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홍콩 광장에 중학생들이 모인 이유…“홍콩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

입력 2019.08.23 (07:00) 수정 2019.08.2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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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우산을 든 학생들 "홍콩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

홍콩사태가 12주차로 접어들었다. 어제(22일) 현지 오후 3시의 땡볕 아래 홍콩 중학생들은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 모였다. '송환법 반대'로 시작한 시위는 '홍콩의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늘 없는 광장에서 햇살을 피하려고 우산을 쓴 학생들은 개학일인 다음 달 2일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동맹휴학에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31일 대규모 거리 집회도 예고돼있다.

"홍콩의 미래는 우리 10대들의 미래잖아요.
저희가 누리지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사회를 꼭 만들거에요"
-아이비/홍콩 중학생



2014년 경찰이 발사하는 최루탄을 피하려고 우산을 들고 투쟁했던 이른바, 홍콩의 우산 혁명. 당시 18살이었던 조슈아 웡은 22살 청년이 되었다. "우산 혁명은 시민들이 투쟁을 이어나갈 동력을 확인한 계기가 됐기 때문에 미완이었지만 실패한 혁명은 아니었다."는 그는 2019년 다시 홍콩 시민을 이끌고 있다. 색색의 우산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직원 "SAVE SIMON NOW!"

지난 8일 중국 출장을 다녀오다 실종된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직원 사이먼 정. 지난 21일 사이먼의 친구를 포함한 홍콩 시민들이 영사관에 사이먼의 안전한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했다.

"홍콩 시민에게 사이먼의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안전하게 석방되어야 합니다."
-맥스 정/ 사이먼의 친구

사이먼의 친구들은 이 사건은 '송환법'과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에서 고속철을 타고 홍콩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던 사이먼은 국경을 넘은 뒤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고속철의 종착역인 서구룡역은 홍콩에 있지만 출입국 관련 업무는 중국 공안이 담당하고, 법도 중국법이 적용되는 곳이다. 홍콩의 거리를 걷고 있어도 중국으로 붙잡혀 갈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송환법과는 별개의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 사건이 중국의 무차별적인 인권 탄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사이먼의 실종, 구금 사건은 중국 정부와는 별개의 독립 자치정부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열망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중국의 인권 탄압 심각... "송환법 완전히 폐기해야"

홍콩 시민들은 같은 날 "사이먼은 영국 국민이 아니다. 중국 사람이다. 순전히 중국 내부의 일"이라고 말했던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입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사이먼의 친구 맥스는 "사이먼은 BNO여권(British National Oversea Passport)를 소지한 영국 영사관의 홍콩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민의 자유로운 권리'라며 홍콩 시위를 공개 지지해온 영국에 대한 반감을 중국이 어리석게(Stupid)표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SNS에 올린 중국 인권변호사 첸추스의 실종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에 집회사진을 저장하지 않고, 신발이나 옷의 상표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시위에 참여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경찰 당국에 신상정보가 넘겨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시위대를 '폭동'이라고 규정한 것을 철회하라며 시민들은 평화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의 청년들은 텔레그램 등의 SNS 메신저를 통해 집회 일정과 구체적인 내용의 논의한다. 인구 700만 명인 홍콩에서 200만, 170만 명이 참여한 집회의 동력은 '청년'과 '디지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조슈아 웡 "촛불집회에서 영감…. 끝까지 싸울 것"

홍콩시민들은 중국을 칭할 때 'China' 대신 'Peking Government(베이징 정부)'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Peking'은 영미권 나라들이 사용하던 중국의 수도 베이징(북경·北京)의 옛 지칭이다. 지난 16일 집회에는 성조기와 영국기 등이 등장했다. 시민들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의 약속인 2047년까지 50년 동안 행정·입법·사법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일국양제'를 중국이 수년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베이징 정부'에서 완전히 독립한 자치권을 요구하는 이유다. 조슈아 웡은 "중국의 무력 개입은 사태를 장기화할 뿐, 정치적인 위기는 정치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홍콩 시민들은 한국인들이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오랜 시간 투쟁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년여 전, 촛불집회는 주말마다 이어졌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끝내 원하는 결과를 이뤄냈죠. 이 점에서 우리는 촛불집회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조슈아 웡,22살

홍콩 사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오는 주말에는 홍콩국제공항으로 오가는 시내 대중교통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버스, 택시 운전자를 포함한 시민들이 홍콩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방법이다. 시민들은 경찰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며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홍콩과 한국은 역사는 물론 행정,입법,정치 체계도 다르다. 하지만 2019년의 홍콩 시민들은 수십 년 전, 한국 청년들이 거리에서 한목소리로 외쳤던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3달째 이어지는 홍콩사태. 우산을 쓴 홍콩 시민들이 한국에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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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홍콩 광장에 중학생들이 모인 이유…“홍콩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
    • 입력 2019-08-23 07:00:23
    • 수정2019-08-23 07:12:25
    특파원 리포트
●다시 우산을 든 학생들 "홍콩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

홍콩사태가 12주차로 접어들었다. 어제(22일) 현지 오후 3시의 땡볕 아래 홍콩 중학생들은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 모였다. '송환법 반대'로 시작한 시위는 '홍콩의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늘 없는 광장에서 햇살을 피하려고 우산을 쓴 학생들은 개학일인 다음 달 2일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동맹휴학에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31일 대규모 거리 집회도 예고돼있다.

"홍콩의 미래는 우리 10대들의 미래잖아요.
저희가 누리지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사회를 꼭 만들거에요"
-아이비/홍콩 중학생



2014년 경찰이 발사하는 최루탄을 피하려고 우산을 들고 투쟁했던 이른바, 홍콩의 우산 혁명. 당시 18살이었던 조슈아 웡은 22살 청년이 되었다. "우산 혁명은 시민들이 투쟁을 이어나갈 동력을 확인한 계기가 됐기 때문에 미완이었지만 실패한 혁명은 아니었다."는 그는 2019년 다시 홍콩 시민을 이끌고 있다. 색색의 우산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직원 "SAVE SIMON NOW!"

지난 8일 중국 출장을 다녀오다 실종된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직원 사이먼 정. 지난 21일 사이먼의 친구를 포함한 홍콩 시민들이 영사관에 사이먼의 안전한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전달했다.

"홍콩 시민에게 사이먼의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장 안전하게 석방되어야 합니다."
-맥스 정/ 사이먼의 친구

사이먼의 친구들은 이 사건은 '송환법'과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에서 고속철을 타고 홍콩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던 사이먼은 국경을 넘은 뒤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고속철의 종착역인 서구룡역은 홍콩에 있지만 출입국 관련 업무는 중국 공안이 담당하고, 법도 중국법이 적용되는 곳이다. 홍콩의 거리를 걷고 있어도 중국으로 붙잡혀 갈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송환법과는 별개의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 사건이 중국의 무차별적인 인권 탄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사이먼의 실종, 구금 사건은 중국 정부와는 별개의 독립 자치정부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열망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중국의 인권 탄압 심각... "송환법 완전히 폐기해야"

홍콩 시민들은 같은 날 "사이먼은 영국 국민이 아니다. 중국 사람이다. 순전히 중국 내부의 일"이라고 말했던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입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사이먼의 친구 맥스는 "사이먼은 BNO여권(British National Oversea Passport)를 소지한 영국 영사관의 홍콩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민의 자유로운 권리'라며 홍콩 시위를 공개 지지해온 영국에 대한 반감을 중국이 어리석게(Stupid)표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SNS에 올린 중국 인권변호사 첸추스의 실종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에 집회사진을 저장하지 않고, 신발이나 옷의 상표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시위에 참여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경찰 당국에 신상정보가 넘겨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시위대를 '폭동'이라고 규정한 것을 철회하라며 시민들은 평화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홍콩의 청년들은 텔레그램 등의 SNS 메신저를 통해 집회 일정과 구체적인 내용의 논의한다. 인구 700만 명인 홍콩에서 200만, 170만 명이 참여한 집회의 동력은 '청년'과 '디지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조슈아 웡 "촛불집회에서 영감…. 끝까지 싸울 것"

홍콩시민들은 중국을 칭할 때 'China' 대신 'Peking Government(베이징 정부)'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Peking'은 영미권 나라들이 사용하던 중국의 수도 베이징(북경·北京)의 옛 지칭이다. 지난 16일 집회에는 성조기와 영국기 등이 등장했다. 시민들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의 약속인 2047년까지 50년 동안 행정·입법·사법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일국양제'를 중국이 수년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베이징 정부'에서 완전히 독립한 자치권을 요구하는 이유다. 조슈아 웡은 "중국의 무력 개입은 사태를 장기화할 뿐, 정치적인 위기는 정치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홍콩 시민들은 한국인들이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오랜 시간 투쟁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년여 전, 촛불집회는 주말마다 이어졌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졌지만 끝내 원하는 결과를 이뤄냈죠. 이 점에서 우리는 촛불집회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조슈아 웡,22살

홍콩 사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오는 주말에는 홍콩국제공항으로 오가는 시내 대중교통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버스, 택시 운전자를 포함한 시민들이 홍콩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방법이다. 시민들은 경찰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며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홍콩과 한국은 역사는 물론 행정,입법,정치 체계도 다르다. 하지만 2019년의 홍콩 시민들은 수십 년 전, 한국 청년들이 거리에서 한목소리로 외쳤던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 3달째 이어지는 홍콩사태. 우산을 쓴 홍콩 시민들이 한국에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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