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구출하고 불 끄고…고속도로 ‘의인 열전’

입력 2019.08.21 (08:34) 수정 2019.08.21 (08: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차들이 시속 100킬로미터 안팎까지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작은 사고도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일촉즉발의 위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나선 우리의 이웃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고속도로에 함께 있다면 정말 든든할 것 같은데요.

어떤 분들일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던 차 한 대가 비틀거리며 트럭 옆과 추돌하더니 다시 위태롭게 도로를 가로질러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습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차가 2m정도 점프를 했었거든요. 엔진하고 차체하고 붙었는지 소리가, 듣기 싫은 소리가 있잖아요. 쇠 갈리는 소리가 나면서 저건 놔두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뒤에서 사고를 목격한 손 씨는 곧바로 차를 세우고 신고를 한 뒤 차선을 가로질러 뛰어갔습니다.

사고 차량 안에서는 움직임이 없었고 일단 창을 깨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텐트나 그늘막을 칠 때 50cm짜리 쇠막대기 펙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걸로 충분히 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가져가서 유리를 때렸는데 안 깨지다보니까 좀 옮겨서 가장자리 때려보니까 가장자리는 다행히 금이 가더라고요."]

유리를 깨고 안을 살펴보니 차 안의 운전자는 충격에 쓰러진 상태.

때마침 차를 세우고 같이 구호에 나섰던 이수찬 씨와 뭔가를 상의합니다.

섣불리 옮겼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교통사고 환자는 함부로 옮기는 게 아니라고 교육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안전할거라 생각하고 저는 차 뒤에 가서 위험하니까 1차선이니까 차 오지 말라고 앞에 나가서 한 30m 앞에서 이쪽으로 가라고 수신호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때, 위험한 상황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수찬/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제가 사진 찍을 때 발견한 거예요. 앞의 보닛 밑에서 기름이 새고 있었고 거기 불이 붙었더라고요."]

손씨가 다급하게 운전자를 끌어냈고, 이후 곧바로 차 안은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운전자분 손 흔들고 몸 흔들고 의식 없는 분을 억지로 끄집어 당기다시피해서 끄집어내게 된 거죠. 동영상으로 보니까 앞에 농구공만한 불이 있었는데 그 불이 운전석까지 번지는데 한 1분 이 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아요."]

운전자의 목숨은 물론 두 사람의 안전도 자칫 위험할 수 있었지만 용기를 냈던 의인들입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그 상황에서는 이게 위험하다, 안 위험하다라고 생각되는 것 보다 그냥 무작정 간 거죠."]

도로 위를 달리던 트럭에서 거대한 화물이 떨어집니다.

뒤에 오던 차들은 이를 피하느라 위태롭게 달리는데요.

현장에서 장애물을 뒤늦게 발견하고 간신히 피한 한 트럭이 갓길에 멈춰섭니다.

[전운삼/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디젤엔진이 3차로 정 가운데 딱 떨어져 있더라고요. 순간적으로 무조건 (들이)받았다고 생각하니까 사람 심리가 피하게 되더라고요. 옆에 딱 보니까 고속버스가 오는데 틈을 벌려주는 그 사이로 제가 빠져나오면서 사고를 모면했죠."]

차를 세우고 진정한 전 씨의 눈에 이 상황은 사고 위험이 너무 커보였습니다.

[전운삼/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커브 지점을 돌자마자 그 장애물이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는 구조적인 그런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아닌 누가 와도 무조건 이건 대형사고다 해서 조치를 취하게 됐죠."]

신고를 한 전 씨는 갓길 앞으로 나서 수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달려오는 차에 치일 뻔한 것만도 여러차례.

온 몸이 땀에 젖었지만 1시간 가까이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전운삼/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완전히 다 젖고 해도 어쨌든 좌우지간 (정리)해줄 사람이 올 때까지는 내가 안 하면 큰 사고가 분명히 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차 피하게 시키고 조치하는 것만 생각했지, 내가 뭐 힘이 든다, 내가 뭐 땀이 많이 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습니다."]

전복된 차에서 운전자를 직접 구조하기도 하고요.

[윤시태/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운전자분을 밖으로 내려서 저희 차에 태워서 다시 갓길 쪽으로 갔어요. 2차 사고가 생길 것 같은 그런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운전자를)꺼내야겠다는 그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이번에는 터널 안입니다.

불이난 차를 보고 견인차가 멈춰섭니다.

근처 소화전으로 달려가 소방호스를 끌어다 불을 직접 끄는 모습이 능숙한데요.

[강정원/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소화전에서 소방호스 빼내서 이렇게 진화작업을 했죠. 전에도 몇 번 소화전에서 화재 진압도 해서 그런 건 알고 있습니다."]

터널 안에서 연료부족으로 멈춰선 차량.

너무도 위험한 상황인데요.

불꽃 신호기를 설치하고 갓길로 차를 밀어냅니다.

[김용선/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대형차가 졸음 운전하다가 추돌하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죽을 힘을 다해 낑낑거리며 밀어서 도로 한쪽 가장자리로 밀어냈어요."]

무사히 차량을 이동시켰지만 김 씨는 현장을 미처 피하지 못한 트럭에 치여 아직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 도로보다 몇배는 더 위험한 고속도로의 사고 현장을 그냥 지나치치 못했던 고속도로 의인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어쩌다가 그런 사고 현장에 있어서 남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던 게 고맙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수찬/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내 가족, 내 목숨 귀하듯이 타인의 목숨도 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위험도는 더 적어지는 것이거든요."]

[전운삼/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저는 했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운전하면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은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고요."]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앞서 보셨던 10명의 우리 이웃들에게 고속도로 의인상을 수여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구출하고 불 끄고…고속도로 ‘의인 열전’
    • 입력 2019-08-21 08:34:52
    • 수정2019-08-21 08:56:27
    아침뉴스타임
[기자]

차들이 시속 100킬로미터 안팎까지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작은 사고도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일촉즉발의 위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나선 우리의 이웃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고속도로에 함께 있다면 정말 든든할 것 같은데요.

어떤 분들일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던 차 한 대가 비틀거리며 트럭 옆과 추돌하더니 다시 위태롭게 도로를 가로질러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습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차가 2m정도 점프를 했었거든요. 엔진하고 차체하고 붙었는지 소리가, 듣기 싫은 소리가 있잖아요. 쇠 갈리는 소리가 나면서 저건 놔두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뒤에서 사고를 목격한 손 씨는 곧바로 차를 세우고 신고를 한 뒤 차선을 가로질러 뛰어갔습니다.

사고 차량 안에서는 움직임이 없었고 일단 창을 깨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텐트나 그늘막을 칠 때 50cm짜리 쇠막대기 펙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걸로 충분히 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가져가서 유리를 때렸는데 안 깨지다보니까 좀 옮겨서 가장자리 때려보니까 가장자리는 다행히 금이 가더라고요."]

유리를 깨고 안을 살펴보니 차 안의 운전자는 충격에 쓰러진 상태.

때마침 차를 세우고 같이 구호에 나섰던 이수찬 씨와 뭔가를 상의합니다.

섣불리 옮겼다가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교통사고 환자는 함부로 옮기는 게 아니라고 교육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안전할거라 생각하고 저는 차 뒤에 가서 위험하니까 1차선이니까 차 오지 말라고 앞에 나가서 한 30m 앞에서 이쪽으로 가라고 수신호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때, 위험한 상황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수찬/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제가 사진 찍을 때 발견한 거예요. 앞의 보닛 밑에서 기름이 새고 있었고 거기 불이 붙었더라고요."]

손씨가 다급하게 운전자를 끌어냈고, 이후 곧바로 차 안은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운전자분 손 흔들고 몸 흔들고 의식 없는 분을 억지로 끄집어 당기다시피해서 끄집어내게 된 거죠. 동영상으로 보니까 앞에 농구공만한 불이 있었는데 그 불이 운전석까지 번지는데 한 1분 이 정도밖에 안 걸린 것 같아요."]

운전자의 목숨은 물론 두 사람의 안전도 자칫 위험할 수 있었지만 용기를 냈던 의인들입니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그 상황에서는 이게 위험하다, 안 위험하다라고 생각되는 것 보다 그냥 무작정 간 거죠."]

도로 위를 달리던 트럭에서 거대한 화물이 떨어집니다.

뒤에 오던 차들은 이를 피하느라 위태롭게 달리는데요.

현장에서 장애물을 뒤늦게 발견하고 간신히 피한 한 트럭이 갓길에 멈춰섭니다.

[전운삼/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디젤엔진이 3차로 정 가운데 딱 떨어져 있더라고요. 순간적으로 무조건 (들이)받았다고 생각하니까 사람 심리가 피하게 되더라고요. 옆에 딱 보니까 고속버스가 오는데 틈을 벌려주는 그 사이로 제가 빠져나오면서 사고를 모면했죠."]

차를 세우고 진정한 전 씨의 눈에 이 상황은 사고 위험이 너무 커보였습니다.

[전운삼/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커브 지점을 돌자마자 그 장애물이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는 구조적인 그런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아닌 누가 와도 무조건 이건 대형사고다 해서 조치를 취하게 됐죠."]

신고를 한 전 씨는 갓길 앞으로 나서 수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달려오는 차에 치일 뻔한 것만도 여러차례.

온 몸이 땀에 젖었지만 1시간 가까이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전운삼/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완전히 다 젖고 해도 어쨌든 좌우지간 (정리)해줄 사람이 올 때까지는 내가 안 하면 큰 사고가 분명히 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차 피하게 시키고 조치하는 것만 생각했지, 내가 뭐 힘이 든다, 내가 뭐 땀이 많이 난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습니다."]

전복된 차에서 운전자를 직접 구조하기도 하고요.

[윤시태/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운전자분을 밖으로 내려서 저희 차에 태워서 다시 갓길 쪽으로 갔어요. 2차 사고가 생길 것 같은 그런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운전자를)꺼내야겠다는 그런 생각밖에 없었어요."]

이번에는 터널 안입니다.

불이난 차를 보고 견인차가 멈춰섭니다.

근처 소화전으로 달려가 소방호스를 끌어다 불을 직접 끄는 모습이 능숙한데요.

[강정원/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소화전에서 소방호스 빼내서 이렇게 진화작업을 했죠. 전에도 몇 번 소화전에서 화재 진압도 해서 그런 건 알고 있습니다."]

터널 안에서 연료부족으로 멈춰선 차량.

너무도 위험한 상황인데요.

불꽃 신호기를 설치하고 갓길로 차를 밀어냅니다.

[김용선/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대형차가 졸음 운전하다가 추돌하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죽을 힘을 다해 낑낑거리며 밀어서 도로 한쪽 가장자리로 밀어냈어요."]

무사히 차량을 이동시켰지만 김 씨는 현장을 미처 피하지 못한 트럭에 치여 아직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 도로보다 몇배는 더 위험한 고속도로의 사고 현장을 그냥 지나치치 못했던 고속도로 의인들.

[손형권/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어쩌다가 그런 사고 현장에 있어서 남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던 게 고맙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수찬/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내 가족, 내 목숨 귀하듯이 타인의 목숨도 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위험도는 더 적어지는 것이거든요."]

[전운삼/고속도로 의인상 수상자 :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저는 했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운전하면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은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고요."]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앞서 보셨던 10명의 우리 이웃들에게 고속도로 의인상을 수여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