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금리 역전’ 쇼크…불황의 전조?

입력 2019.08.16 (08:09) 수정 2019.08.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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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여기서 R은 Recession, 즉 경기 침체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불황에 대한 공포,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텐데요

요즘 이 말이 국내외 자산 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불황을 알리는 여러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 징후 하나가 또 포착됐습니다.

바로 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흔히 우리가 돈을 맡길 때 몇 프로의 이자를 받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그게 바로 금리고요.

그렇다면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 어느 쪽 금리가 더 높을까요?

10년간 돈을 맡길 때와 2년간 돈을 맡길 때 받게 될 이자 당연히 10년짜리 장기 금리가 더 높아야 합니다.

오랜 기간 돈을 맡기는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 줄 모르니까, 그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 받는 이칩니다.

채권 시장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국가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도 기간이 길면 길수록 금리가 높습니다.

투자자들의 돈을 오래 묶어두는 만큼 그만한 대가를 더 쳐주는 이칩니다.

그런데 어제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장기채와 단기채의 금리가 역전이 된 겁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연초부터 지금까지 쭉 10년짜리 국채 금리가 2년짜리 보다 높았는데 어제 정반대 상황이 벌어집니다.

미국 10년짜리 국채 금리가 1.619%를 기록해, 2년물 금리 1.628%보다 낮았습니다.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 것은 12년 만입니다.

10년짜리 채권 금리가 이렇게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굉장히 많은 돈들이 장기 채권에 몰렸단 뜻입니다.

왜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에 눈을 돌린 걸까요?

경기가 심각하게 안 좋을거란 불안 심리 때문입니다.

공황에 가까울 정도로 강력한 경기 침체의 조짐이 짙어지면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에 몰리기 마련입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는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수익을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을 시장에선 '나쁜 신호'로 보는건 바로 이런 이유에섭니다.

이건 그간의 역사가 말해줍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1978년 이후 총 5번 나타났는데 예외 없이 경기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 2007년 6월 당시 미국에서 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약 1년 뒤인 2008년,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마치 운명론처럼 반복된 금리 역전과 경기 침체, 이런 트라우마 탓에 어제도 주식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뉴욕증시 오늘은 소폭 반등했습니다만 역전 당일 3% 폭락했습니다.

놀란 건 미국만이 아닙니다.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동반하락했습니다.

우리 증시는 광복절이라 휴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들짝 했는지, '말도 안되는, 미친 금리 역전이다' 트윗 날렸고요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를 향해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돈이 시중에 풀리게 금리 낮춰라 경기 부양에 일조 좀 해라 이런 겁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많아졌습니다.

[티파니 윌딩/월가 글로벌투자 전문가 : "연준이 확장을 계속 유지하려면 추가 편의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9월에 다시 금리 인하를 할것으로 예상합니다."]

불황의 경고음은 여기저기 울려대고 있습니다.

유럽 경제 대국 독일이 올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이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 이것이 미국 금리 역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습니다.

끝을 가늠하기 힘든 미·중 간 무역분쟁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경제에 어두운 조짐이 나타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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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만에 ‘금리 역전’ 쇼크…불황의 전조?
    • 입력 2019-08-16 08:15:10
    • 수정2019-08-16 1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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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여기서 R은 Recession, 즉 경기 침체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불황에 대한 공포,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텐데요

요즘 이 말이 국내외 자산 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불황을 알리는 여러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 징후 하나가 또 포착됐습니다.

바로 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겁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 흔히 우리가 돈을 맡길 때 몇 프로의 이자를 받는지를 먼저 따집니다.

그게 바로 금리고요.

그렇다면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 어느 쪽 금리가 더 높을까요?

10년간 돈을 맡길 때와 2년간 돈을 맡길 때 받게 될 이자 당연히 10년짜리 장기 금리가 더 높아야 합니다.

오랜 기간 돈을 맡기는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 줄 모르니까, 그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 받는 이칩니다.

채권 시장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국가나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발행하는 채권의 금리도 기간이 길면 길수록 금리가 높습니다.

투자자들의 돈을 오래 묶어두는 만큼 그만한 대가를 더 쳐주는 이칩니다.

그런데 어제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장기채와 단기채의 금리가 역전이 된 겁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연초부터 지금까지 쭉 10년짜리 국채 금리가 2년짜리 보다 높았는데 어제 정반대 상황이 벌어집니다.

미국 10년짜리 국채 금리가 1.619%를 기록해, 2년물 금리 1.628%보다 낮았습니다.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 것은 12년 만입니다.

10년짜리 채권 금리가 이렇게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굉장히 많은 돈들이 장기 채권에 몰렸단 뜻입니다.

왜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에 눈을 돌린 걸까요?

경기가 심각하게 안 좋을거란 불안 심리 때문입니다.

공황에 가까울 정도로 강력한 경기 침체의 조짐이 짙어지면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에 몰리기 마련입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는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수익을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을 시장에선 '나쁜 신호'로 보는건 바로 이런 이유에섭니다.

이건 그간의 역사가 말해줍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1978년 이후 총 5번 나타났는데 예외 없이 경기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 2007년 6월 당시 미국에서 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약 1년 뒤인 2008년,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마치 운명론처럼 반복된 금리 역전과 경기 침체, 이런 트라우마 탓에 어제도 주식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뉴욕증시 오늘은 소폭 반등했습니다만 역전 당일 3% 폭락했습니다.

놀란 건 미국만이 아닙니다.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동반하락했습니다.

우리 증시는 광복절이라 휴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들짝 했는지, '말도 안되는, 미친 금리 역전이다' 트윗 날렸고요 그러면서 연방준비제도를 향해 추가 금리 인하를 압박했습니다.

돈이 시중에 풀리게 금리 낮춰라 경기 부양에 일조 좀 해라 이런 겁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많아졌습니다.

[티파니 윌딩/월가 글로벌투자 전문가 : "연준이 확장을 계속 유지하려면 추가 편의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9월에 다시 금리 인하를 할것으로 예상합니다."]

불황의 경고음은 여기저기 울려대고 있습니다.

유럽 경제 대국 독일이 올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이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 이것이 미국 금리 역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습니다.

끝을 가늠하기 힘든 미·중 간 무역분쟁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타격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세계 경제에 어두운 조짐이 나타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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