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수업도 환불도 제멋대로’…믿고 보냈더니 무허가 기숙학원

입력 2019.08.16 (21:31) 수정 2019.08.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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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학때 아이가 좀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숙학원에 보내보면 어떨까,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들 많으시죠.

꼼꼼히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믿고 보냈는데, 정식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 영업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제대로 수업이 이뤄질 리가 없겠죠.

현장K, 김지숙 기자입니다.​​

[리포트]

조희정 씨는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고등학교 2학년 딸을 기숙학원에 보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3주 과정에 250만 원이나 냈는데, 수업이 엉망이었다고 말합니다.

[조희정/서울 양천구 : "엄마 내가 여기 있어야 되는지 없어야 되는지 잘 모르겠대요, 의문이 든대요. '그럼 지금까지 수업이 제대로 안되냐' 했더니 안됐대요."]

다른 학생이 어머니에게 쓴 쪽지,

첫날부터 사흘간 시간표가 나오지 않았고 약속한 소규모 수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합니다.

강화도에 있는 학원으로 찾아가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학생 A : "처음 할 때는 거의 다 자습이었어요."]

[학생 B: "과학 선생님이나 그런 분도 거의 안 왔어요."]

그러나, 학원측은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하루 정도는 못들어올 수 있습니다. 오다가 차 사고가 있을 수도 있고 첫날만 빼고 나머지는 다들 오셨고.. (첫날엔 왜 못 오신거예요?) 시간표가 안 짜여져서요."]

학생이 70명 넘게 있었던 이곳엔 지금은 7명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약속한 수업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불법 시설이란 게 드러나면서 학생 대부분이 퇴소한 겁니다.

애초부터 기숙학원으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학원 부지에 있는 건물 두 동 가운데 한 동은 학원이지만, 한 동은 숙박시설로 신고돼 있습니다.

[우태형/강화교육지원청 : "기숙사동 같은 경우는 학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레지던스 호텔로 해서 등록했습니다."]

[피해 학부모/음성변조 : "아이들 식단 문제도 엉망이었고, 일주일동안 세탁도 안 돼서 냄새나고 땀나는 옷도 계속 그냥 입고 있었고..."]

운영자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홍보한 사람들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떠넘깁니다.

[기숙학원 시설 운영자/음성변조 : "'기숙학원'이라고 그 사람들(모집자)은 선전을 했죠. 저희는 그 사람들이 어떤 광고를 하는지, 홈페이지도 잘 몰랐어요."]

왜 이런 학원에 학생들이 모여들었을까.

기숙학원 학생을 모집한 남성은 자신을 대치동 학원의 상담실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해당 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연계해 주겠다며 학생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대치동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명함을 파달라' 저희한테. 이렇게 해야 주말반 모으기가 쉬울 것 같다(고 했어요).근무를 하거나 그러진 않았고 저도 이번에 처음 뵀어요"]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지난 겨울에도 김포에서 불법 기숙학원을 운영하다 처벌받은 인물이었습니다.

유명 학원의 이름을 짜깁기해 캠프 이름을 짓고, 학생들을 모았습니다.

[사칭 피해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여러 번 이런 식으로 사칭해서 불법 캠프를 여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분이 또 하신대요?"]

강화교육지원청은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퇴소한 학생 대부분은 아직 학원비를 돌려받지 못한 상황.

하지만 학생들 학원비가 2억 원에 가까운 반면, 환불을 안 해줄 경우 처벌은 벌점과 과태료 최대 3백만원에 불과합니다.

현장K 김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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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수업도 환불도 제멋대로’…믿고 보냈더니 무허가 기숙학원
    • 입력 2019-08-16 21:35:54
    • 수정2019-08-16 22: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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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학때 아이가 좀더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기숙학원에 보내보면 어떨까,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들 많으시죠.

꼼꼼히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믿고 보냈는데, 정식 허가도 받지 않고 불법 영업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제대로 수업이 이뤄질 리가 없겠죠.

현장K, 김지숙 기자입니다.​​

[리포트]

조희정 씨는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고등학교 2학년 딸을 기숙학원에 보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3주 과정에 250만 원이나 냈는데, 수업이 엉망이었다고 말합니다.

[조희정/서울 양천구 : "엄마 내가 여기 있어야 되는지 없어야 되는지 잘 모르겠대요, 의문이 든대요. '그럼 지금까지 수업이 제대로 안되냐' 했더니 안됐대요."]

다른 학생이 어머니에게 쓴 쪽지,

첫날부터 사흘간 시간표가 나오지 않았고 약속한 소규모 수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합니다.

강화도에 있는 학원으로 찾아가 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학생 A : "처음 할 때는 거의 다 자습이었어요."]

[학생 B: "과학 선생님이나 그런 분도 거의 안 왔어요."]

그러나, 학원측은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하루 정도는 못들어올 수 있습니다. 오다가 차 사고가 있을 수도 있고 첫날만 빼고 나머지는 다들 오셨고.. (첫날엔 왜 못 오신거예요?) 시간표가 안 짜여져서요."]

학생이 70명 넘게 있었던 이곳엔 지금은 7명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약속한 수업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불법 시설이란 게 드러나면서 학생 대부분이 퇴소한 겁니다.

애초부터 기숙학원으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학원 부지에 있는 건물 두 동 가운데 한 동은 학원이지만, 한 동은 숙박시설로 신고돼 있습니다.

[우태형/강화교육지원청 : "기숙사동 같은 경우는 학원에서 사용하지 않고 레지던스 호텔로 해서 등록했습니다."]

[피해 학부모/음성변조 : "아이들 식단 문제도 엉망이었고, 일주일동안 세탁도 안 돼서 냄새나고 땀나는 옷도 계속 그냥 입고 있었고..."]

운영자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홍보한 사람들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떠넘깁니다.

[기숙학원 시설 운영자/음성변조 : "'기숙학원'이라고 그 사람들(모집자)은 선전을 했죠. 저희는 그 사람들이 어떤 광고를 하는지, 홈페이지도 잘 몰랐어요."]

왜 이런 학원에 학생들이 모여들었을까.

기숙학원 학생을 모집한 남성은 자신을 대치동 학원의 상담실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해당 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연계해 주겠다며 학생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습니다.

[대치동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명함을 파달라' 저희한테. 이렇게 해야 주말반 모으기가 쉬울 것 같다(고 했어요).근무를 하거나 그러진 않았고 저도 이번에 처음 뵀어요"]

알고 보니 이 남성은 지난 겨울에도 김포에서 불법 기숙학원을 운영하다 처벌받은 인물이었습니다.

유명 학원의 이름을 짜깁기해 캠프 이름을 짓고, 학생들을 모았습니다.

[사칭 피해 학원 관계자/음성변조 : "여러 번 이런 식으로 사칭해서 불법 캠프를 여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분이 또 하신대요?"]

강화교육지원청은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퇴소한 학생 대부분은 아직 학원비를 돌려받지 못한 상황.

하지만 학생들 학원비가 2억 원에 가까운 반면, 환불을 안 해줄 경우 처벌은 벌점과 과태료 최대 3백만원에 불과합니다.

현장K 김지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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