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데스노트’ 정의당의 조국 딜레마

입력 2019.09.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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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전' 유탄 맞은 정의당

'조국 대전'의 불길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장장 11시간에 걸친 조국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 이후에도 의혹과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하루하루가 말 그대로 전시 상황 비슷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매일매일 당력을 쏟아붓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면, 이 전선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게다가 법사위원도 없는 정의당에선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두고 당원들의 여론이 양분된 겁니다.

'당 지도부가 사법개혁의 적임자인 조국 후보자를 지키는 데 미온적'이라면서 탈당 의사를 밝히는 당원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조국 후보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정의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국은 '데스노트' 예외?

이 정부 들어 국무위원 등 고위 공직자 임명에서 정의당의 입장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정의당이 '안된다',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낙마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정의당의 '데스노트'입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최동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정의당이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가 삭제하자 기사회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다 주식 보유'로 논란이 됐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사례입니다.

어찌 보면 그간 정의당의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서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았다, 공방만 난무하는 정치권에서 합리적 기준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과 논란이 과열되면서 정의당이 과연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이 쏠린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조국 대전이 발발한 지난달 중순 이후 20일 가까이 조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습니다.

이 기간 조 후보자에 대한 정의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한 번꼴에도 못 미치는 13건이었습니다. 대다수가 '의혹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라',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선거법 개정 위한 민주당 공조 절실"…'조국 반대' 부담

'데스노트'로 정국의 추 역할을 해온 정의당이 조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선 왜 이렇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우선 정의당의 최대 현안인 '선거법 개정'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지난달 30일 정개특위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가결됐습니다.

홍영표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특위 문턱을 넘지 못했을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앞으로도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선거법 개정안이 최대한 원안대로 통과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선거법 개정 의결 촉구하는 구호 외치는 정의당 의원들선거법 개정 의결 촉구하는 구호 외치는 정의당 의원들

청와대와 여당이 정권의 명운까지 걸고 지키려는 조국 후보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면, 선거법 공조 역시 균열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정의당에 존재합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KBS와 통화에서 "조국 후보자만을 보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조국 후보자의 진퇴가 전체 진보개혁 진영에 미칠 파장과 영향을 보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아직은 판단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양분되다시피 한 당내 여론 지형도 정의당의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애초 조국 후보자의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만 하더라도 정의당 내에선 조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 기류가 더 강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조 후보자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겠지만 버틸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 입장을 내비친 것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발언이었습니다.

검찰 수사 이후 바뀐 당내 여론 지형…당 지도부는 "고민"

하지만 지난달 27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 정의당 내 기류가 크게 출렁였습니다. 검찰 수사로 조 후보자가 낙마하고 사법 개혁이 좌초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당장 심 대표부터 나섰습니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뒤 당 상무위원회에서 "검찰 수사가 국민의 검증 절차(인사청문회)를 앞질러 국민의 시선을 흔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조국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 이후엔 당내 임명 찬성 여론에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고 합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 간담회를 전후로 여권 전반에서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데, 대체로 범여권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당 역시 조 후보자 임명에 찬성하는 의견이 대체로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대로 '조국이 사법개혁에 더는 부담을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여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정의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들이 그냥 넘어가기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 간담회 이후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선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조국 후보자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조국 후보자

'조국 후보자 임명 찬성이냐 반대냐'를 두고 정의당의 장고가 이어지는 사이, 민주당과 한국당이 오는 6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에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정의당은 이 청문회를 보고 조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릴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데스노트를 손에 쥐고 명쾌한 판관 역할을 해온 정의당조차 '조국 딜레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 '조국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얼마나 깊고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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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데스노트’ 정의당의 조국 딜레마
    • 입력 2019-09-04 17:00:06
    여심야심
'조국 대전' 유탄 맞은 정의당

'조국 대전'의 불길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장장 11시간에 걸친 조국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 이후에도 의혹과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하루하루가 말 그대로 전시 상황 비슷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매일매일 당력을 쏟아붓는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면, 이 전선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게다가 법사위원도 없는 정의당에선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두고 당원들의 여론이 양분된 겁니다.

'당 지도부가 사법개혁의 적임자인 조국 후보자를 지키는 데 미온적'이라면서 탈당 의사를 밝히는 당원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조국 후보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정의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조국은 '데스노트' 예외?

이 정부 들어 국무위원 등 고위 공직자 임명에서 정의당의 입장은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정의당이 '안된다', '부적절하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하나같이 낙마의 비극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정의당의 '데스노트'입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최동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정의당이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렸다가 삭제하자 기사회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다 주식 보유'로 논란이 됐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사례입니다.

어찌 보면 그간 정의당의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서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았다, 공방만 난무하는 정치권에서 합리적 기준을 제시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과 논란이 과열되면서 정의당이 과연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이 쏠린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정의당은 조국 대전이 발발한 지난달 중순 이후 20일 가까이 조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습니다.

이 기간 조 후보자에 대한 정의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한 번꼴에도 못 미치는 13건이었습니다. 대다수가 '의혹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라',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선거법 개정 위한 민주당 공조 절실"…'조국 반대' 부담

'데스노트'로 정국의 추 역할을 해온 정의당이 조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선 왜 이렇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우선 정의당의 최대 현안인 '선거법 개정'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지난달 30일 정개특위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가결됐습니다.

홍영표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정개특위 위원들의 결단이 없었더라면, 특위 문턱을 넘지 못했을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앞으로도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선거법 개정안이 최대한 원안대로 통과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선거법 개정 의결 촉구하는 구호 외치는 정의당 의원들
청와대와 여당이 정권의 명운까지 걸고 지키려는 조국 후보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면, 선거법 공조 역시 균열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정의당에 존재합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KBS와 통화에서 "조국 후보자만을 보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조국 후보자의 진퇴가 전체 진보개혁 진영에 미칠 파장과 영향을 보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아직은 판단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양분되다시피 한 당내 여론 지형도 정의당의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애초 조국 후보자의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만 하더라도 정의당 내에선 조 후보자 임명에 부정적 기류가 더 강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심상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조 후보자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겠지만 버틸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 입장을 내비친 것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발언이었습니다.

검찰 수사 이후 바뀐 당내 여론 지형…당 지도부는 "고민"

하지만 지난달 27일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이후 정의당 내 기류가 크게 출렁였습니다. 검찰 수사로 조 후보자가 낙마하고 사법 개혁이 좌초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당장 심 대표부터 나섰습니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뒤 당 상무위원회에서 "검찰 수사가 국민의 검증 절차(인사청문회)를 앞질러 국민의 시선을 흔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조국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 이후엔 당내 임명 찬성 여론에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고 합니다.

정의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 간담회를 전후로 여권 전반에서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데, 대체로 범여권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 당 역시 조 후보자 임명에 찬성하는 의견이 대체로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대로 '조국이 사법개혁에 더는 부담을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여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정의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들이 그냥 넘어가기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특히 간담회 이후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선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조국 후보자
'조국 후보자 임명 찬성이냐 반대냐'를 두고 정의당의 장고가 이어지는 사이, 민주당과 한국당이 오는 6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에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정의당은 이 청문회를 보고 조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릴지 말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동안 데스노트를 손에 쥐고 명쾌한 판관 역할을 해온 정의당조차 '조국 딜레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 '조국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얼마나 깊고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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