SNS 캡처조국 전 민정수석 SNS 캡처

'폴리페서' 비판에...조국 "태극기 부대 수준 서울대생"

조 전 수석은 SNS를 통해 "나를 둘러싼 학생들의 대자보를 보면서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실감하게 된다"면서 "학생들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논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학생이 교수를 비판하는 것도 문제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트루스포럼의 대자보에 대해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조 전 수석은 "선생은 학생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서울대 안에 태극기 부대와 같이 극우 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전 수석은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복귀 직후엔 "일부 언론이 나를 폴리페서라고 공격하고, 서울대 휴직과 복직을 문제 삼기에 답한다"며 "앙가주망(engagement·지식인의 사회참여)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휴직으로 강의가 줄어든 것에 대해선 "수업 당 학생 수가 많아졌다는 학생들의 불만도 이해한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도 나의 선택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비서실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왼쪽부터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비서실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교수 출신 임명직 공무원'.. 선택은 엇갈려

조 전 수석이 SNS를 통해 밝힌 청와대와 내각 등에 기용된 교수 출신 '임명직 공무원'은 서울대 류우익 교수 등 모두 11명입니다. 그만큼 교수들이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나 해외 주재 대사 등으로 발탁된 경우는 많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휴직했고, 일부는 공직 수행 후 복직했습니다.

그 대상을 서울대 소속 교수로만 좁혀보면,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내다 복귀했습니다.

최양희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내고 복귀했습니다. 류우익 지리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고 복직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내고 복직한 윤영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직에 임명되면서 사직한 교수들도 있습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직을 내려놨습니다. 2016년 이준식 전 사회부총리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조만간 개각으로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휴직 절차를 다시 밟게 됩니다. 휴직 승인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내부 인사위원회가 심의 후 결정합니다. 서울대 관계자는 "회의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휴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서울대 학생들의 '폴리페서'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을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학교로 돌아간 ‘조국’…‘대자보’ 전쟁 2라운드
    • 입력 2019-08-08 16:39:18
    취재K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학교 교수로 복귀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논쟁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을 두고 정치권과 SNS를 달구던 '교수직' 거취 논쟁이 1라운드였다면, 이번엔 캠퍼스 교정에서 2라운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8일) 오전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붙어 있는 대자보
서울대생들의 대자보 전쟁.."폴리페서" VS "앙가주망"

현재 서울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는 두 개의 대자보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교정에서 조국 교수를 환영하며"라는 제목의 익명 대자보와, 보수 우파 성향의 대학생 학술 단체를 표방하는 '트루스포럼' 소속 학생들이 붙인 "조국 교수님, 그냥 정치를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입니다.

두 대자보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조 전 수석의 서울대 복귀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서울대 '트루스포럼' 소속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조 전 수석의 복귀를 두고 "폴리페서를 스스로 비판하신 교수님께서 자신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시니 놀랍다"고 평했습니다.

조 전 수석이 2008년 김연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18대 총선에 출마하자 동료 교수들과 함께 서울대 총장에게 "폴리페서 윤리규정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던 사례를 들어 비판에 나선 겁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내로남불의 화신이라는 소리를 들으시면서까지 구차하게 학생들 앞에 서셔야 하겠느냐"며 "스스로 사퇴하지 않으신다면 뜻을 함께하는 재학생 동문과 함께 적절한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푸스포럼이 붙인 대자보(왼쪽) 익명의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오른쪽)
그 옆에는 익명의 대자보가 붙어 있습니다. 이들은 "조국 교수의 휴직과 복직은 모두 법률과 학칙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이뤄졌다"며 "만일 장관에 임명돼 다시 휴직하는 것도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서울대는 전임 교수가 선거에 출마하거나 정무직 근무 등을 이유로 휴직을 신청할 경우 정무직 재임 기간만큼을 휴직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각에서는 조국 교수의 휴직이 과거 발언과 어긋난다며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지만, 정확히 살펴보면 말이 바뀐 적은 없다"면서 "조 전 수석은 교수의 선출직 공무원 진출과 임명직 공무원 임용을 구분해 발언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조국 전 민정수석 SNS 캡처
'폴리페서' 비판에...조국 "태극기 부대 수준 서울대생"

조 전 수석은 SNS를 통해 "나를 둘러싼 학생들의 대자보를 보면서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을 실감하게 된다"면서 "학생들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논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학생이 교수를 비판하는 것도 문제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트루스포럼의 대자보에 대해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조 전 수석은 "선생은 학생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서울대 안에 태극기 부대와 같이 극우 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전 수석은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복귀 직후엔 "일부 언론이 나를 폴리페서라고 공격하고, 서울대 휴직과 복직을 문제 삼기에 답한다"며 "앙가주망(engagement·지식인의 사회참여)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휴직으로 강의가 줄어든 것에 대해선 "수업 당 학생 수가 많아졌다는 학생들의 불만도 이해한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도 나의 선택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왼쪽부터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비서실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교수 출신 임명직 공무원'.. 선택은 엇갈려

조 전 수석이 SNS를 통해 밝힌 청와대와 내각 등에 기용된 교수 출신 '임명직 공무원'은 서울대 류우익 교수 등 모두 11명입니다. 그만큼 교수들이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나 해외 주재 대사 등으로 발탁된 경우는 많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휴직했고, 일부는 공직 수행 후 복직했습니다.

그 대상을 서울대 소속 교수로만 좁혀보면,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내다 복귀했습니다.

최양희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내고 복귀했습니다. 류우익 지리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고 복직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내고 복직한 윤영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공직에 임명되면서 사직한 교수들도 있습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직을 내려놨습니다. 2016년 이준식 전 사회부총리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조만간 개각으로 조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휴직 절차를 다시 밟게 됩니다. 휴직 승인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내부 인사위원회가 심의 후 결정합니다. 서울대 관계자는 "회의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휴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서울대 학생들의 '폴리페서'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을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