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독립유공자로 둔갑한 밀정…서훈 취소는?

입력 2019.08.20 (21:13) 수정 2019.08.20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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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립운동가였다가 일제에 밀정으로 포섭되 해방 이후에는 다시 독립유공자로 훈장을 받고, 글쎄요,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를 다시 써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장기간 밀정의 흔적을 추적해온 이재석 기자 나와있습니다.

독립운동가 중에 밀정 혐의자들이 있었어요. 구체적으로 김좌진 장군의 비서, 김원봉 선생의 최측근, 이런 사람들이죠.

이들이 훈장을 받았다는 건광복 이후 행적이 들통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과거에, 그러니까 1960년대의 경우에는 서훈 심사가 더 부실했었고, 친일 청산도 제대로 되기도 전에 한국전쟁을 맞았기 때문에, 이런 사례들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2000년대 이후 일본 자료가 더 많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사실이 알려지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앵커]

이들 밀정 가운데 혹시 광복 이후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은 없는가요?

[기자]

친일 행적을 보인 사람 중에 해방 뒤 요직에 오른 경우는 적잖이 알려져 있습니다.

밀정의 경우 첩보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해방 이후 신분세탁을 통해 군과 경찰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은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밀정의 특성상 가명을 여러개 쓰고 말 그대로 암약했던 존재기 때문에, 누구라고 특정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계속 추적 중입니다.

[앵커]

일제가 밀정에게 상당한 액수의 비용을 지급했다는 보도를 지난주에 했었어요.

그렇다고 독립운동 하던 사람이 이 돈을 받고 밀정으로 변신했다?

조금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맞는 지적입니다.

처음부터 밀정으로 고용돼 고정적으로 월급 받고 일한 밀정과, 독립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사람들은 구분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단지 돈 문제뿐 아니라 복합적 원인으로 동지를 배신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앵커]

일제는 이들 밀정들이 보내는 정보를 그대로 믿었나요?

[기자]

일본 기밀문서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치밀했는가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고용한 밀정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그렇게 판단될 때 확실한 어조로 해당 정보를 승인해주고 있습니다.

[앵커]

밀정의 정보로 일제가 작전을 벌여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하거나 그런 사례가 있나?

[기자]

지난주 저희가 보도했던 김좌진 장군의 최측근 비서 이정의 밀고 내용을 보면, 독립군의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이홍래 선생이 교묘하게 변장해서 어디어디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고 세세하게 밀고하고 있습니다.

이정의 밀고가 있고 나서 한 달 뒤에 이홍래 선생은 일제에 붙잡혀 옥고를 치릅니다.

물론 엄밀한 인과관계까지 우리가 이 시점에서 입증하기는 힘들겠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그렇게 밀고했던 이정과, 밀고 대상자였던 이홍래 선생의 위패가 지금 보시는 것처럼 현충원에 나란히 안치돼 있습니다.

씁쓸한 모습입니다.

[앵커]

지금 이 시대에 밀정을 추적하는 것은, 제가 보기엔 친일청산의 의미로도 읽힙니다.

서훈 취소 가능한가요?

[기자]

물론 훈장을 주는 것보다, 줬던 훈장을 취소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만난 학계 전문가들은 확보된 자료가 워낙 구체적이어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장기간 추적했어요.

학계나 전문가들도 이번 밀정 취재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KBS 보도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아직까지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독립유공자들에 대해서 과연 근거가 있는지 조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당초 1차 발표 시점이 7월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고, 관련 취재를 해보면 난관이 많은 거 같습니다.

예산, 인력, 전문성, 많은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100주년을 맞아 보훈처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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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독립유공자로 둔갑한 밀정…서훈 취소는?
    • 입력 2019-08-20 21:16:15
    • 수정2019-08-20 21: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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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립운동가였다가 일제에 밀정으로 포섭되 해방 이후에는 다시 독립유공자로 훈장을 받고, 글쎄요,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를 다시 써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장기간 밀정의 흔적을 추적해온 이재석 기자 나와있습니다.

독립운동가 중에 밀정 혐의자들이 있었어요. 구체적으로 김좌진 장군의 비서, 김원봉 선생의 최측근, 이런 사람들이죠.

이들이 훈장을 받았다는 건광복 이후 행적이 들통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과거에, 그러니까 1960년대의 경우에는 서훈 심사가 더 부실했었고, 친일 청산도 제대로 되기도 전에 한국전쟁을 맞았기 때문에, 이런 사례들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2000년대 이후 일본 자료가 더 많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사실이 알려지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앵커]

이들 밀정 가운데 혹시 광복 이후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은 없는가요?

[기자]

친일 행적을 보인 사람 중에 해방 뒤 요직에 오른 경우는 적잖이 알려져 있습니다.

밀정의 경우 첩보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해방 이후 신분세탁을 통해 군과 경찰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은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밀정의 특성상 가명을 여러개 쓰고 말 그대로 암약했던 존재기 때문에, 누구라고 특정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계속 추적 중입니다.

[앵커]

일제가 밀정에게 상당한 액수의 비용을 지급했다는 보도를 지난주에 했었어요.

그렇다고 독립운동 하던 사람이 이 돈을 받고 밀정으로 변신했다?

조금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맞는 지적입니다.

처음부터 밀정으로 고용돼 고정적으로 월급 받고 일한 밀정과, 독립운동을 하다가 변절한 사람들은 구분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단지 돈 문제뿐 아니라 복합적 원인으로 동지를 배신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앵커]

일제는 이들 밀정들이 보내는 정보를 그대로 믿었나요?

[기자]

일본 기밀문서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치밀했는가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고용한 밀정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그렇게 판단될 때 확실한 어조로 해당 정보를 승인해주고 있습니다.

[앵커]

밀정의 정보로 일제가 작전을 벌여 독립운동가들을 체포하거나 그런 사례가 있나?

[기자]

지난주 저희가 보도했던 김좌진 장군의 최측근 비서 이정의 밀고 내용을 보면, 독립군의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이홍래 선생이 교묘하게 변장해서 어디어디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있다고 세세하게 밀고하고 있습니다.

이정의 밀고가 있고 나서 한 달 뒤에 이홍래 선생은 일제에 붙잡혀 옥고를 치릅니다.

물론 엄밀한 인과관계까지 우리가 이 시점에서 입증하기는 힘들겠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그렇게 밀고했던 이정과, 밀고 대상자였던 이홍래 선생의 위패가 지금 보시는 것처럼 현충원에 나란히 안치돼 있습니다.

씁쓸한 모습입니다.

[앵커]

지금 이 시대에 밀정을 추적하는 것은, 제가 보기엔 친일청산의 의미로도 읽힙니다.

서훈 취소 가능한가요?

[기자]

물론 훈장을 주는 것보다, 줬던 훈장을 취소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만난 학계 전문가들은 확보된 자료가 워낙 구체적이어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장기간 추적했어요.

학계나 전문가들도 이번 밀정 취재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KBS 보도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아직까지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독립유공자들에 대해서 과연 근거가 있는지 조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당초 1차 발표 시점이 7월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고, 관련 취재를 해보면 난관이 많은 거 같습니다.

예산, 인력, 전문성, 많은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100주년을 맞아 보훈처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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