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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IMF위기를 말하는가?…1997년과 2019년을 비교해봤다
입력 2019.08.16 (07:00) 수정 2019.08.16 (07:01) 취재K
누가 IMF위기를 말하는가?…1997년과 2019년을 비교해봤다
"~ 피해가 얼마나 크고 깊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이 뚜렷하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도 되살아난다"

윗글은 한 경제지가 칼럼을 통해서 쓴 글이다. 미·중 무역갈등 속에 일본과의 갈등으로 우리 경제가 걱정된다며 IMF 외환위기까지 불러들였다.

"김영삼 정부시절 일본을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했다가 IMF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이번에도 일본발 금융위기가 오지 않을까 두렵다"

위 인터뷰는 한 경제지가 상장사 관계자가 한 말이라며 수많은 기업 중에 한 관계자, 그것도 이름도 밝히지 않은 한 관계자를 빌어서 한 인터뷰 내용이다. 그러면서 IMF 외환위기를 소환했다. 기사의 제목 역시 '일본발 제2의 IMF 사태 오나?'이다. 제목만 봐도 독자들은 불안하다. "정말 IMF 위기가 오나? 어떡하지?"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IMF 위기론은 요즘 경제지를 중심으로 수많은 기사에서 등장하고 있다. 정말로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이 IMF 외환위기 때를 생각할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일까?

① 1997년, 단기외채 급증이 유동성 위기 불렀다…2019년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2019년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사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1년 전인 1996년에 있었던 전격적인 OECD 가입이 독이 됐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을 위해 자본시장 자유화를 하면서 제도적으로 단기자본을 쉽게 빌려올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은 해외에서 단기자금을 빌려와 기업들이 투자하는데 빌려줬다. 그 돈을 빌려 쓴 기업들의 재무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한국경제가 그 전에 계속 그래왔듯이 건전성보다는 기업 오너의 입김이 더 컸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빌려와 쉽게 돈을 빌려줬다.

이렇게 해외 단기자본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1991년 391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외채는 1996년 1,047억 달러, 1997년 1,208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에서 빌려온 돈의 58%는 단기 채무였다.


이때 단기자금을 빌려오는데 가장 앞장 섰던 곳이 바로 종금사이다. 재벌들도 종금사를 만들어 단기자금을 가져다 썼다. 종금사들은 3개월 단기로 자금을 빌려 빌려줄 때는 90% 이상을 1년 이상 장기 대출로 빌려줬다.

1997년 7월 말 기준 종금사가 빌려온 단기자금은 126억 달러, 장기자금은 75억 달러로 단기자금이 70%가량 더 많았다. 반면 이렇게 빌려온 돈으로 대출을 해준 것을 보면 단기 대출은 40억 달러, 장기대출은 160억 달러로, 단기로 빌려와서 장기로 대출해줘 대출 기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호황만 계속되면 문제가 없지만 위기가 와서 단기자금의 상환을 연장해주지 않고 외국계 자본이 갚으라고 하면 자금 만기구조가 일치하지 않아 돈을 갚을 수 없었던 상황이다. 바로 우리나라 종금사들이 그렇게 무너졌다.

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을 시작으로 동남아 경제위기가 시작됐고, 위기감을 느낀 외국 자본들이 국내 종금사들에게 앞다퉈 단기자금 상환을 요구했다. 종금사들은 장기로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당장 갚을 돈이 없었다. 종금사의 연쇄부도는 외화유동성 부족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키고 은행들의 단기차입을 끊기게 했다.

그렇다면 2019년 현재는 어떨까? 지난 6월 말 기준 외채 규모는 4,198억 달러로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는 1,757억 달러이다. 비중으로 보면 단기외채는 42%가량 된다. IMF 외환위기 직전인 58%와 비교하면 크게 낮고, 외환위기 한참 전인 1991년보다도 낮다. 특히 단기외채의 절반가량은 순수한 외채라기보다는 국내에 있는 외국은행의 지점이 본점에서 빌린 일종의 현금 흐름으로 볼 수 있다.

② 1997년 외환보유고 바닥…2019년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이라도 많았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턱없이 적었다. 1997년 12월 18일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9.4억 달러까지 감소했다가 같은 해 연말 204억 달러로 조금 늘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08년 2,012억 달러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4,031억 1천만 달러까지 늘리며 창고에 달러를 많이 쌓아뒀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1997년 말 286%였던 것이 2008년 74%, 2017년 27.7%로 줄었다. 올 3월 기준 31.6%다. 1997년처럼 갑작스러운 자금유출이나 외환위기에 대한 방어막이 그만큼 튼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만 등 주변국과 비교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이라는 평가다.


③ 1997년 기업들의 무분별한 차입경영…2019년은?

1990년대 들어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많은 업종에서 규제 완화와 함께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에서 과잉투자가 이뤄졌고, 기업들은 너도나도 돈을 빌려 설비투자에 열을 올렸다. 빌린 돈을 갚아가면서 기업활동을 하면 문제없지만, 돈을 빌려준 곳에서 "당장 이달 안으로 돈을 갚아!"라고 할 경우 수익이 충분치 않고, 시장이 경색돼 자금줄이 막히면 부도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빌리더라도 적정한 규모로 부채비율을 조정해야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정부의 지원만 믿고,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서 과잉투자를 했다.

1997년 초 5조 7천억 원의 빚을 져 부도처리 된 한보철강을 보자. 정부의 비호 아래 대규모 대출을 끼고 제철소를 만들었지만, 한보는 사실 빚을 내서는 안 될 수준이었다. 1996년 6월 기준 한보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893%나 됐다. 수많은 대기업이 자기자본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져 설비투자에 나섰다가 태국발 외환위기로 돈이 빠져나가자 연쇄 부도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한보그룹은 특히나 심한 차입경영을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다른 기업들도 버는 돈에 비해 빌리는 돈이 너무 많았다. 1997년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96.3%로 미국 153.5%(96년), 일본 193.2%(96년), 대만 85.7%(95년) 등과 비교해도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019년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서 얼마나 부채관리를 하고 있을까? 정말 IMF 위기를 떠올릴 만큼 부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있는 걸까? 2018년 제조업 분야 부채비율은 63.9%, 전산업 부채비율은 91.5%로 안정적이다. 또, 올해 1분기 제조업 부채비율은 69%, 전산업 부채비율은 86.7%로 20여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채비율이 낮다.


결국, 지금의 우리 기업들은 외부 충격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대출금 회수 압박이 오더라도 IMF 외환위기 때처럼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물론 위기를 경고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미리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외면하고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면 오히려 불안감만 일으켜 심리적 위축만 가져다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신호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의심을 사게 된다.
  • 누가 IMF위기를 말하는가?…1997년과 2019년을 비교해봤다
    • 입력 2019.08.16 (07:00)
    • 수정 2019.08.16 (07:01)
    취재K
누가 IMF위기를 말하는가?…1997년과 2019년을 비교해봤다
"~ 피해가 얼마나 크고 깊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이 뚜렷하다. '경제위기 10년 주기설'도 되살아난다"

윗글은 한 경제지가 칼럼을 통해서 쓴 글이다. 미·중 무역갈등 속에 일본과의 갈등으로 우리 경제가 걱정된다며 IMF 외환위기까지 불러들였다.

"김영삼 정부시절 일본을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했다가 IMF 외환위기를 겪었는데, 이번에도 일본발 금융위기가 오지 않을까 두렵다"

위 인터뷰는 한 경제지가 상장사 관계자가 한 말이라며 수많은 기업 중에 한 관계자, 그것도 이름도 밝히지 않은 한 관계자를 빌어서 한 인터뷰 내용이다. 그러면서 IMF 외환위기를 소환했다. 기사의 제목 역시 '일본발 제2의 IMF 사태 오나?'이다. 제목만 봐도 독자들은 불안하다. "정말 IMF 위기가 오나? 어떡하지?"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IMF 위기론은 요즘 경제지를 중심으로 수많은 기사에서 등장하고 있다. 정말로 지금의 우리 경제 상황이 IMF 외환위기 때를 생각할 만큼 심각한 위기상황일까?

① 1997년, 단기외채 급증이 유동성 위기 불렀다…2019년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2019년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사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1년 전인 1996년에 있었던 전격적인 OECD 가입이 독이 됐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을 위해 자본시장 자유화를 하면서 제도적으로 단기자본을 쉽게 빌려올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은 해외에서 단기자금을 빌려와 기업들이 투자하는데 빌려줬다. 그 돈을 빌려 쓴 기업들의 재무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한국경제가 그 전에 계속 그래왔듯이 건전성보다는 기업 오너의 입김이 더 컸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빌려와 쉽게 돈을 빌려줬다.

이렇게 해외 단기자본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1991년 391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외채는 1996년 1,047억 달러, 1997년 1,208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에서 빌려온 돈의 58%는 단기 채무였다.


이때 단기자금을 빌려오는데 가장 앞장 섰던 곳이 바로 종금사이다. 재벌들도 종금사를 만들어 단기자금을 가져다 썼다. 종금사들은 3개월 단기로 자금을 빌려 빌려줄 때는 90% 이상을 1년 이상 장기 대출로 빌려줬다.

1997년 7월 말 기준 종금사가 빌려온 단기자금은 126억 달러, 장기자금은 75억 달러로 단기자금이 70%가량 더 많았다. 반면 이렇게 빌려온 돈으로 대출을 해준 것을 보면 단기 대출은 40억 달러, 장기대출은 160억 달러로, 단기로 빌려와서 장기로 대출해줘 대출 기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호황만 계속되면 문제가 없지만 위기가 와서 단기자금의 상환을 연장해주지 않고 외국계 자본이 갚으라고 하면 자금 만기구조가 일치하지 않아 돈을 갚을 수 없었던 상황이다. 바로 우리나라 종금사들이 그렇게 무너졌다.

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을 시작으로 동남아 경제위기가 시작됐고, 위기감을 느낀 외국 자본들이 국내 종금사들에게 앞다퉈 단기자금 상환을 요구했다. 종금사들은 장기로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당장 갚을 돈이 없었다. 종금사의 연쇄부도는 외화유동성 부족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키고 은행들의 단기차입을 끊기게 했다.

그렇다면 2019년 현재는 어떨까? 지난 6월 말 기준 외채 규모는 4,198억 달러로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는 1,757억 달러이다. 비중으로 보면 단기외채는 42%가량 된다. IMF 외환위기 직전인 58%와 비교하면 크게 낮고, 외환위기 한참 전인 1991년보다도 낮다. 특히 단기외채의 절반가량은 순수한 외채라기보다는 국내에 있는 외국은행의 지점이 본점에서 빌린 일종의 현금 흐름으로 볼 수 있다.

② 1997년 외환보유고 바닥…2019년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이라도 많았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턱없이 적었다. 1997년 12월 18일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9.4억 달러까지 감소했다가 같은 해 연말 204억 달러로 조금 늘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환보유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08년 2,012억 달러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4,031억 1천만 달러까지 늘리며 창고에 달러를 많이 쌓아뒀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1997년 말 286%였던 것이 2008년 74%, 2017년 27.7%로 줄었다. 올 3월 기준 31.6%다. 1997년처럼 갑작스러운 자금유출이나 외환위기에 대한 방어막이 그만큼 튼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만 등 주변국과 비교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이라는 평가다.


③ 1997년 기업들의 무분별한 차입경영…2019년은?

1990년대 들어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많은 업종에서 규제 완화와 함께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에서 과잉투자가 이뤄졌고, 기업들은 너도나도 돈을 빌려 설비투자에 열을 올렸다. 빌린 돈을 갚아가면서 기업활동을 하면 문제없지만, 돈을 빌려준 곳에서 "당장 이달 안으로 돈을 갚아!"라고 할 경우 수익이 충분치 않고, 시장이 경색돼 자금줄이 막히면 부도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빌리더라도 적정한 규모로 부채비율을 조정해야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정부의 지원만 믿고,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서 과잉투자를 했다.

1997년 초 5조 7천억 원의 빚을 져 부도처리 된 한보철강을 보자. 정부의 비호 아래 대규모 대출을 끼고 제철소를 만들었지만, 한보는 사실 빚을 내서는 안 될 수준이었다. 1996년 6월 기준 한보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893%나 됐다. 수많은 대기업이 자기자본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져 설비투자에 나섰다가 태국발 외환위기로 돈이 빠져나가자 연쇄 부도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한보그룹은 특히나 심한 차입경영을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다른 기업들도 버는 돈에 비해 빌리는 돈이 너무 많았다. 1997년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396.3%로 미국 153.5%(96년), 일본 193.2%(96년), 대만 85.7%(95년) 등과 비교해도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019년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서 얼마나 부채관리를 하고 있을까? 정말 IMF 위기를 떠올릴 만큼 부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고 있는 걸까? 2018년 제조업 분야 부채비율은 63.9%, 전산업 부채비율은 91.5%로 안정적이다. 또, 올해 1분기 제조업 부채비율은 69%, 전산업 부채비율은 86.7%로 20여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채비율이 낮다.


결국, 지금의 우리 기업들은 외부 충격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돼 대출금 회수 압박이 오더라도 IMF 외환위기 때처럼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물론 위기를 경고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미리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외면하고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면 오히려 불안감만 일으켜 심리적 위축만 가져다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신호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의심을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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