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해외 ‘친일파 육성’ 연 1조 원 투입…우리는?

입력 2019.08.1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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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거절 끝에 3시간 소녀상 전시…"일본 방해 있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의회 내 방문자 센터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미국 정치의 심장인 연방의회 안에 소녀상이 전시된 건 당시가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3번의 승인 거부 끝에 이뤄진 행사라 감회도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전시 시간은 단 3시간, 그것도 업무가 모두 끝난 오후 5시 이후여서 실제로 이 소녀상 전시를 본 의회 방문객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의회 내 방문자 센터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특별 전시회지난해 6월 미국 연방의회 내 방문자 센터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특별 전시회

이 전시회를 주관한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장은 "일본의 집요한 방해 로비가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 전 회장은 "일본 측이 소녀상 전시를 막기 위해 의원들 사무실로 항의 전화를 걸고 협박 편지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로비 단체까지 동원해 기업 후원을 끊겠다는 위협도 있었다고 합니다.

日, 소녀상 전시 방해에 로비회사 동원

이런 일본 측의 소녀상 전시 방해 로비는 공식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외국 로비 대리인 등록법(Foreign Agent Registration Act)'에 따라 외국 정부나 기업 등을 위해 미국 내에서 로비 활동을 할 경우 이를 법무부에 신고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게 돼 있는데, 일본 대사관의 의뢰를 받은 로비회사 포브스-테이트(Forbes Tate Parters)가 미 의회 내 소녀상 전시와 관련해 의회 직원과 접촉했다는 활동 내역을 신고한 겁니다.


포브스-테이트가 일본 대사관과 맺은 계약서를 확인해봤습니다.

뉴욕한인회가 의회 내 소녀상 전시를 추진하던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계약이 이뤄졌는데 총 계약 금액은 23만 천 달러, 우리 돈으로 2억 8천만 원이었습니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마이크 혼다(Mike Honda) 전 하원의원 역시 KBS 취재진에 결의안 통과 당시 자신도 일본 측으로부터 심한 반대 로비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혼다 전 의원은 이런 일본의 로비 활동에 대해 '끔찍하다(horrified)'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그가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일본 측의 반대 로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日, 친일파 육성에 연 1조 원 투입…우리나라는?

일본은 이처럼 자국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로비 자금은 '전략적 홍보 예산'으로 불리는 공공외교 예산에서 나오는데 최근 이 예산 액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5년 500억 엔(약 6천억 원)이던 전략적 홍보 예산은 올해 712억 엔(약 8,230억 원)으로 40%가량 증가했고 내년엔 1조 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참의원이 작성한 관련 예산 설명서를 확인해봤더니, 이 예산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존재감과 이해도, 호감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일본의 올바른 모습 (日本の 正しい姿)'을 알리고 친일파·지일파를 육성(親日派・知日派の育成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즉 자국에 불리하거나 부정적인 이슈를 덮고, 우호적인 지지층 확보를 위해 연 1조 원 안팎의 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입니다.

특히 영토와 주권, 역사 문제 대응을 위해 국내외 싱크탱크 지원 예산으로만 57억 엔, 우리 돈 658억 원을 쏟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해외 연구기관과 싱크탱크에 지원하는 예산은 64억 원으로, 일본의 1/10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체 공공외교 예산도 158억 원으로 일본의 1/50 정도에 그쳤습니다.

이런 예산 격차는 결국 외교전에서의 열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19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영토와 역사에 대한 일본적 시각을 확산시키는 것을 주요 국가과제로 내걸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의 정계・학계 등에 대한 전방위 공공외교에 나서면서 일본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공외교 전문가인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공공외교 전략이 있더라도, 결국은 예산이 뒷받침해줘야 한다"면서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담론이나 스토리 만드는 건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고 상당한 투자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초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이 넘는 '초슈퍼 예산안'일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 예산안에 '친한파','지한파'를 키울 예산은 얼마나 담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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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은 해외 ‘친일파 육성’ 연 1조 원 투입…우리는?
    • 입력 2019-08-17 13:06:48
    취재K
3번 거절 끝에 3시간 소녀상 전시…"일본 방해 있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의회 내 방문자 센터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미국 정치의 심장인 연방의회 안에 소녀상이 전시된 건 당시가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3번의 승인 거부 끝에 이뤄진 행사라 감회도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전시 시간은 단 3시간, 그것도 업무가 모두 끝난 오후 5시 이후여서 실제로 이 소녀상 전시를 본 의회 방문객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의회 내 방문자 센터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특별 전시회
이 전시회를 주관한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장은 "일본의 집요한 방해 로비가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 전 회장은 "일본 측이 소녀상 전시를 막기 위해 의원들 사무실로 항의 전화를 걸고 협박 편지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로비 단체까지 동원해 기업 후원을 끊겠다는 위협도 있었다고 합니다.

日, 소녀상 전시 방해에 로비회사 동원

이런 일본 측의 소녀상 전시 방해 로비는 공식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외국 로비 대리인 등록법(Foreign Agent Registration Act)'에 따라 외국 정부나 기업 등을 위해 미국 내에서 로비 활동을 할 경우 이를 법무부에 신고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게 돼 있는데, 일본 대사관의 의뢰를 받은 로비회사 포브스-테이트(Forbes Tate Parters)가 미 의회 내 소녀상 전시와 관련해 의회 직원과 접촉했다는 활동 내역을 신고한 겁니다.


포브스-테이트가 일본 대사관과 맺은 계약서를 확인해봤습니다.

뉴욕한인회가 의회 내 소녀상 전시를 추진하던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계약이 이뤄졌는데 총 계약 금액은 23만 천 달러, 우리 돈으로 2억 8천만 원이었습니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마이크 혼다(Mike Honda) 전 하원의원 역시 KBS 취재진에 결의안 통과 당시 자신도 일본 측으로부터 심한 반대 로비를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혼다 전 의원은 이런 일본의 로비 활동에 대해 '끔찍하다(horrified)'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그가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일본 측의 반대 로비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日, 친일파 육성에 연 1조 원 투입…우리나라는?

일본은 이처럼 자국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로비 자금은 '전략적 홍보 예산'으로 불리는 공공외교 예산에서 나오는데 최근 이 예산 액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5년 500억 엔(약 6천억 원)이던 전략적 홍보 예산은 올해 712억 엔(약 8,230억 원)으로 40%가량 증가했고 내년엔 1조 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참의원이 작성한 관련 예산 설명서를 확인해봤더니, 이 예산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존재감과 이해도, 호감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일본의 올바른 모습 (日本の 正しい姿)'을 알리고 친일파·지일파를 육성(親日派・知日派の育成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즉 자국에 불리하거나 부정적인 이슈를 덮고, 우호적인 지지층 확보를 위해 연 1조 원 안팎의 돈을 쏟아붓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침입니다.

특히 영토와 주권, 역사 문제 대응을 위해 국내외 싱크탱크 지원 예산으로만 57억 엔, 우리 돈 658억 원을 쏟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해외 연구기관과 싱크탱크에 지원하는 예산은 64억 원으로, 일본의 1/10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체 공공외교 예산도 158억 원으로 일본의 1/50 정도에 그쳤습니다.

이런 예산 격차는 결국 외교전에서의 열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19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영토와 역사에 대한 일본적 시각을 확산시키는 것을 주요 국가과제로 내걸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의 정계・학계 등에 대한 전방위 공공외교에 나서면서 일본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공외교 전문가인 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좋은 공공외교 전략이 있더라도, 결국은 예산이 뒷받침해줘야 한다"면서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담론이나 스토리 만드는 건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고 상당한 투자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초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이 넘는 '초슈퍼 예산안'일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 예산안에 '친한파','지한파'를 키울 예산은 얼마나 담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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