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홈쇼핑 수수료의 진실…물건값 절반이 홈쇼핑 몫

입력 2019.08.13 (07:03) 수정 2019.08.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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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값의 절반을 수수료로 홈쇼핑에 낸다고 하면 과연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사고 싶을까요?"

건강기능식품을 수입해 TV홈쇼핑에 공급·판매하던 김 모 씨는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창고에는 아직 판매하지 못한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영업을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어렵겠다는 판단에서다.

29.8%.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홈쇼핑 실질 수수료율이다. 김 씨가 판매한 건강식품은 수수료율이 좀 더 높은데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쇼핑 등 7개사 평균이 35.1%다.

하지만 김 씨는 "500여 회 홈쇼핑 생방송을 하면서 35%로 방송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라며 "40%만 되더라도 사업을 접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명 업체가 아니어서, 거래 기간이 짧아서 그런 것일까. 김 씨에게 까닭을 물었더니 홈쇼핑과 맺은 계약서를 건넸다.

홈쇼핑 업체와 작성한 납품 계약서홈쇼핑 업체와 작성한 납품 계약서

■홈쇼핑 납품업체 계약서 살펴봤더니‥'광고비' 대가로 수수료 선취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는 일반적으로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홈쇼핑에 내는 '정률수수료'나 일정 금액을 주는 '정액수수료' 방식으로 방송의 대가를 치른다. 정률과 정액수수료를 섞은 혼합수수료도 있다.

김 씨가 A 홈쇼핑과 맺은 계약서에는 수수료율이 12%라고 나왔다. 하지만 석 장 뒤 '특약수수료' 항목에 1억 8천400만 원이 적혀 있었다. 특약은 홈쇼핑업체의 계산법에 따라 정액수수료에 들어가거나, 수수료가 아닌 기타비용에 들어갈 수도 있는 항목이다.

B 홈쇼핑과 맺은 계약서. 생방송 1분당 100만 원의 광고특약비를 내도록 했다. 한 시간 방송에 6천만 원의 광고비가 나가는 셈이다. 더 유명한 채널인 C 홈쇼핑은 65분 방송에 광고비 1억 3천만 원을 물렸다.

홈쇼핑 판매방송은 '광고'가 아니다. 홈쇼핑 사업자를 규정한 방송법과 홈쇼핑 업체의 정액수수료방송제도 운영지침 등에는 이러한 내용이 명시돼있다. 방송에서 곧바로 물건을 판매하는데 별도의 광고비를 들여야 하는 이유도 없다. 홈쇼핑 방송 중에 나오는 자료영상은 대부분 납품업체가 미리 제작한 것이다. '광고'가 없는데 광고비를 받는 셈이다.

이를 두고 김 씨는 "정률수수료 매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 홈쇼핑사들이 정액수수료로 잡히지 않는 항목을 만든 것"이라며 "광고비는 수수료와 달리 방송 전 결제하고 세금계산서도 별도로 끊어줬다"고 말했다.

10~20%의 정률수수료에 이런 특약, 광고비, 제작비 등을 포함하면 수수료율은 50%까지 치솟았다. 한 번은 A 홈쇼핑과 방송에서 1억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특약비용 때문에 판매금액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8천만 원을 홈쇼핑에 더 지급하기도 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분야와 해당업체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소비자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률보다는 정액수수료를 받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광고비를 받는 관행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업체가 '광고비' 같은 항목을 만드는 것은 보고서상에 정액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홈쇼핑 승인·재승인 권한을 가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승인조건에 '납품업체에 불리하거나 부당한 정액수수료 방송을 금지하고, 정액수수료방송제도 운영지침을 마련해 이를 성실히 준수하라'는 항목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에 아예 정액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정하기도 했다.

의류업체 홈쇼핑 방송화면.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계없음.의류업체 홈쇼핑 방송화면.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계없음.

■의류업계도 "30% 수수료율 본 적 없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다른 분야는 공정위 발표와 수수료가 같을까? 10여 년간 홈쇼핑과 거래해온 의류·잡화업체 D사를 만났다. 지난해 공정위 실태조사에서 여성의류 수수료율은 품목별로 30~33% 수준. 하지만 이 업체의 계약서상 수수료율은 39%부터 시작했고 44%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회사 대표인 이 모 씨는 "10년 넘게 홈쇼핑과 거래하는 동안 다른 납품업체에서도 30%짜리 계약서는 본 적이 없다"라며 "비교적 정률수수료가 자리잡은 의류업계에서도 보통 40%는 부담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일부 인기품목이나 해외 유명브랜드가 아니고서는 30%대 초반도 어렵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로드샵'이라고 부르는 도심의 의류대리점에서 판매수수료로 떼는 금액이 20~30% 수준이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수치다. 백화점 의류부문의 평균 수수료율도 20%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TV홈쇼핑에서는 대리점이나 백화점에 비해 싼 옷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는 약하지만, 품질은 양호한 중소기업 제품이 홈쇼핑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홈쇼핑 납품업체가 다른 경로에 비해 1.5~2배 많은 판매수수료를 감당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면, 시장 구조나 물건의 품질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상한 계산식‥홈쇼핑 매출 부풀려져

건강기능식품업체 대표 김 씨는 지난해 공정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CJ, GS, 현대, 롯데, 홈앤, NS 등 6개 홈쇼핑이 자신과 거래하면서 올린 매출액과 수수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실태조사 결과에 나온 수수료율이 터무니없이 낮은데 자신의 업체만 비싼 수수료를 부담했나 의문이 들어서다.

결론은 홈쇼핑사의 신고부터 잘못됐다는 거다. 2017년 기준 김 씨 회사는 537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6개 홈쇼핑사가 신고한 매출은 753억 원이었고, 295억 원의 수수료를 냈는데 공정위 집계에는 283억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나온 것이다. 수수료율을 계산하면 업체 주장은 54.9%, 공정위 자료 기준으로는 37.6%로 17.3%포인트 차이가 난다.

특히, 수수료에 비해 매출액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홈쇼핑이 공정위에 신고한 매출이 업체 주장보다 216억 원 더 많은데 격차가 40%를 넘는다. 홈쇼핑이 매출을 더 크게 신고했거나, 납품업체가 매출을 적게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KBS가 입수한 과기부의 '홈쇼핑산업 주요 통계 산정기준'에서 홈쇼핑 회사들이 매출을 납품업체의 계산보다 크게 잡은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2018년 과기부가 홈쇼핑업계와 협의를 통해 만든 이 기준에는 판매액을 뜻하는 '방송취급고'에 판매수익 총액뿐 아니라 정액수수료 수익, 기타수수료 수익을 더했다.

정액수수료나 기타수수료 모두 판매수익에서 납품업체가 떼는 돈인데 이를 취급고에 한 번 더 더하는 것이다. 홈쇼핑업체의 회계상으로는 정액수수료나 기타수수료 모두 별도의 '매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납품업체가 부담한 수수료를 방송취급고로 나누면 수수료율이 나오는데 분모인 방송취급고 덩치를 키웠으니 수수료율은 작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공정위는 해당 납품업체가 계산하는 방식과 홈쇼핑사 실태조사에서 공정위가 요구하는 자료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공정위 실태조사는 과기부와 달리 납품업체 입장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모두 수수료율 계산에 포함시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홈쇼핑 업체는 공정위 실태조사에서도 과기부의 산정기준에 준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법을 근거로 홈쇼핑을 비롯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에 대한 수수료율 실태조사를 벌이는데 서면을 보내고 업체에서 숫자를 제출받는 식이어서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하다. 또 자료 미제출이나 허위제출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아직 부과한 사례는 없다.

과기부는 "수수료율이 회계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홈쇼핑 업체 관점에서 취급고와 수수료를 집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와는 다른 기준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상품 판매 장려라는 홈쇼핑 설립 취지를 따져본다면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수수료율과 동떨어진 계산식은 이제까지 홈쇼핑을 재승인해온 과기부의 관행에 문제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

공정위와 과기부는 뒤늦게 수수료율 산정 기준을 맞추기로 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새 기준이 마련되는 대로 홈쇼핑 수수료율과 그 외 납품업체의 부담액을 조사해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평균 수수료율이 최소 5%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한 홈쇼핑사 관계자는 "어떤 홈쇼핑 납품업체도 공정위 발표 수수료율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틀린 수수료율을 공시할 이유는 없다. 판매 수수료는 홈쇼핑 재승인의 중요한 평가 요소다. 납품업체와 시장에 정확하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홈쇼핑과 납품업체 사이의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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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3 07:03:11
    • 수정2019-08-13 07:10:46
    취재후·사건후
"물건값의 절반을 수수료로 홈쇼핑에 낸다고 하면 과연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사고 싶을까요?"

건강기능식품을 수입해 TV홈쇼핑에 공급·판매하던 김 모 씨는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창고에는 아직 판매하지 못한 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영업을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어렵겠다는 판단에서다.

29.8%.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홈쇼핑 실질 수수료율이다. 김 씨가 판매한 건강식품은 수수료율이 좀 더 높은데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공영쇼핑 등 7개사 평균이 35.1%다.

하지만 김 씨는 "500여 회 홈쇼핑 생방송을 하면서 35%로 방송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라며 "40%만 되더라도 사업을 접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명 업체가 아니어서, 거래 기간이 짧아서 그런 것일까. 김 씨에게 까닭을 물었더니 홈쇼핑과 맺은 계약서를 건넸다.

홈쇼핑 업체와 작성한 납품 계약서
■홈쇼핑 납품업체 계약서 살펴봤더니‥'광고비' 대가로 수수료 선취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업체는 일반적으로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홈쇼핑에 내는 '정률수수료'나 일정 금액을 주는 '정액수수료' 방식으로 방송의 대가를 치른다. 정률과 정액수수료를 섞은 혼합수수료도 있다.

김 씨가 A 홈쇼핑과 맺은 계약서에는 수수료율이 12%라고 나왔다. 하지만 석 장 뒤 '특약수수료' 항목에 1억 8천400만 원이 적혀 있었다. 특약은 홈쇼핑업체의 계산법에 따라 정액수수료에 들어가거나, 수수료가 아닌 기타비용에 들어갈 수도 있는 항목이다.

B 홈쇼핑과 맺은 계약서. 생방송 1분당 100만 원의 광고특약비를 내도록 했다. 한 시간 방송에 6천만 원의 광고비가 나가는 셈이다. 더 유명한 채널인 C 홈쇼핑은 65분 방송에 광고비 1억 3천만 원을 물렸다.

홈쇼핑 판매방송은 '광고'가 아니다. 홈쇼핑 사업자를 규정한 방송법과 홈쇼핑 업체의 정액수수료방송제도 운영지침 등에는 이러한 내용이 명시돼있다. 방송에서 곧바로 물건을 판매하는데 별도의 광고비를 들여야 하는 이유도 없다. 홈쇼핑 방송 중에 나오는 자료영상은 대부분 납품업체가 미리 제작한 것이다. '광고'가 없는데 광고비를 받는 셈이다.

이를 두고 김 씨는 "정률수수료 매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 홈쇼핑사들이 정액수수료로 잡히지 않는 항목을 만든 것"이라며 "광고비는 수수료와 달리 방송 전 결제하고 세금계산서도 별도로 끊어줬다"고 말했다.

10~20%의 정률수수료에 이런 특약, 광고비, 제작비 등을 포함하면 수수료율은 50%까지 치솟았다. 한 번은 A 홈쇼핑과 방송에서 1억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특약비용 때문에 판매금액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8천만 원을 홈쇼핑에 더 지급하기도 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분야와 해당업체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소비자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률보다는 정액수수료를 받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광고비를 받는 관행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업체가 '광고비' 같은 항목을 만드는 것은 보고서상에 정액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홈쇼핑 승인·재승인 권한을 가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승인조건에 '납품업체에 불리하거나 부당한 정액수수료 방송을 금지하고, 정액수수료방송제도 운영지침을 마련해 이를 성실히 준수하라'는 항목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주주인 홈앤쇼핑은 중소기업에 아예 정액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정하기도 했다.

의류업체 홈쇼핑 방송화면.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계없음.
■의류업계도 "30% 수수료율 본 적 없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다른 분야는 공정위 발표와 수수료가 같을까? 10여 년간 홈쇼핑과 거래해온 의류·잡화업체 D사를 만났다. 지난해 공정위 실태조사에서 여성의류 수수료율은 품목별로 30~33% 수준. 하지만 이 업체의 계약서상 수수료율은 39%부터 시작했고 44%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 회사 대표인 이 모 씨는 "10년 넘게 홈쇼핑과 거래하는 동안 다른 납품업체에서도 30%짜리 계약서는 본 적이 없다"라며 "비교적 정률수수료가 자리잡은 의류업계에서도 보통 40%는 부담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일부 인기품목이나 해외 유명브랜드가 아니고서는 30%대 초반도 어렵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로드샵'이라고 부르는 도심의 의류대리점에서 판매수수료로 떼는 금액이 20~30% 수준이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수치다. 백화점 의류부문의 평균 수수료율도 20%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TV홈쇼핑에서는 대리점이나 백화점에 비해 싼 옷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는 약하지만, 품질은 양호한 중소기업 제품이 홈쇼핑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홈쇼핑 납품업체가 다른 경로에 비해 1.5~2배 많은 판매수수료를 감당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면, 시장 구조나 물건의 품질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상한 계산식‥홈쇼핑 매출 부풀려져

건강기능식품업체 대표 김 씨는 지난해 공정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CJ, GS, 현대, 롯데, 홈앤, NS 등 6개 홈쇼핑이 자신과 거래하면서 올린 매출액과 수수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실태조사 결과에 나온 수수료율이 터무니없이 낮은데 자신의 업체만 비싼 수수료를 부담했나 의문이 들어서다.

결론은 홈쇼핑사의 신고부터 잘못됐다는 거다. 2017년 기준 김 씨 회사는 537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6개 홈쇼핑사가 신고한 매출은 753억 원이었고, 295억 원의 수수료를 냈는데 공정위 집계에는 283억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나온 것이다. 수수료율을 계산하면 업체 주장은 54.9%, 공정위 자료 기준으로는 37.6%로 17.3%포인트 차이가 난다.

특히, 수수료에 비해 매출액의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홈쇼핑이 공정위에 신고한 매출이 업체 주장보다 216억 원 더 많은데 격차가 40%를 넘는다. 홈쇼핑이 매출을 더 크게 신고했거나, 납품업체가 매출을 적게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KBS가 입수한 과기부의 '홈쇼핑산업 주요 통계 산정기준'에서 홈쇼핑 회사들이 매출을 납품업체의 계산보다 크게 잡은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2018년 과기부가 홈쇼핑업계와 협의를 통해 만든 이 기준에는 판매액을 뜻하는 '방송취급고'에 판매수익 총액뿐 아니라 정액수수료 수익, 기타수수료 수익을 더했다.

정액수수료나 기타수수료 모두 판매수익에서 납품업체가 떼는 돈인데 이를 취급고에 한 번 더 더하는 것이다. 홈쇼핑업체의 회계상으로는 정액수수료나 기타수수료 모두 별도의 '매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납품업체가 부담한 수수료를 방송취급고로 나누면 수수료율이 나오는데 분모인 방송취급고 덩치를 키웠으니 수수료율은 작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공정위는 해당 납품업체가 계산하는 방식과 홈쇼핑사 실태조사에서 공정위가 요구하는 자료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공정위 실태조사는 과기부와 달리 납품업체 입장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모두 수수료율 계산에 포함시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홈쇼핑 업체는 공정위 실태조사에서도 과기부의 산정기준에 준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법을 근거로 홈쇼핑을 비롯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에 대한 수수료율 실태조사를 벌이는데 서면을 보내고 업체에서 숫자를 제출받는 식이어서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하다. 또 자료 미제출이나 허위제출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아직 부과한 사례는 없다.

과기부는 "수수료율이 회계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홈쇼핑 업체 관점에서 취급고와 수수료를 집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위와는 다른 기준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상품 판매 장려라는 홈쇼핑 설립 취지를 따져본다면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수수료율과 동떨어진 계산식은 이제까지 홈쇼핑을 재승인해온 과기부의 관행에 문제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

공정위와 과기부는 뒤늦게 수수료율 산정 기준을 맞추기로 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부처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새 기준이 마련되는 대로 홈쇼핑 수수료율과 그 외 납품업체의 부담액을 조사해 발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평균 수수료율이 최소 5%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한 홈쇼핑사 관계자는 "어떤 홈쇼핑 납품업체도 공정위 발표 수수료율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틀린 수수료율을 공시할 이유는 없다. 판매 수수료는 홈쇼핑 재승인의 중요한 평가 요소다. 납품업체와 시장에 정확하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홈쇼핑과 납품업체 사이의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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