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놓은 판에 사라진 표?”…‘프로듀스X101’에 ‘국프’들이 분개한 이유

입력 2019.08.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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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X101 [사진 출처 : CJ ENM]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 [프로듀스X101]…조작 의혹 일파만파

투표로 아이돌 그룹을 뽑는 'M.net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최종회 시청률 4.383%(닐슨코리아 기준), 합산 문자투표수 약 470만 표를 기록한 인기 프로그램이었지만, 오히려 종영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투표 조작 의혹' 때문이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로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 경찰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2일 CJ ENM 사무실 등에 대한 1,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이 최근 제작진의 휴대전화에서 투표 조작을 언급한 녹음파일까지 발견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시즌이었던 프로듀스 48에 대한 조작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심스러운 순위, 더 의심스러운 득표차

지난달 13일 최종 멤버를 선발하는 마지막 순위 발표식. 그동안의 누적 투표수로는 데뷔 안정권으로 추정되던 연습생들이 일부 떨어지면서 '투표 조작 아니냐?', '인정할 수 없다'는 글이 인터넷에 가득했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많은 글이 자신이 응원하던 연습생이 떨어진 데에 대한 아쉬움이 섞인 한탄에 가까웠다. 문제는 한 '국프(국민 프로듀서)'가 발표된 득표수의 표차를 계산해 올리면서부터였다.

프듀 조작설이 제기된 투표수 분석글프듀 조작설이 제기된 투표수 분석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반복되는 표차. 앞사람과의 득표 차가 29,978표나 7,494표, 7,495표 등 특정 수가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1의 자리까지 같은 득표 차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조작 논란 글이 퍼져나갔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열심히 투표했던 팬들은 배신감과 허탈함에 휩싸였다.

조영애(32) 씨는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이 나인 것만 같고, 등수가 올라가지 않으면 안타깝고 눈물이 나 열심히 투표를 해왔다"며 "그런데 이게 조작으로 의심되니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지민(27) 씨 "자기 확고한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어린 친구들이니까, 투표로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참여했다"며 "조작이라면 배신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방송가와 기획사 관계자들은 '미리 어느 정도 판이 짜여진 프로그램이라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프로듀스 X가 끝난 뒤 결성되는 아이돌의 활동 계약 기간이 5년"이라며,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CJ ENM이 투표 결과와 조금 맞지 않더라도 오랜 활동기간 동안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 위주로 멤버를 구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주요 기획사들을 방문해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의 연습생을 요청하고, 이전 시즌에서 프로그램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기획사에게 혜택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정성이 깨지는 순간, 나의 노력이 거품으로

'프로듀스X101'는 방송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평가받고, 순위가 정해지는 프로그램이다. 꽤 잔인한 프로그램일지 모른다. 방송의 소재로 연습생들의 간절한 꿈이 쓰이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이 정당화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공정함'이었다.

'국프'들은 연습생들의 방송 분량은 공평하지 않더라도, '투표'라는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정식 멤버로 데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 공정성이 산산이 조각나는 순간, 모든 것은 의미를 잃는다

임혜리 씨(31)는 "조작은 101명의 연습생의 땀과 열정, 그리고 '국프'들의 노력을 모두 배신한 것"이라며 "뽑힌 멤버들도 이제 앞으로 조작 프레임이 씌워질 텐데 그들의 노력조차 물거품으로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투표 참여 시청자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 측은 "국프들의 투표 결과를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했다고 생각하니 참담하다"며 "온 국민이 시청하는 생방송에서 어떻게 죄의식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나"라고 분개했다.

전문가들은 '프로듀스X101'의 시청층이 주로 10대~30대인만큼 '공정함'을 중요시하는 이들의 가치관으로 인해 사태를 더욱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은 "요즘 젊은 세대일수록 공정함에 대한 가치가 높다"며, "비록 자기의 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프로듀스X101'의 경쟁을 보며, 자신의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더욱 감정 이입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은 리얼한 것에 열광하는 세대"라며 "리얼이라고 믿고 시청했는데, 그것이 허위로 드러났을 때 느껴지는 배신감은 엄청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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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놓은 판에 사라진 표?”…‘프로듀스X101’에 ‘국프’들이 분개한 이유
    • 입력 2019-08-21 07:05:16
    취재K
프로듀스X101 [사진 출처 : CJ ENM]

'당신의 소년에게 투표하세요' [프로듀스X101]…조작 의혹 일파만파

투표로 아이돌 그룹을 뽑는 'M.net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최종회 시청률 4.383%(닐슨코리아 기준), 합산 문자투표수 약 470만 표를 기록한 인기 프로그램이었지만, 오히려 종영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투표 조작 의혹' 때문이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최초로 경찰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 경찰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2일 CJ ENM 사무실 등에 대한 1,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이 최근 제작진의 휴대전화에서 투표 조작을 언급한 녹음파일까지 발견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 시즌이었던 프로듀스 48에 대한 조작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심스러운 순위, 더 의심스러운 득표차

지난달 13일 최종 멤버를 선발하는 마지막 순위 발표식. 그동안의 누적 투표수로는 데뷔 안정권으로 추정되던 연습생들이 일부 떨어지면서 '투표 조작 아니냐?', '인정할 수 없다'는 글이 인터넷에 가득했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많은 글이 자신이 응원하던 연습생이 떨어진 데에 대한 아쉬움이 섞인 한탄에 가까웠다. 문제는 한 '국프(국민 프로듀서)'가 발표된 득표수의 표차를 계산해 올리면서부터였다.

프듀 조작설이 제기된 투표수 분석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반복되는 표차. 앞사람과의 득표 차가 29,978표나 7,494표, 7,495표 등 특정 수가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1의 자리까지 같은 득표 차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조작 논란 글이 퍼져나갔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열심히 투표했던 팬들은 배신감과 허탈함에 휩싸였다.

조영애(32) 씨는 "내가 응원하는 연습생이 나인 것만 같고, 등수가 올라가지 않으면 안타깝고 눈물이 나 열심히 투표를 해왔다"며 "그런데 이게 조작으로 의심되니까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지민(27) 씨 "자기 확고한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어린 친구들이니까, 투표로 나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참여했다"며 "조작이라면 배신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방송가와 기획사 관계자들은 '미리 어느 정도 판이 짜여진 프로그램이라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프로듀스 X가 끝난 뒤 결성되는 아이돌의 활동 계약 기간이 5년"이라며, "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CJ ENM이 투표 결과와 조금 맞지 않더라도 오랜 활동기간 동안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 위주로 멤버를 구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주요 기획사들을 방문해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의 연습생을 요청하고, 이전 시즌에서 프로그램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기획사에게 혜택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정성이 깨지는 순간, 나의 노력이 거품으로

'프로듀스X101'는 방송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평가받고, 순위가 정해지는 프로그램이다. 꽤 잔인한 프로그램일지 모른다. 방송의 소재로 연습생들의 간절한 꿈이 쓰이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이 정당화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공정함'이었다.

'국프'들은 연습생들의 방송 분량은 공평하지 않더라도, '투표'라는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정식 멤버로 데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 공정성이 산산이 조각나는 순간, 모든 것은 의미를 잃는다

임혜리 씨(31)는 "조작은 101명의 연습생의 땀과 열정, 그리고 '국프'들의 노력을 모두 배신한 것"이라며 "뽑힌 멤버들도 이제 앞으로 조작 프레임이 씌워질 텐데 그들의 노력조차 물거품으로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투표 참여 시청자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 측은 "국프들의 투표 결과를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했다고 생각하니 참담하다"며 "온 국민이 시청하는 생방송에서 어떻게 죄의식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나"라고 분개했다.

전문가들은 '프로듀스X101'의 시청층이 주로 10대~30대인만큼 '공정함'을 중요시하는 이들의 가치관으로 인해 사태를 더욱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은 "요즘 젊은 세대일수록 공정함에 대한 가치가 높다"며, "비록 자기의 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프로듀스X101'의 경쟁을 보며, 자신의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더욱 감정 이입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은 리얼한 것에 열광하는 세대"라며 "리얼이라고 믿고 시청했는데, 그것이 허위로 드러났을 때 느껴지는 배신감은 엄청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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