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사흘 만에 구조…구순 할머니는 어디에서?

입력 2019.09.02 (12:37) 수정 2019.09.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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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종 열흘 만에 구조됐던 조은누리 양 기억하시죠? 모두들 기적이라고 했는데요.

이번에는 전북 익산의 한 마을에서 구순을 앞둔 할머니가 실종됐습니다.

고령인데다 수색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됐는데, 이번에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현장으로 가보시죠,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북 익산의 한 농촌 마을, 구조 헬기가 날아오르고 경찰과 소방 인력들이 수색에 나섰습니다.

사흘째 계속된 수색 현장.

애타게 찾는 이는 다름 아닌 89살, 구순을 앞둔 윤 모 할머니입니다.

[장남 : "매일 여동생이 안부 전화를 하는데 평상시 같으면 잘 받고 그러는데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지난달 25일 안부 통화를 한 이후로 연락두절이 됐던 겁니다.

[장남 : "전화가 와서 '오빠 이거 이상하다. 빨리 가봐라' 그래서 내가 새벽 1시에 왔어요. 와서 보니까 외출한 흔적이 없어요."]

안경, 틀니, 보청기, 휴대전화까지 항상 지니고 다녔던 물건은 그대로 있는데 할머니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자 : "집에 도착했는데 집 문이 열려있었고 평상시에 할머니가 나가실 때 문도 잠그고 나가시거든요."]

멀리 외출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 주변부터 살펴봤다는데요.

[장남 : "이 울타리 안에는 이 잡듯이 울면서 뒤졌는데도 없으니까 그리고 도둑이 들어왔다면 돈이고 뭐고 가져가야 하는데 다 있단 말이죠."]

실종신고를 했지만 할머니의 행방을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임정훈/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 "집 주변에 CCTV가 없어요. 휴대전화도 집에 두고 가시고…."]

경찰은 바로 집 주변부터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임정훈/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 "어르신들이 집을 나가시면 범죄보다는 수색 위주로 먼저 해요. 집을 못 찾아오시거나 어디에서 사고로 쓰러지셨는데 발견이 안 됐다고 생각을 해서…."]

할머니의 집은 만 육천 제곱미터가 넘는 넓은 감 농장 안에 있었는데요.

넓이도 넓이지만 보시는 것처럼 무성하게 자란 풀이 문제였습니다.

[임정훈/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 "여름이라 풀이 한창 자랄 때라 전부 다 수풀이 우거지고 이랬어요. 그래서 수색이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가족과 이웃들의 마음은 타들어갔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우리가 그걸 제일 걱정이라고 했어. 모기가 얼마나 뜯었을까 그리고 굶었으니까."]

인터넷 카페에도 할머니 찾는 글을 올리고 제보를 기다리기도 했지만, 실종 나흘째가 되자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손자 : "(할머니가) 나흘을 버티시기가 힘들 거 같다 생각했고 사실 포기했었고, 저는 넥타이랑 다 준비해서 갔었던 그런 상황이죠."]

실종 나흘째이자 수색 사흘째되던 그날, 수색견과 헬기가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헬기 수색 30분도 지나기 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충남지방경찰청 항공대 관계자 : "사람 같아 보이는 형체가 보여서 그 근처를 가보니까 이제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 계셨고요. 엄청 기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죠."]

풀숲 한 가운데 할머니가 누워있었던 겁니다.

[장지훈/익산소방서 용동119지역대 : "웅덩이 같은 곳에 환자분이 쓰러져 계셨습니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이제 물, 물, 물이라는 단어만 계속 반복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몸 상태는 어땠을까요?

[장지훈/익산소방서 용동119지역대 : "심한 탈진 증세와 함께 기력저하가 있었기 때문에 소량의 물을 섭취를 시켰고 조금만 더 늦었다면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로 (위험한) 그런 모습으로…."]

현재 할머니는 치료를 받으면서 서서히 기력을 되찾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할머니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장남 : "요 밑에 밤나무가 있어요. 명절도 돌아오니까 (밤을) 자식들이나 손주들한테 선물로 줘야겠다는 의도로 간 거죠."]

하지만, 무성하게 자란 수풀 속에서 방향을 잃고 집 반대로 향한 겁니다.

[장남 : "습기가 있으니까 쭉 미끄러져서 (웅덩이에) 빠졌어요. 필사적으로 나왔어요. 나와서 가려고 몇 발자국 뛰니까. 거기에 또 (웅덩이가) 있어. 두세 번 하다 보니까 기력을 잃어버렸지."]

당시 할머니도 힘들다고 생각했을 무렵 그때 헬기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충남지방경찰청 항공대 관계자 : "수풀도 우거지고 또 옆에 늪지대도 형성이 돼 있고, 지상요원들이 찾기에는 제한된 부분이 많이 있어요. 건강한 상태로 이렇게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보람도 느끼고 그렇죠."]

자칫 어머니를 잃을 뻔 했던 70대 장남은 이런 고마움과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장남 : "나도 칠십이 넘었어요. 나도 노인이면 노인인데 어머니 앞에 가면 애들이지. 여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 가까운 논산으로 이사 왔어요. 앞으로는 아주 건강하게 잘 모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주면 이제 추석인데요.

추석을 앞두고 한 가족에게 벌어진 기적 같은 일을 계기로 우리 주변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은 잘 지내고 계신지 살펴보고 관심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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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 사흘 만에 구조…구순 할머니는 어디에서?
    • 입력 2019-09-02 12:42:51
    • 수정2019-09-02 12: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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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종 열흘 만에 구조됐던 조은누리 양 기억하시죠? 모두들 기적이라고 했는데요.

이번에는 전북 익산의 한 마을에서 구순을 앞둔 할머니가 실종됐습니다.

고령인데다 수색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됐는데, 이번에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현장으로 가보시죠, 김병용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북 익산의 한 농촌 마을, 구조 헬기가 날아오르고 경찰과 소방 인력들이 수색에 나섰습니다.

사흘째 계속된 수색 현장.

애타게 찾는 이는 다름 아닌 89살, 구순을 앞둔 윤 모 할머니입니다.

[장남 : "매일 여동생이 안부 전화를 하는데 평상시 같으면 잘 받고 그러는데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지난달 25일 안부 통화를 한 이후로 연락두절이 됐던 겁니다.

[장남 : "전화가 와서 '오빠 이거 이상하다. 빨리 가봐라' 그래서 내가 새벽 1시에 왔어요. 와서 보니까 외출한 흔적이 없어요."]

안경, 틀니, 보청기, 휴대전화까지 항상 지니고 다녔던 물건은 그대로 있는데 할머니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자 : "집에 도착했는데 집 문이 열려있었고 평상시에 할머니가 나가실 때 문도 잠그고 나가시거든요."]

멀리 외출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 주변부터 살펴봤다는데요.

[장남 : "이 울타리 안에는 이 잡듯이 울면서 뒤졌는데도 없으니까 그리고 도둑이 들어왔다면 돈이고 뭐고 가져가야 하는데 다 있단 말이죠."]

실종신고를 했지만 할머니의 행방을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임정훈/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 "집 주변에 CCTV가 없어요. 휴대전화도 집에 두고 가시고…."]

경찰은 바로 집 주변부터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임정훈/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 "어르신들이 집을 나가시면 범죄보다는 수색 위주로 먼저 해요. 집을 못 찾아오시거나 어디에서 사고로 쓰러지셨는데 발견이 안 됐다고 생각을 해서…."]

할머니의 집은 만 육천 제곱미터가 넘는 넓은 감 농장 안에 있었는데요.

넓이도 넓이지만 보시는 것처럼 무성하게 자란 풀이 문제였습니다.

[임정훈/익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 "여름이라 풀이 한창 자랄 때라 전부 다 수풀이 우거지고 이랬어요. 그래서 수색이 조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가족과 이웃들의 마음은 타들어갔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우리가 그걸 제일 걱정이라고 했어. 모기가 얼마나 뜯었을까 그리고 굶었으니까."]

인터넷 카페에도 할머니 찾는 글을 올리고 제보를 기다리기도 했지만, 실종 나흘째가 되자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손자 : "(할머니가) 나흘을 버티시기가 힘들 거 같다 생각했고 사실 포기했었고, 저는 넥타이랑 다 준비해서 갔었던 그런 상황이죠."]

실종 나흘째이자 수색 사흘째되던 그날, 수색견과 헬기가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헬기 수색 30분도 지나기 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충남지방경찰청 항공대 관계자 : "사람 같아 보이는 형체가 보여서 그 근처를 가보니까 이제 할머니가 손을 흔들고 계셨고요. 엄청 기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죠."]

풀숲 한 가운데 할머니가 누워있었던 겁니다.

[장지훈/익산소방서 용동119지역대 : "웅덩이 같은 곳에 환자분이 쓰러져 계셨습니다. 누워있는 상태에서 이제 물, 물, 물이라는 단어만 계속 반복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몸 상태는 어땠을까요?

[장지훈/익산소방서 용동119지역대 : "심한 탈진 증세와 함께 기력저하가 있었기 때문에 소량의 물을 섭취를 시켰고 조금만 더 늦었다면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로 (위험한) 그런 모습으로…."]

현재 할머니는 치료를 받으면서 서서히 기력을 되찾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할머니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장남 : "요 밑에 밤나무가 있어요. 명절도 돌아오니까 (밤을) 자식들이나 손주들한테 선물로 줘야겠다는 의도로 간 거죠."]

하지만, 무성하게 자란 수풀 속에서 방향을 잃고 집 반대로 향한 겁니다.

[장남 : "습기가 있으니까 쭉 미끄러져서 (웅덩이에) 빠졌어요. 필사적으로 나왔어요. 나와서 가려고 몇 발자국 뛰니까. 거기에 또 (웅덩이가) 있어. 두세 번 하다 보니까 기력을 잃어버렸지."]

당시 할머니도 힘들다고 생각했을 무렵 그때 헬기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충남지방경찰청 항공대 관계자 : "수풀도 우거지고 또 옆에 늪지대도 형성이 돼 있고, 지상요원들이 찾기에는 제한된 부분이 많이 있어요. 건강한 상태로 이렇게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보람도 느끼고 그렇죠."]

자칫 어머니를 잃을 뻔 했던 70대 장남은 이런 고마움과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장남 : "나도 칠십이 넘었어요. 나도 노인이면 노인인데 어머니 앞에 가면 애들이지. 여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서 가까운 논산으로 이사 왔어요. 앞으로는 아주 건강하게 잘 모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음 주면 이제 추석인데요.

추석을 앞두고 한 가족에게 벌어진 기적 같은 일을 계기로 우리 주변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은 잘 지내고 계신지 살펴보고 관심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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