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죽은 줄 알았던 그녀…4년 만에 법정에 선 남자의 사연은?

입력 2019.08.13 (11:21) 수정 2019.08.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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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의 어느 화요일 오전 11시.

전라북도 전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60대 남성 배 모 씨가 나타납니다.

연인관계인 40대 여성 박 모 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는데, 전화도 피하고 만나주지도 않자 앙심을 품고 박 씨의 집 앞으로 찾아온 겁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마침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나온 박 씨를 만납니다. 박 씨의 곁에 바짝 붙은 남성은 점퍼 안주머니에 있던 신문지로 감싼 20cm 남짓한 흉기를 살짝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자"라고 협박합니다.

그러고는 80m 남짓 떨어진 잡초 무성한 공터로 끌고 갔습니다.

남자는 그곳에서 "나는 못 헤어진다. 헤어질 바에 너를 죽이고 다른 곳에서 죽겠다"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면서 발로 여성의 몸을 걷어차 움푹 파인 구덩이에 빠뜨렸습니다.

배 씨는 구덩이에 빠진 피해자를 덮쳐 두 손으로 목을 조르고 이후 2차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박 씨가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자,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들통날까 두려웠는지 수풀로 쓰러진 여성의 몸을 가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 여성은 다행히 살아있었습니다.

깨어난 박 씨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병원으로 옮겨져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대로 달아났던 이 남성은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지난 1월 12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65세 남성 배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집행유예 없는 징역 5년을 선고합니다.

전주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보호 법익"이라며 "피고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배 씨는 선고형이 과하다며,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합니다.

지난 7월 23일 광주고등법원은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될 정도로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라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살해하려 했던 이 남성은 60대의 절반을 도망자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고, 70살을 넘겨서까지 감옥에 갇히게 됐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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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죽은 줄 알았던 그녀…4년 만에 법정에 선 남자의 사연은?
    • 입력 2019-08-13 11:21:13
    • 수정2019-08-13 20:05:15
    취재후·사건후
2014년 10월의 어느 화요일 오전 11시.

전라북도 전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60대 남성 배 모 씨가 나타납니다.

연인관계인 40대 여성 박 모 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았는데, 전화도 피하고 만나주지도 않자 앙심을 품고 박 씨의 집 앞으로 찾아온 겁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마침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나온 박 씨를 만납니다. 박 씨의 곁에 바짝 붙은 남성은 점퍼 안주머니에 있던 신문지로 감싼 20cm 남짓한 흉기를 살짝 보여주며 "이야기를 하자"라고 협박합니다.

그러고는 80m 남짓 떨어진 잡초 무성한 공터로 끌고 갔습니다.

남자는 그곳에서 "나는 못 헤어진다. 헤어질 바에 너를 죽이고 다른 곳에서 죽겠다"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면서 발로 여성의 몸을 걷어차 움푹 파인 구덩이에 빠뜨렸습니다.

배 씨는 구덩이에 빠진 피해자를 덮쳐 두 손으로 목을 조르고 이후 2차례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박 씨가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자,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들통날까 두려웠는지 수풀로 쓰러진 여성의 몸을 가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 여성은 다행히 살아있었습니다.

깨어난 박 씨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병원으로 옮겨져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그대로 달아났던 이 남성은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지난 1월 12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4월, 65세 남성 배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집행유예 없는 징역 5년을 선고합니다.

전주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보호 법익"이라며 "피고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배 씨는 선고형이 과하다며,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합니다.

지난 7월 23일 광주고등법원은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될 정도로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라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을 살해하려 했던 이 남성은 60대의 절반을 도망자의 신분으로 살아야 했고, 70살을 넘겨서까지 감옥에 갇히게 됐습니다.

[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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