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아~~ 가고 싶다 월드컵’…중국 축구 대안은 ‘귀화’뿐?

입력 2019.09.04 (07:03) 수정 2019.09.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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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 국가대표, 월드컵 예선 담금질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순위 71위)이 월드컵 대장정에 들어갔다. 9월 10일 몰디브(FIFA 순위 152위)와 첫 경기를 치른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허베이성 샹허에서 1차 훈련을 끝내고, 광둥성 광저우로 이동해 2일부터 2차 담금질에 들어갔다. 35명 상비군에 이어 23명의 국가대표 최종 명단도 곧 발표된다. 물론 목표는 본선 진출이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은 실력으로 얻은 기회라기보다 어부지리였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면서 얻은 본선 진출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중국 축구팬들은 내심 16강 진출을 기대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코스타리카전 0대 2 패배, 브라질전 0대 4 패배, 터키전 0대 3 패배. 중국 축구대표팀은 조용히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브라질 출신의 광저우 헝다 선수 ‘엘케손 (Elkeson, 중국명 아이크슨 艾克森)’ 2019년 8월 20일 중국에 귀화했다.브라질 출신의 광저우 헝다 선수 ‘엘케손 (Elkeson, 중국명 아이크슨 艾克森)’ 2019년 8월 20일 중국에 귀화했다.

"우린 손흥민이 없다." .. 선택지는 귀화뿐

"중국 축구에는 아시아 축구 최고 스타 손흥민이 지닌 역동성과 폭발력에 대등하기는커녕 비교할 만한 선수조차 없다" 중국 매체 '항저우왕'이 지난 5월 리피 감독 재선임 소식을 전하며 올린 기사에 담긴 내용이다. 현재 중국 축구에 대한 뼈아픈 탄식이다. 그러면서 "온갖 시도를 다 했지만, 소용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은 귀화"라고 제안한다. 재선임된 리피 감독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귀화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중국 축구협회의 외국인 선수 귀화 추진은 10일 개최되는 몰디브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공개됐다. 광저우 헝다 소속의 전설적 공격수 엘케손(Elkeson)이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이다. 엘케손은 중국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첫 중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다.

1989년생 엘케손은 브라질 태생이다. 지난 8월 20일 중국 국적을 취득해 아이크슨(艾克森)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올 시즌 15골로 중국 슈퍼리그 득점 순위 3위다. 엘케손은 광저우 헝다 소속으로 2013, 2014년 2년 연속 득점 순위 1위에 올랐다. 올해 연봉이 1,000만 유로, 우리 돈 133억 원이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엘케손의 귀화로 가공할 만한 득점 자원을 얻게 됐다.

잉글랜드 출신의 베이징 궈안 선수 ‘예나리스(Nicholas Harry Yennaris, 중국명 리커 李可)’ 2019년 1월 31일 중국에 귀화했다.잉글랜드 출신의 베이징 궈안 선수 ‘예나리스(Nicholas Harry Yennaris, 중국명 리커 李可)’ 2019년 1월 31일 중국에 귀화했다.

중국 매체가 주목하는 또 한 명의 귀화 선수는 '니콜라스 해리 예나리스(Nicholas Harry Yennaris)'다. 키프로스 출신의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 난 혼혈이다. 1993년생인 예나리스는 올해 1월 31일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중국 이름은 리커(李可)다. 엘케손 보다 앞서 중국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지난 6월 필리핀, 타지키스탄과 경기를 치렀다.

중국 슈퍼리그 현재 2위인 베이징 궈안 소속인 리커의 연봉은 200만 유로(26억 원)다. 중국 축구협회는 아스널 유스 출신에다, 19세 이하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한 리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도 몸 상태와 리피 감독의 전술에 따라 리커가 이번 몰디브와의 경기에서는 빠지겠지만, 월드컵 본선행을 책임질 핵심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봇물 터진 중국 슈퍼리그 외국인 선수 귀화

위 사진은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중국의 신분증이다. 이름이 중국 말로 '더 얼 지아 뚜어(德尔加多)'다. 중국 슈퍼리그 산둥 루넝 소속의 미드필드 선수다. 누가 봐도 얼굴 모습이 한족이 아닌데, 민족이 한족(汉族)으로 표기돼 있다. 이 선수의 원래 이름은 페드로 델가도(pedro delgado)로 포르투갈 출신이다. 2019년 6월 중국에 귀화했다. 중국 축구협회는 올해 22살인 델가도가 중국 축구의 미래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 궈안 소속으로 지난 1월 귀화한 욘 호우 세테르(john hou saeter, 호우용용 侯永永, 노르웨이)도 중국 축구가 주목하는 귀화선수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중국 슈퍼리그에서는 모두 굵직한 업적을 남기고 있는 선수들이다.

중국 축구협회는 이들 선수 외에도 월드컵을 앞두고 유망한 선수들의 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매체에 보도된 선수들만 봐도 알란(Alan, 텐진 티엔하이, 브라질), 페르난디오(Fernandinho, 허베이 화샤, 브라질), 리카르도 굴라트(Ricardo Goulart, 광저우 헝다, 브라질), 타이아스 브라우닝(Tyias Browning, 광저우 헝다, 잉글랜드), 알로이시우(Aloisio, 매이시엔 티에한, 브라질) 등 모두 5명이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고국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 선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가 대표에 3~4명의 귀화 선수를 포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맡아 2006년 월드컵 우승,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프로축구를 제패했던 세계적 명장 리피 감독. 그러나 중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하고, 동아시안 컵 전패, AFC 8강 진출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중국 축구, 월드컵 본선 진출할까?

중국 축구 국가대표의 올해 성적표는 9전 5승 4패다. 그동안의 초라한 성적으로 보면 선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속 사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2019년 1월 16일 아시안컵 경기에서 한국에 0대 2로 진 것을 비롯해 FIFA 순위에서 앞서는 나라와는 승리한 경기가 없다. 2대 0과 3대 0으로 두 차례 이긴 필리핀은 FIFA 순위가 126위다. 1대 0으로 이긴 타지키스탄도 119위, 각각 2대 1로 이긴 태국과 키르기스스탄도 115위와 95위로 71위인 중국보다 한 수 아래다.

축구광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11년 부주석이던 당시 "중국 국가대표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 자신의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5년에는 '중국축구 개혁 총체 방안'이라는 50개 개혁 조치가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 축구팬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 꿈을 이번에 이룰 수 있을까? 귀화선수 수혈은 리피의 묘수일까? 아니면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 축구가 둔 또 한 번의 악수(惡手)일까? 경기는 곧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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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4 07:03:04
    • 수정2019-09-04 15:13:08
    특파원 리포트
중국 축구 국가대표, 월드컵 예선 담금질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순위 71위)이 월드컵 대장정에 들어갔다. 9월 10일 몰디브(FIFA 순위 152위)와 첫 경기를 치른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허베이성 샹허에서 1차 훈련을 끝내고, 광둥성 광저우로 이동해 2일부터 2차 담금질에 들어갔다. 35명 상비군에 이어 23명의 국가대표 최종 명단도 곧 발표된다. 물론 목표는 본선 진출이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면 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은 실력으로 얻은 기회라기보다 어부지리였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면서 얻은 본선 진출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처참했다. 중국 축구팬들은 내심 16강 진출을 기대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코스타리카전 0대 2 패배, 브라질전 0대 4 패배, 터키전 0대 3 패배. 중국 축구대표팀은 조용히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브라질 출신의 광저우 헝다 선수 ‘엘케손 (Elkeson, 중국명 아이크슨 艾克森)’ 2019년 8월 20일 중국에 귀화했다.
"우린 손흥민이 없다." .. 선택지는 귀화뿐

"중국 축구에는 아시아 축구 최고 스타 손흥민이 지닌 역동성과 폭발력에 대등하기는커녕 비교할 만한 선수조차 없다" 중국 매체 '항저우왕'이 지난 5월 리피 감독 재선임 소식을 전하며 올린 기사에 담긴 내용이다. 현재 중국 축구에 대한 뼈아픈 탄식이다. 그러면서 "온갖 시도를 다 했지만, 소용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은 귀화"라고 제안한다. 재선임된 리피 감독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귀화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중국 축구협회의 외국인 선수 귀화 추진은 10일 개최되는 몰디브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공개됐다. 광저우 헝다 소속의 전설적 공격수 엘케손(Elkeson)이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이다. 엘케손은 중국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첫 중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다.

1989년생 엘케손은 브라질 태생이다. 지난 8월 20일 중국 국적을 취득해 아이크슨(艾克森)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올 시즌 15골로 중국 슈퍼리그 득점 순위 3위다. 엘케손은 광저우 헝다 소속으로 2013, 2014년 2년 연속 득점 순위 1위에 올랐다. 올해 연봉이 1,000만 유로, 우리 돈 133억 원이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엘케손의 귀화로 가공할 만한 득점 자원을 얻게 됐다.

잉글랜드 출신의 베이징 궈안 선수 ‘예나리스(Nicholas Harry Yennaris, 중국명 리커 李可)’ 2019년 1월 31일 중국에 귀화했다.
중국 매체가 주목하는 또 한 명의 귀화 선수는 '니콜라스 해리 예나리스(Nicholas Harry Yennaris)'다. 키프로스 출신의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 난 혼혈이다. 1993년생인 예나리스는 올해 1월 31일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중국 이름은 리커(李可)다. 엘케손 보다 앞서 중국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지난 6월 필리핀, 타지키스탄과 경기를 치렀다.

중국 슈퍼리그 현재 2위인 베이징 궈안 소속인 리커의 연봉은 200만 유로(26억 원)다. 중국 축구협회는 아스널 유스 출신에다, 19세 이하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한 리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도 몸 상태와 리피 감독의 전술에 따라 리커가 이번 몰디브와의 경기에서는 빠지겠지만, 월드컵 본선행을 책임질 핵심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봇물 터진 중국 슈퍼리그 외국인 선수 귀화

위 사진은 우리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중국의 신분증이다. 이름이 중국 말로 '더 얼 지아 뚜어(德尔加多)'다. 중국 슈퍼리그 산둥 루넝 소속의 미드필드 선수다. 누가 봐도 얼굴 모습이 한족이 아닌데, 민족이 한족(汉族)으로 표기돼 있다. 이 선수의 원래 이름은 페드로 델가도(pedro delgado)로 포르투갈 출신이다. 2019년 6월 중국에 귀화했다. 중국 축구협회는 올해 22살인 델가도가 중국 축구의 미래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 궈안 소속으로 지난 1월 귀화한 욘 호우 세테르(john hou saeter, 호우용용 侯永永, 노르웨이)도 중국 축구가 주목하는 귀화선수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중국 슈퍼리그에서는 모두 굵직한 업적을 남기고 있는 선수들이다.

중국 축구협회는 이들 선수 외에도 월드컵을 앞두고 유망한 선수들의 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매체에 보도된 선수들만 봐도 알란(Alan, 텐진 티엔하이, 브라질), 페르난디오(Fernandinho, 허베이 화샤, 브라질), 리카르도 굴라트(Ricardo Goulart, 광저우 헝다, 브라질), 타이아스 브라우닝(Tyias Browning, 광저우 헝다, 잉글랜드), 알로이시우(Aloisio, 매이시엔 티에한, 브라질) 등 모두 5명이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고국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 선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가 대표에 3~4명의 귀화 선수를 포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맡아 2006년 월드컵 우승,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프로축구를 제패했던 세계적 명장 리피 감독. 그러나 중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하고, 동아시안 컵 전패, AFC 8강 진출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중국 축구, 월드컵 본선 진출할까?

중국 축구 국가대표의 올해 성적표는 9전 5승 4패다. 그동안의 초라한 성적으로 보면 선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속 사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2019년 1월 16일 아시안컵 경기에서 한국에 0대 2로 진 것을 비롯해 FIFA 순위에서 앞서는 나라와는 승리한 경기가 없다. 2대 0과 3대 0으로 두 차례 이긴 필리핀은 FIFA 순위가 126위다. 1대 0으로 이긴 타지키스탄도 119위, 각각 2대 1로 이긴 태국과 키르기스스탄도 115위와 95위로 71위인 중국보다 한 수 아래다.

축구광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11년 부주석이던 당시 "중국 국가대표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 자신의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5년에는 '중국축구 개혁 총체 방안'이라는 50개 개혁 조치가 발표되기도 했다. 중국 축구팬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 꿈을 이번에 이룰 수 있을까? 귀화선수 수혈은 리피의 묘수일까? 아니면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 축구가 둔 또 한 번의 악수(惡手)일까? 경기는 곧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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