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병원’ 지원금 꼼수 부려 ‘꿀꺽’

입력 2019.08.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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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 병원'에 더 많은 혜택을...한 해 지원 규모 7천억 원

병원이라도 똑같은 병원은 아닙니다. 환자를 상품처럼 대하는 곳도 있고, 환자를 가족처럼 보살피는 병원도 있습니다. 병원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같아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도입된 게 '의료질 평가지원금'입니다. 의료 수준, 환자 안전, 교육·수련 등의 요소를 평가해 상·중·하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지원금을 지원합니다. 우수한 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보상 개념입니다.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손실 보상 방안으로 2015년 도입되었는데, 이후 규모가 점점 커져 지난 한 해 지원금만 7천억 원에 달합니다.


■ '서비스의 질'에 따라 천차만별...'업무정지'땐 평가에서 제외

지원금은 어떤 방식으로 배분될까요?

건보공단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진료비, 즉 '수가'에 차등을 둡니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의 경우, 평가 점수가 98p 이상이면 외래진료 수가는 7,640원입니다. 80p 이상이면 6,010원이고 50p 이상이면 490원, 50p 이하는 140원에 불과합니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수록 병원의 수익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지원금'은 자연스레 상-벌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잘못이 있는 병원은 평가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평가 자체를 안 받으니 지원금을 아예 받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위 부당 청구 등으로 인한 '업무정지'입니다.

■ 잘못해도 요령만 잘 부리면?...꼼수 못 막는 제도

그런데, '업무정지'를 받고도 평가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도에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A 병원은 건강보험 급여 부당 청구로 업무정지 50일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부 기관이 현지 조사를 나오기 이전에 폐업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그 병원을 다른 원장에게 넘깁니다. 이렇게 병원이 양도·양수되면 업무정지 처분이 승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B 병원 역시 부당 청구로 업무정지 40일 처분을 받았습니다. 병원은 업무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을 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규정상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때만 평가에서 제외됩니다. 과징금으로 대체할 경우 의료 질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점을 노린 것입니다.

제도를 운용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종합감사 결과, 이런 방식으로 평가 대상에 포함된 병원이 8곳입니다.

■ "형평성에 어긋나...합리적 기준 마련해야"

현재로선 일부 병원의 꼼수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불법이 아니라 있는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꼼수를 부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태를 어떻게 제재할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정지 기간만큼 지원금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지만, 그 금액을 어떻게 산출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성실하고 투명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수 병원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납니다. 보건복지부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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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 병원’ 지원금 꼼수 부려 ‘꿀꺽’
    • 입력 2019-08-09 16:42:41
    취재K
■ '우수 병원'에 더 많은 혜택을...한 해 지원 규모 7천억 원

병원이라도 똑같은 병원은 아닙니다. 환자를 상품처럼 대하는 곳도 있고, 환자를 가족처럼 보살피는 병원도 있습니다. 병원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같아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도입된 게 '의료질 평가지원금'입니다. 의료 수준, 환자 안전, 교육·수련 등의 요소를 평가해 상·중·하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지원금을 지원합니다. 우수한 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보상 개념입니다. '선택진료비' 폐지에 따른 손실 보상 방안으로 2015년 도입되었는데, 이후 규모가 점점 커져 지난 한 해 지원금만 7천억 원에 달합니다.


■ '서비스의 질'에 따라 천차만별...'업무정지'땐 평가에서 제외

지원금은 어떤 방식으로 배분될까요?

건보공단에서 병원에 지급하는 진료비, 즉 '수가'에 차등을 둡니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의 경우, 평가 점수가 98p 이상이면 외래진료 수가는 7,640원입니다. 80p 이상이면 6,010원이고 50p 이상이면 490원, 50p 이하는 140원에 불과합니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수록 병원의 수익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지원금'은 자연스레 상-벌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잘못이 있는 병원은 평가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평가 자체를 안 받으니 지원금을 아예 받을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위 부당 청구 등으로 인한 '업무정지'입니다.

■ 잘못해도 요령만 잘 부리면?...꼼수 못 막는 제도

그런데, '업무정지'를 받고도 평가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도에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A 병원은 건강보험 급여 부당 청구로 업무정지 50일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정부 기관이 현지 조사를 나오기 이전에 폐업 신고를 합니다. 그리고 그 병원을 다른 원장에게 넘깁니다. 이렇게 병원이 양도·양수되면 업무정지 처분이 승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B 병원 역시 부당 청구로 업무정지 40일 처분을 받았습니다. 병원은 업무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을 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규정상 업무정지 처분을 받을 때만 평가에서 제외됩니다. 과징금으로 대체할 경우 의료 질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점을 노린 것입니다.

제도를 운용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종합감사 결과, 이런 방식으로 평가 대상에 포함된 병원이 8곳입니다.

■ "형평성에 어긋나...합리적 기준 마련해야"

현재로선 일부 병원의 꼼수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불법이 아니라 있는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꼼수를 부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태를 어떻게 제재할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정지 기간만큼 지원금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지만, 그 금액을 어떻게 산출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성실하고 투명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우수 병원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납니다. 보건복지부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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