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감쪽같이 사라진 2천만 원…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입력 2019.08.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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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 보내온 광주광역시의 한 70대 부부.

나란히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던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2019년이 될 사건이 터진 건, 무더웠던 지난 13일입니다.

할머니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동네 노인정으로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환기를 시키려고 1층 창문을 열어놓고 나왔는데 오후 6시가 넘어 귀가했더니 집이 난장판이 돼 있었습니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앞에 놓인 화분도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집안은 방마다 장롱 서랍이 열려있었고, 곳곳이 어질러져 있었습니다.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급히 달려간 곳은 작은 방.

할머니가 장롱 깊숙한 곳에 감쳐둔 현금 2천600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낡은 집을 수리하려고 애지중지 모았던 돈인지라 할머니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40만 원 정도 하는 18K 금목걸이도 사라졌습니다.

화들짝 놀란 할머니는 서둘러 경찰을 불렀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서 강력팀은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는 빠르게 증거 수집에 나섭니다. 광주지방경찰청에 감식을 요청하는가 하면 주변 CCTV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합니다.

이 모습을 할아버지는 불편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강력팀 경찰들은 신고 다음 날에는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조용히 불러 앉혔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돈을 가져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 있어 아내의 비상금에 손을 댔다는 겁니다.

도둑이 훔쳐 간 것처럼 꾸미려고 집도 일부러 어지럽혔던 것이죠. 의심받지 않으려고 필요하지도 않은 목걸이도 훔치는 등 할머니를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사실 훔친 돈과 귀금속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집안 김치 냉장고 밑에 숨겨놨습니다.

두 내외는 자식을 모두 출가시키고 지금은 각방을 쓸 정도로, 그리 살가운 부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노름도 즐겨서 주로 집 밖에서 시간을 보냈고 이런저런 일로 천만 원 상당의 빚까지 져서 돈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황당한 자작극임이 드러났고, 경찰은 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 큰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집에 숨겨 놓았던 걸까요?

거액을 통장에 넣어놨다가는 기초노령연금 대상에서 제외될까 봐 집안 깊숙한 곳에 숨겨놨다고 합니다.

과연 절도 자작극을 버린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한마디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친족간 재산 범죄에 대해 형을 면할 수 있다'라는 '친족상도례'에 따라 경찰이 처벌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친족상도례에 관한 형법 조항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친족상도례에 관한 형법 조항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보시는 것처럼 형법 323조와 328조에 따라 친족간의 범행과 고소는 배우자 등 가까운 친족에 한해 형을 면제한다고 나옵니다.

자식을 다 키우신 만큼 오붓한 노년을 보냈으면 좋았을 두 분의 결혼생활에 2019년 여름은 또 다른 의미로 '잊지 못할 한 해'(?)가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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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감쪽같이 사라진 2천만 원…범인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 입력 2019-08-24 07:01:48
    취재후·사건후
반백에 가까운 세월을 함께 보내온 광주광역시의 한 70대 부부.

나란히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던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2019년이 될 사건이 터진 건, 무더웠던 지난 13일입니다.

할머니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동네 노인정으로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습니다.

환기를 시키려고 1층 창문을 열어놓고 나왔는데 오후 6시가 넘어 귀가했더니 집이 난장판이 돼 있었습니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앞에 놓인 화분도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집안은 방마다 장롱 서랍이 열려있었고, 곳곳이 어질러져 있었습니다.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급히 달려간 곳은 작은 방.

할머니가 장롱 깊숙한 곳에 감쳐둔 현금 2천600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낡은 집을 수리하려고 애지중지 모았던 돈인지라 할머니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40만 원 정도 하는 18K 금목걸이도 사라졌습니다.

화들짝 놀란 할머니는 서둘러 경찰을 불렀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서 강력팀은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고는 빠르게 증거 수집에 나섭니다. 광주지방경찰청에 감식을 요청하는가 하면 주변 CCTV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합니다.

이 모습을 할아버지는 불편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강력팀 경찰들은 신고 다음 날에는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조용히 불러 앉혔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돈을 가져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 있어 아내의 비상금에 손을 댔다는 겁니다.

도둑이 훔쳐 간 것처럼 꾸미려고 집도 일부러 어지럽혔던 것이죠. 의심받지 않으려고 필요하지도 않은 목걸이도 훔치는 등 할머니를 감쪽같이 속였습니다.

사실 훔친 돈과 귀금속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집안 김치 냉장고 밑에 숨겨놨습니다.

두 내외는 자식을 모두 출가시키고 지금은 각방을 쓸 정도로, 그리 살가운 부부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노름도 즐겨서 주로 집 밖에서 시간을 보냈고 이런저런 일로 천만 원 상당의 빚까지 져서 돈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황당한 자작극임이 드러났고, 경찰은 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 큰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고 집에 숨겨 놓았던 걸까요?

거액을 통장에 넣어놨다가는 기초노령연금 대상에서 제외될까 봐 집안 깊숙한 곳에 숨겨놨다고 합니다.

과연 절도 자작극을 버린 할아버지는 어떻게 됐을까요?

한마디로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친족간 재산 범죄에 대해 형을 면할 수 있다'라는 '친족상도례'에 따라 경찰이 처벌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친족상도례에 관한 형법 조항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보시는 것처럼 형법 323조와 328조에 따라 친족간의 범행과 고소는 배우자 등 가까운 친족에 한해 형을 면제한다고 나옵니다.

자식을 다 키우신 만큼 오붓한 노년을 보냈으면 좋았을 두 분의 결혼생활에 2019년 여름은 또 다른 의미로 '잊지 못할 한 해'(?)가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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