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앞 장애인들…“벙어리, 가장 아픈 세 글자”

입력 2019.08.09 (13:33) 수정 2019.08.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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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일) 낮,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벙어리'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황 대표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장애인 인권 교육 이수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건, 황교안 대표의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 발언.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규탄도 경고도 유감 표명조차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한국당 앞 집회에 참가한 직장인 이종훈 씨는 "회사 일이 바쁜데도 연차까지 써가며 참석했다"고 수어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이 씨는 "벙어리란 단어를 들을 때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옛날에는 벙어리, 병신, (장)애자 같은 장애인 비하 표현이 일상생활에 자주 쓰였고, 우리는 누군가를 조롱할 때 함부로 취급됐던 존재"였지만, "2007년 많은 장애인들의 투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청각장애인에게는 벙어리란 세 글자는 일생을 살며 가장 아픈 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벙어리란 세 글자가 농인에 이어 청각장애인이란 용어로 바뀌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참가자는 "우리나라 학교와 직장에서 장애인식교육을 의무교육처럼 하고 있는데,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벙어리) 세 글자를 말하는 순간, 그런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장애 관련 용어 지침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벙어리'는 장애인 비하 용어이고, 언어장애인이 법적 용어이자 올바른 용어라는 것입니다. 이밖에 애꾸눈·외눈박이·장님 등은 시각장애인, 백치·저능아는 지적장애인으로 써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속담 등으로 많이 쓰이는 '꿀 먹은 벙어리', '귀머거리 3년', '장님 코끼리 만지기', '눈뜬 장님' 등도 지적했습니다.

오늘 집회 참가자들의 말처럼 장애인 차별 철폐와 인식 개선을 요구하는 오랜 장애인 인권 운동으로, 과거보다 이런 용어 사용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아직까지도 장애인 차별적 발언이 종종 등장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한 부적절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 대표가 당 행사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신 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논란이 되자 곧바로 "장애인을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장애 관련 용어는 아니지만, 정치권에서 등장하는 말 중에 '불임 정당'이란 말도 있습니다.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못한 경우나, 무언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종종 쓰입니다. 그러나 '불임'은 이미 법적으로는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 지난 2012년 '불임'을 '난임'으로 개정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한국난임가족연합회는 "'불임' 용어로 정서적 우울 장애가 심했던 '난임 가정'의 꼬리표를 떼어내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인의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닿습니다. 그 말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상처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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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당 앞 장애인들…“벙어리, 가장 아픈 세 글자”
    • 입력 2019-08-09 13:33:07
    • 수정2019-08-09 17:01:54
    취재K
오늘(9일) 낮,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벙어리'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황 대표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장애인 인권 교육 이수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건, 황교안 대표의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 발언.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규탄도 경고도 유감 표명조차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대통령이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한국당 앞 집회에 참가한 직장인 이종훈 씨는 "회사 일이 바쁜데도 연차까지 써가며 참석했다"고 수어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이 씨는 "벙어리란 단어를 들을 때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옛날에는 벙어리, 병신, (장)애자 같은 장애인 비하 표현이 일상생활에 자주 쓰였고, 우리는 누군가를 조롱할 때 함부로 취급됐던 존재"였지만, "2007년 많은 장애인들의 투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청각장애인에게는 벙어리란 세 글자는 일생을 살며 가장 아픈 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벙어리란 세 글자가 농인에 이어 청각장애인이란 용어로 바뀌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참가자는 "우리나라 학교와 직장에서 장애인식교육을 의무교육처럼 하고 있는데,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벙어리) 세 글자를 말하는 순간, 그런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장애 관련 용어 지침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벙어리'는 장애인 비하 용어이고, 언어장애인이 법적 용어이자 올바른 용어라는 것입니다. 이밖에 애꾸눈·외눈박이·장님 등은 시각장애인, 백치·저능아는 지적장애인으로 써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표현으로 속담 등으로 많이 쓰이는 '꿀 먹은 벙어리', '귀머거리 3년', '장님 코끼리 만지기', '눈뜬 장님' 등도 지적했습니다. 오늘 집회 참가자들의 말처럼 장애인 차별 철폐와 인식 개선을 요구하는 오랜 장애인 인권 운동으로, 과거보다 이런 용어 사용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아직까지도 장애인 차별적 발언이 종종 등장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한 부적절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 대표가 당 행사에서 "정치권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 정신 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논란이 되자 곧바로 "장애인을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장애 관련 용어는 아니지만, 정치권에서 등장하는 말 중에 '불임 정당'이란 말도 있습니다. 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못한 경우나, 무언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종종 쓰입니다. 그러나 '불임'은 이미 법적으로는 쓰이지 않는 말입니다. 지난 2012년 '불임'을 '난임'으로 개정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한국난임가족연합회는 "'불임' 용어로 정서적 우울 장애가 심했던 '난임 가정'의 꼬리표를 떼어내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인의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닿습니다. 그 말로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상처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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