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국가비상사태’ 카드까지 꺼낸 트럼프…벼랑끝에 선 중국, 백기들까?

입력 2019.08.28 (14:50) 수정 2019.08.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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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한쪽이 공격하면 보복으로 대응하고 또 더 센 보복으로 맞대응하는 식으로 확전을 거듭해왔는데, 이제는 양쪽 모두 총알도 떨어져 가는 상황이다.

협상 와중에도 공격을 퍼붓고,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도 대화를 강조하는 혼돈 양상도 여전하다. '환율조작국 지정' 등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힘을 활용한 미국의 공격에도 중국은 미국 대선까지 견디는 '버티기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받는 타격이 극심하지만, 미국 역시 데미지를 심각히 고려해야 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상대국을 향한 말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고, 오랜 '미·중 밀월 분위기'에 익숙해 무역전쟁에 반대하는 미국 내 반 트럼프 진영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목표가 공산당 주도의 국가자본주의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장장 1년 2개월 넘게 '사생결단'으로 이어져 온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항복이나 미국의 목표 하향으로 봉합될지, 아니면 끝까지 갈지 중대 갈림길로 들어섰다.

■ 치킨게임 '올인'한 무역전쟁 ... 트럼프 "중국 필요 없다" 초강수

지난 23일 밤, 중국은 원유와 대두 등 5,078개 품목 7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와 별도로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10%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 보복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기존에 부과해오던 2,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9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도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 관세 예고 직후 트윗에 올린 글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 관세 예고 직후 트윗에 올린 글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보복 조치를 알리면서 동시에 중국을 향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트윗을 통해 "미국은 어리석게도 지난 수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수조 달러를 잃어왔다. 중국은 매년 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훔쳤으며 이걸 계속 하길 원한다"며 "나는 더는 그것을 놔둘 수 없다. 솔직히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그의 레퍼토리는 더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필요 없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과의 밀월 관계 속에서 구축해온 사업적 관계를 모두 끊어버리는 편이 차라리 미국에 이득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듯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서 중국을 내쫓는 것이 전례 없이 중국을 때리는 미국의 최종 목표라는 사실을 거칠게 천명함으로써 무역전쟁의 본질에 대한 심각성을 알린 발언으로 평가된다.

■ 미국 기업 향해 '돌아오라' 손짓 ... "무역전쟁도 '국가비상사태'"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표현대로 '미국이 중국의 호구'인 경제 구조 자체가 '비상사태'라는 의미로 한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의 위대한 미국 회사들은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포함해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나는 오늘 오후 중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이고 이것은 미국에 좋은 기회"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에도 중국 내 자국 기업들을 향해 미국으로 돌아오든지 최소한 생산 거점을 옮기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왔다.

이런 입장이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 철수 명령'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꺼낸 것이 '국가비상사태' 카드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과연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정부가 미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명령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을 향해 "대통령의 권한과 중국 등에 관한 법에 대해 어떠한 단서도 갖고 있지 않은 가짜 뉴스 기자들은 1977년 제정된 IEEPA를 살펴보라. 사건 종결(Case closed)"이라고 쏘아붙였다.


IEEPA(The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는 대통령이 '국가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경제적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 국가나 조직 혹은 특정 활동과 관련된 외환 거래나 금융활동을 조사·규제·금지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고, 자산을 동결하거나 몰수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미국 주류 언론은 IEEPA에 대해 '무역전쟁에 사용된 전례가 없다'든가 '대통령이 발동할 경우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논조를 펴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시리아 등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들에 대해 이 법이 발동돼온 만큼, 그동안 '중국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를 펴온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IEEPA 적용을 위한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때도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 '자산 동결·몰수' 카드에 중국 화들짝? ... 그레이엄 "미국도 고통 감수해야"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적'으로 부른 건 분명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트윗을 통해 중국을 겨냥한 관세 조치와 경고, IEEPA 등을 언급하는 와중에 "나의 유일한 질문은 파월 또는 시 주석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인가? 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에게 '적'이라는 표현을 쓴 행간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 취할 수 있는 IEEPA를 거론하면서 시 주석을 '적'으로 부른 것은 가뜩이나 궁지에 몰려있는 중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미국이 화웨이에 했듯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을 겨냥해 '자산 동결'·'몰수'도 가능한 IEEPA를 발동한다면, 이는 중국으로선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프랑스 G7 계기 미국-이집트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무역 협상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프랑스 G7 계기 미국-이집트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무역 협상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언은 IEEPA까지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 직후 나왔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기에 당황했던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담장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언급하면서 현재 중국이 처한 어려움을 얘기했다. 그는 "미국은 잘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일자리가 수백만 개씩 사라지고 있다. 봐라. 그들은 수많은 일자리를 잃고 다른 나라로 가고 있다. 내가 중국이라면 협상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언급하며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해지면 미국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해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말 속엔 트럼프 진영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과 맞서면서 오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과 우리에게 고통을 끼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 연준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까지 들춰낸 트럼프 ... 결전 임박했나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초, 지난해 부과된 대중국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일반 가정이 연간 419달러를 더 부담하게 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추가 관세로 인해 부담금이 831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9월부터 부과될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트럼프 진영은 그러나 이 정도 부담은 미국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비판하며 최소 1% 포인트 기준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연준은 이를 거부해왔고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를 통한 주가 부양 등의 효과도 누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시 주석과 나란히 '적'이라고 부른 데엔 중국과 일전을 벌이는 자신을 돕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이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7일 올린 트윗에서도 "연준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수출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비판했다. 앞선 트윗 글에서는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연준이 중국이나 유럽보다 금리를 높게 유지해 달러가 상대적 강세를 보여 미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라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준은 지난달 말, 미국의 올해 상반기 제조업 생산량이 2분기 연속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연준을 계속 압박하는 건 무역 전쟁으로 인해 앞으로 미국이 받을 충격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제조업 위축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금리 인하를 통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올려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의미다. 또, 금리를 내리면 당장 시중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트럼프 진영은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 있는 미국 내 주류 언론이 무역 전쟁을 못마땅해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연준은 미국 내 권력과 돈으로 통하는 길목을 장악한 기득권 세력의 핵심으로 지목해왔다. 트럼프와 파월 간 충돌은 사실 이런 밑바닥 정서가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무역 전쟁이 지속하면 미국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아무리 힘의 우위에 있다지만 관세 폭탄은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스캔들이 '트럼프 죽이기를 위한 조작극'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그에 대한 반격을 준비 중이다. 반 트럼프 진영에 대한 수사 결과는 중국 제압을 골격으로 한 외교 정책에 대한 여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지속해야 하는 싸움이기에 결국 여론이 호응해야 동력을 살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전부터 지속한 미국 내 반대 진영과의 싸움. 그리고 1년 넘게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모두 결전의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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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8 14:50:34
    • 수정2019-08-28 15: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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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한쪽이 공격하면 보복으로 대응하고 또 더 센 보복으로 맞대응하는 식으로 확전을 거듭해왔는데, 이제는 양쪽 모두 총알도 떨어져 가는 상황이다. 협상 와중에도 공격을 퍼붓고,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도 대화를 강조하는 혼돈 양상도 여전하다. '환율조작국 지정' 등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힘을 활용한 미국의 공격에도 중국은 미국 대선까지 견디는 '버티기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받는 타격이 극심하지만, 미국 역시 데미지를 심각히 고려해야 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상대국을 향한 말도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고, 오랜 '미·중 밀월 분위기'에 익숙해 무역전쟁에 반대하는 미국 내 반 트럼프 진영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목표가 공산당 주도의 국가자본주의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장장 1년 2개월 넘게 '사생결단'으로 이어져 온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항복이나 미국의 목표 하향으로 봉합될지, 아니면 끝까지 갈지 중대 갈림길로 들어섰다. ■ 치킨게임 '올인'한 무역전쟁 ... 트럼프 "중국 필요 없다" 초강수 지난 23일 밤, 중국은 원유와 대두 등 5,078개 품목 75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해 10%와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와 별도로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10%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 보복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기존에 부과해오던 2,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3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9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나머지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도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 관세 예고 직후 트윗에 올린 글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보복 조치를 알리면서 동시에 중국을 향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트윗을 통해 "미국은 어리석게도 지난 수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수조 달러를 잃어왔다. 중국은 매년 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훔쳤으며 이걸 계속 하길 원한다"며 "나는 더는 그것을 놔둘 수 없다. 솔직히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그의 레퍼토리는 더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필요 없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과의 밀월 관계 속에서 구축해온 사업적 관계를 모두 끊어버리는 편이 차라리 미국에 이득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듯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서 중국을 내쫓는 것이 전례 없이 중국을 때리는 미국의 최종 목표라는 사실을 거칠게 천명함으로써 무역전쟁의 본질에 대한 심각성을 알린 발언으로 평가된다. ■ 미국 기업 향해 '돌아오라' 손짓 ... "무역전쟁도 '국가비상사태'"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표현대로 '미국이 중국의 호구'인 경제 구조 자체가 '비상사태'라는 의미로 한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의 위대한 미국 회사들은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포함해 즉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찾기 시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나는 오늘 오후 중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이고 이것은 미국에 좋은 기회"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에도 중국 내 자국 기업들을 향해 미국으로 돌아오든지 최소한 생산 거점을 옮기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내왔다. 이런 입장이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 철수 명령'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꺼낸 것이 '국가비상사태' 카드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과연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정부가 미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명령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을 향해 "대통령의 권한과 중국 등에 관한 법에 대해 어떠한 단서도 갖고 있지 않은 가짜 뉴스 기자들은 1977년 제정된 IEEPA를 살펴보라. 사건 종결(Case closed)"이라고 쏘아붙였다. IEEPA(The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는 대통령이 '국가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경제적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 국가나 조직 혹은 특정 활동과 관련된 외환 거래나 금융활동을 조사·규제·금지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고, 자산을 동결하거나 몰수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미국 주류 언론은 IEEPA에 대해 '무역전쟁에 사용된 전례가 없다'든가 '대통령이 발동할 경우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논조를 펴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시리아 등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들에 대해 이 법이 발동돼온 만큼, 그동안 '중국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를 펴온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IEEPA 적용을 위한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때도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 '자산 동결·몰수' 카드에 중국 화들짝? ... 그레이엄 "미국도 고통 감수해야"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적'으로 부른 건 분명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는 트윗을 통해 중국을 겨냥한 관세 조치와 경고, IEEPA 등을 언급하는 와중에 "나의 유일한 질문은 파월 또는 시 주석 중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인가? 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에게 '적'이라는 표현을 쓴 행간부터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 취할 수 있는 IEEPA를 거론하면서 시 주석을 '적'으로 부른 것은 가뜩이나 궁지에 몰려있는 중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미국이 화웨이에 했듯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중국을 겨냥해 '자산 동결'·'몰수'도 가능한 IEEPA를 발동한다면, 이는 중국으로선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프랑스 G7 계기 미국-이집트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무역 협상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언은 IEEPA까지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 직후 나왔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기에 당황했던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담장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언급하면서 현재 중국이 처한 어려움을 얘기했다. 그는 "미국은 잘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일자리가 수백만 개씩 사라지고 있다. 봐라. 그들은 수많은 일자리를 잃고 다른 나라로 가고 있다. 내가 중국이라면 협상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언급하며 빼놓지 않는 말이 있다.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해지면 미국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해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말 속엔 트럼프 진영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과 맞서면서 오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과 우리에게 고통을 끼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중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 연준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까지 들춰낸 트럼프 ... 결전 임박했나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초, 지난해 부과된 대중국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일반 가정이 연간 419달러를 더 부담하게 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추가 관세로 인해 부담금이 831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9월부터 부과될 3,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트럼프 진영은 그러나 이 정도 부담은 미국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비판하며 최소 1% 포인트 기준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연준은 이를 거부해왔고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를 통한 주가 부양 등의 효과도 누리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시 주석과 나란히 '적'이라고 부른 데엔 중국과 일전을 벌이는 자신을 돕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이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7일 올린 트윗에서도 "연준은 미국 제조업체들이 수출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비판했다. 앞선 트윗 글에서는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연준이 중국이나 유럽보다 금리를 높게 유지해 달러가 상대적 강세를 보여 미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라고 비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준은 지난달 말, 미국의 올해 상반기 제조업 생산량이 2분기 연속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연준을 계속 압박하는 건 무역 전쟁으로 인해 앞으로 미국이 받을 충격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제조업 위축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금리 인하를 통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올려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의미다. 또, 금리를 내리면 당장 시중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몰리면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트럼프 진영은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 있는 미국 내 주류 언론이 무역 전쟁을 못마땅해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연준은 미국 내 권력과 돈으로 통하는 길목을 장악한 기득권 세력의 핵심으로 지목해왔다. 트럼프와 파월 간 충돌은 사실 이런 밑바닥 정서가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무역 전쟁이 지속하면 미국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아무리 힘의 우위에 있다지만 관세 폭탄은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스캔들이 '트럼프 죽이기를 위한 조작극'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그에 대한 반격을 준비 중이다. 반 트럼프 진영에 대한 수사 결과는 중국 제압을 골격으로 한 외교 정책에 대한 여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지속해야 하는 싸움이기에 결국 여론이 호응해야 동력을 살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전부터 지속한 미국 내 반대 진영과의 싸움. 그리고 1년 넘게 관세 폭탄을 주고받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모두 결전의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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