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욱일기 허용…한국만 욱일기에 발끈한다고?

입력 2019.09.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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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旭日旗, The Rising Sun Flag)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관중들은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를 흔들며 응원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정부는 욱일기가 주변 국가들에게는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판단 재고를 요구했습니다.

반크 제작 홍보 영상 캡쳐 화면반크 제작 홍보 영상 캡쳐 화면

한국만 '욱일기=전범기'라고 인식한다고?

우리나라에서 욱일기는 전범기(War Crime Flag)로 인식됩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1910년 일본이 욱일기를 앞세워 한국을 강제로 식민지화했고, 이후 일본이 아시아 전반으로 제국주의를 확대해 이 깃발 아래 2천만 명 이상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에겐 욱일기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로 인식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반크 제작 영상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유독 한국만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욱일기(The Rising Sun Flag) 항목을 보면 "이 문양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동아시아, 특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를 공격적으로 인식한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구글에서 최근 1년간 ‘욱일기’ 검색 결과구글에서 최근 1년간 ‘욱일기’ 검색 결과

다른 나라들은 욱일기를 어떻게 바라보나

실제 각 국가에서 한 단어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구글 트렌드 사이트에서 '욱일기'를 영문으로 검색하면 한국의 관심도가 유독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관심도를 100으로 뒀을 때 필리핀(37), 싱가포르(33), 호주(32), 미국(27) 순으로 검색량이 많았습니다. 연관된 주제를 살펴봐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욱일기를 전범기(War Crime Flag)로 연관 짓진 않았습니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는 엄격히 금지하는 프랑스가 지난해 혁명기념일 때 일본 욱일기의 행진을 허용한 것은 유럽 등지에서 욱일기가 얼마나 관대하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한국의 욱일기 반대 운동을 소개하면서 "욱일기 논란에 대해서 미국과 유럽에선 잘 알지 못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한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 최대 SNS 사이트인 웨이보에서 욱일기(旭日旗)를 검색하면,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를 도쿄 올림픽에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 항의하는 해시태그 게시물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욱일기 사용 자제를 일본에 요청하거나, 국제 관함식 등 국제 행사에서 욱일기 사용을 금지한 적은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욱일기 이미지가 사용된다고 주장하는 일본다른 나라에서도 욱일기 이미지가 사용된다고 주장하는 일본

도대체 '욱일기'가 뭐길래…유래와 의미는

욱일기는 1870년 5월 15일 처음으로 일본 육군기로 채택됐습니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근대국가로 변모하면서 각 지역 영주(다이묘)들의 군대를 천황의 군대로 통합했는데, 이 과정에서 욱일기는 천황의 군대를 상징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욱일기는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기 전까지 일본의 군기로 사용됐습니다. 이후 잠시 사용이 주춤했다가, 1954년 6월 30일 일본의 해상자위대기로 다시 채택됐습니다.

욱일기가 표현하는 문양은 떠오르는 태양과 빛입니다. 일본은 7세기 아스카 시대 때부터 '떠오르는 태양'이 일본을 상징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07년에 일본이 중국 황제에게 보낸 서신에서부터 이러한 상징이 활용됐고 13세기 문학인 '헤이케 이야기'에서도 이러한 흔적이 발견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외무성은 지난 5월, 욱일기가 일본 고유문화의 일부라는 영문 안내서를 게시했습니다.

[바로 가기] 일본 외무성 욱일기 안내서

외무성 문서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1880년대부터 만선을 기원하는 어부 그림이나 아이의 출산을 알리는 그림, 또 각 지역의 축제 등에서 욱일기 문양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욱일기의 이미지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 애리조나주, 베네수엘라 공군 등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독일 나치 ‘하켄크로이츠’와 일본 ‘욱일기’독일 나치 ‘하켄크로이츠’와 일본 ‘욱일기’

독일 나치 '하켄크로이츠'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는 '하켄크로이츠'를, 일본은 '욱일기'를 사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켄크로이츠는 당초 행운을 의미하는 유럽의 일반적인 문양이었는데, 제국주의 독일의 핵심 상징으로 사용되면서 게르만, 우수혈통, 전쟁 등의 의미로 활용됐습니다. 욱일기는 희망을 의미하는 일본의 문양이었다가 제국주의 일본의 핵심 상징이 되면서 군대, 천황, 전쟁 등의 의미로 변모했습니다. (출처 :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 상징에 나타난 문화정체성의 메타언어 분석' 박미영, 2017)

하지만 전후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두 상징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에는 확연한 차이가 생겼습니다. 독일은 전후 하켄크로이츠와의 단절을 선언했지만, 일본은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욱일기를 응원기와 군기로 지속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전후 국제사회는 하켄크로이츠는 엄격하게 금기시했지만, 욱일기의 사용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방관했습니다. 그 결과 욱일기 문양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큰 문제의식 없이 이용되고 있고, 그때마다 우리 네티즌들은 분주히 항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욱일기는 과거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단지 전통 문양일 뿐이라고 일본은 주장하고 있지만, 제국주의의 상징으로도 활용된 것 역시 사실이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국이나 중국이 불편하게 여기는 만큼, 일본이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극우 단체에서 주로 욱일기가 사용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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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올림픽 욱일기 허용…한국만 욱일기에 발끈한다고?
    • 입력 2019-09-05 07:01:27
    취재K
일본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旭日旗, The Rising Sun Flag)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관중들은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를 흔들며 응원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정부는 욱일기가 주변 국가들에게는 과거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판단 재고를 요구했습니다.

반크 제작 홍보 영상 캡쳐 화면
한국만 '욱일기=전범기'라고 인식한다고?

우리나라에서 욱일기는 전범기(War Crime Flag)로 인식됩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1910년 일본이 욱일기를 앞세워 한국을 강제로 식민지화했고, 이후 일본이 아시아 전반으로 제국주의를 확대해 이 깃발 아래 2천만 명 이상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아시아인들에겐 욱일기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로 인식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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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유독 한국만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욱일기(The Rising Sun Flag) 항목을 보면 "이 문양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동아시아, 특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한국과 중국에서는 이를 공격적으로 인식한다"고 설명돼 있습니다.

구글에서 최근 1년간 ‘욱일기’ 검색 결과
다른 나라들은 욱일기를 어떻게 바라보나

실제 각 국가에서 한 단어가 어떻게 이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구글 트렌드 사이트에서 '욱일기'를 영문으로 검색하면 한국의 관심도가 유독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관심도를 100으로 뒀을 때 필리핀(37), 싱가포르(33), 호주(32), 미국(27) 순으로 검색량이 많았습니다. 연관된 주제를 살펴봐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욱일기를 전범기(War Crime Flag)로 연관 짓진 않았습니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는 엄격히 금지하는 프랑스가 지난해 혁명기념일 때 일본 욱일기의 행진을 허용한 것은 유럽 등지에서 욱일기가 얼마나 관대하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한국의 욱일기 반대 운동을 소개하면서 "욱일기 논란에 대해서 미국과 유럽에선 잘 알지 못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한 중국은 어떨까요? 중국 최대 SNS 사이트인 웨이보에서 욱일기(旭日旗)를 검색하면,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를 도쿄 올림픽에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에 항의하는 해시태그 게시물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욱일기 사용 자제를 일본에 요청하거나, 국제 관함식 등 국제 행사에서 욱일기 사용을 금지한 적은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욱일기 이미지가 사용된다고 주장하는 일본
도대체 '욱일기'가 뭐길래…유래와 의미는

욱일기는 1870년 5월 15일 처음으로 일본 육군기로 채택됐습니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이 근대국가로 변모하면서 각 지역 영주(다이묘)들의 군대를 천황의 군대로 통합했는데, 이 과정에서 욱일기는 천황의 군대를 상징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욱일기는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기 전까지 일본의 군기로 사용됐습니다. 이후 잠시 사용이 주춤했다가, 1954년 6월 30일 일본의 해상자위대기로 다시 채택됐습니다.

욱일기가 표현하는 문양은 떠오르는 태양과 빛입니다. 일본은 7세기 아스카 시대 때부터 '떠오르는 태양'이 일본을 상징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07년에 일본이 중국 황제에게 보낸 서신에서부터 이러한 상징이 활용됐고 13세기 문학인 '헤이케 이야기'에서도 이러한 흔적이 발견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외무성은 지난 5월, 욱일기가 일본 고유문화의 일부라는 영문 안내서를 게시했습니다.

[바로 가기] 일본 외무성 욱일기 안내서

외무성 문서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1880년대부터 만선을 기원하는 어부 그림이나 아이의 출산을 알리는 그림, 또 각 지역의 축제 등에서 욱일기 문양을 광범위하게 사용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욱일기의 이미지는 일본뿐 아니라 미국 애리조나주, 베네수엘라 공군 등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독일 나치 ‘하켄크로이츠’와 일본 ‘욱일기’
독일 나치 '하켄크로이츠'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는 '하켄크로이츠'를, 일본은 '욱일기'를 사용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켄크로이츠는 당초 행운을 의미하는 유럽의 일반적인 문양이었는데, 제국주의 독일의 핵심 상징으로 사용되면서 게르만, 우수혈통, 전쟁 등의 의미로 활용됐습니다. 욱일기는 희망을 의미하는 일본의 문양이었다가 제국주의 일본의 핵심 상징이 되면서 군대, 천황, 전쟁 등의 의미로 변모했습니다. (출처 : '하켄크로이츠와 욱일기 상징에 나타난 문화정체성의 메타언어 분석' 박미영, 2017)

하지만 전후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두 상징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에는 확연한 차이가 생겼습니다. 독일은 전후 하켄크로이츠와의 단절을 선언했지만, 일본은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욱일기를 응원기와 군기로 지속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전후 국제사회는 하켄크로이츠는 엄격하게 금기시했지만, 욱일기의 사용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방관했습니다. 그 결과 욱일기 문양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큰 문제의식 없이 이용되고 있고, 그때마다 우리 네티즌들은 분주히 항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욱일기는 과거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단지 전통 문양일 뿐이라고 일본은 주장하고 있지만, 제국주의의 상징으로도 활용된 것 역시 사실이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국이나 중국이 불편하게 여기는 만큼, 일본이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극우 단체에서 주로 욱일기가 사용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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