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참관 해보셨나” 까칠해진 정경두 국방장관

입력 2019.08.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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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은 훈련을 계획하고 훈련 참관해 보셨습니까?"

어제(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미연합훈련을 없애고 축소하는데 '그 전에 하는 것보다 잘한다'라고 하면 그 궤변을 누가 믿나"라며 "병력 동원을 하지 않는 훈련이 제대로 된 훈련인가"라고 따지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맞받아친 말이다.

'훈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매도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정경두 장관의 다소 도발적인 답변에 이주영 의원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나도 엄청난 연구를 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장관이 어떻게 질의하는 의원에게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아무리 아니라고 얘기해도 믿지 않는다. 제발 우리 군을 폄하하지 말라"며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이 의원과 정 장관의 언쟁이 길어지자 사회를 보던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차분한 가운데 질의응답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병력 동원을 하지 않는 훈련이 (전보다 훈련을) 강화하는 거냐'고 따지자 정 장관은 다시 '원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병력 동원하는 훈련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국방 전문가가 아닌데 무시하느냐는 이 의원의 말에는 "국방위원인데 왜 국방 전문가가 아니냐"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안보 현안 등으로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아도 강하게 대꾸하지 않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정 장관은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군이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지적하자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왜 자꾸 그런 식으로 얘기하느냐. 정상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을 잘라서 답변하는 등 이종명 의원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종명 의원은 "훈련하고 연습하라고 군에 예산을 줬는데,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고 훈련을 축소하고 취소하고, 목적에 맞지 않게 (예산을) 임의로 집행하거나 낭비한 데 대해 답변하라"고 다시 질의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곧바로 "국민께서 오해하고 잘못 인식할 수 있도록 왜 자꾸 그렇게 이상하게 몰아가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더 강한 훈련, 강한 연습, 더 확실하고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는 연습과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정 장관의 답변이 끝나고 이종명 의원이 '장관의 말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겠다'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 해도 정 장관은 '제가 합참의장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교육·훈련 등한시 하라고 지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제 발언록을 봐라'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였던 정 장관은 안규백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몇 번 더 지적을 받자 "장관으로서 사과드린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타당성 없는 말씀을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 군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정 장관의 달라진 태도가 눈길을 끌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달 말부터 군 기강에 대한 비판에 대해 조금씩 반박의 목소리를 높여온 태도의 연장선상으로도 보인다는 게 군 일각의 목소리다. 정 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 모두발언에서도 "'우리 군이 북한을 의식해 훈련도 하지 못하고, 완전히 싸울 수 없는 군대가 되었다'는 잘못된 이야기까지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대동한 자리였다.

정경두 장관의 답변 모습을 본 한 군 관계자는 "그동안 훈련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와 질타에도 비교적 조곤조곤 설명하며 답변하는 자세를 유지했는데, 그렇게 해봤자 잘 듣지 않고 메시지도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았다"며 "훈련을 제대로 안 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닌데, 그런 지적을 계속 받으면 군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작심하고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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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의원님은 훈련을 계획하고 훈련 참관해 보셨습니까?"

어제(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미연합훈련을 없애고 축소하는데 '그 전에 하는 것보다 잘한다'라고 하면 그 궤변을 누가 믿나"라며 "병력 동원을 하지 않는 훈련이 제대로 된 훈련인가"라고 따지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맞받아친 말이다.

'훈련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매도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정경두 장관의 다소 도발적인 답변에 이주영 의원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나도 엄청난 연구를 한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장관이 어떻게 질의하는 의원에게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아무리 아니라고 얘기해도 믿지 않는다. 제발 우리 군을 폄하하지 말라"며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이 의원과 정 장관의 언쟁이 길어지자 사회를 보던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차분한 가운데 질의응답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병력 동원을 하지 않는 훈련이 (전보다 훈련을) 강화하는 거냐'고 따지자 정 장관은 다시 '원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병력 동원하는 훈련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국방 전문가가 아닌데 무시하느냐는 이 의원의 말에는 "국방위원인데 왜 국방 전문가가 아니냐"고 되받아치기도 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안보 현안 등으로 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아도 강하게 대꾸하지 않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정 장관은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군이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지적하자 질의가 끝나기도 전에 '왜 자꾸 그런 식으로 얘기하느냐. 정상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을 잘라서 답변하는 등 이종명 의원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종명 의원은 "훈련하고 연습하라고 군에 예산을 줬는데,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고 훈련을 축소하고 취소하고, 목적에 맞지 않게 (예산을) 임의로 집행하거나 낭비한 데 대해 답변하라"고 다시 질의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곧바로 "국민께서 오해하고 잘못 인식할 수 있도록 왜 자꾸 그렇게 이상하게 몰아가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더 강한 훈련, 강한 연습, 더 확실하고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갖추는 연습과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정 장관의 답변이 끝나고 이종명 의원이 '장관의 말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겠다'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 해도 정 장관은 '제가 합참의장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교육·훈련 등한시 하라고 지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제 발언록을 봐라'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야당 의원들과 거친 설전을 벌였던 정 장관은 안규백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몇 번 더 지적을 받자 "장관으로서 사과드린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타당성 없는 말씀을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 군 사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정 장관의 달라진 태도가 눈길을 끌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달 말부터 군 기강에 대한 비판에 대해 조금씩 반박의 목소리를 높여온 태도의 연장선상으로도 보인다는 게 군 일각의 목소리다. 정 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 모두발언에서도 "'우리 군이 북한을 의식해 훈련도 하지 못하고, 완전히 싸울 수 없는 군대가 되었다'는 잘못된 이야기까지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대동한 자리였다.

정경두 장관의 답변 모습을 본 한 군 관계자는 "그동안 훈련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와 질타에도 비교적 조곤조곤 설명하며 답변하는 자세를 유지했는데, 그렇게 해봤자 잘 듣지 않고 메시지도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았다"며 "훈련을 제대로 안 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닌데, 그런 지적을 계속 받으면 군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작심하고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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