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아바타’ 논란에 침묵으로 기름붓는 조성욱 후보자

입력 2019.08.21 (12:05) 수정 2019.08.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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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첫날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공정위 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에 연이어 말을 아꼈습니다.

조 후보자는 어제(20일) 향후 공정위 정책 방향에 대한 공정위 기자단의 서면질의에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회신했습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두 번째 재벌개혁 전문가 등용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에 '불확실성'으로 답한 셈입니다.

"불합리·불투명은 개선돼야!"…원론적 답변만 되풀이

조 후보자는 재벌 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 "대기업집단에서도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행태 등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재벌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답변을 거부한 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발의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들어있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한 입장도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충실히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법무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하면서 여러 방안을 강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재벌정책 외의 영역에 대해 조 후보자는 "취임하게 되면 공정위의 여러 법 집행이 어느 하나 소홀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아울러 혁신의욕을 저해시키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경쟁 혁신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시절 회의에 참석한 조 후보자(연합뉴스)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시절 회의에 참석한 조 후보자(연합뉴스)

과거 논문으로 정책 방향 추정해야 하나

조 후보자의 '침묵'에 공정위 안팎에서는 과거 후보자가 쓴 논문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추정하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입니다.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공정경쟁연합회의 '경쟁 저널'에 실은 '대규모 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에서 재벌을 '가난한 집 맏아들'로 지칭하면서 동생 격인 경제구성원에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재벌은) 개별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과 다수의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라며 "이들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은 단순한 경쟁법의 위반을 넘어 많은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이어 "'가난한 집 맏아들'을 위해 동생들이 희생한 것처럼, 최근 재벌의 높은 성과가 있기까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이들이 성장하도록 인적ㆍ물적 자원을 몰아준 우리 경제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다"라며 "그들(재벌) 때문에 기회조차 받지 못한 기업 및 경제 주체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상조호(號) 공정위의 정책이 김상조 교수의 논문을 실현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조 후보자가 쓴 일련의 논문도 후보자의 재벌관을 일부 설명해줄 뿐입니다.

또 대부분 논문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 초반에 쓴 것으로 지금의 한국경제 상황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조 후보자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7년 5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받은 다음 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7년 5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받은 다음 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커지는 '김상조 아바타' 논란

이렇게 조 후보자가 정책 방향에 대해 계속 침묵하면서 이른바 '김상조 아바타'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의 답변이 김상조 정책실장이 마련한 '공정경제' 정책 기조와 판박이 수준에 그쳐 조 후보자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거라는 기대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조 후보자의 이 같은 행보를 '국회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해석하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대부분의 장관 후보자들이 임명과 동시에 정책의 큰 줄기 정도는 언급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이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어서입니다.

김 실장은 2017년 후보자 지명을 받은 다음 날 기자회견을 자처해 1시간여 질문에 답하며 "김상조가 요즘 너무 말랑말랑해졌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개혁에 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상조 실장의 '재벌 저격수'라는 수식어만으로 재벌에 강력한 '위약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몰아치듯 개혁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상당수 대기업집단이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내놓고, 불공정 거래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표현이 과격했던 적은 없었지만, 자기 생각을 꾸준히 알리면서 '노출빈도'를 높인 결과입니다.

조 후보자의 계속되는 침묵이 인사청문회 통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처 수장으로서 정책 집행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편, 12년간 형부 회사의 감사를 지내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공정위 관계자를 통해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보수가 없는 감사직에 대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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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조 아바타’ 논란에 침묵으로 기름붓는 조성욱 후보자
    • 입력 2019-08-21 12:05:50
    • 수정2019-08-21 12:57:17
    취재K
출근 첫날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공정위 정책 방향에 대한 질의에 연이어 말을 아꼈습니다.

조 후보자는 어제(20일) 향후 공정위 정책 방향에 대한 공정위 기자단의 서면질의에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회신했습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두 번째 재벌개혁 전문가 등용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에 '불확실성'으로 답한 셈입니다.

"불합리·불투명은 개선돼야!"…원론적 답변만 되풀이

조 후보자는 재벌 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 "대기업집단에서도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행태 등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재벌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답변을 거부한 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발의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들어있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한 입장도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충실히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법무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긴밀히 협력하면서 여러 방안을 강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재벌정책 외의 영역에 대해 조 후보자는 "취임하게 되면 공정위의 여러 법 집행이 어느 하나 소홀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아울러 혁신의욕을 저해시키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함께 경쟁 혁신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시절 회의에 참석한 조 후보자(연합뉴스)
과거 논문으로 정책 방향 추정해야 하나

조 후보자의 '침묵'에 공정위 안팎에서는 과거 후보자가 쓴 논문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추정하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입니다.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공정경쟁연합회의 '경쟁 저널'에 실은 '대규모 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에서 재벌을 '가난한 집 맏아들'로 지칭하면서 동생 격인 경제구성원에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재벌은) 개별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과 다수의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라며 "이들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행위를 하는 것은 단순한 경쟁법의 위반을 넘어 많은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이어 "'가난한 집 맏아들'을 위해 동생들이 희생한 것처럼, 최근 재벌의 높은 성과가 있기까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이들이 성장하도록 인적ㆍ물적 자원을 몰아준 우리 경제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다"라며 "그들(재벌) 때문에 기회조차 받지 못한 기업 및 경제 주체들에게 보상해야 하는 이유가 존재한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상조호(號) 공정위의 정책이 김상조 교수의 논문을 실현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조 후보자가 쓴 일련의 논문도 후보자의 재벌관을 일부 설명해줄 뿐입니다.

또 대부분 논문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 초반에 쓴 것으로 지금의 한국경제 상황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조 후보자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7년 5월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받은 다음 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커지는 '김상조 아바타' 논란

이렇게 조 후보자가 정책 방향에 대해 계속 침묵하면서 이른바 '김상조 아바타'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의 답변이 김상조 정책실장이 마련한 '공정경제' 정책 기조와 판박이 수준에 그쳐 조 후보자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거라는 기대가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조 후보자의 이 같은 행보를 '국회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해석하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대부분의 장관 후보자들이 임명과 동시에 정책의 큰 줄기 정도는 언급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이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어서입니다.

김 실장은 2017년 후보자 지명을 받은 다음 날 기자회견을 자처해 1시간여 질문에 답하며 "김상조가 요즘 너무 말랑말랑해졌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개혁에 관한 의지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상조 실장의 '재벌 저격수'라는 수식어만으로 재벌에 강력한 '위약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몰아치듯 개혁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지만, 상당수 대기업집단이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내놓고, 불공정 거래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표현이 과격했던 적은 없었지만, 자기 생각을 꾸준히 알리면서 '노출빈도'를 높인 결과입니다.

조 후보자의 계속되는 침묵이 인사청문회 통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처 수장으로서 정책 집행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편, 12년간 형부 회사의 감사를 지내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조 후보자는 공정위 관계자를 통해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보수가 없는 감사직에 대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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