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에 페허 된 마을 ‘그대로’ 보존…진정한 반성과 화해는?

입력 2019.08.16 (12:30) 수정 2019.08.1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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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1 운동 직후 일제가 무고한 주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제암리 학살 사건.

이 제암리 사건과 똑 닮은 일이 프랑스에서도 있었습니다.

독일 나치에 의해 한 마을이 초토화되고 하룻새 주민 수백 명이 학살된 건데요.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참혹한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 생생한 '역사의 장'으로 남겼습니다.

양민효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령마을 같은 이곳에선 75년 전, 시간이 멈춰버렸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작은 마을 오라두르 쉬르 글란에 비극이 닥친 건 1944년 6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한 지 나흘 뒤, 북으로 진격하던 독일 나치군이 분풀이로 마을을 덮친 겁니다.

주민들을 모아 총살하고, 아이들과 여성들을 성당에 가둔 뒤 불을 지르고 총을 쐈습니다.

주민 642명이 학살당했습니다. 당시 살아남은 이는 단 6명.

[로베르 에브라/나치 민간인 생존자 : "다른 친구들과 여기쯤 서 있었어요. 총을 쏘고 수류탄을 터트렸습니다. 시신 위에 시신이 쌓였습니다."]

'뚜껑 없는 관'으로 불리던 이곳엔 절망처럼 잡초들이 자라났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을 '복원'이 아닌, '보존'하기로 한 건 참사 그 이듬해인 1945년입니다.

당시 프랑스 임시정부의 수반이던 드골 장군이 '이곳은 전쟁 학살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보존을 결정한 겁니다.

'오라두르 쉬르 글란'은 이제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현장이 돼 해마다 30만 명이 찾습니다.

6년 전엔 독일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프랑스 대통령과 생존자를 부축해 함께 걸으며 민간인 학살을 사죄했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화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라두르 쉬르 글란에서 KBS 뉴스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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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치에 페허 된 마을 ‘그대로’ 보존…진정한 반성과 화해는?
    • 입력 2019-08-16 12:31:20
    • 수정2019-08-16 12:44:57
    뉴스 12
[앵커]

3.1 운동 직후 일제가 무고한 주민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제암리 학살 사건.

이 제암리 사건과 똑 닮은 일이 프랑스에서도 있었습니다.

독일 나치에 의해 한 마을이 초토화되고 하룻새 주민 수백 명이 학살된 건데요.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참혹한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 생생한 '역사의 장'으로 남겼습니다.

양민효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유령마을 같은 이곳에선 75년 전, 시간이 멈춰버렸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작은 마을 오라두르 쉬르 글란에 비극이 닥친 건 1944년 6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한 지 나흘 뒤, 북으로 진격하던 독일 나치군이 분풀이로 마을을 덮친 겁니다.

주민들을 모아 총살하고, 아이들과 여성들을 성당에 가둔 뒤 불을 지르고 총을 쐈습니다.

주민 642명이 학살당했습니다. 당시 살아남은 이는 단 6명.

[로베르 에브라/나치 민간인 생존자 : "다른 친구들과 여기쯤 서 있었어요. 총을 쏘고 수류탄을 터트렸습니다. 시신 위에 시신이 쌓였습니다."]

'뚜껑 없는 관'으로 불리던 이곳엔 절망처럼 잡초들이 자라났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을 '복원'이 아닌, '보존'하기로 한 건 참사 그 이듬해인 1945년입니다.

당시 프랑스 임시정부의 수반이던 드골 장군이 '이곳은 전쟁 학살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보존을 결정한 겁니다.

'오라두르 쉬르 글란'은 이제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현장이 돼 해마다 30만 명이 찾습니다.

6년 전엔 독일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프랑스 대통령과 생존자를 부축해 함께 걸으며 민간인 학살을 사죄했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화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라두르 쉬르 글란에서 KBS 뉴스 양민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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