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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분양가상한제’ 집값 잡을까, 김현미 잡을까
입력 2019.08.19 (07:04) 취재K
[취재K] ‘분양가상한제’ 집값 잡을까, 김현미 잡을까

[시나리오 1] 고분양가, 확실히 잡히나
[시나리오 2] 새 아파트, 공급 물량 줄어드나
[시나리오 3] 기존 아파트, 가격 떨어지나
[시나리오 4] 정책 혼선으로 보합세 계속되나


드디어 '입법예고'…궤도 오른 분양가상한제

국토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40일.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인 60일보다 짧다.

'분양가상한제'가 여권 내부의 일부 신중론과 다른 정부 부처의 반대를 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데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장관의 강력한 정책 수행 의지는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설익은 정책을 내세운 장관의 무리수로 귀결될까. 만약 분양가상한제가 결과적으로 실패한다면, 정책을 주도적으로 도입한 김현미 장관도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터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양한 전망과 예측이 쏟아진다. 기사에 나오는 여러 전문가들도 '집값이 오른다, 내린다' 여러 코멘트를 내놓는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전문가들을 공식적인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잘 모르겠다.", "불확실성이 높다.", "지켜봐야 한다"….

정답은 없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기대한대로, 혹은 정반대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 별로 주택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아봤다.

[시나리오 1] 분양가는 확실히 떨어진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단 하나의 확실한 전제는 민간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내려간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법으로 그냥 그렇게 강제하도록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기존까지는 분양가를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사실상 마음대로 정했다.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 지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긴 했지만 주변 시세를 참고하는 수준이었다. 주변의 비교 대상인 아파트 단지가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아파트일 경우 주변 평균 분양가의 105%를 넘으면 안 되는 식이다.

HUG의 분양가 관리가 이미 조합이 설정한 분양가를 나중에 조금 '깎는' 수준이었다면, 분양가 상한제는 작동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부터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강력히 개입하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에서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이 기본이다. 이 금액을 62개 항목으로 나눠 자치단체 산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금액을 따져보게 된다. 분양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가 민간 아파트에 적용되면 현재의 분양가 시세에서 70~80%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에는 전문가들도 큰 이견이 없다.


[시나리오 2-①]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많은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는 단순하면서 가장 강력한 시장 논리가 근거다. 가격이 내려가면 공급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같은 시나리오에서는 분양가격이 낮아지는 것만큼 재건축 재개발사업의 수익률이 감소한다. 사업을 포기하는 조합이 늘어난다. 시행을 맡는 건설사들도 참여를 망설이게 된다.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숫자도 있다. 이달 발표된 'KB 부동산시장리뷰'를 보면, 6월에 전국 4만 가구 분양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2만 6천 가구 분양에 그쳤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이 높아지거나 사업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시점부터는 사업을 안 할 것으로 본다"면서 "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다음 정권이나 다다음 정권에는 공급 부족이 폭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장기적으로 공급부족이 우려된다면서, 정부가 이런 점을 감안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2-②]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유지된다

반대로 공급물량이 유지된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한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수요와 공급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시행하는 시행주체, 조합 같은 경우 사업이 굴러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건설사들 역시 어쨌거나 계속 수주를 해야 하고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이윤만 있어도 공급을 무리해서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태경 대표는 "분양가상한제를 하면 이윤의 크기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공급을 줄어들 요인이 결정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진보적 시민단체들만 이같은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인터넷 부동산카페를 운영하는 '붇옹산' 강영훈 대표는 최근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재건축 재개발 공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강 대표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한두 명의 의지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라면서 "시작하기도 힘들지만 매몰 비용이 커서 되돌리기도 힘들다"도 지적했다.

서울 시내 381개 정비사업 가운데 착공 단지 85곳과 관리처분 단지 66곳 등 151개 단지 가운데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곳은 드물 거라는 이야기다.

강 대표는 정비 초기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들 역시 큰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고 봤다. 서울 여의도나 목동, 압구정 등 서울 지역 주요 정비사업 대부분이 정부의 반대로 멈춰있는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나리오3-①]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뛴다

'<시나리오2-1> 아파트의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에서 이어지는 예측이다. 주로 업계 관계자나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 이러한 예측을 많이 내놓는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논리다. ①사업성 부족으로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신규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 ②얼마 되지 않는 신규 공급도 전매제한 조치로 매물이 잠긴다. ③신축 품귀와 쏠림 현상이 동시에 강해진다.

이와 관련해 김학렬 소장은 서울 아파트의 경우 매수 대기수요가 너무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수도권 주민은 이미 충분히 많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주변까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투자 수요층은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일 수 있는데, 학교 배정문제로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층은 돈이 부족해서 사지 못하면 전세로라도 이사를 해야 한다"라면서 낮은 분양가가 아파트 전체 시세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봤다.

다만 김 소장은 정부의 추가 공급 의지를 변수로 꼽았다. 새로운 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되면 '매수 수요'가 '매수 대기'로 전환될 수 있는데, 언제 공급될지 신호가 없으면 실수요자들을 조급하게 만들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도 전매제한의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안명숙 센터장은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서 지금도 한두 개 매물이 거래되면 가격이 크게 올라가는 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3-②] 기존 아파트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분양가상한제는 말 그대로 재건축, 재개발단지의 분양가를 잡는 제도다. 그런데 분양가 하락이 이미 훌쩍 뛰어버린 기존의 집값까지 낮출 수 있을까?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재건축이 밀집된 강남아파트의 상징성에 주목한다. 이른바 '지역별 집값 줄 세우기'론이다.

최은영 소장은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가 한국 사회의 주택가격의 기준 역할을 한다"면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결정되면 그 다음 마포·용산·성동, 그 다음 서울 전역, 그 다음 수도권, 전국... 이렇게 차례로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을 일정한 상한선 밑으로 제어하면,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그 위로 시세가 형성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①강남 재건축 가격 하락 ②강남 주변 아파트 하락 ③서울 핵심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 ④ 나머지 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가 실행되려면 강남 재건축 가격 하락이 강남 주변 아파트 가격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반 아파트는 재건축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 위원은 "투자 수요가 선발대라면, 실수요는 후발대에 그칠 수밖에 없다"면서 "실수요자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을 이끌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최은영 소장 역시 "기존 아파트의 매매와 재건축 매매의 거래량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재건축 거래가 훨씬 크다"라고 덧붙였다.

[시나리오 4] 정부여당의 정책 혼선…보합세 계속?

분양가상한제가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거라는 또 다른 전망도 있다. '외부의 흔들기로 좌초'하는 시나리오다.

정부 다른 부처나 정치권의 반대로 막상 10월에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때 적용 지역이 제한되는 등 제도 시행 자체가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일괄적으로 모든 지역에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한번 거르게 했기 때문에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승섭 부장은 "지속해서 저렴한 주택이 나온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줘야 이미 많이 오른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면서 "강남 재건축만을 표적으로 한다면 이미 오른 집값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폭등만 막는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청약에 대한 기대심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청약통장의 가입자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2천506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2천406만여 명에서 11개월 만에 100만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새로 가입한 청약통장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분양가상한제 민간시행으로 인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로 추정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승부수인 '분양가상한제'가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만약 잡는다면 장관 자리 그 이상의 정치적 야심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김 장관에게는 큰 성과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장관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을 해야 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 [취재K] ‘분양가상한제’ 집값 잡을까, 김현미 잡을까
    • 입력 2019.08.19 (07:04)
    취재K
[취재K] ‘분양가상한제’ 집값 잡을까, 김현미 잡을까

[시나리오 1] 고분양가, 확실히 잡히나
[시나리오 2] 새 아파트, 공급 물량 줄어드나
[시나리오 3] 기존 아파트, 가격 떨어지나
[시나리오 4] 정책 혼선으로 보합세 계속되나


드디어 '입법예고'…궤도 오른 분양가상한제

국토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40일. 통상적인 입법예고 기간인 60일보다 짧다.

'분양가상한제'가 여권 내부의 일부 신중론과 다른 정부 부처의 반대를 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데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장관의 강력한 정책 수행 의지는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설익은 정책을 내세운 장관의 무리수로 귀결될까. 만약 분양가상한제가 결과적으로 실패한다면, 정책을 주도적으로 도입한 김현미 장관도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터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다양한 전망과 예측이 쏟아진다. 기사에 나오는 여러 전문가들도 '집값이 오른다, 내린다' 여러 코멘트를 내놓는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전문가들을 공식적인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잘 모르겠다.", "불확실성이 높다.", "지켜봐야 한다"….

정답은 없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기대한대로, 혹은 정반대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 별로 주택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아봤다.

[시나리오 1] 분양가는 확실히 떨어진다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단 하나의 확실한 전제는 민간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가 내려간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법으로 그냥 그렇게 강제하도록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기존까지는 분양가를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사실상 마음대로 정했다.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 지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긴 했지만 주변 시세를 참고하는 수준이었다. 주변의 비교 대상인 아파트 단지가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아파트일 경우 주변 평균 분양가의 105%를 넘으면 안 되는 식이다.

HUG의 분양가 관리가 이미 조합이 설정한 분양가를 나중에 조금 '깎는' 수준이었다면, 분양가 상한제는 작동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부터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강력히 개입하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에서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금액이 기본이다. 이 금액을 62개 항목으로 나눠 자치단체 산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금액을 따져보게 된다. 분양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가 민간 아파트에 적용되면 현재의 분양가 시세에서 70~80%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에는 전문가들도 큰 이견이 없다.


[시나리오 2-①]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많은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들이 우려하는 점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는 단순하면서 가장 강력한 시장 논리가 근거다. 가격이 내려가면 공급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같은 시나리오에서는 분양가격이 낮아지는 것만큼 재건축 재개발사업의 수익률이 감소한다. 사업을 포기하는 조합이 늘어난다. 시행을 맡는 건설사들도 참여를 망설이게 된다.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숫자도 있다. 이달 발표된 'KB 부동산시장리뷰'를 보면, 6월에 전국 4만 가구 분양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2만 6천 가구 분양에 그쳤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부담이 높아지거나 사업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시점부터는 사업을 안 할 것으로 본다"면서 "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다음 정권이나 다다음 정권에는 공급 부족이 폭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장기적으로 공급부족이 우려된다면서, 정부가 이런 점을 감안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2-②]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유지된다

반대로 공급물량이 유지된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한국의 주택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수요와 공급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시행하는 시행주체, 조합 같은 경우 사업이 굴러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건설사들 역시 어쨌거나 계속 수주를 해야 하고 매출을 일으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이윤만 있어도 공급을 무리해서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태경 대표는 "분양가상한제를 하면 이윤의 크기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공급을 줄어들 요인이 결정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진보적 시민단체들만 이같은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최대 인터넷 부동산카페를 운영하는 '붇옹산' 강영훈 대표는 최근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재건축 재개발 공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강 대표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한두 명의 의지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니"라면서 "시작하기도 힘들지만 매몰 비용이 커서 되돌리기도 힘들다"도 지적했다.

서울 시내 381개 정비사업 가운데 착공 단지 85곳과 관리처분 단지 66곳 등 151개 단지 가운데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곳은 드물 거라는 이야기다.

강 대표는 정비 초기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들 역시 큰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고 봤다. 서울 여의도나 목동, 압구정 등 서울 지역 주요 정비사업 대부분이 정부의 반대로 멈춰있는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나리오3-①]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히려 뛴다

'<시나리오2-1> 아파트의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에서 이어지는 예측이다. 주로 업계 관계자나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 이러한 예측을 많이 내놓는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 역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논리다. ①사업성 부족으로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신규아파트 공급이 줄어든다. ②얼마 되지 않는 신규 공급도 전매제한 조치로 매물이 잠긴다. ③신축 품귀와 쏠림 현상이 동시에 강해진다.

이와 관련해 김학렬 소장은 서울 아파트의 경우 매수 대기수요가 너무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수도권 주민은 이미 충분히 많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주변까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투자 수요층은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일 수 있는데, 학교 배정문제로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층은 돈이 부족해서 사지 못하면 전세로라도 이사를 해야 한다"라면서 낮은 분양가가 아파트 전체 시세를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봤다.

다만 김 소장은 정부의 추가 공급 의지를 변수로 꼽았다. 새로운 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되면 '매수 수요'가 '매수 대기'로 전환될 수 있는데, 언제 공급될지 신호가 없으면 실수요자들을 조급하게 만들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도 전매제한의 효과가 크다는 입장이다. 안명숙 센터장은 "거래가 실종된 상황에서 지금도 한두 개 매물이 거래되면 가격이 크게 올라가는 현상으로 번져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3-②] 기존 아파트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분양가상한제는 말 그대로 재건축, 재개발단지의 분양가를 잡는 제도다. 그런데 분양가 하락이 이미 훌쩍 뛰어버린 기존의 집값까지 낮출 수 있을까?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재건축이 밀집된 강남아파트의 상징성에 주목한다. 이른바 '지역별 집값 줄 세우기'론이다.

최은영 소장은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가 한국 사회의 주택가격의 기준 역할을 한다"면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결정되면 그 다음 마포·용산·성동, 그 다음 서울 전역, 그 다음 수도권, 전국... 이렇게 차례로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을 일정한 상한선 밑으로 제어하면,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그 위로 시세가 형성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①강남 재건축 가격 하락 ②강남 주변 아파트 하락 ③서울 핵심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 ④ 나머지 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가 실행되려면 강남 재건축 가격 하락이 강남 주변 아파트 가격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일반 아파트는 재건축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 위원은 "투자 수요가 선발대라면, 실수요는 후발대에 그칠 수밖에 없다"면서 "실수요자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을 이끌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최은영 소장 역시 "기존 아파트의 매매와 재건축 매매의 거래량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재건축 거래가 훨씬 크다"라고 덧붙였다.

[시나리오 4] 정부여당의 정책 혼선…보합세 계속?

분양가상한제가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거라는 또 다른 전망도 있다. '외부의 흔들기로 좌초'하는 시나리오다.

정부 다른 부처나 정치권의 반대로 막상 10월에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때 적용 지역이 제한되는 등 제도 시행 자체가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일괄적으로 모든 지역에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한번 거르게 했기 때문에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승섭 부장은 "지속해서 저렴한 주택이 나온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줘야 이미 많이 오른 집값이 내려갈 수 있다"면서 "강남 재건축만을 표적으로 한다면 이미 오른 집값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폭등만 막는 수준에서 관리한다"는 메시지로 읽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청약에 대한 기대심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청약통장의 가입자는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2천506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2천406만여 명에서 11개월 만에 100만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새로 가입한 청약통장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분양가상한제 민간시행으로 인한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로 추정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승부수인 '분양가상한제'가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만약 잡는다면 장관 자리 그 이상의 정치적 야심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김 장관에게는 큰 성과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장관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을 해야 하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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