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시의원인지 조폭인지”…동료 의원들이 징계 요구

입력 2019.08.20 (07:00) 수정 2019.08.2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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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의회 현직 시의원 한 명이 동료의원에 대한 의원징계요구서를 들고 KBS를 찾아왔습니다. 지난 8일 열린 공주시의회 임시회 2차 추경예산심의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이 모 시의원이 의사봉으로 책상유리를 깨서 깨진 유리조각을 손에 들고 난동을 피웠다는 것입니다. 해당 의원은 욕설과 함께 자해소동을 벌이며 동료의원들을 겁박하는가 하면 급기야 분을 참지 못하고 깨진 유리조각을 내던져 파편이 위원장 얼굴에 튀어 상처까지 입혔다는 것이었습니다. 의회 내에서 어떻게 이런 조폭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버젓이 벌어진 걸까요?

당시 폭언과 폭력 내용 담긴 속기록 CG당시 폭언과 폭력 내용 담긴 속기록 CG

"XX 유리(조각)알을 먹어 버리겠다" "이 걸로 배를 그어 버리겠다"

이 모 의원은 깨진 유리조각을 손에 들고 XX이라는 욕설과 함께 "유리조각을 먹어 버리겠다. 이 걸로 배를 그어버리겠다. 확 찔러 버리겠다." 는 등의 섬뜩한 말들을 뱉어내며 동료의원들을 겁박했습니다. 예산 삭감안 반대안을 통과만 시켜보라며 동료의원들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위원장과 다른 의원들이 만류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급기야 유리조각을 내리치면서 파편이 튀어 위원장 얼굴에 찍히고 눈에 맞아 상처까지 입혔습니다.
회의장을 일순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던 당시 상황은 의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예산 삭감안 주도.. 당국 감사에서 문제 없어 추경 예산 부활하자 난동

이 의원은 지난해 말 공주의 한 중학교 태권도부에 비리 의혹이 있다며 올해 관련 시 지원 예산 2천 5백만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해당 학교 태권도부 코치가 회계 부정을 저지른 의혹이 있다며 예산 삭감을 주도한 것입니다.

1학기 예산지원이 끊겨 태권도부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자 학교와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고 논란이 커지자 공주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이 나서 감사를 벌였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거나 아직까지 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자신이 삭감한 예산이 추경 예산 심사에서 다시 되살아나자 분을 참지 못하고 난동을 피운 것입니다.

동료 의원들 인터뷰 모습동료 의원들 인터뷰 모습

"2시간 동안 공포..조폭 같았다." VS "미안하다. 다수당인 민주당 횡포 때문"

동료 의원들은 2시간 동안 회의장에 갇힌 채 이 의원 때문에 공포에 떨었다며, 이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제출했습니다. 동료 의원들은 "무슨 조폭 양아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 같죠 우리가." "위압감이 조성돼서 겁나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심한 상태였습니다." 라는 말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난동을 핀 당사자인 이 의원은 자신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면서도 다수당인 민주당 횡포 때문이었다고 변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내 언행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대신 한달 동안 자숙하면서 안 나오겠다 해서 안 나가고 있거든요. 민주당 자기네들이 깎아야 될 건 깎고, 우리가 하는 건 하나도 반영이 안 되니까." 라고 자신이 그렇게 행동을 한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학부모 기자회견학부모 기자회견

'억지 주장' vs '의혹 여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태권도부 예산 지원을 둘러싼 이 의원과 해당 학교, 학부모 측 간의 큰 갈등이 있었습니다. 수 개월 간의 횡령 의혹 공방 속에 경찰 고소 고발까지 이뤄지면서 감정이 격해진 겁니다.
해당 코치와 선수 학부모들은 이 의원이 억지를 부린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문제가 있다면 자신들이 해당 코치를 고발했을 거라며, 해당 의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예산을 삭감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반면, 이 의원은 여전히 해당 학교 태권도부의 교통비와 의류비 등의 예산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영수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이 의회 내 폭력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진실 공방은 경찰 수사로 가려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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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시의원인지 조폭인지”…동료 의원들이 징계 요구
    • 입력 2019-08-20 07:00:09
    • 수정2019-08-20 07:08:43
    취재후·사건후
충남 공주시의회 현직 시의원 한 명이 동료의원에 대한 의원징계요구서를 들고 KBS를 찾아왔습니다. 지난 8일 열린 공주시의회 임시회 2차 추경예산심의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이 모 시의원이 의사봉으로 책상유리를 깨서 깨진 유리조각을 손에 들고 난동을 피웠다는 것입니다. 해당 의원은 욕설과 함께 자해소동을 벌이며 동료의원들을 겁박하는가 하면 급기야 분을 참지 못하고 깨진 유리조각을 내던져 파편이 위원장 얼굴에 튀어 상처까지 입혔다는 것이었습니다. 의회 내에서 어떻게 이런 조폭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버젓이 벌어진 걸까요?

당시 폭언과 폭력 내용 담긴 속기록 CG
"XX 유리(조각)알을 먹어 버리겠다" "이 걸로 배를 그어 버리겠다"

이 모 의원은 깨진 유리조각을 손에 들고 XX이라는 욕설과 함께 "유리조각을 먹어 버리겠다. 이 걸로 배를 그어버리겠다. 확 찔러 버리겠다." 는 등의 섬뜩한 말들을 뱉어내며 동료의원들을 겁박했습니다. 예산 삭감안 반대안을 통과만 시켜보라며 동료의원들에게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위원장과 다른 의원들이 만류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급기야 유리조각을 내리치면서 파편이 튀어 위원장 얼굴에 찍히고 눈에 맞아 상처까지 입혔습니다.
회의장을 일순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던 당시 상황은 의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예산 삭감안 주도.. 당국 감사에서 문제 없어 추경 예산 부활하자 난동

이 의원은 지난해 말 공주의 한 중학교 태권도부에 비리 의혹이 있다며 올해 관련 시 지원 예산 2천 5백만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해당 학교 태권도부 코치가 회계 부정을 저지른 의혹이 있다며 예산 삭감을 주도한 것입니다.

1학기 예산지원이 끊겨 태권도부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자 학교와 학부모들은 크게 반발했고 논란이 커지자 공주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이 나서 감사를 벌였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거나 아직까지 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자신이 삭감한 예산이 추경 예산 심사에서 다시 되살아나자 분을 참지 못하고 난동을 피운 것입니다.

동료 의원들 인터뷰 모습
"2시간 동안 공포..조폭 같았다." VS "미안하다. 다수당인 민주당 횡포 때문"

동료 의원들은 2시간 동안 회의장에 갇힌 채 이 의원 때문에 공포에 떨었다며, 이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제출했습니다. 동료 의원들은 "무슨 조폭 양아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 같죠 우리가." "위압감이 조성돼서 겁나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심한 상태였습니다." 라는 말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난동을 핀 당사자인 이 의원은 자신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면서도 다수당인 민주당 횡포 때문이었다고 변명했습니다. 이 의원은 "내 언행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대신 한달 동안 자숙하면서 안 나오겠다 해서 안 나가고 있거든요. 민주당 자기네들이 깎아야 될 건 깎고, 우리가 하는 건 하나도 반영이 안 되니까." 라고 자신이 그렇게 행동을 한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학부모 기자회견
'억지 주장' vs '의혹 여전'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배경에는 태권도부 예산 지원을 둘러싼 이 의원과 해당 학교, 학부모 측 간의 큰 갈등이 있었습니다. 수 개월 간의 횡령 의혹 공방 속에 경찰 고소 고발까지 이뤄지면서 감정이 격해진 겁니다.
해당 코치와 선수 학부모들은 이 의원이 억지를 부린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문제가 있다면 자신들이 해당 코치를 고발했을 거라며, 해당 의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예산을 삭감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반면, 이 의원은 여전히 해당 학교 태권도부의 교통비와 의류비 등의 예산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영수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이 의회 내 폭력사태로까지 번진 가운데 진실 공방은 경찰 수사로 가려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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