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인턴’에 고등학생이?” 조 후보자 자녀들의 수상한 인턴십

입력 2019.08.23 (14:51) 수정 2019.08.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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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조 후보자 자녀들의 진학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특혜' 논란입니다. 이 가운데 KBS는 어제(22일) 조 후보자의 두 자녀가 고등학생 시절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위원회 등을 방문하는 '인턴십'을 거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연관 기사] “조국 친분 인사 선발”…유엔 인권 인턴십, 딸·아들 모두 참가

해당 의혹이 주목을 받는 건 조 후보자 본인이 이 과정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 후보자 본인이 고등학생 때부터 자녀들의 인턴십 참여 등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조 후보자 자녀들의 진학과 관련된 다른 여러 의혹에도 조 후보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생·일반인 대상인데…‘고등학생’이 합격?”

조 후보자의 딸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2009년 초, '유엔 인권 인턴십'에 선발돼 참여하게 됩니다.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유엔인권이사회(UNHRC)를 비롯한 인권 관련 국제기구들을 약 2주간 방문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인턴십 참가 자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내대로라면 당시 고등학생이던 조 후보자의 딸은 참가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조 후보자의 딸은 프로그램에 선발돼 실제로 인턴십을 이수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4년 뒤인 2013년 조 후보자의 아들 역시 같은 인턴십을 다녀왔다는 겁니다. 이번에도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의심스러운 일이 두 번이나, 그것도 같은 당사자에게 반복되면 이를 우연이라 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선발 담당자는 서울대 동료 교수…인권위도 함께 근무”

해당 인턴십은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 모집과 선발을 담당했습니다. 이곳의 공동 대표 중 한 명은 서울대 정 모 교수(현재는 명예 교수). 정 교수는 당시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의 위원이자 부의장을 맡고 있었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해당 인턴십 참가자들을 면접을 통해 직접 선발했습니다.

정 교수는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문 위원 역할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조 후보자 역시 인권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인권위 산하 국제인권전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정 교수는 해당 위원회의 위원이었습니다. 서울대와 인권위라는 두 분야에서 두 사람 사이의 공통분모가 생긴 겁니다.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정 교수를 상대로 연락했지만, 정 교수는 관련 문의에 끝내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조 후보자와 아는 사이라고 해서 반드시 부적절한 청탁이 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역시 "조 후보자와 정 교수가 아는 사이인 것은 맞다"면서도 "조 후보자 자녀들의 인턴 선발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지원 자격에 맞지 않는 선발이 두 번이나 이뤄진 점을 미뤄볼 때 다른 희망자를 제치고 조 후보자 자녀들을 선발해달라는 부적절한 청탁이 있었고 그 청탁을 건넨 당사자는 조 후보자나 배우자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단순 견학 프로그램…문제 될 것 없다?”

일부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2주간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제대로 된 인턴십 프로그램이라고 보기 힘들며, 따라서 조 후보자가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이를 특혜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해당 인턴십에 참가를 희망했지만 선발되지 못한 지원자는 분명 존재하고, 이에 반해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조 후보자의 자녀는 인턴십에 참가했더라면 정도의 차이에 관계없이 분명 '혜택'은 존재합니다.

여기에 조 후보자의 딸은 같은 해 고려대학교 수시모집에서 '세계 인재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비록 자기소개서 상에서 해당 인턴십 내용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참가 기록이 입시 자료로 제출됐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작든 크든, 규정에 맞지 않는 혜택이 존재한 상황에서 '문제는 없었다'는 애매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조 후보자 측의 설명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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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인턴’에 고등학생이?” 조 후보자 자녀들의 수상한 인턴십
    • 입력 2019-08-23 14:51:12
    • 수정2019-08-23 15:01:14
    취재K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조 후보자 자녀들의 진학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특혜' 논란입니다. 이 가운데 KBS는 어제(22일) 조 후보자의 두 자녀가 고등학생 시절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위원회 등을 방문하는 '인턴십'을 거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연관 기사] “조국 친분 인사 선발”…유엔 인권 인턴십, 딸·아들 모두 참가

해당 의혹이 주목을 받는 건 조 후보자 본인이 이 과정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 후보자 본인이 고등학생 때부터 자녀들의 인턴십 참여 등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조 후보자 자녀들의 진학과 관련된 다른 여러 의혹에도 조 후보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생·일반인 대상인데…‘고등학생’이 합격?”

조 후보자의 딸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2009년 초, '유엔 인권 인턴십'에 선발돼 참여하게 됩니다.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해 유엔인권이사회(UNHRC)를 비롯한 인권 관련 국제기구들을 약 2주간 방문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인턴십 참가 자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내대로라면 당시 고등학생이던 조 후보자의 딸은 참가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조 후보자의 딸은 프로그램에 선발돼 실제로 인턴십을 이수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4년 뒤인 2013년 조 후보자의 아들 역시 같은 인턴십을 다녀왔다는 겁니다. 이번에도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의심스러운 일이 두 번이나, 그것도 같은 당사자에게 반복되면 이를 우연이라 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선발 담당자는 서울대 동료 교수…인권위도 함께 근무”

해당 인턴십은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 모집과 선발을 담당했습니다. 이곳의 공동 대표 중 한 명은 서울대 정 모 교수(현재는 명예 교수). 정 교수는 당시 유엔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의 위원이자 부의장을 맡고 있었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해당 인턴십 참가자들을 면접을 통해 직접 선발했습니다.

정 교수는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문 위원 역할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당시 조 후보자 역시 인권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인권위 산하 국제인권전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정 교수는 해당 위원회의 위원이었습니다. 서울대와 인권위라는 두 분야에서 두 사람 사이의 공통분모가 생긴 겁니다.


이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정 교수를 상대로 연락했지만, 정 교수는 관련 문의에 끝내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조 후보자와 아는 사이라고 해서 반드시 부적절한 청탁이 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역시 "조 후보자와 정 교수가 아는 사이인 것은 맞다"면서도 "조 후보자 자녀들의 인턴 선발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지원 자격에 맞지 않는 선발이 두 번이나 이뤄진 점을 미뤄볼 때 다른 희망자를 제치고 조 후보자 자녀들을 선발해달라는 부적절한 청탁이 있었고 그 청탁을 건넨 당사자는 조 후보자나 배우자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단순 견학 프로그램…문제 될 것 없다?”

일부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2주간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제대로 된 인턴십 프로그램이라고 보기 힘들며, 따라서 조 후보자가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이를 특혜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해당 인턴십에 참가를 희망했지만 선발되지 못한 지원자는 분명 존재하고, 이에 반해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조 후보자의 자녀는 인턴십에 참가했더라면 정도의 차이에 관계없이 분명 '혜택'은 존재합니다.

여기에 조 후보자의 딸은 같은 해 고려대학교 수시모집에서 '세계 인재 전형'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비록 자기소개서 상에서 해당 인턴십 내용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참가 기록이 입시 자료로 제출됐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작든 크든, 규정에 맞지 않는 혜택이 존재한 상황에서 '문제는 없었다'는 애매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조 후보자 측의 설명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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