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민주평화당 ‘집단탈당’ 거사일은 왜 오늘일까

입력 2019.08.1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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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의 운명의 날, 바로 오늘(12일)입니다. 오전 11시면 당내 비당권파 모임인 대안정치연대가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대안정치에는 유성엽 원내대표와 박지원, 천정배 의원 등 1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자 노선을 선언한 김경진 의원도 탈당을 오늘 결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평화당에는 정동영 대표와 김광수·조배숙·황주홍 의원만 남게 됩니다. 정 대표의 측근인 박주현 의원은 당적은 바른미래당입니다. 민주평화당이 의원 4명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겁니다.

그런데 탈당 시점이 미묘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안정치가 '거사일'을 잡는 데는 8월 15일이 기준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박주현 의원도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누가 탈당할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8월 15일 이전에는 탈당을 하려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왜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 15일을 분기점으로 봤을까요.

지난 9일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정치의 탈당 선언을 비판한 정동영 대표지난 9일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정치의 탈당 선언을 비판한 정동영 대표

■ 분기마다 지급되는 보조금…평화당, 2억 원대로 줄어들 듯

8월 15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정당들에 국고보조금(경상보조금)을 지급하는 날입니다. 경상보조금은 매 분기(2월·5월·8월·11월)마다 지급되는데,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당 살림살이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급 규정은 이렇습니다. 원내 20석 이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는 해당 분기 보조금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합니다. 5석에서 20석 미만의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2%를 지급합니다. 그러고 나서 남는 보조금의 절반은 다시 각 정당의 의석수 비율로, 또 다른 절반은 20대 국회의원 선거 득표수 비율에 따라 지급합니다. 조금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교섭단체 여부와 소속 의원 수에 따라 많이 받게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규정에 따라 14석을 가진 민주평화당은 올해 2분기 지급일이었던 지난 5월 15일, 6억 4,142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집단 탈당이 이뤄진 뒤 원내 4석으로 줄어들게 되면, 민주평화당은 이번 3분기 지급일에 얼마를 받게 될까요. 계산을 해보면 대략 2억 원대의 경상보조금을 받게 됩니다. 기존에 받던 돈에서 60%가량이 줄어들게 되는 셈입니다.

보조금의 지급 기준일은 8월 15일이지만, 그 날은 광복절, 휴일이기 때문에 실제 지급은 14일에 이뤄지게 됩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지급 전 국회 측에 각 당 의석수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민주평화당 탈당 상황도 반영해 지급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8일 탈당 예고 기자회견을 연 대안정치연대의 유성엽 원내대표지난 8일 탈당 예고 기자회견을 연 대안정치연대의 유성엽 원내대표

■ "자금줄 옥죌 압박 수단" vs "정치적 금도 넘어선 것"

대안정치가 오늘 탈당을 결행하려는 건, 경상보조금의 지급 액수를 줄여 당권파의 자금줄을 옥죄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안정치 측에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대안정치에 속한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더는 늦출 순 없다'는 공감대가 탈당 시점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긴 했지만, (보조금 지급도) 압박 수단으로 아예 의식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남아있을 당권파는 이런 의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당권파 측의 민주평화당 관계자는 "당의 자금줄까지 뒤흔드는 건 정치적인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보조금이 줄어들면 실제로 피해를 보는 건 의원들이 아니라 힘없는 당직자들"이라면서 "당내 자산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 인적·물적 구조 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8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거는 돈이 있어야 치릅니다. 겉으로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또 선거 비용의 계산기도 함께 두드리는 곳이 여의도 정치권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쩐의 전쟁'에 주목하는 것도 다가올 총선의 관전 포인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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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민주평화당 ‘집단탈당’ 거사일은 왜 오늘일까
    • 입력 2019-08-12 06:04:27
    여심야심
민주평화당의 운명의 날, 바로 오늘(12일)입니다. 오전 11시면 당내 비당권파 모임인 대안정치연대가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대안정치에는 유성엽 원내대표와 박지원, 천정배 의원 등 1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독자 노선을 선언한 김경진 의원도 탈당을 오늘 결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평화당에는 정동영 대표와 김광수·조배숙·황주홍 의원만 남게 됩니다. 정 대표의 측근인 박주현 의원은 당적은 바른미래당입니다. 민주평화당이 의원 4명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겁니다.

그런데 탈당 시점이 미묘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안정치가 '거사일'을 잡는 데는 8월 15일이 기준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박주현 의원도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누가 탈당할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8월 15일 이전에는 탈당을 하려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왜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 15일을 분기점으로 봤을까요.

지난 9일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정치의 탈당 선언을 비판한 정동영 대표
■ 분기마다 지급되는 보조금…평화당, 2억 원대로 줄어들 듯

8월 15일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각 정당들에 국고보조금(경상보조금)을 지급하는 날입니다. 경상보조금은 매 분기(2월·5월·8월·11월)마다 지급되는데,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당 살림살이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급 규정은 이렇습니다. 원내 20석 이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는 해당 분기 보조금 총액의 50%를 균등 배분합니다. 5석에서 20석 미만의 정당에는 총액의 5%씩을, 5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는 총액의 2%를 지급합니다. 그러고 나서 남는 보조금의 절반은 다시 각 정당의 의석수 비율로, 또 다른 절반은 20대 국회의원 선거 득표수 비율에 따라 지급합니다. 조금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교섭단체 여부와 소속 의원 수에 따라 많이 받게 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 규정에 따라 14석을 가진 민주평화당은 올해 2분기 지급일이었던 지난 5월 15일, 6억 4,142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집단 탈당이 이뤄진 뒤 원내 4석으로 줄어들게 되면, 민주평화당은 이번 3분기 지급일에 얼마를 받게 될까요. 계산을 해보면 대략 2억 원대의 경상보조금을 받게 됩니다. 기존에 받던 돈에서 60%가량이 줄어들게 되는 셈입니다.

보조금의 지급 기준일은 8월 15일이지만, 그 날은 광복절, 휴일이기 때문에 실제 지급은 14일에 이뤄지게 됩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지급 전 국회 측에 각 당 의석수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민주평화당 탈당 상황도 반영해 지급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8일 탈당 예고 기자회견을 연 대안정치연대의 유성엽 원내대표
■ "자금줄 옥죌 압박 수단" vs "정치적 금도 넘어선 것"

대안정치가 오늘 탈당을 결행하려는 건, 경상보조금의 지급 액수를 줄여 당권파의 자금줄을 옥죄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안정치 측에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대안정치에 속한 한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더는 늦출 순 없다'는 공감대가 탈당 시점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긴 했지만, (보조금 지급도) 압박 수단으로 아예 의식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남아있을 당권파는 이런 의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당권파 측의 민주평화당 관계자는 "당의 자금줄까지 뒤흔드는 건 정치적인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보조금이 줄어들면 실제로 피해를 보는 건 의원들이 아니라 힘없는 당직자들"이라면서 "당내 자산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 인적·물적 구조 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8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거는 돈이 있어야 치릅니다. 겉으로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또 선거 비용의 계산기도 함께 두드리는 곳이 여의도 정치권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쩐의 전쟁'에 주목하는 것도 다가올 총선의 관전 포인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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