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세금 제때 내겠다는데,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라고요?”

입력 2019.08.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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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화물운송 등 소규모 사업을 하는 김희대 씨. 얼마 전, 국세청에서 '부가가치세 불성실 신고자' 적발 통보를 받았습니다. 세금 4천만 원을 더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상 못 한 통보에 김 씨는 급히 세금을 내려고 했지만, 갑자기 그 큰돈을 현금으로 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세금 납부가 늦어질수록 붙는 가산세가 신경 쓰인 김 씨는 고심 끝에 세무서에 "카드로 세금을 내도 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세무서 관계자는 "결제는 가능한데, 카드 수수료(0.8%)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금의 카드 납부 수수료를 납세자가 부담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김 씨는 "제가 손님에게 물건 팔면서 카드 수수료를 별도로 부과하면 불법이지 않으냐, 그런데 왜 국가는 수수료를 소비자인 납세자가 내라고 하느냐"고 따졌습니다.

세무서 관계자는 "수수료를 국가가 부담하면 현금으로 내는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카드 결제를 포기하고 어렵사리 현금을 구해 세금을 냈습니다.

이는 김 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자영업자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국세(國稅)를 카드로 낼 때 납세자에게 수수료 부담을 지우는 현행 제도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서울 종로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이근재 사장(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장사가 잘 안돼서 유동 자금이 부족할 때는 세금 체납을 하지 않기 위해서 카드로라도 내고 싶은데, 한 푼이 아쉬운 자영업자로선 수수료가 부담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지방세(地方稅)와의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재산세·자동차세·주민세 등의 지방세의 경우에는 국세와 달리 카드로 내도 납세자가 수수료를 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약을 통해 카드사가 입금된 카드 대금을 최장 40일간 운용하고 지방세금고에 내도록 허용돼 있어서 카드론 등의 이자 수익을 내 수수료 부담을 없앨 수 있지만, 국세는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수납 시 바로 국고에 내게 돼 있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요?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왜 어떤 세금은 카드로 내면 수수료를 납세자가 내야 하고, 어떤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되는지, 국민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행정을 일관성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국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세 카드 납부 수수료를 없애는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대표발의)'이 올해 초 제출됐습니다. 국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경우 수수료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같은 법안이 몇 차례 발의됐다가 논의 과정에서 통과가 무산됐던 만큼, 이번 법안도 통과가 될지, 되더라도 언제쯤 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당분간은 지금처럼 국세를 카드로 낼 때는 납세자가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고, 그게 부담스럽다면 어떻게든 현금을 구해서 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카드까지 써서라도 세금을 제때 내겠다는데, 그 수수료까지 납세자가 내라고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못참겠다>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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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5 0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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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화물운송 등 소규모 사업을 하는 김희대 씨. 얼마 전, 국세청에서 '부가가치세 불성실 신고자' 적발 통보를 받았습니다. 세금 4천만 원을 더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상 못 한 통보에 김 씨는 급히 세금을 내려고 했지만, 갑자기 그 큰돈을 현금으로 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세금 납부가 늦어질수록 붙는 가산세가 신경 쓰인 김 씨는 고심 끝에 세무서에 "카드로 세금을 내도 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세무서 관계자는 "결제는 가능한데, 카드 수수료(0.8%)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세금의 카드 납부 수수료를 납세자가 부담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김 씨는 "제가 손님에게 물건 팔면서 카드 수수료를 별도로 부과하면 불법이지 않으냐, 그런데 왜 국가는 수수료를 소비자인 납세자가 내라고 하느냐"고 따졌습니다.

세무서 관계자는 "수수료를 국가가 부담하면 현금으로 내는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카드 결제를 포기하고 어렵사리 현금을 구해 세금을 냈습니다.

이는 김 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자영업자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국세(國稅)를 카드로 낼 때 납세자에게 수수료 부담을 지우는 현행 제도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서울 종로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이근재 사장(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장사가 잘 안돼서 유동 자금이 부족할 때는 세금 체납을 하지 않기 위해서 카드로라도 내고 싶은데, 한 푼이 아쉬운 자영업자로선 수수료가 부담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지방세(地方稅)와의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재산세·자동차세·주민세 등의 지방세의 경우에는 국세와 달리 카드로 내도 납세자가 수수료를 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약을 통해 카드사가 입금된 카드 대금을 최장 40일간 운용하고 지방세금고에 내도록 허용돼 있어서 카드론 등의 이자 수익을 내 수수료 부담을 없앨 수 있지만, 국세는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수납 시 바로 국고에 내게 돼 있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요?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왜 어떤 세금은 카드로 내면 수수료를 납세자가 내야 하고, 어떤 세금은 내지 않아도 되는지, 국민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행정을 일관성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국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세 카드 납부 수수료를 없애는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대표발의)'이 올해 초 제출됐습니다. 국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경우 수수료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같은 법안이 몇 차례 발의됐다가 논의 과정에서 통과가 무산됐던 만큼, 이번 법안도 통과가 될지, 되더라도 언제쯤 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당분간은 지금처럼 국세를 카드로 낼 때는 납세자가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고, 그게 부담스럽다면 어떻게든 현금을 구해서 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카드까지 써서라도 세금을 제때 내겠다는데, 그 수수료까지 납세자가 내라고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못참겠다>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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