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한국인이라는 병’이 있다고요?

입력 2019.09.05 (13:20) 수정 2019.09.0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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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측근의 부정 입학 의혹 등, 일본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인) 언동의 배경"
"분노를 참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는 병리(病理)'"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대한신경정신의학회)"

지난 2일 발행된 일본의 주간지 '포스토' 37면에 실린 기사의 머릿글들입니다. 이 기사는 이번주 '포스토'의 톱 특집 '한국인은 필요없어!'에 게재됐습니다. 이 특집을 두고 일본 문화계가 떠들썩합니다. 주간지 발행 사흘째인 오늘(5일)도 아사히신문이 관련 기사를 싣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주간지 ‘포스토’에 실린 ‘한국인은 필요없어’ 특집 기사의 일부. 표제어로 “분노를 참지 못하는 「한국인이라고 하는 병리」”가 쓰여있다.일본의 주간지 ‘포스토’에 실린 ‘한국인은 필요없어’ 특집 기사의 일부. 표제어로 “분노를 참지 못하는 「한국인이라고 하는 병리」”가 쓰여있다.

한국인의 분노조절장애를 다룬 주간 '포스토'의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후 분노조절장애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신과 의사 가타다 타마미 씨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통계가 나옵니다.


이렇게 기사는 줄곧 한국인의 '화병'이라는 것을 자극적으로 과장하며 늘어놓습니다. 입맛에 맞춰 부분적 사실들을 짜깁기한 이런 '지라시' 수준의 주간지는 "무시가 상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일본의 미디어는 시청자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이라는 재료를 줄곧 써왔습니다.

사진 출처 : 쇼가쿠칸 홈페이지 캡처사진 출처 : 쇼가쿠칸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주간 '포스토'를 발행하는 '쇼가쿠칸(小學館)'이라는 출판사가 1922년 설립된 유서 깊은 출판사라는 데 있습니다. 연 매출액 천억 엔(약1조 원) 규모로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과 학습용 서적 전문입니다. 그런 출판사가 발행한 주요 잡지에서 대놓고 혐한 기사를 실었으니 일본 문화계도 충격을 받은 겁니다.

소설가 후카자와 우시오(深沢潮) 씨는 "쇼가쿠칸이 발행하는 릴레이 소설의 연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후카자와 씨는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포스토'의 특집은 차별을 부채질하는 기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쇼가쿠칸에서 연재를 이어간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후카자와 씨는 쇼가쿠칸을 통해 2권의 문고 소설을 냈습니다. 그 중 한 권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접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후카자와 씨의 부모님은 재일(在日) 동포입니다.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 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이번 기사가 차별을 선동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작가 후카자와 우시오 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이번 기사가 차별을 선동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다른 재일 작가 유미리(柳美里) 씨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유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주간 포스토의 '10명 중 한 명은 치료가 필요한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는 병'이라는 표제는, 인종차별과 혐오를 부채질하는 '헤이트 스피치'입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저, 저의 가족, 친척은 10명이 있습니다. 우리 10명 중 한 명은, 치료가 필요한 겁니까?"라고 토로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자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과 도쿄신문은 어제(4일) 사설을 통해 혐한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특집이) 일본 사회에 만연한 한국인에의 편견이나 혐오 감정에 아첨했다"고 썼고, 도쿄신문은 "'포스토'가 진짜 사죄하려면 이번 호의 회수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관기사] “혐한에 아첨하는 야비함”…日주간지 파문에 현지 언론도 우려

비판이 잇따르자 주간 ‘포스토’는 자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다.비판이 잇따르자 주간 ‘포스토’는 자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다.

주간 '포스토'는 홈페이지에 사죄 취지를 담은 입장문을 게재했습니다. "배려가 부족했다"는 말은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안하다"는 말은 없습니다.

이번 특집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이도 있습니다. 평론가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よしのり)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습니다. "'화를 못 참는 한국인이라는 병'이라는 기사는 차별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단한(斷韓)'에 대한 정치적 의견을 담은 다른 특집 기사들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다."

아사히신문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한국인은 필요없어"라고 쓰인 주간 포스토의 광고를 실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오늘 기사에서 "광고에 대해서 앞으로 검토를 거듭하도록 하겠다"는 광고국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다만 "'혐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 없이 SNS를 통해 '포스토'에 대한 악플과 비난이 잇따랐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일본 내 '혐한'은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2013년 일본에서 혐한 집회가 열렸을 땐,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어요. 하지만 이제 일본에서 혐한 감정은 익숙하고 인터넷 등에서 확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작가 후자카와 씨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나라와 나라와의 관계는 나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이나 공격은 그만하고 제발 어른답게 행동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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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측근의 부정 입학 의혹 등, 일본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인) 언동의 배경" "분노를 참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는 병리(病理)'"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대한신경정신의학회)" 지난 2일 발행된 일본의 주간지 '포스토' 37면에 실린 기사의 머릿글들입니다. 이 기사는 이번주 '포스토'의 톱 특집 '한국인은 필요없어!'에 게재됐습니다. 이 특집을 두고 일본 문화계가 떠들썩합니다. 주간지 발행 사흘째인 오늘(5일)도 아사히신문이 관련 기사를 싣는 등, 파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주간지 ‘포스토’에 실린 ‘한국인은 필요없어’ 특집 기사의 일부. 표제어로 “분노를 참지 못하는 「한국인이라고 하는 병리」”가 쓰여있다. 한국인의 분노조절장애를 다룬 주간 '포스토'의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후 분노조절장애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신과 의사 가타다 타마미 씨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통계가 나옵니다. 이렇게 기사는 줄곧 한국인의 '화병'이라는 것을 자극적으로 과장하며 늘어놓습니다. 입맛에 맞춰 부분적 사실들을 짜깁기한 이런 '지라시' 수준의 주간지는 "무시가 상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일본의 미디어는 시청자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이라는 재료를 줄곧 써왔습니다. 사진 출처 : 쇼가쿠칸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주간 '포스토'를 발행하는 '쇼가쿠칸(小學館)'이라는 출판사가 1922년 설립된 유서 깊은 출판사라는 데 있습니다. 연 매출액 천억 엔(약1조 원) 규모로 아이들을 위한 만화책과 학습용 서적 전문입니다. 그런 출판사가 발행한 주요 잡지에서 대놓고 혐한 기사를 실었으니 일본 문화계도 충격을 받은 겁니다. 소설가 후카자와 우시오(深沢潮) 씨는 "쇼가쿠칸이 발행하는 릴레이 소설의 연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후카자와 씨는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포스토'의 특집은 차별을 부채질하는 기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쇼가쿠칸에서 연재를 이어간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후카자와 씨는 쇼가쿠칸을 통해 2권의 문고 소설을 냈습니다. 그 중 한 권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접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후카자와 씨의 부모님은 재일(在日) 동포입니다.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 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이번 기사가 차별을 선동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다른 재일 작가 유미리(柳美里) 씨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유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주간 포스토의 '10명 중 한 명은 치료가 필요한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는 병'이라는 표제는, 인종차별과 혐오를 부채질하는 '헤이트 스피치'입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저, 저의 가족, 친척은 10명이 있습니다. 우리 10명 중 한 명은, 치료가 필요한 겁니까?"라고 토로했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자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마이니치신문과 도쿄신문은 어제(4일) 사설을 통해 혐한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특집이) 일본 사회에 만연한 한국인에의 편견이나 혐오 감정에 아첨했다"고 썼고, 도쿄신문은 "'포스토'가 진짜 사죄하려면 이번 호의 회수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관기사] “혐한에 아첨하는 야비함”…日주간지 파문에 현지 언론도 우려 비판이 잇따르자 주간 ‘포스토’는 자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다. 주간 '포스토'는 홈페이지에 사죄 취지를 담은 입장문을 게재했습니다. "배려가 부족했다"는 말은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안하다"는 말은 없습니다. 이번 특집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이도 있습니다. 평론가 고바야시 요시노리(小林よしのり)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습니다. "'화를 못 참는 한국인이라는 병'이라는 기사는 차별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단한(斷韓)'에 대한 정치적 의견을 담은 다른 특집 기사들은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다." 아사히신문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한국인은 필요없어"라고 쓰인 주간 포스토의 광고를 실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오늘 기사에서 "광고에 대해서 앞으로 검토를 거듭하도록 하겠다"는 광고국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다만 "'혐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 없이 SNS를 통해 '포스토'에 대한 악플과 비난이 잇따랐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일본 내 '혐한'은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2013년 일본에서 혐한 집회가 열렸을 땐,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어요. 하지만 이제 일본에서 혐한 감정은 익숙하고 인터넷 등에서 확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작가 후자카와 씨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나라와 나라와의 관계는 나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이나 공격은 그만하고 제발 어른답게 행동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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