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성매매 포털 ‘밤의 전쟁’과의 끝나지 않은 전쟁

입력 2019.09.05 (07:01) 수정 2019.09.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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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는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성을 사고판다는 본질은 변함없지만, 형식과 방법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변화 과정에서 생겨난 게 성매매 알선 사이트다. 국내와 해외 성매매 업소의 홍보 글과 성매매 후기, 성매매 정보, 성매매 관련 구인·구직까지 이뤄진다. '성매매 포털 사이트'라고 불러도 이상할 게 없다.

성매매 포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건 '밤의 전쟁'이다. 5년 가까이 운영되다 지난 7월 사이트 개발자가 붙잡히면서 폐쇄됐다. 그동안 있었던 경찰 수사를 따라가 보면 없애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운영 3년여 만에 운영자 처음 검거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017년 1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자 2명을 붙잡았다. 사이트가 2013년 10월부터 운영됐으니 3년여 만에 붙잡은 것이다.

이들은 음란물을 올려서 회원 25만 명을 끌어모은 뒤 성매매 업소 홍보 글을 올렸다. 전국 1300여 개 성매매 업소에서 광고비로 한 업소당 월 30만~40만 원을 챙겼다. 벌어들인 돈이 78억여 원이다. 2014년 10월에는 사이트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게 '밤의 전쟁'이다.

붙잡힌 운영자 가운데 1명은 이렇게 번 돈으로 서울 강남의 월세 800만 원짜리 108평 오피스텔에 살았다. 4억 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차량을 타고 다니기도 했다.

운영자가 강남에서 버젓이 호화생활을 하는데도 경찰이 잡지 못한 건 온라인의 특성 때문이었다. 오프라인 거점이 명확하게 있지 않았고, 사이트 서버는 해외에 있었다. 운영자와 성매매 업소가 만나지 않고도 광고비를 받고 광고를 올릴 수 있으니 추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운영자 잡았는데도 사이트는 계속 운영

운영자를 2명이나 잡았지만, 사이트는 없어지지 않았다. 남은 운영자가 2명이나 더 있었고, 개발자 등 관련자들도 여전했다.

사이트는 이름을 바꿔서 계속 운영됐다. 해외 서버라 찾아서 폐쇄해도 주소를 바꿔서 얼마든지 다시 열 수 있었다. 단속하면 또 생겨나는 성매매 업소와 폐쇄하면 또 문을 여는 알선 사이트가 '상부상조'하며 세력을 키웠다.

밤의 전쟁만 회원 수가 70만 명까지 늘어났고, 성매매 후기는 21만 건이나 올라왔다. 원래 사이트까지 합치면 회원 수가 110만 명가량이었다.

지난 5월 밤의 전쟁의 국내 운영책을 잡았지만, 이번에도 사이트는 없어지지 않았다. 경찰도 이번에는 사이트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열을 올렸다. 마침내 서버 관리자가 지난 7월 붙잡혔다. 사이트를 찾아 폐쇄해도 주소를 바꿔서 다시 열어줄 사람의 손발이 묶이자 마침내 사이트가 폐쇄됐다.


현직 경찰도 연루…수사로 드러난 '검은 공생'

성매매 알선 사이트 수사 과정에서는 현직 경찰이 뇌물수수로 엮인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A 경위는 지인인 사이트 운영자 1명에게 7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A 경위는 이 운영자의 수배 정보를 확인해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뇌물수수는 2015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년 넘게 10여 차례에 걸쳐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차명 계좌로 돈을 주고받았고,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면서 수백만 원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대가로 A 경위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을 알고도 묵인했다. 범죄를 알게 되면 직접 수사하거나, 그럴 수 없을 땐 범죄 첩보로 보고해야 하는 경찰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뇌물은 운영자가 2017년 1월 붙잡히기 전까지 이어졌다.

경찰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연루됐다. 경기도 오산과 화성, 수원 일대 성매매 업주들을 협박해 단체 가입을 종용했던 시민단체 대표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돈을 받았다.

단체 대표는 2017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성매매 업소들이 사이트에 가입하는 걸 대가로 수억 원을 받았다. 경찰은 뒤를 봐주고, 시민단체는 범행을 도우며 배를 불린 셈이다.

범죄 수익 거둘 때까지…끝나지 않은 전쟁

경찰이 운영자를 3명이나 잡아들였지만, 아직 1명이 남아 있다. 이 운영자는 필리핀으로 달아나 경찰이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운영자들이 벌어들인 범죄 수익도 끝까지 찾아내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들이 단속 이후 가압류를 대비해 돈을 빼돌려놔서 찾기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어떻게든 범죄 수익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밤의 전쟁과의 전쟁'은 관련자들이 줄줄이 붙잡히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범죄 수익을 거둬들이는 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인 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 제3의 '밤의 전쟁'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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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성매매 포털 ‘밤의 전쟁’과의 끝나지 않은 전쟁
    • 입력 2019-09-05 07:01:27
    • 수정2019-09-05 07:02:17
    취재후·사건후
성매매는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성을 사고판다는 본질은 변함없지만, 형식과 방법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변화 과정에서 생겨난 게 성매매 알선 사이트다. 국내와 해외 성매매 업소의 홍보 글과 성매매 후기, 성매매 정보, 성매매 관련 구인·구직까지 이뤄진다. '성매매 포털 사이트'라고 불러도 이상할 게 없다.

성매매 포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건 '밤의 전쟁'이다. 5년 가까이 운영되다 지난 7월 사이트 개발자가 붙잡히면서 폐쇄됐다. 그동안 있었던 경찰 수사를 따라가 보면 없애는 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운영 3년여 만에 운영자 처음 검거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017년 1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자 2명을 붙잡았다. 사이트가 2013년 10월부터 운영됐으니 3년여 만에 붙잡은 것이다.

이들은 음란물을 올려서 회원 25만 명을 끌어모은 뒤 성매매 업소 홍보 글을 올렸다. 전국 1300여 개 성매매 업소에서 광고비로 한 업소당 월 30만~40만 원을 챙겼다. 벌어들인 돈이 78억여 원이다. 2014년 10월에는 사이트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게 '밤의 전쟁'이다.

붙잡힌 운영자 가운데 1명은 이렇게 번 돈으로 서울 강남의 월세 800만 원짜리 108평 오피스텔에 살았다. 4억 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차량을 타고 다니기도 했다.

운영자가 강남에서 버젓이 호화생활을 하는데도 경찰이 잡지 못한 건 온라인의 특성 때문이었다. 오프라인 거점이 명확하게 있지 않았고, 사이트 서버는 해외에 있었다. 운영자와 성매매 업소가 만나지 않고도 광고비를 받고 광고를 올릴 수 있으니 추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운영자 잡았는데도 사이트는 계속 운영

운영자를 2명이나 잡았지만, 사이트는 없어지지 않았다. 남은 운영자가 2명이나 더 있었고, 개발자 등 관련자들도 여전했다.

사이트는 이름을 바꿔서 계속 운영됐다. 해외 서버라 찾아서 폐쇄해도 주소를 바꿔서 얼마든지 다시 열 수 있었다. 단속하면 또 생겨나는 성매매 업소와 폐쇄하면 또 문을 여는 알선 사이트가 '상부상조'하며 세력을 키웠다.

밤의 전쟁만 회원 수가 70만 명까지 늘어났고, 성매매 후기는 21만 건이나 올라왔다. 원래 사이트까지 합치면 회원 수가 110만 명가량이었다.

지난 5월 밤의 전쟁의 국내 운영책을 잡았지만, 이번에도 사이트는 없어지지 않았다. 경찰도 이번에는 사이트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열을 올렸다. 마침내 서버 관리자가 지난 7월 붙잡혔다. 사이트를 찾아 폐쇄해도 주소를 바꿔서 다시 열어줄 사람의 손발이 묶이자 마침내 사이트가 폐쇄됐다.


현직 경찰도 연루…수사로 드러난 '검은 공생'

성매매 알선 사이트 수사 과정에서는 현직 경찰이 뇌물수수로 엮인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A 경위는 지인인 사이트 운영자 1명에게 7천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A 경위는 이 운영자의 수배 정보를 확인해 알려준 혐의도 받고 있다.

뇌물수수는 2015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년 넘게 10여 차례에 걸쳐서 이어졌다. 두 사람은 차명 계좌로 돈을 주고받았고,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면서 수백만 원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대가로 A 경위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을 알고도 묵인했다. 범죄를 알게 되면 직접 수사하거나, 그럴 수 없을 땐 범죄 첩보로 보고해야 하는 경찰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뇌물은 운영자가 2017년 1월 붙잡히기 전까지 이어졌다.

경찰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연루됐다. 경기도 오산과 화성, 수원 일대 성매매 업주들을 협박해 단체 가입을 종용했던 시민단체 대표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돈을 받았다.

단체 대표는 2017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성매매 업소들이 사이트에 가입하는 걸 대가로 수억 원을 받았다. 경찰은 뒤를 봐주고, 시민단체는 범행을 도우며 배를 불린 셈이다.

범죄 수익 거둘 때까지…끝나지 않은 전쟁

경찰이 운영자를 3명이나 잡아들였지만, 아직 1명이 남아 있다. 이 운영자는 필리핀으로 달아나 경찰이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운영자들이 벌어들인 범죄 수익도 끝까지 찾아내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들이 단속 이후 가압류를 대비해 돈을 빼돌려놔서 찾기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어떻게든 범죄 수익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밤의 전쟁과의 전쟁'은 관련자들이 줄줄이 붙잡히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됐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범죄 수익을 거둬들이는 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인 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 제3의 '밤의 전쟁'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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