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중국산 여객기가 뜬다! 우주선 보다 어렵다는 여객기 개발

입력 2019.08.09 (14:47) 수정 2019.08.0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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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중대형 여객기 C-919 시험비행 성공

얼핏 보면 미국 보잉사의 여객기처럼 보이는데 조금 뚱뚱해 보이는 몸매, 중국이 자체 제작한 중대형 여객기(170석 규모) C-919가 지난 1일 새벽 중국 상하이 푸동 공항을 이륙했다. 매우 안정된 모습으로 1시간 25분간 비행한 C-919가 매끄럽게 활주로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아! 중국이 중대형 여객기 개발에 성공했구나."

이번 시험 비행은 항전시스템(AVIONICS) 시험이었다. C-919를 제작하고 있는 COMAC(中国商用飞机有限责任公司)의 양정 시운행센터 부장은 "이번 시험 비행 당시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쳤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 항공기 전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COMAC은 현재 모두 6대의 시제기를 만들어 각종 시험을 하고 있다. 모든 시험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통상 1,500회 정도의 출격(sortie)이 필요한데, 시제기를 6대 만든 만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중국은 C-919 개발비로만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조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우주선보다 만들기 어렵다는 여객기 개발 '목숨 걸고' 하는 중국

C-919 개발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로 첫 비행 계획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3년이나 연기돼왔다. 첫 비행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던 비행기가 10m 이동하다가 멈추자 조종사들이 불안해 뛰쳐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2017년 5월 5일 드디어 C-919 외형이 일반에 공개됐다. 당시 관영 CCTV는 정규방송을 멈추고 C-919의 첫 비행을 생중계했다.

첫 비행 당시 조종사들의 우주인 비슷한 복장도 화제가 됐다. 영웅이 돼 돌아온 조종사들의 두툼한 주황색 복장은 구명복이었다. 당시 주기장 차이의 인터뷰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시험비행 전 과정 내내 구명복을 입고 있었고, 조종실 내에는 낙하산과 헬멧이 비치돼 있었다. 최악의 상황인 추락을 대비한 채 조종사들이 목숨을 걸고 시험 운항에 나섰던 것이다.

무사고 운항을 기록중인 청뚜항공의 소형 여객기 ARJ-21무사고 운항을 기록중인 청뚜항공의 소형 여객기 ARJ-21

"날개 달린 벽돌" 비난 넘어 인증 앞둔 중국산 소형 여객기 ARJ-21

사실 중국은 이미 70~80석 급 여객기 ARJ-21을 이미 개발해 상용화 중이다. 무려 16년의 개발 기간을 들여 개발한 ARJ-21은 중국 청뚜항공이 2016년 6월 처음으로 인도받아 운항에 들어갔고, 지금은 내몽고 항공까지 모두 13대가 중국 내륙을 운항 중이다. 미국이 '날개 달린 벽돌'이라며 혹평을 했던 이 여객기가 아직 사고 한 번 없다는 점에서 나름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전 세계 여객기 시장에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국(EASA)의 인증 문제다. 항공 우주분야의 강국 러시아도 무릎을 꿇었다. 러시아 수호이사가 개발한 여객기 수퍼젯 역시 세계 무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사장됐다. 하지만 중국 ARJ-21은 이 인증을 받기 위해 3년 이상 노력 중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인증을 받아 전 세계로 운항하고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탄탄하고 거대한 내수시장 덕이다. 중국의 항공사들은 이미 C-919를 900대 이상 예약 주문해 놓은 상태다. 중국의 여객기 투자는 곧 결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C-919 부품의 50%를 국산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방에서는 20%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중국은 C-919 부품의 50%를 국산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방에서는 20%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AIRBUS-BOEING-COMAC 여객기 시장 ABC체제

중국은 C-919 개발을 마치기도 전에 대형 항공기 C-929 개발에 착수했다. 아직 대부분의 핵심 부품은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고 있지만, 관련 기술 습득을 위한 노력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에어버스사로부터 항공기를 사들이는 대가로 기술연구센터를 2005년 베이징에 유치했고, 2007년에는 하얼빈과 다롄에 에어버스 합작 부품공장도 설립했다. 2008년에는 톈진에 에어버스 조립 공장을 만들었다. 2017년에는 COMAC이 러시아연합항공사(UAC)와 합작회사를 상하이에 설립했고, 최근엔 영국의 항공기 인테리어 전문업체 AIM ALTITUDE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아마도 곧 유럽의 AIRBUS와 미국의 BOEING에 이어 중국의 COMAC이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을 3분할 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여객기 시장의 이른바 A-B-C 체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두 차례 개발 실패한 한국...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

우리나라도 항공 기술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군용기이긴 하지만 T-50 초음속 고등 훈련기를 개발해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등에 수출까지 했다. 비즈니스 제트기나 중소형 제트 여객기 정도는 이미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7년과 2007년 두 차례나 정부 주도 민간 참여 방식으로 민항기 개발 계획이 추진되다 결국 실패했다. 미국 등 항공기 기술 보유국의 견제가 심하고, 중국과 같은 내수시장이 없다는 한계가 컸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 전문가인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항공 산업은 기술집약적 시스템 종합 산업으로 타 산업에 대한 연관 효과와 기술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한다. 한때 대한민국 산업의 한 축이었던 자동차 산업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1976년 울산에서 생산돼 전 국토를 달리던 현대차의 포니는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상징이었다. 이제 21세기 지구촌 시대 전 세계 하늘을 나는 여객기 시장에 도전할 때이다. 지금 주목받는 중국의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여객기 개발 모습은 한때 우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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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9 14:47:12
    • 수정2019-08-09 18:15:43
    특파원 리포트
중국산 중대형 여객기 C-919 시험비행 성공

얼핏 보면 미국 보잉사의 여객기처럼 보이는데 조금 뚱뚱해 보이는 몸매, 중국이 자체 제작한 중대형 여객기(170석 규모) C-919가 지난 1일 새벽 중국 상하이 푸동 공항을 이륙했다. 매우 안정된 모습으로 1시간 25분간 비행한 C-919가 매끄럽게 활주로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아! 중국이 중대형 여객기 개발에 성공했구나."

이번 시험 비행은 항전시스템(AVIONICS) 시험이었다. C-919를 제작하고 있는 COMAC(中国商用飞机有限责任公司)의 양정 시운행센터 부장은 "이번 시험 비행 당시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쳤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 항공기 전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COMAC은 현재 모두 6대의 시제기를 만들어 각종 시험을 하고 있다. 모든 시험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통상 1,500회 정도의 출격(sortie)이 필요한데, 시제기를 6대 만든 만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중국은 C-919 개발비로만 8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조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우주선보다 만들기 어렵다는 여객기 개발 '목숨 걸고' 하는 중국

C-919 개발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로 첫 비행 계획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3년이나 연기돼왔다. 첫 비행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던 비행기가 10m 이동하다가 멈추자 조종사들이 불안해 뛰쳐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2017년 5월 5일 드디어 C-919 외형이 일반에 공개됐다. 당시 관영 CCTV는 정규방송을 멈추고 C-919의 첫 비행을 생중계했다.

첫 비행 당시 조종사들의 우주인 비슷한 복장도 화제가 됐다. 영웅이 돼 돌아온 조종사들의 두툼한 주황색 복장은 구명복이었다. 당시 주기장 차이의 인터뷰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시험비행 전 과정 내내 구명복을 입고 있었고, 조종실 내에는 낙하산과 헬멧이 비치돼 있었다. 최악의 상황인 추락을 대비한 채 조종사들이 목숨을 걸고 시험 운항에 나섰던 것이다.

무사고 운항을 기록중인 청뚜항공의 소형 여객기 ARJ-21
"날개 달린 벽돌" 비난 넘어 인증 앞둔 중국산 소형 여객기 ARJ-21

사실 중국은 이미 70~80석 급 여객기 ARJ-21을 이미 개발해 상용화 중이다. 무려 16년의 개발 기간을 들여 개발한 ARJ-21은 중국 청뚜항공이 2016년 6월 처음으로 인도받아 운항에 들어갔고, 지금은 내몽고 항공까지 모두 13대가 중국 내륙을 운항 중이다. 미국이 '날개 달린 벽돌'이라며 혹평을 했던 이 여객기가 아직 사고 한 번 없다는 점에서 나름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전 세계 여객기 시장에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국(EASA)의 인증 문제다. 항공 우주분야의 강국 러시아도 무릎을 꿇었다. 러시아 수호이사가 개발한 여객기 수퍼젯 역시 세계 무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사장됐다. 하지만 중국 ARJ-21은 이 인증을 받기 위해 3년 이상 노력 중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인증을 받아 전 세계로 운항하고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탄탄하고 거대한 내수시장 덕이다. 중국의 항공사들은 이미 C-919를 900대 이상 예약 주문해 놓은 상태다. 중국의 여객기 투자는 곧 결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C-919 부품의 50%를 국산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방에서는 20%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AIRBUS-BOEING-COMAC 여객기 시장 ABC체제

중국은 C-919 개발을 마치기도 전에 대형 항공기 C-929 개발에 착수했다. 아직 대부분의 핵심 부품은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고 있지만, 관련 기술 습득을 위한 노력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에어버스사로부터 항공기를 사들이는 대가로 기술연구센터를 2005년 베이징에 유치했고, 2007년에는 하얼빈과 다롄에 에어버스 합작 부품공장도 설립했다. 2008년에는 톈진에 에어버스 조립 공장을 만들었다. 2017년에는 COMAC이 러시아연합항공사(UAC)와 합작회사를 상하이에 설립했고, 최근엔 영국의 항공기 인테리어 전문업체 AIM ALTITUDE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아마도 곧 유럽의 AIRBUS와 미국의 BOEING에 이어 중국의 COMAC이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을 3분할 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여객기 시장의 이른바 A-B-C 체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두 차례 개발 실패한 한국...여기서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

우리나라도 항공 기술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군용기이긴 하지만 T-50 초음속 고등 훈련기를 개발해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등에 수출까지 했다. 비즈니스 제트기나 중소형 제트 여객기 정도는 이미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실제로 1997년과 2007년 두 차례나 정부 주도 민간 참여 방식으로 민항기 개발 계획이 추진되다 결국 실패했다. 미국 등 항공기 기술 보유국의 견제가 심하고, 중국과 같은 내수시장이 없다는 한계가 컸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 전문가인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항공 산업은 기술집약적 시스템 종합 산업으로 타 산업에 대한 연관 효과와 기술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한다. 한때 대한민국 산업의 한 축이었던 자동차 산업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1976년 울산에서 생산돼 전 국토를 달리던 현대차의 포니는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상징이었다. 이제 21세기 지구촌 시대 전 세계 하늘을 나는 여객기 시장에 도전할 때이다. 지금 주목받는 중국의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여객기 개발 모습은 한때 우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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