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사노위 출범 코앞…‘헝클어진 사회적 대화’ 복원될까

입력 2019.09.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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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새 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5개월간의 개점휴업을 마무리하겠다며 경사노위 본위원들이 선택한 '전원 사의' 카드를 청와대가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당연직을 제외한 본위원들은 추석 연휴가 지나면 전원 새로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사노위는 새로운 위원들로 진용을 갖추고 2기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2기 경사노위의 운전대는 1기에도 위원장을 맡았던 문성현 위원장이 계속 이어서 잡게 됐습니다. 문 위원장은 다른 본위원들과 함께 사의를 밝혔지만, 청와대는 문 위원장의 사의만 반려했습니다. 문 위원장은 5일(목)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2기 경사노위를 이끌어갈 포부를 밝혔습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6월 야심차게 출발했습니다. 기존 노사정위원회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제도를 손질했습니다. 비정규직, 청년, 여성, 소상공인 등 기존 논의 틀에서 배제됐던 이들의 목소리도 경사노위 안에서 창구를 갖게 됐습니다. '촛불 정부'에서 새출발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였던 만큼, 안팎의 기대가 컸습니다.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 '헝클어진' 사회적 대화

하지만 1기 경사노위의 성적표는 그런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문성현 위원장의 자평대로 사회적 대화는 '헝클어'졌고, 경사노위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 연금개혁안 등 이미 첨예한 논쟁점들을 품고 있던 사안들은 경사노위의 대화 테이블 위로 올라와서도 쉽게 합의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서 드러난 이견은 좁혀지지 못했고, 시간에 쫓겨 이를 처리하다 보니 갈등은 커졌습니다. 이는 본위원 3명의 보이콧으로, 5개월간의 개점휴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개점휴업이 폐업으로 이어지는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물론 상처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합의' 등 나름의 의미있는 성과들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기간 '실패의 경험'을 통해 소중한 교훈들도 얻었을 겁니다. 문성현 위원장은 "저는 경사노위 1기의 기간이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것들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기에는 지난번처럼 노사가 부딪치는 의제보다, 서로 미래지향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의제들을 다루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극화 해소 문제 ▲임금 격차 해소 문제 ▲사회 안전망 확충 논의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존재의 이유' 증명해야 할 때... 정치권의 인식 전환도 필요

2기 경사노위 위원들에게는 참으로 만만치 않은 숙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꺼져가는 논의의 불씨들을 되살려, 식물인간 상태의 경사노위에 숨을 불어넣는 게 첫 역할일 겁니다. 동시에 최종 결론은 미뤄진 채 남겨져 있는 논쟁적 사안들에 대한 합의도 도출해내야 합니다. 그토록 말썽(?)을 빚었던 '탄력근로제 기간연장 합의'가 2기 경사노위가 구성되자마자 다시 본위원회 안건으로 올라올 겁니다. 기존 위원들이 대표하고 있던 계층들의 요구를 새로 임명된 위원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겠다며 새 출발선 앞에 선 경사노위에는 주변의 협조도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경사노위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경사노위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주요 논쟁적 사안에 대해 미리 결론을 다 내려놓고,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경사노위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습니다. 탄력근로제 합의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인식이 유지된다면 2기 경사노위에서도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습니다.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 과정 자체에 주목하면서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게 먼저입니다. 노사·노정 관계가 날로 악화되는 요즘,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 나가야 하는 경사노위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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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기 경사노위 출범 코앞…‘헝클어진 사회적 대화’ 복원될까
    • 입력 2019-09-05 17:57:03
    취재K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새 출발을 앞두고 있습니다. 5개월간의 개점휴업을 마무리하겠다며 경사노위 본위원들이 선택한 '전원 사의' 카드를 청와대가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당연직을 제외한 본위원들은 추석 연휴가 지나면 전원 새로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사노위는 새로운 위원들로 진용을 갖추고 2기 활동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2기 경사노위의 운전대는 1기에도 위원장을 맡았던 문성현 위원장이 계속 이어서 잡게 됐습니다. 문 위원장은 다른 본위원들과 함께 사의를 밝혔지만, 청와대는 문 위원장의 사의만 반려했습니다. 문 위원장은 5일(목)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기자들을 만나고, 2기 경사노위를 이끌어갈 포부를 밝혔습니다.


경사노위는 지난해 6월 야심차게 출발했습니다. 기존 노사정위원회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제도를 손질했습니다. 비정규직, 청년, 여성, 소상공인 등 기존 논의 틀에서 배제됐던 이들의 목소리도 경사노위 안에서 창구를 갖게 됐습니다. '촛불 정부'에서 새출발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였던 만큼, 안팎의 기대가 컸습니다.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 '헝클어진' 사회적 대화

하지만 1기 경사노위의 성적표는 그런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문성현 위원장의 자평대로 사회적 대화는 '헝클어'졌고, 경사노위는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ILO 핵심협약 비준, 연금개혁안 등 이미 첨예한 논쟁점들을 품고 있던 사안들은 경사노위의 대화 테이블 위로 올라와서도 쉽게 합의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서 드러난 이견은 좁혀지지 못했고, 시간에 쫓겨 이를 처리하다 보니 갈등은 커졌습니다. 이는 본위원 3명의 보이콧으로, 5개월간의 개점휴업으로 이어졌습니다. 개점휴업이 폐업으로 이어지는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물론 상처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합의' 등 나름의 의미있는 성과들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기간 '실패의 경험'을 통해 소중한 교훈들도 얻었을 겁니다. 문성현 위원장은 "저는 경사노위 1기의 기간이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것들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기에는 지난번처럼 노사가 부딪치는 의제보다, 서로 미래지향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의제들을 다루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극화 해소 문제 ▲임금 격차 해소 문제 ▲사회 안전망 확충 논의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존재의 이유' 증명해야 할 때... 정치권의 인식 전환도 필요

2기 경사노위 위원들에게는 참으로 만만치 않은 숙제가 주어져 있습니다. 꺼져가는 논의의 불씨들을 되살려, 식물인간 상태의 경사노위에 숨을 불어넣는 게 첫 역할일 겁니다. 동시에 최종 결론은 미뤄진 채 남겨져 있는 논쟁적 사안들에 대한 합의도 도출해내야 합니다. 그토록 말썽(?)을 빚었던 '탄력근로제 기간연장 합의'가 2기 경사노위가 구성되자마자 다시 본위원회 안건으로 올라올 겁니다. 기존 위원들이 대표하고 있던 계층들의 요구를 새로 임명된 위원들이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겠다며 새 출발선 앞에 선 경사노위에는 주변의 협조도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경사노위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경사노위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주요 논쟁적 사안에 대해 미리 결론을 다 내려놓고,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 경사노위를 이용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습니다. 탄력근로제 합의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인식이 유지된다면 2기 경사노위에서도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습니다.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 과정 자체에 주목하면서 대화의 끈을 이어가는 게 먼저입니다. 노사·노정 관계가 날로 악화되는 요즘,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 나가야 하는 경사노위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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