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껍질 옷’입고 유해가스 찾아낸다!

입력 2019.09.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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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사물인터넷(IoT) 시대는 생활 속 사물들이 사람의 도움 없이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시대다. 여기에 필수 요소가 바로 '센서 기술'. 사물에 부착된 센서가 얼마나 민감하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집 안 미세먼지 감지부터 유해 가스 등 산업 위험물질 감지, 생체 신호 모니터 등은 물론 유통 과정의 계란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 기술까지 다양하게 적용되고 또 개발되고 있다.

덕분에 센서의 기능과 형태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국내외에서는 감지 대상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기능성 센서 소재 개발과 칩 형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모양 변형이 가능한 센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섬유 형태의 센서가 개발되면서, 일상 환경을 실시간으로 손쉽게 감지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가 주목받고 있다. 입고 착용하는 것만으로 주변 환경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웨어러블 센서 중 섬유 형태는 일반 섬유와 결합해 옷이나 가방, 장신구 등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기존의 섬유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센서들은 대부분 일반 섬유에 전도성 소재와 센서 소재를 혼합해 코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저항이 높아 높은 전압이 필요하고, 섬유에 코팅하는 소재의 결합력이 떨어져서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를 개선해 처음부터 전도성을 가진 그래핀산화물 섬유도 개발됐는데, 후처리 공정이 필요하고 유연성이 떨어져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생겼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섬유를 이용해 이산화질소 감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KIST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섬유를 이용해 이산화질소 감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생산성과 경제성을 해결한 센서 개발에 나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 과학자들은 '멍게'에 착안했다. 멍게는 체내에서 셀룰로오스라는 섬유질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생물이다. 버려진 멍게껍질에서 나노셀룰로오스(셀룰로오스를 10억 분의 1m 수준으로 분해한 입자. 결합력과 강도가 높다)를 추출해 탄소나노튜브(탄소원자로만 이루어진 원통형의 나노 구조체)와 결합한 복합섬유를 개발했다. 나노셀룰로오스가 가진 다공성 구조를 활용해서 가스 흡착을 효율적으로 했고, 셀룰로오스와 탄소나노튜브 조성비를 조절해, 초미량 농도의 이산화질소 가스도 감지해내는 섬유가 나왔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섬유 센서와 비교해 기계적 강도도 10배나 강했다. 후처리 공정이 필요 없고 섬유 제작방식도 이미 개발돼있어 생산성도 뛰어난 데다 섬유 1m당 10원 미만 꼴로 비용도 저렴하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섬유를 일반 섬유에 직조한 모습.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섬유를 일반 섬유에 직조한 모습.

센서기술 분야는 고성능의 물성을 가진 신소재 개발부터가 연구의 시작이다. 특히 가스 센서의 경우 구현해야 하는 기능이 다양하게 요구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춰야 해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일본, 미국, 유럽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소재(금속산화물 기반 반도체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센서 시장을 장악해왔다. 특히 일본의 경우 50% 이상의 센서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트릴리온 센서 시대'(1조 개 이상의 센서로 구성된 네트워크. 물류, 보건, 교통 등 사회 전반에 센서가 연동되는 세상)를 앞둔 시점에서 국내 센서기술의 의존도를 재고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KIST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멍게껍질 복합섬유'는 글로벌 센서 시장에서 새로운 차세대 소재로 잠재력이 기대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헬스케어 등의 바이오 분야뿐만 아니라 안전, 국방 분야까지 그 적용 범위가 무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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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게껍질 옷’입고 유해가스 찾아낸다!
    • 입력 2019-09-03 15:56:36
    취재K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 사물인터넷(IoT) 시대는 생활 속 사물들이 사람의 도움 없이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시대다. 여기에 필수 요소가 바로 '센서 기술'. 사물에 부착된 센서가 얼마나 민감하고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집 안 미세먼지 감지부터 유해 가스 등 산업 위험물질 감지, 생체 신호 모니터 등은 물론 유통 과정의 계란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 기술까지 다양하게 적용되고 또 개발되고 있다.

덕분에 센서의 기능과 형태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국내외에서는 감지 대상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기능성 센서 소재 개발과 칩 형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모양 변형이 가능한 센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섬유 형태의 센서가 개발되면서, 일상 환경을 실시간으로 손쉽게 감지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가 주목받고 있다. 입고 착용하는 것만으로 주변 환경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웨어러블 센서 중 섬유 형태는 일반 섬유와 결합해 옷이나 가방, 장신구 등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기존의 섬유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센서들은 대부분 일반 섬유에 전도성 소재와 센서 소재를 혼합해 코팅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저항이 높아 높은 전압이 필요하고, 섬유에 코팅하는 소재의 결합력이 떨어져서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를 개선해 처음부터 전도성을 가진 그래핀산화물 섬유도 개발됐는데, 후처리 공정이 필요하고 유연성이 떨어져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생겼다.

KIST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섬유를 이용해 이산화질소 감지 테스트를 하고 있다.
생산성과 경제성을 해결한 센서 개발에 나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 과학자들은 '멍게'에 착안했다. 멍게는 체내에서 셀룰로오스라는 섬유질을 생산하는 몇 안 되는 생물이다. 버려진 멍게껍질에서 나노셀룰로오스(셀룰로오스를 10억 분의 1m 수준으로 분해한 입자. 결합력과 강도가 높다)를 추출해 탄소나노튜브(탄소원자로만 이루어진 원통형의 나노 구조체)와 결합한 복합섬유를 개발했다. 나노셀룰로오스가 가진 다공성 구조를 활용해서 가스 흡착을 효율적으로 했고, 셀룰로오스와 탄소나노튜브 조성비를 조절해, 초미량 농도의 이산화질소 가스도 감지해내는 섬유가 나왔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섬유 센서와 비교해 기계적 강도도 10배나 강했다. 후처리 공정이 필요 없고 섬유 제작방식도 이미 개발돼있어 생산성도 뛰어난 데다 섬유 1m당 10원 미만 꼴로 비용도 저렴하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복합섬유를 일반 섬유에 직조한 모습.
센서기술 분야는 고성능의 물성을 가진 신소재 개발부터가 연구의 시작이다. 특히 가스 센서의 경우 구현해야 하는 기능이 다양하게 요구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춰야 해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일본, 미국, 유럽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소재(금속산화물 기반 반도체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센서 시장을 장악해왔다. 특히 일본의 경우 50% 이상의 센서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앞으로 '트릴리온 센서 시대'(1조 개 이상의 센서로 구성된 네트워크. 물류, 보건, 교통 등 사회 전반에 센서가 연동되는 세상)를 앞둔 시점에서 국내 센서기술의 의존도를 재고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KIST 연구진이 이번에 개발한 '멍게껍질 복합섬유'는 글로벌 센서 시장에서 새로운 차세대 소재로 잠재력이 기대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헬스케어 등의 바이오 분야뿐만 아니라 안전, 국방 분야까지 그 적용 범위가 무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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