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일본 수출심사 강화…석유화학 ‘안도’ 항공운송·기계 ‘울상’?

입력 2019.08.16 (11:53) 수정 2019.08.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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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 한국 배제를 각의에서 의결한 가운데 이에 따른 국내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공개한 '일본의 수출심사 강화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백색국가 배제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투자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직접적인 금수 조치는 아니지만, 심사 서류 미비 등의 구실로 인한 심사지연으로 실질적인 수출금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한·중·일 부품·소재 공급사슬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기술 자립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재 공급 의존도 형태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10년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이후 중국 의존도를 86%에서 55%까지 낮췄습니다.

구체적으로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맑음(제한적인 영향) :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조선, 자동차

피해가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비교적 영향이 제한적인 분야입니다. 국내 화학제품은 국산화율이 높고 일본 외 공급망이 다변화되어 있어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일본 주요 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CP 인증기업입니다. CP(Compliance Program) 인증 기업은 특별일반포괄허가형태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수출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철강도 국내 제품과 중국산 등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고, 고베제강 등 일본 대형 철강기업들은 CP 인증기업입니다. 다만 수입처 다변화에 따른 원가 상승이나 구매 경쟁으로 인한 가격 상승 등에 대해선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차전지는 국내 신성장 산업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이차전지 소재나 부품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선정할 우려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핵심 소재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있고 공급망이 다원화된 상태입니다. 일본 주요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 역시 CP 인증기업입니다.

전 세계 상선 건조시장에서 일본 점유율이 높은 선종은 거의 없습니다. 한국은 탱커선과 가스선, 컨테이너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은 벌크선 1위입니다. 초음파 어군탐지기 같은 기자재는 일본 수입 비중이 높지만, 노르웨이나 독일 등 유럽 업체로부터 대체재 확보가 수월합니다. 다만 조선 분야에서 우려되는 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일본 기업결합 승인 여부입니다. 인수 가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최종 인수까지도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동차 부품은 국산화율이 95% 이상입니다. 수출규제가 탄소섬유로 확대되면 수소차 생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아직 수소차 판매 비중이 높지 않아 단기적인 실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흐림(피해 주의) : 반도체, 건설

반도체는 일부 품목 수입의존도가 80~100%에 달합니다. 일본에서 관리하는 전략 물자 리스트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 관련 품목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특히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제조용 장비 대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국내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전 세계적인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출 전면 금지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로부터 CP 승인을 받은 1,300개 기업 가운데 기업명이 공개된 632개 기업의 목록과 이들 기업의 생산 품목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장비 기업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포토 리지스트와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반도체 소재나 장비 수급 관련 리스크는 처음 우려보다 대폭 낮아졌다는 분석입니다.

건설업의 경우 환경부가 올해 8월부터 수입 석탄재에 대해 방사능 검사 성적서 등을 전수 조사합니다. 일본산 수입 통관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멘트 사가 보유한 재고 부족으로 단기적인 생산 차질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석탄재는 국내산으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시멘트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다만 원가 부담 등이 시멘트 사의 매출액 등에 비해 큰 부담은 되지 않기 때문에 건설원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비(피해 우려) : 항공운송, 기계

항공운송은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갈등이 커지기 전만하더라도 국제선 여객에서 일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단일 국가로 전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일본이었습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비중이 큰 편입니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7월 중순 이후 여행객 수 하락세가 뚜렷하고, 이미 50개가 넘는 일본 노선이 중단되거나 축소됐습니다. 일본 여행객 수 감소는 항공운수업뿐 아니라 여행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합니다.

기계 제조업에서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은 공작기계입니다.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입니다. 단기간에 국제 경쟁우위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기계 제조업에서 공작기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출액 기준 5.2%로 낮은 편이지만 추가설비 도입의 어려움 등으로 애로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파급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최대 기계산업 중심지인 창원은 공작기계 국내 총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는데 지역 경제에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습니다.


■당초 우려보다는 제한적인 영향…"불확실성은 여전"

일본의 수출심사 강화에 따른 국내 산업별 영향이 전반적으로 당초 우려보다 낮을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는 CP 인증 기업들 때문입니다. CP 기업은 위험물질 등에 대한 수출 관리를 철저히 잘하고 있다는 인증을 받은 기업이어서 기존 수출 절차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CP 기업 리스트는 지난 5일에 공개됐습니다.

다만 CP 기업이 모든 리스크를 해소해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리스크 관리는 필요합니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CP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규모가 큰 기업일 가능성이 높은데, 중소기업들은 일본 파트너들도 중소기업인 경우가 많다."면서 "CP 기업 혜택을 못 받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CP 기업이 아닌 기업들의 수출심사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CP 기업들과 거래하는 대부분 품목들은 정상적으로 수입할 수 있지만 한두 개 품목만 차질이 생겨도 전체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산업별, 업체별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단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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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K] 일본 수출심사 강화…석유화학 ‘안도’ 항공운송·기계 ‘울상’?
    • 입력 2019-08-16 11:53:29
    • 수정2019-08-16 14:45:41
    취재K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 한국 배제를 각의에서 의결한 가운데 이에 따른 국내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공개한 '일본의 수출심사 강화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백색국가 배제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투자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직접적인 금수 조치는 아니지만, 심사 서류 미비 등의 구실로 인한 심사지연으로 실질적인 수출금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한·중·일 부품·소재 공급사슬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기술 자립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재 공급 의존도 형태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10년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이후 중국 의존도를 86%에서 55%까지 낮췄습니다.

구체적으로 산업별 영향을 분석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맑음(제한적인 영향) : 석유화학, 철강, 이차전지, 조선, 자동차

피해가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비교적 영향이 제한적인 분야입니다. 국내 화학제품은 국산화율이 높고 일본 외 공급망이 다변화되어 있어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일본 주요 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CP 인증기업입니다. CP(Compliance Program) 인증 기업은 특별일반포괄허가형태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수출 절차와 동일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철강도 국내 제품과 중국산 등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고, 고베제강 등 일본 대형 철강기업들은 CP 인증기업입니다. 다만 수입처 다변화에 따른 원가 상승이나 구매 경쟁으로 인한 가격 상승 등에 대해선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차전지는 국내 신성장 산업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이차전지 소재나 부품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선정할 우려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핵심 소재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있고 공급망이 다원화된 상태입니다. 일본 주요 이차전지 소재 기업들 역시 CP 인증기업입니다.

전 세계 상선 건조시장에서 일본 점유율이 높은 선종은 거의 없습니다. 한국은 탱커선과 가스선, 컨테이너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은 벌크선 1위입니다. 초음파 어군탐지기 같은 기자재는 일본 수입 비중이 높지만, 노르웨이나 독일 등 유럽 업체로부터 대체재 확보가 수월합니다. 다만 조선 분야에서 우려되는 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일본 기업결합 승인 여부입니다. 인수 가능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최종 인수까지도 예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동차 부품은 국산화율이 95% 이상입니다. 수출규제가 탄소섬유로 확대되면 수소차 생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아직 수소차 판매 비중이 높지 않아 단기적인 실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흐림(피해 주의) : 반도체, 건설

반도체는 일부 품목 수입의존도가 80~100%에 달합니다. 일본에서 관리하는 전략 물자 리스트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 관련 품목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특히 생산 공정에 필수적인 제조용 장비 대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국내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전 세계적인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수출 전면 금지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그리고 일본 정부로부터 CP 승인을 받은 1,300개 기업 가운데 기업명이 공개된 632개 기업의 목록과 이들 기업의 생산 품목을 분석한 결과, 반도체 장비 기업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포토 리지스트와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반도체 소재나 장비 수급 관련 리스크는 처음 우려보다 대폭 낮아졌다는 분석입니다.

건설업의 경우 환경부가 올해 8월부터 수입 석탄재에 대해 방사능 검사 성적서 등을 전수 조사합니다. 일본산 수입 통관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멘트 사가 보유한 재고 부족으로 단기적인 생산 차질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석탄재는 국내산으로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시멘트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다만 원가 부담 등이 시멘트 사의 매출액 등에 비해 큰 부담은 되지 않기 때문에 건설원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비(피해 우려) : 항공운송, 기계

항공운송은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갈등이 커지기 전만하더라도 국제선 여객에서 일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습니다. 단일 국가로 전체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일본이었습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비중이 큰 편입니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7월 중순 이후 여행객 수 하락세가 뚜렷하고, 이미 50개가 넘는 일본 노선이 중단되거나 축소됐습니다. 일본 여행객 수 감소는 항공운수업뿐 아니라 여행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합니다.

기계 제조업에서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은 공작기계입니다.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입니다. 단기간에 국제 경쟁우위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기계 제조업에서 공작기계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출액 기준 5.2%로 낮은 편이지만 추가설비 도입의 어려움 등으로 애로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파급 영향이 클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최대 기계산업 중심지인 창원은 공작기계 국내 총생산의 70%를 담당하고 있는데 지역 경제에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습니다.


■당초 우려보다는 제한적인 영향…"불확실성은 여전"

일본의 수출심사 강화에 따른 국내 산업별 영향이 전반적으로 당초 우려보다 낮을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는 CP 인증 기업들 때문입니다. CP 기업은 위험물질 등에 대한 수출 관리를 철저히 잘하고 있다는 인증을 받은 기업이어서 기존 수출 절차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CP 기업 리스트는 지난 5일에 공개됐습니다.

다만 CP 기업이 모든 리스크를 해소해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리스크 관리는 필요합니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CP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규모가 큰 기업일 가능성이 높은데, 중소기업들은 일본 파트너들도 중소기업인 경우가 많다."면서 "CP 기업 혜택을 못 받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CP 기업이 아닌 기업들의 수출심사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CP 기업들과 거래하는 대부분 품목들은 정상적으로 수입할 수 있지만 한두 개 품목만 차질이 생겨도 전체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산업별, 업체별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진단과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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