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가나?…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에 쏠리는 눈길

입력 2019.08.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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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이 파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늘(13일) 부산 작전기지에서 아덴만 해역으로 출항했다. 4천400t급 구축함인 강감찬함은 5인치 주포 1문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SM-2 대공미사일, 대함 공격용 유도탄인 하푼 미사일과 SSM-700K 함대함 미사일, 대잠어뢰 발사기 등의 무기 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대함, 대공, 대잠 전투 능력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인원은 강감찬함 승조원을 비롯해 특전(UDT) 요원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등 3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청해부대는 2009년 3월 3일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됐다. 이후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을 통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를 아덴만 해상에서 성공적으로 구출하면서 청해부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 뒤에도 각종 구출 작전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해군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유로 청해부대 30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덴만 해역에서 해왔던 해적 퇴치와 선박 호위 등의 임무 외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라는 새로운 임무가 부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호위하는 다국적 연합체를 만들겠다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동참이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국제 사회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희망한다는 뜻을 사실상 전달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와 관련해 "호르무즈에 청해부대를 파견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익의 기준으로 결정하겠다"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파병 주무 부처인 국방부도 "미국으로부터 파병과 관련된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박 보호를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지난 1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한국이 도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며 "미국의 계획에 동참한다는 측면 이전에 우리 국익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상선을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만일 미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공식 요청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아덴만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가 파병 후보 1순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덴만과 호르무즈 해협 사이가 배로 사나흘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아덴만에서 작전을 수행하다가 명령만 떨어지면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으로 뱃머리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오늘 출항하는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은 이미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실시된 '해적대응 민관군 합동훈련'에서 강감찬함이 무인항공기 공격에 대응하는 훈련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청해부대 파병 부대가 무인항공기 대응 훈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호르무즈 파병에 대비한 훈련으로 해석된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이 미국의 무인정찰기를, 미국이 이란의 무인기를 각각 격추한 바 있다.

해군은 이 밖에도 호르무즈 파병이 결정될 경우 강감찬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강감찬함에 무기 체계를 새롭게 보강한 건 없다"면서도 "이미 강감찬함은 정규전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임무가 부여될 가능성에 대비해 전보다 더 준비해서 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해군이 '더 준비해서 간다'라고 말한 의미는 정규전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공중, 수상, 수중 전투에 대비해 장비를 정비해서 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해적 퇴치 임무의 경우 대부분 해상에서만 벌어지지만, 정규전이 벌어지면 군공기, 함정, 잠수함 등과도 격돌할 수 있으므로 강감찬함의 여러 무기체계와 장비를 이에 맞춰 준비한다는 얘기다.

다만 강감찬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바로 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에서 아직 공식 파병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도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강감찬함은 청해부대 29진 대조영함과 임무 교대를 하기 위해 아덴만 해역으로 가고 있다"며 "현재까지 다른 임무(호르무즈 파병)가 하달된 건 없다"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현재 강감찬함은 기존 임무 수행을 위해 아덴만으로 이동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청구서'가 곧 정식으로 날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의 호르무즈 해협 투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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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가나?…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에 쏠리는 눈길
    • 입력 2019-08-13 18:59:16
    취재K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이 파병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늘(13일) 부산 작전기지에서 아덴만 해역으로 출항했다. 4천400t급 구축함인 강감찬함은 5인치 주포 1문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SM-2 대공미사일, 대함 공격용 유도탄인 하푼 미사일과 SSM-700K 함대함 미사일, 대잠어뢰 발사기 등의 무기 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대함, 대공, 대잠 전투 능력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인원은 강감찬함 승조원을 비롯해 특전(UDT) 요원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Lynx)를 운용하는 항공대 등 3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청해부대는 2009년 3월 3일 아덴만 해역에서 우리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창설됐다. 이후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을 통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를 아덴만 해상에서 성공적으로 구출하면서 청해부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 뒤에도 각종 구출 작전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해군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유로 청해부대 30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덴만 해역에서 해왔던 해적 퇴치와 선박 호위 등의 임무 외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라는 새로운 임무가 부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호위하는 다국적 연합체를 만들겠다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동참이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국제 사회의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희망한다는 뜻을 사실상 전달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와 관련해 "호르무즈에 청해부대를 파견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익의 기준으로 결정하겠다"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파병 주무 부처인 국방부도 "미국으로부터 파병과 관련된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박 보호를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지난 1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한국이 도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며 "미국의 계획에 동참한다는 측면 이전에 우리 국익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상선을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만일 미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공식 요청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아덴만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가 파병 후보 1순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덴만과 호르무즈 해협 사이가 배로 사나흘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아덴만에서 작전을 수행하다가 명령만 떨어지면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으로 뱃머리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오늘 출항하는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은 이미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실시된 '해적대응 민관군 합동훈련'에서 강감찬함이 무인항공기 공격에 대응하는 훈련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청해부대 파병 부대가 무인항공기 대응 훈련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호르무즈 파병에 대비한 훈련으로 해석된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이 미국의 무인정찰기를, 미국이 이란의 무인기를 각각 격추한 바 있다.

해군은 이 밖에도 호르무즈 파병이 결정될 경우 강감찬함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강감찬함에 무기 체계를 새롭게 보강한 건 없다"면서도 "이미 강감찬함은 정규전 능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임무가 부여될 가능성에 대비해 전보다 더 준비해서 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해군이 '더 준비해서 간다'라고 말한 의미는 정규전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공중, 수상, 수중 전투에 대비해 장비를 정비해서 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해적 퇴치 임무의 경우 대부분 해상에서만 벌어지지만, 정규전이 벌어지면 군공기, 함정, 잠수함 등과도 격돌할 수 있으므로 강감찬함의 여러 무기체계와 장비를 이에 맞춰 준비한다는 얘기다.

다만 강감찬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바로 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에서 아직 공식 파병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도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강감찬함은 청해부대 29진 대조영함과 임무 교대를 하기 위해 아덴만 해역으로 가고 있다"며 "현재까지 다른 임무(호르무즈 파병)가 하달된 건 없다"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현재 강감찬함은 기존 임무 수행을 위해 아덴만으로 이동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청구서'가 곧 정식으로 날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의 호르무즈 해협 투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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