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인 아니다”…홍콩 승리 주역은?

입력 2019.09.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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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가 마침내 송환법 철회 요구를 받아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그제(4일) 공식적으로 송환법 철회를 발표했지만,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가 요구한 나머지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혀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홍콩 시위,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

그렇다면 지난 6월 이후 3개월 정도 지속된 시위를 주도하면서 승리를 이끈 주역들을 누구일까? 홍콩의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홍콩 대학이 12곳의 시위 현장에 참여한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절반 정도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홍콩대학교자료: 홍콩대학교

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한 사람들은 20세에서 29세 사이의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로 전체 시위대의 46.3%를 차지했다. 대학생과 젊은 사회 초년생 직장인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 투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의미다. 또 30세에서 39세 사이의 사람들도 두 번째로 많이 참여한 계층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점은 40세에서 49세 사이의 중년층보다 10대의 청소년층의 시위 참여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홍콩 대학은 한 장소에서 열리는 대규모 대중 집회에는 40대 이상 중년층의 참여도가 높았지만, 거리 시위 등 경찰과 충돌이 예상되는 시위에서는 30세 이상 세대의 참여 비중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비중을 보면 20대의 젊은 층이 모든 형태의 시위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사실상 시위 투쟁을 이끌어간 주도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 홍콩대학교자료: 홍콩대학교

이번 홍콩 시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 더 많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인 12개 집회 가운데 6월 말에 열린 집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집회에서 남성 참가자들이 여성 참가자들보다 많았다.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는 등 점차 시위가 격화되고 있던 상황을 고려할 때 여성의 시위 참여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은 송환법 문제가 그만큼 홍콩 시민들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졸업 이상 중산층 참여 높아

이 때문인지 시위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대학 졸업자 이상의 고학력자들로 조사됐다. 참가자의 75%가 대졸 이상의 학력자들이었고 나머지도 시위 참가자들도 중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나타났다. 또 소득 수준으로 볼 때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밝힌 참가자들이 58.8%로 가장 많았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정치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이 이번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얘기다. 또 시위대의 1/3은 자신들을 서민층이라고 밝혔다.

홍콩 시민 절반 "중국인 아니다"

홍콩 시민의 적극적인 시위 참여는 시민들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깊다. 홍콩 대학이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난 6월에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홍콩 시민 10명 가운데 1명만이 자신들이 중국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9명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지만, 여전히 중국과 별도의 주권을 가진 홍콩 시민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홍콩대학교자료: 홍콩대학교

1997년에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직후에는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40%를 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줄어든 반면 중국과 다른 홍콩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52.9%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35%에 해당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홍콩 시민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 가운데 2/3는 자신들이 중국에 거주하는 홍콩 사람(Hongkonger in China)이라고 밝혔고 나머지 1/3은 자신을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인(Chinese in Hong Kong)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정체성의 변화는 홍콩에 대한 베이징의 통제 정책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만과 반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홍콩 대학의 분석이다. 홍콩은 오랫동안 자유무역과 민주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홍콩 행정장관이 간접 선거로 임명되는 등 홍콩의 자율권이 축소되고 송환법 제정 등 홍콩의 자치권은 점점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뒤 중화인민공화국 홍콩 특별 행정구의 지위로 '일국 양제(One Country Two System)'에 따른 고도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행정 수반은 홍콩 특별 행정구 정부 최고 책임자이며, 임기는 5년이고 1차 연임 가능하며 800명으로 구성되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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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6 07:01:46
    취재K
홍콩 시위대가 마침내 송환법 철회 요구를 받아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그제(4일) 공식적으로 송환법 철회를 발표했지만,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가 요구한 나머지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혀 아직도 불씨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홍콩 시위,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

그렇다면 지난 6월 이후 3개월 정도 지속된 시위를 주도하면서 승리를 이끈 주역들을 누구일까? 홍콩의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홍콩 대학이 12곳의 시위 현장에 참여한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절반 정도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홍콩대학교
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한 사람들은 20세에서 29세 사이의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로 전체 시위대의 46.3%를 차지했다. 대학생과 젊은 사회 초년생 직장인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 투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의미다. 또 30세에서 39세 사이의 사람들도 두 번째로 많이 참여한 계층으로 조사됐다. 흥미로운 점은 40세에서 49세 사이의 중년층보다 10대의 청소년층의 시위 참여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홍콩 대학은 한 장소에서 열리는 대규모 대중 집회에는 40대 이상 중년층의 참여도가 높았지만, 거리 시위 등 경찰과 충돌이 예상되는 시위에서는 30세 이상 세대의 참여 비중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비중을 보면 20대의 젊은 층이 모든 형태의 시위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사실상 시위 투쟁을 이끌어간 주도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 홍콩대학교
이번 홍콩 시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 더 많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인 12개 집회 가운데 6월 말에 열린 집회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집회에서 남성 참가자들이 여성 참가자들보다 많았다.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는 등 점차 시위가 격화되고 있던 상황을 고려할 때 여성의 시위 참여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것은 송환법 문제가 그만큼 홍콩 시민들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졸업 이상 중산층 참여 높아

이 때문인지 시위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대학 졸업자 이상의 고학력자들로 조사됐다. 참가자의 75%가 대졸 이상의 학력자들이었고 나머지도 시위 참가자들도 중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나타났다. 또 소득 수준으로 볼 때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밝힌 참가자들이 58.8%로 가장 많았다.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정치와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이 이번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얘기다. 또 시위대의 1/3은 자신들을 서민층이라고 밝혔다.

홍콩 시민 절반 "중국인 아니다"

홍콩 시민의 적극적인 시위 참여는 시민들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깊다. 홍콩 대학이 시위가 시작된 이후 지난 6월에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홍콩 시민 10명 가운데 1명만이 자신들이 중국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9명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지만, 여전히 중국과 별도의 주권을 가진 홍콩 시민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홍콩대학교
1997년에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직후에는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40%를 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줄어든 반면 중국과 다른 홍콩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의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52.9%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35%에 해당하는 사람들 가운데도 홍콩 시민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 가운데 2/3는 자신들이 중국에 거주하는 홍콩 사람(Hongkonger in China)이라고 밝혔고 나머지 1/3은 자신을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인(Chinese in Hong Kong)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정체성의 변화는 홍콩에 대한 베이징의 통제 정책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만과 반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홍콩 대학의 분석이다. 홍콩은 오랫동안 자유무역과 민주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홍콩 행정장관이 간접 선거로 임명되는 등 홍콩의 자율권이 축소되고 송환법 제정 등 홍콩의 자치권은 점점 약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은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뒤 중화인민공화국 홍콩 특별 행정구의 지위로 '일국 양제(One Country Two System)'에 따른 고도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행정 수반은 홍콩 특별 행정구 정부 최고 책임자이며, 임기는 5년이고 1차 연임 가능하며 800명으로 구성되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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