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찜통 차 안에 4살 원아 방치·사망케한 어른들…어떻게 됐을까?

입력 2019.08.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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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이 전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됐던 일이 있습니다.

섭씨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차 안에 4살 여아를 7시간이나 방치해 숨지게 한 일 때문입니다.

통학차량에 남은 아이를 파악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린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출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담임교사, 이 모든 것을 관리·감독해야 할 원장 등 총체적인 과실이 빚어낸 참극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아이의 처참한 죽음과 관련됐던 그때 그 '어른'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사고와 관련 있는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1심 선고를 받았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인솔교사에 1년 6개월의 금고형(금고는 징역형과 달리 노역을 시키지 않습니다), 운전기사와 담임교사에는 1년의 금고를 선고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리는 대신 4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지난 13일 항소심에서 사회봉사는 200시간으로 조정됐습니다).

순식간에 어린아이를 잃어야 했던 부모의 슬픔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형량 같지만, 책임자들의 사과와 합의 노력으로 유족들이 피고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판결문에 나옵니다.

업무상 과실이 명백한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들 일부는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한순간의 부주의' '사소한 부주의'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의의무는 '커다란 부주의', '중대한 부주의'에 속한다"라고 정리합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측의 어처구니없는 과실로 생때같은 어린 딸을 먼저 떠나보낸 유족들이 겪고 있을 정신적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이 크게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어린이 탑승 통학차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잇따랐습니다.

어린이 통학차량에 하차 확인장치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필요한 비용 등을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 4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제도가 다소나마 개선됐고, 대낮에 아이를 차량에 두는 것에 대한 경각심도 퍼졌을 겁니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같은 날이 되면 그 어린이의 고통스러웠던 죽음이 문득 떠오릅니다.

[연관기사] [앵커&리포트] 폭염 속 7시간 차량 방치된 아이 숨져…‘하차 확인 장비’ 필요

<판결문으로 구성한 그날 상황>

지난 7월 17일 화요일 오전 9시.

무더웠지만 평범했던 이 날 통학차에 태워 아이를 보낸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 알았을까요.

탑승 후 20여 분 지나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잠들어 있었습니다.

함께 탔던 9명의 아이 중 8명만 내렸는데, 차에서 내렸던 어른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등원 시간이 끝나갈 10시 무렵 담임교사는 아이가 등원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고 통학차량에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일 동두천시의 평균기온은 섭씨 26.8도, 최고기온은 32.2도. 밀폐된 사고 차량은 44.9도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나옵니다.

아이의 엄마는 오후 4시가 돼서야 '아이가 왜 오지 않았느냐'는 선생님의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열사병에 의한 질식으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소속 원아만 97명, 원장 포함 교직원만 18명에 이르는 대형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습니다.

동두천 일대에서 많은 학부모가 선호하는 곳으로 알려졌던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11월 1심 선고 후 폐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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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5 08:05:23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7월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이 전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됐던 일이 있습니다.

섭씨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차 안에 4살 여아를 7시간이나 방치해 숨지게 한 일 때문입니다.

통학차량에 남은 아이를 파악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린 인솔교사와 운전기사, 출결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담임교사, 이 모든 것을 관리·감독해야 할 원장 등 총체적인 과실이 빚어낸 참극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아이의 처참한 죽음과 관련됐던 그때 그 '어른'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당시 사고와 관련 있는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1심 선고를 받았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인솔교사에 1년 6개월의 금고형(금고는 징역형과 달리 노역을 시키지 않습니다), 운전기사와 담임교사에는 1년의 금고를 선고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리는 대신 4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지난 13일 항소심에서 사회봉사는 200시간으로 조정됐습니다).

순식간에 어린아이를 잃어야 했던 부모의 슬픔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형량 같지만, 책임자들의 사과와 합의 노력으로 유족들이 피고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판결문에 나옵니다.

업무상 과실이 명백한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들 일부는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한순간의 부주의' '사소한 부주의'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의의무는 '커다란 부주의', '중대한 부주의'에 속한다"라고 정리합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 측의 어처구니없는 과실로 생때같은 어린 딸을 먼저 떠나보낸 유족들이 겪고 있을 정신적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이 크게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어린이 탑승 통학차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잇따랐습니다.

어린이 통학차량에 하차 확인장치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필요한 비용 등을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난 4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제도가 다소나마 개선됐고, 대낮에 아이를 차량에 두는 것에 대한 경각심도 퍼졌을 겁니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같은 날이 되면 그 어린이의 고통스러웠던 죽음이 문득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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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구성한 그날 상황>

지난 7월 17일 화요일 오전 9시.

무더웠지만 평범했던 이 날 통학차에 태워 아이를 보낸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 알았을까요.

탑승 후 20여 분 지나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잠들어 있었습니다.

함께 탔던 9명의 아이 중 8명만 내렸는데, 차에서 내렸던 어른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등원 시간이 끝나갈 10시 무렵 담임교사는 아이가 등원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고 통학차량에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일 동두천시의 평균기온은 섭씨 26.8도, 최고기온은 32.2도. 밀폐된 사고 차량은 44.9도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나옵니다.

아이의 엄마는 오후 4시가 돼서야 '아이가 왜 오지 않았느냐'는 선생님의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열사병에 의한 질식으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소속 원아만 97명, 원장 포함 교직원만 18명에 이르는 대형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습니다.

동두천 일대에서 많은 학부모가 선호하는 곳으로 알려졌던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11월 1심 선고 후 폐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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