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 먹는 하마’ 중국…동남아 과일 농업 ‘흔들’

입력 2019.08.17 (21:47) 수정 2019.08.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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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동시에 가졌다는 두리안.

과일의 황제라고도 불리고 가격도 꽤 비싼 편이죠.

태국 등 동남아가 주산지인데, 중국인들이 두리안을 너무 좋아해서 동남아 두리안을 싹쓸이하다시피 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두리안 재배를 위해 멀쩡한 산이 훼손되는가 하면 동남아 과일 산업의 중국 의존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콕 유석조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태국 방콕 근교에 있는 한 과일 뷔페.

관광객들을 실은 대형 버스들이 계속 들어옵니다.

태국인들도 있지만 다양한 열대 과일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은 단연 두리안입니다.

[리시아/중국인 관광객 : "처음에 두리안을 먹었을 때는 이상하고 냄새도 강했는데 여러 번 먹어보니 맛이 좋고 이제는 냄새도 좋아요."]

[아이/중국인 관광객 : "처음에는 두리안이 주로 (중국) 광둥에서 팔렸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점차 판매 지역이 확대되고 이제는 많은 중국인이 좋아합니다."]

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일 년에 천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의 단체 여행 상품에는 두리안 농장이나 과일 뷔페 방문이 빠지지 않습니다.

[솜차이/중국 관광객 가이드 :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은 농장의 신선한 두리안을 원합니다. 수확해서 며칠 지나지 않은 그런 두리안을 찾습니다."]

지난해 4월 중국 알리바바와 태국 정부 간 파트너십 체결행사.

이 자리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특별 이벤트로 그룹 온라인 쇼핑몰에서 태국 두리안을 판매했습니다.

결과는 판매 1분 만에 두리안 8만 개 완판. 중국시장의 힘을 과시한 것입니다.

[마윈/알리바바 회장 : "이제 다음 단계는 태국에 있는 많은 농장에서 생산된 과일과 농작물들을 (온라인으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두리안 생산국인 태국은 두리안의 8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이 가운데 80%는 중국으로 수출됩니다.

태국의 중국 두리안 수출은 해마다 3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100%나 늘어 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의 폭발적인 두리안 수요는 태국 과일 농장에 큰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태국 수랏타니에 있는 한 과일 농장.

22만 제곱미터의 면적에 두리안과 팜나무, 망고스틴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두리안은 한 그루에 8~ 90개씩 열매가 열리는데 심은 지 6년 정도 지나야 수확이 가능합니다.

이 농장은 5년 전부터 매년 두리안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전에 팜나무가 심겨 있던 곳인데요. 지금은 농장에서 모두 다 베어냈습니다. 새로 두리안 나무를 심기 위해서입니다.

두리안 가격이 오르면서 팜나무나 다른 과일보다 최대 9배 이익이 나기 때문입니다.

[사라웃/농장 주인 : "시장에서 팜이나 고무 수요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많은 주변 농장에서 두리안으로 품종을 바꾸고 있습니다."]

두리안 나무를 심는 농장이 늘어나도 가격은 오히려 더 오르고 있습니다.

[랏띠까/두리안 중개 무역 : "두리안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두리안 공급이 많이 늘긴 했지만, 주문 수요에는 훨씬 못 미칩니다."]

태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두리안 생산국인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두리안 '무상 킹'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두리안 재배지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파항주에 있는 말레이시아 호랑이 서식지 숲 1200 헥터도 곧 두리안 농장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과거 팜나무 재배가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파괴한 것처럼 두리안이 말레이 호랑이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단순히 두리안 수입에 그치지 않고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태국 남부 송끌라 지역에 들어선 냉동 두리안 공장.

270억 원 규모로 형식적으로는 태국과 합작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자본입니다.

태국 남부에서 나는 두리안을 사들여 껍질을 제거한 뒤 등급별로 분류합니다.

영하 40도에서 5시간 냉동시킨 뒤 포장 작업을 거친 냉동 두리안은 모두 중국으로 보냅니다.

이 공장은 올해 만 2천톤, 내년엔 2만 톤으로 계속 중국 수출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시아오 야오헹/냉동 두리안 공장 대표/중국인 : "현재 중국인의 5%만이 두리안을 먹고 있습니다. 두리안을 먹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은 훨씬 더 많습니다."]

지역 두리안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인근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현지 근로자들은 천2백 명, 이 공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빠르게 태국 현지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자본이 두리안 무역과 생산 과정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두리안은 재배가 까다로운 데다 날씨에 민감해 가격 변동 가능성이 큰데, 중국 자본에 예속될 경우 정부 대처가 힘들어지고 품질 관리도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쁘렘 나송클라/태국 농업잡지 발행인 : "태국은 단지 농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나쁜 구도입니다. 중국 자본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결국 (태국 두리안 산업은)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환경 파괴에 산업 종속 논란까지.

중국인들의 두리안 소비가 동남아 두리안 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습니다.

방콕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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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리안 먹는 하마’ 중국…동남아 과일 농업 ‘흔들’
    • 입력 2019-08-17 22:04:55
    • 수정2019-08-17 22:37:24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동시에 가졌다는 두리안.

과일의 황제라고도 불리고 가격도 꽤 비싼 편이죠.

태국 등 동남아가 주산지인데, 중국인들이 두리안을 너무 좋아해서 동남아 두리안을 싹쓸이하다시피 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두리안 재배를 위해 멀쩡한 산이 훼손되는가 하면 동남아 과일 산업의 중국 의존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콕 유석조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태국 방콕 근교에 있는 한 과일 뷔페.

관광객들을 실은 대형 버스들이 계속 들어옵니다.

태국인들도 있지만 다양한 열대 과일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과일은 단연 두리안입니다.

[리시아/중국인 관광객 : "처음에 두리안을 먹었을 때는 이상하고 냄새도 강했는데 여러 번 먹어보니 맛이 좋고 이제는 냄새도 좋아요."]

[아이/중국인 관광객 : "처음에는 두리안이 주로 (중국) 광둥에서 팔렸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점차 판매 지역이 확대되고 이제는 많은 중국인이 좋아합니다."]

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일 년에 천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의 단체 여행 상품에는 두리안 농장이나 과일 뷔페 방문이 빠지지 않습니다.

[솜차이/중국 관광객 가이드 :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은 농장의 신선한 두리안을 원합니다. 수확해서 며칠 지나지 않은 그런 두리안을 찾습니다."]

지난해 4월 중국 알리바바와 태국 정부 간 파트너십 체결행사.

이 자리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특별 이벤트로 그룹 온라인 쇼핑몰에서 태국 두리안을 판매했습니다.

결과는 판매 1분 만에 두리안 8만 개 완판. 중국시장의 힘을 과시한 것입니다.

[마윈/알리바바 회장 : "이제 다음 단계는 태국에 있는 많은 농장에서 생산된 과일과 농작물들을 (온라인으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두리안 생산국인 태국은 두리안의 8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이 가운데 80%는 중국으로 수출됩니다.

태국의 중국 두리안 수출은 해마다 30%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100%나 늘어 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의 폭발적인 두리안 수요는 태국 과일 농장에 큰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태국 수랏타니에 있는 한 과일 농장.

22만 제곱미터의 면적에 두리안과 팜나무, 망고스틴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두리안은 한 그루에 8~ 90개씩 열매가 열리는데 심은 지 6년 정도 지나야 수확이 가능합니다.

이 농장은 5년 전부터 매년 두리안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곳은 전에 팜나무가 심겨 있던 곳인데요. 지금은 농장에서 모두 다 베어냈습니다. 새로 두리안 나무를 심기 위해서입니다.

두리안 가격이 오르면서 팜나무나 다른 과일보다 최대 9배 이익이 나기 때문입니다.

[사라웃/농장 주인 : "시장에서 팜이나 고무 수요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많은 주변 농장에서 두리안으로 품종을 바꾸고 있습니다."]

두리안 나무를 심는 농장이 늘어나도 가격은 오히려 더 오르고 있습니다.

[랏띠까/두리안 중개 무역 : "두리안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두리안 공급이 많이 늘긴 했지만, 주문 수요에는 훨씬 못 미칩니다."]

태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두리안 생산국인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두리안 '무상 킹'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두리안 재배지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파항주에 있는 말레이시아 호랑이 서식지 숲 1200 헥터도 곧 두리안 농장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과거 팜나무 재배가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파괴한 것처럼 두리안이 말레이 호랑이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단순히 두리안 수입에 그치지 않고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태국 남부 송끌라 지역에 들어선 냉동 두리안 공장.

270억 원 규모로 형식적으로는 태국과 합작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자본입니다.

태국 남부에서 나는 두리안을 사들여 껍질을 제거한 뒤 등급별로 분류합니다.

영하 40도에서 5시간 냉동시킨 뒤 포장 작업을 거친 냉동 두리안은 모두 중국으로 보냅니다.

이 공장은 올해 만 2천톤, 내년엔 2만 톤으로 계속 중국 수출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시아오 야오헹/냉동 두리안 공장 대표/중국인 : "현재 중국인의 5%만이 두리안을 먹고 있습니다. 두리안을 먹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은 훨씬 더 많습니다."]

지역 두리안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인근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현지 근로자들은 천2백 명, 이 공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빠르게 태국 현지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자본이 두리안 무역과 생산 과정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두리안은 재배가 까다로운 데다 날씨에 민감해 가격 변동 가능성이 큰데, 중국 자본에 예속될 경우 정부 대처가 힘들어지고 품질 관리도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쁘렘 나송클라/태국 농업잡지 발행인 : "태국은 단지 농부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나쁜 구도입니다. 중국 자본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결국 (태국 두리안 산업은)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환경 파괴에 산업 종속 논란까지.

중국인들의 두리안 소비가 동남아 두리안 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습니다.

방콕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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