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아니라고 인정하면 협의하겠다?…日, 왜 억지 부리나?

입력 2019.08.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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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협의 아니었다고 인정하면 협의하겠다"

세코 일본 경제산업상이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할 국장급 정책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어제 (22일)자 산케이 신문 인터뷰에서다. 그런데 이상한 조건을 달았다. 지난 7월 12일 양국 과장급 만남 후에 한국이 "다르게 밝힌" 부분을 먼저 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에 수출 규제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는 우리 정부 주장을 접어야 국장급 대화를 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과장급 만남은 협의하는 자리였고, 일본에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줄곧 "당시 한국 측의 철회 요구가 없었다"는데 집착하고 있다. 왜 이러는 것일까?

"규제 철회 요구도 안 했다면 왜 다섯 시간이나 대화를 했겠나?"

우리 산업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라는 말조차 안 하려고 했다면, 왜 일본까지 가서 다섯 시간이나 대화를 했겠나?"고 반문했다. 상식적으로 긴 시간 대화가 오가면서 철회를 요청하는 말이 없었으리라 보기 어렵다.

한국 측은 구체적으로 정황을 밝히기까지 했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지난달 19일
"이번 조치의 부당성과 철회를 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전달하려고 했다"면서 "일본 측은 설명을 듣고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당시 양자협의 기록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협의 대상 아니라는 것 강조해 와…세계무역기구 제소 대비한 듯

일본이 무리한 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당시 과장급 만남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과장급 협의 당일에도 종이에 프린트한 '설명회'라는 문구를 사무실 내 화이트보드에 부착했다. 당시 만남은 설명회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7월 12일 한일 과장급 협의 당시 화이트보드 “사무적 설명회”라고 써 붙였다.7월 12일 한일 과장급 협의 당시 화이트보드 “사무적 설명회”라고 써 붙였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수출 규제가 제소나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그동안 밝혀왔다. 단지 안전보장을 위해 자국 내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행한 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뿐이지 '협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었다.

"협의 대상이 맞다" 인정한 꼴

하지만 상식적으로 당연히 오갔을 이야기를 "없었다"는 말로 덮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7월 12일 협의의 성격에 대해서는 양국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협의라고 알고 있지만, 일본은 설명회라고 부르는 것까지 막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분명히 주고받은 대화를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사실관계와 다른 전제를 다는 것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일본 경제산업상도 수출 규제가 양국 간 '협의'의 대상이라는 점에 사실상 동의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다. "협의 대상이 아니다"는 기존 일본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협의를 할 것이라면 과거의 협의를 굳이 없었다고 부정할 필요가 있는지가 또 의문이다. 그때 협의가 협의가 아니었더라도 지금부터 협의를 한다면 어쨌든 협의 대상이라는 것을 일본이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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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의 아니라고 인정하면 협의하겠다?…日, 왜 억지 부리나?
    • 입력 2019-08-23 07:00:23
    취재K
日 "협의 아니었다고 인정하면 협의하겠다"

세코 일본 경제산업상이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할 국장급 정책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어제 (22일)자 산케이 신문 인터뷰에서다. 그런데 이상한 조건을 달았다. 지난 7월 12일 양국 과장급 만남 후에 한국이 "다르게 밝힌" 부분을 먼저 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에 수출 규제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는 우리 정부 주장을 접어야 국장급 대화를 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과장급 만남은 협의하는 자리였고, 일본에 수출 규제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줄곧 "당시 한국 측의 철회 요구가 없었다"는데 집착하고 있다. 왜 이러는 것일까?

"규제 철회 요구도 안 했다면 왜 다섯 시간이나 대화를 했겠나?"

우리 산업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라는 말조차 안 하려고 했다면, 왜 일본까지 가서 다섯 시간이나 대화를 했겠나?"고 반문했다. 상식적으로 긴 시간 대화가 오가면서 철회를 요청하는 말이 없었으리라 보기 어렵다.

한국 측은 구체적으로 정황을 밝히기까지 했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지난달 19일
"이번 조치의 부당성과 철회를 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전달하려고 했다"면서 "일본 측은 설명을 듣고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당시 양자협의 기록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협의 대상 아니라는 것 강조해 와…세계무역기구 제소 대비한 듯

일본이 무리한 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당시 과장급 만남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과장급 협의 당일에도 종이에 프린트한 '설명회'라는 문구를 사무실 내 화이트보드에 부착했다. 당시 만남은 설명회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7월 12일 한일 과장급 협의 당시 화이트보드 “사무적 설명회”라고 써 붙였다.
이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수출 규제가 제소나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그동안 밝혀왔다. 단지 안전보장을 위해 자국 내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행한 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뿐이지 '협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었다.

"협의 대상이 맞다" 인정한 꼴

하지만 상식적으로 당연히 오갔을 이야기를 "없었다"는 말로 덮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7월 12일 협의의 성격에 대해서는 양국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협의라고 알고 있지만, 일본은 설명회라고 부르는 것까지 막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분명히 주고받은 대화를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사실관계와 다른 전제를 다는 것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일본 경제산업상도 수출 규제가 양국 간 '협의'의 대상이라는 점에 사실상 동의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진전이다. "협의 대상이 아니다"는 기존 일본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협의를 할 것이라면 과거의 협의를 굳이 없었다고 부정할 필요가 있는지가 또 의문이다. 그때 협의가 협의가 아니었더라도 지금부터 협의를 한다면 어쨌든 협의 대상이라는 것을 일본이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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