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원전 배기통 해체 시작…방사능 유출·피폭 등 우려

입력 2019.09.02 (15:11) 수정 2019.09.0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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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시설에 대한 해체 작업이 처음으로 진행됐습니다.

도쿄전력은 고농도 방사성 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돼 붕괴 위험에 놓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2호기 배기통 해체 작업의 첫 단계로 꼭대기 부분에 대한 절단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현지시간 1일 오후 3시쯤 후쿠시마 제1원전 1·2 호기의 공유 배기통 (높이 120 미터, 지름 3.2 미터) 해체 작업의 첫 단계로 정수리 부분(길이 약 2미터, 무게 약 4톤 규모)에 대한 절단을 마무리했습니다.

정수리 절단 작업은 애초 8월 2일 하루 동안에 끝낼 예정이었으나 해체 장비의 고장 등이 잇따르면서 1개월 이상 소요됐다고 도쿄전력은 설명했습니다.

해체 작업 중 절단기의 칼날이 예상보다 빨리 닳거나 멈춰서 5차례나 작업이 중단됐고, 열사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다수 발생했고, 8월 31일 밤에는 장치를 가동할 전원 공급이 끊기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도쿄전력은 "이번 작업은 첫 해체작업으로 신중하게 진행하면서 예상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점도 있다"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앞으로 2년 정도 걸리겠지만, 최대한 서둘러 올해 안에 배기통 해체 작업을 완료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도쿄전력 직원인 쿠와바라 유타카는 지난 2017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기통 안에는 고여 있는 100조 베크렐 이상의 방사능 오염 분진이 있는데, 배기통이 붕괴될 경우 한꺼번에 방사능 물질이 터져 나온다"고 우려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증기가 이 배기통을 통해 방출된 탓에 지금도 내부에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배기통은 지난 2011년 사고 당시 배기통을 지지하는 쇠기둥이 파손돼 붕괴 위험이 제기됐지만, 주변의 방사선량이 높아 보수 작업을 못한 채 방치돼 왔습니다.

이 배기통을 받치고 있는 뼈대의 용접 부분 5곳(지상 66미터 부근)에는 균열이 가 있고 3곳은 심각하게 변형돼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붕괴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습니다.

도쿄 전력에 따르면 2016년 11월 시점에서 배기통의 비기관 부근의 지표면에서는 최대 시간당 25시버트가 기록됐는데, 이 수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약 20분 후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해체한 정수리 부분의 처리문제와 배기통을 해체하는 동안 방사능 물질의 대기중 방출 문제, 해체 작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한 피폭 문제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전력은 해체한 정수리 부분 등을 일단 제1원전 내에 보관해 두기로 했습니다.

KBS 취재결과 도쿄전력은 이번 절단 작업 외에 올해 안에 배기통의 반에 해당하는 60m를 23개 조각으로 나눠 해체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이날 열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회의에서 비판과 함께 재검토 요구가 잇따랐습니다. 한 위원은 "'만신창이'라도 간신히 작업을 완료했다는 이미지가 아주 많습니다. '이 작업을 정말 이대로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고 다른 위원은 "근본적으로 (배기통 해체) 작업계획과 작업실시 등을 다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도쿄전력 측이 이번에 해체한 배기통을 일단 원전 내부에 보관하는 것을 두고 방사능 오염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KBS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외에) 다른 부지에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건 좋지만, 지금처럼 만약에 현장에 그대로 보관한다면 사실 해체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었던 것"이라며 도쿄전력 측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내년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원전 사고의 상징이 된 후쿠시마 제1원전 배기통을 없앤 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감추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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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시설에 대한 해체 작업이 처음으로 진행됐습니다.

도쿄전력은 고농도 방사성 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돼 붕괴 위험에 놓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2호기 배기통 해체 작업의 첫 단계로 꼭대기 부분에 대한 절단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현지시간 1일 오후 3시쯤 후쿠시마 제1원전 1·2 호기의 공유 배기통 (높이 120 미터, 지름 3.2 미터) 해체 작업의 첫 단계로 정수리 부분(길이 약 2미터, 무게 약 4톤 규모)에 대한 절단을 마무리했습니다.

정수리 절단 작업은 애초 8월 2일 하루 동안에 끝낼 예정이었으나 해체 장비의 고장 등이 잇따르면서 1개월 이상 소요됐다고 도쿄전력은 설명했습니다.

해체 작업 중 절단기의 칼날이 예상보다 빨리 닳거나 멈춰서 5차례나 작업이 중단됐고, 열사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다수 발생했고, 8월 31일 밤에는 장치를 가동할 전원 공급이 끊기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도쿄전력은 "이번 작업은 첫 해체작업으로 신중하게 진행하면서 예상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점도 있다"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앞으로 2년 정도 걸리겠지만, 최대한 서둘러 올해 안에 배기통 해체 작업을 완료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도쿄전력 직원인 쿠와바라 유타카는 지난 2017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기통 안에는 고여 있는 100조 베크렐 이상의 방사능 오염 분진이 있는데, 배기통이 붕괴될 경우 한꺼번에 방사능 물질이 터져 나온다"고 우려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증기가 이 배기통을 통해 방출된 탓에 지금도 내부에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배기통은 지난 2011년 사고 당시 배기통을 지지하는 쇠기둥이 파손돼 붕괴 위험이 제기됐지만, 주변의 방사선량이 높아 보수 작업을 못한 채 방치돼 왔습니다.

이 배기통을 받치고 있는 뼈대의 용접 부분 5곳(지상 66미터 부근)에는 균열이 가 있고 3곳은 심각하게 변형돼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큰 지진이 발생할 경우 붕괴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습니다.

도쿄 전력에 따르면 2016년 11월 시점에서 배기통의 비기관 부근의 지표면에서는 최대 시간당 25시버트가 기록됐는데, 이 수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약 20분 후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해체한 정수리 부분의 처리문제와 배기통을 해체하는 동안 방사능 물질의 대기중 방출 문제, 해체 작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한 피폭 문제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도쿄전력은 해체한 정수리 부분 등을 일단 제1원전 내에 보관해 두기로 했습니다.

KBS 취재결과 도쿄전력은 이번 절단 작업 외에 올해 안에 배기통의 반에 해당하는 60m를 23개 조각으로 나눠 해체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이날 열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회의에서 비판과 함께 재검토 요구가 잇따랐습니다. 한 위원은 "'만신창이'라도 간신히 작업을 완료했다는 이미지가 아주 많습니다. '이 작업을 정말 이대로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고 다른 위원은 "근본적으로 (배기통 해체) 작업계획과 작업실시 등을 다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도쿄전력 측이 이번에 해체한 배기통을 일단 원전 내부에 보관하는 것을 두고 방사능 오염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KBS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외에) 다른 부지에 영구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하는 건 좋지만, 지금처럼 만약에 현장에 그대로 보관한다면 사실 해체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었던 것"이라며 도쿄전력 측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이 내년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원전 사고의 상징이 된 후쿠시마 제1원전 배기통을 없앤 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감추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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