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제왕의 몰락?

입력 2019.08.15 (20:35) 수정 2019.08.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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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기현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오늘은 화면을 먼저 보실까요?

["베사메 베사메 무쵸~"]

'오페라의 제왕' 이라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입니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으며 작년에 일곱번 째 내한 공연을 가졌는데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유명한 그는 7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성악가 겸 지휘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밍고가 클래식 음악계 여성들에게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 마디로 '미투' 논란에 휩싸인 겁니다.

그래서 오늘의 키워드, '제왕의 몰락?'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오페라의 제왕' 플라시도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이라니 좀 충격적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혹이 제기되고 있나요?

[기자]

네. '성추행 의혹'은 지난 13일 AP통신 보도를 통해 나왔는데요,

여성 오페라 가수 8명과 무용수 1명 등 모두 9명이 과거 도밍고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도밍고의 부적절한 행위는 1980년대 말부터 30년에 걸쳐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여성들에 따르면, 원치 않는데도 도밍고가 계속 연락해오는 건 물론 노래 레슨과 연습, 배역 제공 등 일을 핑계로 자신의 집이나 호텔로 불러냈다고 합니다.

또 원치 않은 '신체 접촉'을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이들 여성 중 한 명은 도밍고와 2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여성, 성악가 '패트리샤 울프' 인데요,

도밍고가 예술 감독을 맡았던 미국 워싱턴 오페라에서 활동하다 은퇴했는데.

이번 폭로에 참여한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울프는 공연이 끝난 뒤 도밍고가 '오늘밤 집에 가야하냐'고 묻곤 했다고 밝혔습니다.

[패트리샤 울프/성악가 : "누군가 이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오늘 집에 가야해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확실히 성희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도밍고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 9명 중 7명은 도밍고의 접근을 거절한 뒤 자신들의 경력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AP통신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도밍고의 성추행이 음악계에서는 상당히 오래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도밍고 당사자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네, 도밍고는 일단 성명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는데요,

"30년 전까지나 거슬러 올라가는 일에 대해 익명의 개인이 제기한 주장은 당혹스럽고 부정확한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교류와 관계들이 항상 환영 받았고 합의된 것이었다고 믿는다"며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앵커]

이런 부인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도밍고의 예정됐던 공연들은 줄줄이 취소됐다죠?

[기자]

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각각 9월과 10월로 예정된 도밍고의 콘서트를 취소했구요,

도밍고가 예술감독과 총감독으로 있었던 로스앤젤레스 오페라단은 도밍고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도밍고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다음 달, 그러니까 9월 '맥베스'를 또 11월에는 '나비부인'을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측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종 결정을 미루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도밍고의 출연을 강행하겠다는 공연단체도 있긴 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오페라 '루이자 밀러' 공연에 도밍고가 예정대로 출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클래식계의 거장인 만큼 파장이 큰데요, 그런데 도밍고의 미투 논란, 클래식 음악계로 퍼지는 모양새에요?

[기자]

네, 사실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 바람은 2년 전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스캔들로 촉발됐는데요,

이 '미투' 바람이 클래식 음악계에도 불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인물은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인데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을 40년 동안 이끌어 온 거장입니다.

그런데 그가 소년 3명을 추행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으로부터 파면당했습니다.

또 다른 세계적 지휘자 샤를 뒤투아도 여성 성악가와 연주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요 국제 오케스트라에서 물러났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 이후 6개월간 50여명의 음악인이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했는데요,

신문은 '위대한 예술가들은 사회 관습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관념이 이들에게 도덕적 일탈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페라 거장의 성추행 의혹,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세계 클래식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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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제왕의 몰락?
    • 입력 2019-08-15 20:39:14
    • 수정2019-08-15 20:54:43
    글로벌24
[앵커]

전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기현정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오늘은 화면을 먼저 보실까요?

["베사메 베사메 무쵸~"]

'오페라의 제왕' 이라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입니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으며 작년에 일곱번 째 내한 공연을 가졌는데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테너로 유명한 그는 7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성악가 겸 지휘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밍고가 클래식 음악계 여성들에게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 마디로 '미투' 논란에 휩싸인 겁니다.

그래서 오늘의 키워드, '제왕의 몰락?'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앵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오페라의 제왕' 플라시도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이라니 좀 충격적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혹이 제기되고 있나요?

[기자]

네. '성추행 의혹'은 지난 13일 AP통신 보도를 통해 나왔는데요,

여성 오페라 가수 8명과 무용수 1명 등 모두 9명이 과거 도밍고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도밍고의 부적절한 행위는 1980년대 말부터 30년에 걸쳐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여성들에 따르면, 원치 않는데도 도밍고가 계속 연락해오는 건 물론 노래 레슨과 연습, 배역 제공 등 일을 핑계로 자신의 집이나 호텔로 불러냈다고 합니다.

또 원치 않은 '신체 접촉'을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이들 여성 중 한 명은 도밍고와 2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이 여성, 성악가 '패트리샤 울프' 인데요,

도밍고가 예술 감독을 맡았던 미국 워싱턴 오페라에서 활동하다 은퇴했는데.

이번 폭로에 참여한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울프는 공연이 끝난 뒤 도밍고가 '오늘밤 집에 가야하냐'고 묻곤 했다고 밝혔습니다.

[패트리샤 울프/성악가 : "누군가 이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서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오늘 집에 가야해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확실히 성희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도밍고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 9명 중 7명은 도밍고의 접근을 거절한 뒤 자신들의 경력에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AP통신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도밍고의 성추행이 음악계에서는 상당히 오래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도밍고 당사자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네, 도밍고는 일단 성명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는데요,

"30년 전까지나 거슬러 올라가는 일에 대해 익명의 개인이 제기한 주장은 당혹스럽고 부정확한 것" 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교류와 관계들이 항상 환영 받았고 합의된 것이었다고 믿는다"며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앵커]

이런 부인에도 불구하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도밍고의 예정됐던 공연들은 줄줄이 취소됐다죠?

[기자]

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각각 9월과 10월로 예정된 도밍고의 콘서트를 취소했구요,

도밍고가 예술감독과 총감독으로 있었던 로스앤젤레스 오페라단은 도밍고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습니다.

도밍고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다음 달, 그러니까 9월 '맥베스'를 또 11월에는 '나비부인'을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측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종 결정을 미루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도밍고의 출연을 강행하겠다는 공연단체도 있긴 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오페라 '루이자 밀러' 공연에 도밍고가 예정대로 출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클래식계의 거장인 만큼 파장이 큰데요, 그런데 도밍고의 미투 논란, 클래식 음악계로 퍼지는 모양새에요?

[기자]

네, 사실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 바람은 2년 전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 스캔들로 촉발됐는데요,

이 '미투' 바람이 클래식 음악계에도 불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인물은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인데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을 40년 동안 이끌어 온 거장입니다.

그런데 그가 소년 3명을 추행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으로부터 파면당했습니다.

또 다른 세계적 지휘자 샤를 뒤투아도 여성 성악가와 연주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요 국제 오케스트라에서 물러났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월 이후 6개월간 50여명의 음악인이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했는데요,

신문은 '위대한 예술가들은 사회 관습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관념이 이들에게 도덕적 일탈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페라 거장의 성추행 의혹,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세계 클래식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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