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부작용 발생한 병원, OO의원 맞지?”

입력 2019.09.02 (16:01) 수정 2019.09.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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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나온 병원이 어디야?” “부작용 발생한 병원, OO 의원 맞지?”

'지방 못 녹이는 지방분해 주사' 보도가 나간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기사 댓글과 다이어트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방송에 등장한 병원 리스트라는 것이 떠돌고 있습니다.

심지어 방송에 나온 병원과 달리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지방분해 주사를 시술하고 있다며, 방송 내용을 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병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취재팀이 우리 병원에 와서 시술을 받았는데 효과가 좋아서 방송에서는 빠졌다"는 황당한 내용을 퍼뜨리는 병원 관계자의 댓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허받은 지방분해 주사는 정말 특별할까

지방분해 주사의 가격은 지역에 따라, 유명세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렇다면 가격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을까요? 비싼 병원의 주사에는 특별한 성분이 들어있는 걸까요?


지방분해 주사는 OOO 주사, O 주사 등 병원마다 제각각의 이름을 붙여 시술되고 있습니다. 일부 병원들은 '특허'를 받은 주사라며 홍보를 합니다. 마치 신약을 개발한 것인 양 설명하지만 정확히는 '주사 조성물에 대한 특허'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널리 쓰이던 약품을 자신만의 비율로 새롭게 배합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특허를 받았다면 다른 병원의 주사 용액보다는 효과가 좋다는 것 아닐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허청은 심사 단계에서 '아이디어' 자체를 볼 뿐입니다. 특허로 등록됐다고 해서 해당 주사 용액의 효능이나 안전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특허청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참고로 병원의 특허 관련 내용은 특허 정보 검색 홈페이지 '키프리스'(http://www.kipris.or.kr/khome/main.jsp)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닌, ‘지방분해 주사’의 문제

특허를 받았다는 두 병원의 주사 성분 비교특허를 받았다는 두 병원의 주사 성분 비교

지방분해 주사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두 병원의 특허 서류입니다. A 의원은 6회 시술 기준 부위당 가격이 260만 원이고, D 의원은 똑같이 6회 시술을 받는데 부위당 100만 원을 받습니다. 가격이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이 특허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지 않았다면, 보시다시피 주사에 들어가는 성분이 같습니다.

이미 보도된 대로 주사액의 성분은 특별할 게 없습니다. 주사 용액의 대부분은 식염수고, 나머지도 히알루로니다제(히알루론산을 녹이는 약물로 흔히 필러 녹이는 주사로 잘 알려졌죠), 리도카인(국소마취제), 페니라민(항히스타민제), L-카르니틴, 비타민C 등입니다.

다른 병원의 주사에 들어간 성분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미노필린(천식 치료제), 에피네프린(부신호르몬제·천식 발작이나 알레르기 치료에 쓰이는 약), 스타틴(고지혈증 치료제) 등이 추가로 들어가기도 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제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하는 약물이 무엇이건 공통점은 '비만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방 분해에 대한 효능이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비만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안전한지,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용량을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병원 의료진은 동물 실험 결과나 재원 환자를 대상으로 주사 시술을 한 결과를 내세워 지방분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동물이나 세포를 갖고 실험한 결과가 있으니 사람에게 써보면 기대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수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동물 실험이나 세포 실험 결과가 실제 인체에 적용했을 때와 큰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근거 중심 시대인 만큼 입증된 방법으로 환자의 안전과 시술의 유효성에 근거해서 시술을 해야 합니다. 나만의 비방이라는 것은 요즘 의학 시대에는 없습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병원 측 주장대로 해당 성분들이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면, 전문가의 말처럼 제대로 된 검증 과정을 거쳐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뒤 환자에게 시술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주사 한 방이면 살이 빠진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살 빼기, 정말 어렵습니다. 주사 한 방에 살이 빠진다니 누군들 혹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토록 대단한 지방분해 주사를 개발하고도 병원들은 왜 성분을 꼭꼭 감추며 쉬쉬하는 걸까요. '살 빠지는' 주사 용액을 상용화하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텐데 말이죠.

취재진과 함께 지방분해 주사 성분을 분석한 설대우 교수의 설명입니다. "주사 한 방이면 해결이 돼! 그런데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런 일은 없다는 겁니다. 정말 살이 빠진다면 그 주사는 순식간에 주류를 평정할 겁니다. 일부 사람들만 알고 암암리에 존재하고 특별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일로 존재할 수가 없어요."

복부 시술 후 사진복부 시술 후 사진

“의사가 만든 주사라니 믿고 맞은 거죠.”

보도가 나간 뒤 여러 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술 후 부작용을 겪었다는 분, 혹은 수백만 원을 쓰고도 전혀 효과를 못 봤는데 방송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됐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병원들은 "우리 병원은 방송에 나간 병원과 다르다"며 지방분해 주사 시술을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과 각종 SNS에는 시술 효과를 과장한 광고성 후기가 매일 쌓이고 있습니다.

지방분해 시술은 불법이 아닙니다. 보건 당국의 말처럼 약물을 어떻게 처방하고 시술하는 지는 의사의 재량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사라서 믿고 맞았다는 환자들의 말에 대해 의료진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 지방분해 주사 등 다이어트 시술을 받은 뒤 부작용을 겪으신 분, 관련 의료 기관에서 주사 용액 제조와 시술, 홍보 등을 담당했던 종사자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areum@kbs.co.kr) 또는 익명이 보장되는 오픈 카카오톡 대화방(https://open.kakao.com/o/sJ0VHwpb)으로 연락 바랍니다.

[바로가기] 시사기획 창 〈나는 뚱뚱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Yl2W2LbgGOg&t=12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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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부작용 발생한 병원, OO의원 맞지?”
    • 입력 2019-09-02 16:01:37
    • 수정2019-09-02 16:02:32
    취재후·사건후
“방송에 나온 병원이 어디야?” “부작용 발생한 병원, OO 의원 맞지?”

'지방 못 녹이는 지방분해 주사' 보도가 나간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기사 댓글과 다이어트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방송에 등장한 병원 리스트라는 것이 떠돌고 있습니다.

심지어 방송에 나온 병원과 달리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지방분해 주사를 시술하고 있다며, 방송 내용을 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병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취재팀이 우리 병원에 와서 시술을 받았는데 효과가 좋아서 방송에서는 빠졌다"는 황당한 내용을 퍼뜨리는 병원 관계자의 댓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특허받은 지방분해 주사는 정말 특별할까

지방분해 주사의 가격은 지역에 따라, 유명세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렇다면 가격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을까요? 비싼 병원의 주사에는 특별한 성분이 들어있는 걸까요?


지방분해 주사는 OOO 주사, O 주사 등 병원마다 제각각의 이름을 붙여 시술되고 있습니다. 일부 병원들은 '특허'를 받은 주사라며 홍보를 합니다. 마치 신약을 개발한 것인 양 설명하지만 정확히는 '주사 조성물에 대한 특허'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널리 쓰이던 약품을 자신만의 비율로 새롭게 배합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특허를 받았다면 다른 병원의 주사 용액보다는 효과가 좋다는 것 아닐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허청은 심사 단계에서 '아이디어' 자체를 볼 뿐입니다. 특허로 등록됐다고 해서 해당 주사 용액의 효능이나 안전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특허청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참고로 병원의 특허 관련 내용은 특허 정보 검색 홈페이지 '키프리스'(http://www.kipris.or.kr/khome/main.jsp)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특정 병원의 문제가 아닌, ‘지방분해 주사’의 문제

특허를 받았다는 두 병원의 주사 성분 비교
지방분해 주사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두 병원의 특허 서류입니다. A 의원은 6회 시술 기준 부위당 가격이 260만 원이고, D 의원은 똑같이 6회 시술을 받는데 부위당 100만 원을 받습니다. 가격이 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이 특허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지 않았다면, 보시다시피 주사에 들어가는 성분이 같습니다.

이미 보도된 대로 주사액의 성분은 특별할 게 없습니다. 주사 용액의 대부분은 식염수고, 나머지도 히알루로니다제(히알루론산을 녹이는 약물로 흔히 필러 녹이는 주사로 잘 알려졌죠), 리도카인(국소마취제), 페니라민(항히스타민제), L-카르니틴, 비타민C 등입니다.

다른 병원의 주사에 들어간 성분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미노필린(천식 치료제), 에피네프린(부신호르몬제·천식 발작이나 알레르기 치료에 쓰이는 약), 스타틴(고지혈증 치료제) 등이 추가로 들어가기도 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스테로이드제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용하는 약물이 무엇이건 공통점은 '비만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방 분해에 대한 효능이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비만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안전한지,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 용량을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병원 의료진은 동물 실험 결과나 재원 환자를 대상으로 주사 시술을 한 결과를 내세워 지방분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동물이나 세포를 갖고 실험한 결과가 있으니 사람에게 써보면 기대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수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동물 실험이나 세포 실험 결과가 실제 인체에 적용했을 때와 큰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근거 중심 시대인 만큼 입증된 방법으로 환자의 안전과 시술의 유효성에 근거해서 시술을 해야 합니다. 나만의 비방이라는 것은 요즘 의학 시대에는 없습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병원 측 주장대로 해당 성분들이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면, 전문가의 말처럼 제대로 된 검증 과정을 거쳐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뒤 환자에게 시술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주사 한 방이면 살이 빠진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살 빼기, 정말 어렵습니다. 주사 한 방에 살이 빠진다니 누군들 혹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토록 대단한 지방분해 주사를 개발하고도 병원들은 왜 성분을 꼭꼭 감추며 쉬쉬하는 걸까요. '살 빠지는' 주사 용액을 상용화하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될 텐데 말이죠.

취재진과 함께 지방분해 주사 성분을 분석한 설대우 교수의 설명입니다. "주사 한 방이면 해결이 돼! 그런데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런 일은 없다는 겁니다. 정말 살이 빠진다면 그 주사는 순식간에 주류를 평정할 겁니다. 일부 사람들만 알고 암암리에 존재하고 특별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일로 존재할 수가 없어요."

복부 시술 후 사진
“의사가 만든 주사라니 믿고 맞은 거죠.”

보도가 나간 뒤 여러 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술 후 부작용을 겪었다는 분, 혹은 수백만 원을 쓰고도 전혀 효과를 못 봤는데 방송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됐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병원들은 "우리 병원은 방송에 나간 병원과 다르다"며 지방분해 주사 시술을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과 각종 SNS에는 시술 효과를 과장한 광고성 후기가 매일 쌓이고 있습니다.

지방분해 시술은 불법이 아닙니다. 보건 당국의 말처럼 약물을 어떻게 처방하고 시술하는 지는 의사의 재량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사라서 믿고 맞았다는 환자들의 말에 대해 의료진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 지방분해 주사 등 다이어트 시술을 받은 뒤 부작용을 겪으신 분, 관련 의료 기관에서 주사 용액 제조와 시술, 홍보 등을 담당했던 종사자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이메일(areum@kbs.co.kr) 또는 익명이 보장되는 오픈 카카오톡 대화방(https://open.kakao.com/o/sJ0VHwpb)으로 연락 바랍니다.

[바로가기] 시사기획 창 〈나는 뚱뚱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Yl2W2LbgGOg&t=12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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