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국회의원 ‘해지약관’엔 어떤 내용 담아야 할까?

입력 2019.08.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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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은 물론 대통령도 가능한데, 국회의원만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계약해지'입니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던지는 한 표는 일종의 계약서입니다. 계약서 첫 줄엔 '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내 뜻을 잘 대변해 지역사회와 나라를 잘 이끌어달라'는 고객, 즉 국민의 요청사항이 적혀있는 겁니다. 국민들은 요청을 잘 이행하지 못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소환제를 통해,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계약해지, 즉 위임한 권한을 거두어들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만 빼고 말입니다.

이번 20대 국회를 볼까요? 올해 상반기까지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저인 29%.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비난도 모자라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국면에선 폭력사태까지 발생해 '동물국회'라는 오명도 함께 얻었습니다.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모두 갖춘 '동충하초'는 건강식으로 꼽히지만, '동충하초 국회'는 국민적 공분만 불러일으킬 뿐인데요. 파행을 거듭한 국회를 견제할 장치로 국회의원도 '계약해지'가 가능하게끔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제(28일)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는 '국민소환제 20대 국회 통과를 위한 입법토론회'를 열었는데요. 그동안 발의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을 비교하고, 해외사례 등을 통해 실제 국회 통과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관련해 민주당 김병욱·박주민, 자유한국당 황영철, 민주평화당 정동영·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5개 법안이 계류 중인데요.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국회의원과의 '계약해지'를 위해선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소환제는 개헌 사항" VS "국회의원만 결단하면 가능"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국민소환제 20대 국회 통과를 위한 입법토론회’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국민소환제 20대 국회 통과를 위한 입법토론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하는데 첫 번째 쟁점은 '개헌 없이도 가능한가'입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제헌절 경축사에서 "개헌을 논의하지 않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것은 공허한 주장이 될 것"이라며, 개헌논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정부 개헌안에도 국민소환제 도입 내용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선화 국회 입법조사관은 주제발표에서 "우리 헌법에 국회의원 4년 임기가 명기돼 있고, 따로 국민소환제를 명시한 바가 없기 때문에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은 선거구민의 대표자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할 때 선거구민이나 특정 사람의 지시나 명령을 받지 않는다는 '자유위임원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결단만 있다면,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헌법상 4년 임기제 조항과 국회의원 면책특권 두 조항만을 가지고 국민소환제가 개헌없이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석상의 다툼은 아직 남아 있다"면서 "위헌성 논란이 적은 방식의 도입으로 현실적인 합의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주권재민' 원칙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위임한다는 건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헌법이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보장한다지만 우리가 형사재판 등 임기 상실 사유를 위헌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것만 보더라도 소환은 국회가 결단할 수 있는 법률적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각각 어떻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의 두 번째 쟁점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소환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현재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나라는 16개국인데요. 김선화 입법조사관은 이 가운데 국회의원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나눠진 곳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한국적 국민소환제'를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 모두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모두 소환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소환요건은 제각각입니다. 비례대표의 경우 전국적으로 소환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만약 선거법 개정으로 권역별 비례제가 도입되면 소환투표 방법을 다시 정해야 합니다.

지역구 의원의 경우에도 해당 지역구에서만 소환투표를 하느냐(김병욱 의원 안), 다른 지역구에서도 소환 투표를 할 수 있느냐(박주민 의원 안) 등 방법론이 엇갈립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제도를 촘촘하게 설치하는 단계에서 여러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면서 국민소환제를 빨리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일단 지역구 의원만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구 유권자가 투표하는 방식의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뒤 비례대표 의원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환 사유' 명시해야?…"악용 방지" VS "누가 판단?"

토론회에서는 세 번째 쟁점인 '국회의원 소환 사유를 명시하느냐'를 놓고 가장 활발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의 경우 소환사유를 따로 정해놓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비민주적, 독선적 정책추진 등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주민소환제의 필요성에 비추어 청구사유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 중 정동영·황주홍 의원 안도 소환 사유를 정해놓지 않았는데요. 반면 김병욱·박주민 의원 안 등에는 '헌법 제46조 청렴의 의무 위반,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부당한 행위'를 국회의원 소환 사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선화 입법조사관은 "반대 정치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국민소환제가 악용될 우려도 있는 만큼 반드시 소환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소환제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장치이기 때문에, 사유를 넣게 되면 사법적 책임, 즉 사유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누군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원칙적으로 넣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경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환사유를 명시하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제도 도입 초기엔 반대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쟁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요건은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국민소환제 오남용 우려가 있는데, 이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제안자가 국민소환운동을 할 때 그 제안사유를 승인받는 절차를 만드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누가 하나? ...'불신의 제도화'

20대 국회의원 최초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김병욱 의원20대 국회의원 최초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김병욱 의원

지난 5월 한 여론조사에서 80%에 가까운 응답자가 국회의원을 퇴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그 '퇴출장치'를 만드는 주체가 바로 국회의원이란 점입니다.

'셀프 수상', '셀프 진급' 등 늘 '셀프(self)'란 접두어 뒤엔 좋은 것만 붙였던 기득권에서 '셀프 징계'에 해당하는 국민소환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그야말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말했습니다.

두 시간가량 토론회에 끝까지 남았던 민주당 김병욱 의원. 20대 국회의원 최초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김 의원은 "2년 10개월 전 처음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했을 때만 해도 다른 의원들 눈치가 너무 보여 법안을 냈다고 공개적으로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국회혁신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를 보면 국회가 2.4%로 최하위권으로 국회만큼 신뢰받지 못하는 곳이 없다고 한다"면서 국민소환제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처리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편입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였지만, 토론 중간중간 "국회가 신뢰를 회복해 이런 제도 자체가 논의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신의 제도화'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국회에 대한 불신을 국민소환제를 통해 제도화해서 결과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도 개헌이란 절대적 장벽이 있지만, 지금이 국민소환제란 화두를 던질 좋은 타이밍이라며,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관련 캠페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를 하나의 기계라고 보면 대의기관인 국회, 국회의원은 엔진만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거기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리콜해야죠. 그것이 '주권재민'이란 헌법의 원칙에 맞는 겁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이 권한을 주면 뺏을 수도 있는 것도 국민의 권리"라며 이같이 말했는데요,

국회의원과의 '계약해지' 권리를 갖기 위해선 짚어봐야 할 쟁점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 생각하신다면, 계약서에 어떤 '해지약관'을 넣을지 꼼꼼히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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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9 07:00:07
    여심야심
지역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은 물론 대통령도 가능한데, 국회의원만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계약해지'입니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이 던지는 한 표는 일종의 계약서입니다. 계약서 첫 줄엔 '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내 뜻을 잘 대변해 지역사회와 나라를 잘 이끌어달라'는 고객, 즉 국민의 요청사항이 적혀있는 겁니다. 국민들은 요청을 잘 이행하지 못한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소환제를 통해,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계약해지, 즉 위임한 권한을 거두어들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만 빼고 말입니다.

이번 20대 국회를 볼까요? 올해 상반기까지 법안 처리율은 역대 최저인 29%.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비난도 모자라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국면에선 폭력사태까지 발생해 '동물국회'라는 오명도 함께 얻었습니다.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모두 갖춘 '동충하초'는 건강식으로 꼽히지만, '동충하초 국회'는 국민적 공분만 불러일으킬 뿐인데요. 파행을 거듭한 국회를 견제할 장치로 국회의원도 '계약해지'가 가능하게끔 국민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제(28일) 더불어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는 '국민소환제 20대 국회 통과를 위한 입법토론회'를 열었는데요. 그동안 발의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을 비교하고, 해외사례 등을 통해 실제 국회 통과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관련해 민주당 김병욱·박주민, 자유한국당 황영철, 민주평화당 정동영·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5개 법안이 계류 중인데요.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국회의원과의 '계약해지'를 위해선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소환제는 개헌 사항" VS "국회의원만 결단하면 가능"

민주당 국회혁신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국민소환제 20대 국회 통과를 위한 입법토론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하는데 첫 번째 쟁점은 '개헌 없이도 가능한가'입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제헌절 경축사에서 "개헌을 논의하지 않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것은 공허한 주장이 될 것"이라며, 개헌논의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정부 개헌안에도 국민소환제 도입 내용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선화 국회 입법조사관은 주제발표에서 "우리 헌법에 국회의원 4년 임기가 명기돼 있고, 따로 국민소환제를 명시한 바가 없기 때문에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은 선거구민의 대표자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할 때 선거구민이나 특정 사람의 지시나 명령을 받지 않는다는 '자유위임원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결단만 있다면,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헌법상 4년 임기제 조항과 국회의원 면책특권 두 조항만을 가지고 국민소환제가 개헌없이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해석상의 다툼은 아직 남아 있다"면서 "위헌성 논란이 적은 방식의 도입으로 현실적인 합의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주권재민' 원칙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위임한다는 건 언제든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헌법이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보장한다지만 우리가 형사재판 등 임기 상실 사유를 위헌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 것만 보더라도 소환은 국회가 결단할 수 있는 법률적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각각 어떻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의 두 번째 쟁점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소환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현재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나라는 16개국인데요. 김선화 입법조사관은 이 가운데 국회의원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나눠진 곳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한국적 국민소환제'를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 모두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모두 소환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소환요건은 제각각입니다. 비례대표의 경우 전국적으로 소환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만약 선거법 개정으로 권역별 비례제가 도입되면 소환투표 방법을 다시 정해야 합니다.

지역구 의원의 경우에도 해당 지역구에서만 소환투표를 하느냐(김병욱 의원 안), 다른 지역구에서도 소환 투표를 할 수 있느냐(박주민 의원 안) 등 방법론이 엇갈립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제도를 촘촘하게 설치하는 단계에서 여러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면서 국민소환제를 빨리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일단 지역구 의원만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구 유권자가 투표하는 방식의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뒤 비례대표 의원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환 사유' 명시해야?…"악용 방지" VS "누가 판단?"

토론회에서는 세 번째 쟁점인 '국회의원 소환 사유를 명시하느냐'를 놓고 가장 활발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의 경우 소환사유를 따로 정해놓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비민주적, 독선적 정책추진 등을 광범위하게 통제한다는 주민소환제의 필요성에 비추어 청구사유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현재 발의된 법안 중 정동영·황주홍 의원 안도 소환 사유를 정해놓지 않았는데요. 반면 김병욱·박주민 의원 안 등에는 '헌법 제46조 청렴의 의무 위반,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부당한 행위'를 국회의원 소환 사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선화 입법조사관은 "반대 정치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국민소환제가 악용될 우려도 있는 만큼 반드시 소환 사유를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소환제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장치이기 때문에, 사유를 넣게 되면 사법적 책임, 즉 사유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누군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원칙적으로 넣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경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환사유를 명시하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제도 도입 초기엔 반대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정쟁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요건은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국민소환제 오남용 우려가 있는데, 이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제안자가 국민소환운동을 할 때 그 제안사유를 승인받는 절차를 만드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누가 하나? ...'불신의 제도화'

20대 국회의원 최초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김병욱 의원
지난 5월 한 여론조사에서 80%에 가까운 응답자가 국회의원을 퇴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그 '퇴출장치'를 만드는 주체가 바로 국회의원이란 점입니다.

'셀프 수상', '셀프 진급' 등 늘 '셀프(self)'란 접두어 뒤엔 좋은 것만 붙였던 기득권에서 '셀프 징계'에 해당하는 국민소환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까요?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그야말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말했습니다.

두 시간가량 토론회에 끝까지 남았던 민주당 김병욱 의원. 20대 국회의원 최초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김 의원은 "2년 10개월 전 처음 국민소환제 법안을 발의했을 때만 해도 다른 의원들 눈치가 너무 보여 법안을 냈다고 공개적으로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국회혁신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를 보면 국회가 2.4%로 최하위권으로 국회만큼 신뢰받지 못하는 곳이 없다고 한다"면서 국민소환제 도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처리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편입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였지만, 토론 중간중간 "국회가 신뢰를 회복해 이런 제도 자체가 논의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박혁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불신의 제도화'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국회에 대한 불신을 국민소환제를 통해 제도화해서 결과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도 개헌이란 절대적 장벽이 있지만, 지금이 국민소환제란 화두를 던질 좋은 타이밍이라며,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관련 캠페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를 하나의 기계라고 보면 대의기관인 국회, 국회의원은 엔진만큼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거기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리콜해야죠. 그것이 '주권재민'이란 헌법의 원칙에 맞는 겁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이 권한을 주면 뺏을 수도 있는 것도 국민의 권리"라며 이같이 말했는데요,

국회의원과의 '계약해지' 권리를 갖기 위해선 짚어봐야 할 쟁점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 생각하신다면, 계약서에 어떤 '해지약관'을 넣을지 꼼꼼히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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