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명도집행 끝난 옛 노량진수산시장…지금은?

입력 2019.08.13 (08:38) 수정 2019.08.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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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옛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마지막 명도집행이 이뤄졌습니다.

이로써 수협은 2년여 간에 걸친 10번의 명도집행으로 모든 점포가 폐쇄됐다며 조만간 철거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옛 시장을 떠나지 않는 상인들도 있습니다. 명도집행이 끝나지 않았다며 여건이 되는 한 장사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데요.

노량진 수산시장은 어떤 상황일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9일, 노량진 수산시장 내 옛 시장입니다.

법원 집행 인력과 수협 직원 등 백여 명이 시장 안으로 들어서는데요.

수십 명의 상인들이 막아섭니다.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막아서는 상인들 사이에 몸싸움까지 벌어집니다.

["왜 막는 거야! 막지 말라고! 생존권을 사수하자! 생존권을 사수하자!"]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명도집행 측과의 거친 싸움도 벌어집니다.

몸싸움 끝에 집기가 들려 나가고 간판까지 떼어집니다.

10번째 명도집행은 그렇게 두시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갈등에 상인들도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는데요.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해가 뜨자마자 와서 막 우리를 치고받고 싸우고 때려 부수고 날마다…. 손님이 없는 거보다도 그게 더 괴로운 거예요."]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은 그런 기분이죠. 그래도 우리는 또 이렇게 땅이 있잖아요. 땅이 있고 우리 생존권이 있으니까…."]

새 시장이 문을 연 2016년부터 동시에 시작된 노량진 시장의 한 지붕 두 살림 갈등.

옛 시장의 일부 상인들은 임대료, 점포 크기 등을 이유로 입주를 거부했습니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오토바이도 다니고 손수레도 다니고 그래야 돼요. 근데 거기는 사람 다니기도 힘들어요. 저기는 장식물 장사나 옷 장사나 마트(를 하기에 적합해요)."]

이처럼 2년 4개월 동안 계속돼온 갈등은 이번 명도집행으로 마무리됐다고 수협 측은 밝혔습니다.

[임현우/수협노량진수산 기획홍보팀 : "남은 10개 점포에 대해서 법원에 요청해서 명도 강제 집행을 실시했고요. 명도집행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구 시장에 대해서는 폐쇄 조치를 한 후에 사람들을 먼저 퇴거시키고 그다음에 철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옛 시장 상인들은 아직 모든 점포가 폐쇄된 게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윤헌주/노량진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위원장 : "오전 6시, 정말 이른 시간에 기습적으로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명도 집행 목적물 내에 있는 물건들을 다 들어내지 않고 집행관은 들어가고 서류로만 한 집행으로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약간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지만 전기를 끊는 그 정도의 수준의…."]

그날 오후, 여전히 옛 시장 상인들은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37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선풍기에 의지해 돗자리에 눕거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요.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겨울에 11월 5일에 (전기) 끊고 나서부터 우리는 자가발전으로 다 이렇게 살아요. 선풍기도 감사한 거지. 불도 안 들어왔었는데. 안 그래요?"]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전기도 없는데 에어컨이 어딨어요. 더워도 어쩔 수 없죠. 에어컨이 어딨어요. 지금 이것도 개인 전기, 외부에서 끌어 다 쓰는데…."]

전기가 끊긴 지 하루가 지나자, 한 상인이 수족관에서 뜰채로 생선을 건져냅니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다 끊어버렸죠. 기포기도 없고 뭣이 있어야 살죠. 세상에 광어 10만 원짜리가 (죽은 게) 몇 마리가 있어요."]

주말을 앞두고 많은 횟감을 채워 놨지만, 죽어버린 생선들을 보면서 속은 타들어 갑니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워낙 고기가 많으니까 못 가져갔어요. 다른 사람들은 가져갔는데…. 버려야죠. 몇백만 원어치. 아유, 몇백만 원어치만 돼요? 어마어마하죠. 이게 고기가 얼마나 죽었는데. 몇백만 원어치죠."]

40년 넘게 옛 시장에서 횟감을 팔아왔다는 이 상인은 그래도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합니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아이 말을 하지 말아요! 속상하게. 자리 뺏기고 다 내 생명을 뺏긴 건데…."]

지금의 옛 시장 입구입니다.

공사장처럼 보일 뿐 전혀 장사를 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죠.

대부분 손님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옆 건물 신 시장을 향하는 가운데, 옛 시장을 찾은 손님을 만났습니다.

["소금 뿌려서 구이를 하시던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해보고 그래도 이곳을 찾는다는데요.

[옛 시장 손님 : "저 오래됐어요. 햇수로 따지면 거의 한 7~8년은 돼가요. 저는 원래 이쪽에 와서 많이 와서 사 갔어요. 구 시장에서. 옛날부터 여기 와서 먹기도 많이 먹고…."]

단골 손님의 이런 방문이 반갑지만,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몰라 불안하다는 상인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열한 집 남았을 때는 전혀 장사를 못 했죠. 다 이렇게 막아 놓으니까 사람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장사도 너무 안되고…."]

몇 년 째 계속된 갈등에 당사자들의 몸과 마음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염성훈/서울시 광진구 : "서로 먹고살려고 하는 거니까 잘 조율해서 했으면 좋겠어요. 서로 받아들이면서 해야 될 거 같아요."]

[주변 상인 : "여기 보면 아는 언니들, 저기 보면 저기도 다 아는 언니들. 딱하잖아요. 여기 수산물 참 좋은 거 들어와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거 들어온단 말이에요. 다 가족 같은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 잘 돼야 할 건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명도집행은 10차례로 모두 끝났다며 마지막 철거에 나서겠다는 수협과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철거를 막겠다는 옛 시장 상인들.

옛 시장이나 새 시장이 아닌 그냥 노량진 수산시장이 더는 충돌 없이 시작되기를 모두들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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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3 08:39:40
    • 수정2019-08-13 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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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옛 노량진 수산시장에 대한 마지막 명도집행이 이뤄졌습니다.

이로써 수협은 2년여 간에 걸친 10번의 명도집행으로 모든 점포가 폐쇄됐다며 조만간 철거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옛 시장을 떠나지 않는 상인들도 있습니다. 명도집행이 끝나지 않았다며 여건이 되는 한 장사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데요.

노량진 수산시장은 어떤 상황일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지난 9일, 노량진 수산시장 내 옛 시장입니다.

법원 집행 인력과 수협 직원 등 백여 명이 시장 안으로 들어서는데요.

수십 명의 상인들이 막아섭니다.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막아서는 상인들 사이에 몸싸움까지 벌어집니다.

["왜 막는 거야! 막지 말라고! 생존권을 사수하자! 생존권을 사수하자!"]

상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명도집행 측과의 거친 싸움도 벌어집니다.

몸싸움 끝에 집기가 들려 나가고 간판까지 떼어집니다.

10번째 명도집행은 그렇게 두시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갈등에 상인들도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는데요.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해가 뜨자마자 와서 막 우리를 치고받고 싸우고 때려 부수고 날마다…. 손님이 없는 거보다도 그게 더 괴로운 거예요."]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은 그런 기분이죠. 그래도 우리는 또 이렇게 땅이 있잖아요. 땅이 있고 우리 생존권이 있으니까…."]

새 시장이 문을 연 2016년부터 동시에 시작된 노량진 시장의 한 지붕 두 살림 갈등.

옛 시장의 일부 상인들은 임대료, 점포 크기 등을 이유로 입주를 거부했습니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오토바이도 다니고 손수레도 다니고 그래야 돼요. 근데 거기는 사람 다니기도 힘들어요. 저기는 장식물 장사나 옷 장사나 마트(를 하기에 적합해요)."]

이처럼 2년 4개월 동안 계속돼온 갈등은 이번 명도집행으로 마무리됐다고 수협 측은 밝혔습니다.

[임현우/수협노량진수산 기획홍보팀 : "남은 10개 점포에 대해서 법원에 요청해서 명도 강제 집행을 실시했고요. 명도집행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구 시장에 대해서는 폐쇄 조치를 한 후에 사람들을 먼저 퇴거시키고 그다음에 철거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옛 시장 상인들은 아직 모든 점포가 폐쇄된 게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윤헌주/노량진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위원장 : "오전 6시, 정말 이른 시간에 기습적으로 들어왔습니다. 실제로 명도 집행 목적물 내에 있는 물건들을 다 들어내지 않고 집행관은 들어가고 서류로만 한 집행으로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약간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지만 전기를 끊는 그 정도의 수준의…."]

그날 오후, 여전히 옛 시장 상인들은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37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선풍기에 의지해 돗자리에 눕거나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요.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겨울에 11월 5일에 (전기) 끊고 나서부터 우리는 자가발전으로 다 이렇게 살아요. 선풍기도 감사한 거지. 불도 안 들어왔었는데. 안 그래요?"]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전기도 없는데 에어컨이 어딨어요. 더워도 어쩔 수 없죠. 에어컨이 어딨어요. 지금 이것도 개인 전기, 외부에서 끌어 다 쓰는데…."]

전기가 끊긴 지 하루가 지나자, 한 상인이 수족관에서 뜰채로 생선을 건져냅니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다 끊어버렸죠. 기포기도 없고 뭣이 있어야 살죠. 세상에 광어 10만 원짜리가 (죽은 게) 몇 마리가 있어요."]

주말을 앞두고 많은 횟감을 채워 놨지만, 죽어버린 생선들을 보면서 속은 타들어 갑니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워낙 고기가 많으니까 못 가져갔어요. 다른 사람들은 가져갔는데…. 버려야죠. 몇백만 원어치. 아유, 몇백만 원어치만 돼요? 어마어마하죠. 이게 고기가 얼마나 죽었는데. 몇백만 원어치죠."]

40년 넘게 옛 시장에서 횟감을 팔아왔다는 이 상인은 그래도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합니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아이 말을 하지 말아요! 속상하게. 자리 뺏기고 다 내 생명을 뺏긴 건데…."]

지금의 옛 시장 입구입니다.

공사장처럼 보일 뿐 전혀 장사를 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죠.

대부분 손님들의 발길도 자연스레 옆 건물 신 시장을 향하는 가운데, 옛 시장을 찾은 손님을 만났습니다.

["소금 뿌려서 구이를 하시던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해보고 그래도 이곳을 찾는다는데요.

[옛 시장 손님 : "저 오래됐어요. 햇수로 따지면 거의 한 7~8년은 돼가요. 저는 원래 이쪽에 와서 많이 와서 사 갔어요. 구 시장에서. 옛날부터 여기 와서 먹기도 많이 먹고…."]

단골 손님의 이런 방문이 반갑지만,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몰라 불안하다는 상인들.

[옛 시장 상인/음성변조 : "열한 집 남았을 때는 전혀 장사를 못 했죠. 다 이렇게 막아 놓으니까 사람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장사도 너무 안되고…."]

몇 년 째 계속된 갈등에 당사자들의 몸과 마음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염성훈/서울시 광진구 : "서로 먹고살려고 하는 거니까 잘 조율해서 했으면 좋겠어요. 서로 받아들이면서 해야 될 거 같아요."]

[주변 상인 : "여기 보면 아는 언니들, 저기 보면 저기도 다 아는 언니들. 딱하잖아요. 여기 수산물 참 좋은 거 들어와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거 들어온단 말이에요. 다 가족 같은 사람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 잘 돼야 할 건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명도집행은 10차례로 모두 끝났다며 마지막 철거에 나서겠다는 수협과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철거를 막겠다는 옛 시장 상인들.

옛 시장이나 새 시장이 아닌 그냥 노량진 수산시장이 더는 충돌 없이 시작되기를 모두들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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