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체납법인 주소가 주민센터?…엉터리 체납 공표

입력 2019.08.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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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등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지방세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제도가 엉터리로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민에게 고액·상습체납 법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체납한 사실도 없는 사업장의 주소를 공개하는 바람에 애꿎은 피해자마저 생기고 있었습니다.

KBS 취재진이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지난해 말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중 73곳에 대해 체납 법인 주소지 등 정보가 일치하는지 알아본 결과 절반 이상이 사실과 달랐습니다.
이중 지방세 특별징수 등 3,500만 원을 체납한 A 법인의 경우 공개된 주소지인 ‘대전 서구 흑석1길 16’으로 찾아가 봤더니 엉뚱하게도 기성동 행정복지센터가 나왔습니다.

기성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해당 사실을 물어보니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체납 법인 대표자가 주소지 불명일 경우 간혹 해당 주민센터로 지정되는 사례가 있다곤 하나 해당 A 법인 대표자는 주소지 불명도 아니었습니다.

3500만 원을 체납한 A 법인의 공개된 주소는 ‘서구 흑석1길 16’, 이곳을 찾아가 보니 기성동 행정복지센터가 나옵니다.3500만 원을 체납한 A 법인의 공개된 주소는 ‘서구 흑석1길 16’, 이곳을 찾아가 보니 기성동 행정복지센터가 나옵니다.

성실 납세 했는데… 체납자 오명

체납 법인 주소가 행정기관인 사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5800만 원의 지방소득세를 내지 않아 공개된 B 제조업체의 주소지를 찾아가 봤더니 요양병원이 등장합니다.
요양병원 측은 세금을 밀린 적도 없는데 자신들의 병원 주소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공개돼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세금도 잘 냈고, 체납한 법인명 자체가 다르고 여긴 법인도 아니다”며 “개인으로 사업하는 것이기에 명단 공표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7600만 원의 지방소득세를 내지 않은 C 부동산개발업체 주소 또한 한의원 등 병원 건물이 나오고, 1100만 원의 법인세를 내지 않은 D 건설사 주소는 모텔이었습니다.
체납법인 주소가 엉터리로 공개되다 보니 모텔이나 요양병원 등 서비스업체가 수 천만 원 씩 세금을 떼먹은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세금 5800만 원을 내지 않아 공개된 제조업 법인 주소는 엉뚱하게도 ‘요양병원’세금 5800만 원을 내지 않아 공개된 제조업 법인 주소는 엉뚱하게도 ‘요양병원’

폐업했는데 그대로 옮겨진 엉터리 주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체납 법인 가운데 폐업이나 해산해 청산된 경우도 있는데 대전시와 자치구가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과거 주소를 그대로 옮겨적은 겁니다.
더욱이 일부 체납 법인은 고지서 전달 편의를 위해 자체적으로 관리하던 주소로 공개해 세금을 잘 내던 업체가 체납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대전 서구청 관계자는 “주소를 공개할 때 법인등기부등본에 기재돼 있는 주소로 공개한 법인도 있고, 일부 법인은 지방세 고지서 전달 편의를 위해서 관리되던 주소로 공개된 부분도 있다”며 “법적으로 검토해서 공개된 주소가 현재 주소에 없는 경우에는 주소지를 빼는 등 법적으로 검토할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시 2019년도 지방세 체납징수 기본계획대전시 2019년도 지방세 체납징수 기본계획

민감한 개인정보 확인도 제대로 안 해

지방세 고액체납자 공개는 현행 지방세징수법에 따라 법인명과 대표자 실명, 나이, 법인 주소, 체납액 등 개인정보가 상당수 포함됩니다.
지자체가 이런 민감한 정보를 다루면서 확인 작업조차 거치지 않은 겁니다.

권오균 대전시 세정과장은 “이런 일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면서 “체납 공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사항을 미리 알았다면 조사도 제대로 하고, 현장도 나가보고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졸속으로 처리된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공개’ 업무로 인해 성실 납세자가 체납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해당 자치단체는 이를 바로 잡을 방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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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액 체납법인 주소가 주민센터?…엉터리 체납 공표
    • 입력 2019-08-12 11:35:56
    취재K
대전시 등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지방세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제도가 엉터리로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민에게 고액·상습체납 법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체납한 사실도 없는 사업장의 주소를 공개하는 바람에 애꿎은 피해자마저 생기고 있었습니다.

KBS 취재진이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지난해 말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중 73곳에 대해 체납 법인 주소지 등 정보가 일치하는지 알아본 결과 절반 이상이 사실과 달랐습니다.
이중 지방세 특별징수 등 3,500만 원을 체납한 A 법인의 경우 공개된 주소지인 ‘대전 서구 흑석1길 16’으로 찾아가 봤더니 엉뚱하게도 기성동 행정복지센터가 나왔습니다.

기성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에게 해당 사실을 물어보니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체납 법인 대표자가 주소지 불명일 경우 간혹 해당 주민센터로 지정되는 사례가 있다곤 하나 해당 A 법인 대표자는 주소지 불명도 아니었습니다.

3500만 원을 체납한 A 법인의 공개된 주소는 ‘서구 흑석1길 16’, 이곳을 찾아가 보니 기성동 행정복지센터가 나옵니다.
성실 납세 했는데… 체납자 오명

체납 법인 주소가 행정기관인 사례는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5800만 원의 지방소득세를 내지 않아 공개된 B 제조업체의 주소지를 찾아가 봤더니 요양병원이 등장합니다.
요양병원 측은 세금을 밀린 적도 없는데 자신들의 병원 주소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공개돼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세금도 잘 냈고, 체납한 법인명 자체가 다르고 여긴 법인도 아니다”며 “개인으로 사업하는 것이기에 명단 공표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7600만 원의 지방소득세를 내지 않은 C 부동산개발업체 주소 또한 한의원 등 병원 건물이 나오고, 1100만 원의 법인세를 내지 않은 D 건설사 주소는 모텔이었습니다.
체납법인 주소가 엉터리로 공개되다 보니 모텔이나 요양병원 등 서비스업체가 수 천만 원 씩 세금을 떼먹은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세금 5800만 원을 내지 않아 공개된 제조업 법인 주소는 엉뚱하게도 ‘요양병원’
폐업했는데 그대로 옮겨진 엉터리 주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체납 법인 가운데 폐업이나 해산해 청산된 경우도 있는데 대전시와 자치구가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과거 주소를 그대로 옮겨적은 겁니다.
더욱이 일부 체납 법인은 고지서 전달 편의를 위해 자체적으로 관리하던 주소로 공개해 세금을 잘 내던 업체가 체납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습니다.

대전 서구청 관계자는 “주소를 공개할 때 법인등기부등본에 기재돼 있는 주소로 공개한 법인도 있고, 일부 법인은 지방세 고지서 전달 편의를 위해서 관리되던 주소로 공개된 부분도 있다”며 “법적으로 검토해서 공개된 주소가 현재 주소에 없는 경우에는 주소지를 빼는 등 법적으로 검토할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대전시 2019년도 지방세 체납징수 기본계획
민감한 개인정보 확인도 제대로 안 해

지방세 고액체납자 공개는 현행 지방세징수법에 따라 법인명과 대표자 실명, 나이, 법인 주소, 체납액 등 개인정보가 상당수 포함됩니다.
지자체가 이런 민감한 정보를 다루면서 확인 작업조차 거치지 않은 겁니다.

권오균 대전시 세정과장은 “이런 일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면서 “체납 공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사항을 미리 알았다면 조사도 제대로 하고, 현장도 나가보고 했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졸속으로 처리된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공개’ 업무로 인해 성실 납세자가 체납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해당 자치단체는 이를 바로 잡을 방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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