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어르신 노린 건강식품…발기부전치료제가?

입력 2019.09.06 (08:34) 수정 2019.09.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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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혹시 건강보조식품 많이 드시나요?

천연 원료를 쓴 건강식품이라고 해서 주로 어르신들에게 많이 판매해왔는데, 알고보니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포함된 위험한 건강식품을 판매해온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의사의 처방이 필수인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수십배까지 들어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 속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건강원을 급습한 단속반이 장 안에 숨겨둔 상자들을 꺼냅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 : "이건 보니까 제조 일자도 없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없고 이거 언제 만들었대요? (모르죠.) 이런 거 팔면 안 되는 거 알잖아요."]

제조사도, 제조일자도, 유통기한 표시도 없는 건강식품입니다.

이번엔 제조했다는 곳을 찾아갑니다.

창고에 쌓여있는 상자마다 똑같은 건강식품이 가득 담겨있는데요.

어떤 성분이 들어있을까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 : "비아그라는 아까 어디서 사신다고요? (중국에서 온 거고 그때는.) 중국에서 왔다는 거예요? (네.)"]

중국산 비아그라를 넣어 만들었다는 건강식품, 정체가 뭘까요?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저가 한약재에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섞어서 제조한 남성 천연 정력제라고 하면서 특히 당뇨라든지 혈압이라든지 그다음에 발기부전 등에 효과가 있는 천연재료로 만든 자연식품이라고 하면서……."]

현재 시중에서도 팔리는 건강식품과 이름과 모양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길사현/약재상 : "우리 거랑 색상 자체나 크기나 거의 똑같거든요. 누구든 알기 힘들 거예요. 성분 검사하기 전에는……."]

이 건강식품은 실제론 구기자와 오미자 등 천연 재료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제조업자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저렴한 한약재를 넣어 한약 냄새를 입힌 뒤, 문제의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섞었습니다.

그런데 발기부전치료제 성분 역시 제대로 된 게 아니었습니다.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제조업자 한 명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성분들을 직접 구매해서 사용했고요. 또 다른 제조업자는 중국동포로부터 염색약으로 위장하여 국제우편을 통해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분말 가루 형태로 구입해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만8천여 명에게 팔았는데, 92억 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시중 제품보다 가격은 4~5배 비싸게 팔았습니다.

꼬리가 밟힌 건 지난해 3월입니다.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구매자의) 딸이 이 제품을 보고 제품이 좀 이상하다. 제보를 받아서 저희가 수사하게 되었습니다."]

제조자와 판매자까지 30명이 넘게 검거됐습니다.

이들 어떻게 판매했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가 와서 지금 (몸) 상태가 어떠냐고 해서, 난 밤에 소변을 자다가 자주 보러 다닌다 했더니 이것을 먹게 되면 뭐 성 기능부터 해서 전립선부터 여러 가지가 좋다고 샘플을 하나 보내볼 테니 일단 먹고……."]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무료로 보내주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판매자들은 60~80대 고객 명단을 대거 확보 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이유였습니다.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판매자들은) 기존에 텔레마케터 일을 했던 분들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 명단을 이용해 샘플을 먼저 보내주고 효과가 있으면 구매하는 방법으로 좀 전문적으로 상담을 하면서……."]

그런데, 효과는 이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먹었는데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물을 먹는데 가슴이 터지려고 하면서 물을 못 삼키고 토해낼 정도로 답답하고 이러다가 숨이 막혀서 죽겠다."]

이런 피해자도 있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그 당시에 몸이 안 좋아서 약을 많이 먹었어요. 전화가 와서 그 약을 먹으라고 하더라고."]

이미 복용하는 약이 많았던 어르신에게도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숨긴 채 권했다는 겁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했더니 먹다 보면 다시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더 먹어보라고."]

부작용을 호소하자 오히려 추가 복용을 유도했는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체질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니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면서 계속 섭취하도록 했습니다."]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 이 제품, 어떤 성분들이 검출됐을까요?

[박주선/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특수검사팀장 :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의) 기준치 권장량의 25배 정도 그 이상으로 초과 검출된 거죠. 그리고 그 안에 발기부전치료제뿐만 아니라 조루증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도 같이 발견됐어요."]

발기부전치료제 1회 권장량이 무려 25배 초과한 성분이 함유돼 있는가 하면, 같이 먹어서는 안 되는 성분들이 동시에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박현아/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발기부전치료제들은) 3명 중 1명 정도가 부작용을 경험하는데요. 머리가 아프거나 혈압이 약간 떨어진다거나 어지럽다거나 속이 불편한 증상들이 가장 흔하고요. 혈압이 너무 떨어져서 저혈압이 와서 쇼크가 와서 또 더 심할 경우에는 사망을 할 수도 있고요."]

특히 어르신들에게 발기부전치료제의 오용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박현아/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나이가 많으신 분들일수록 현재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숨겨져 있는 혈관 질환들이 있을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가셔서 제대로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아서 먹어야 되는 약입니다."]

이들이 판매한 다른 건강 식품과 치료제에도 유해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박주선/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특수검사팀장 : "중금속이 다량 함유되거나 어린아이들한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성분들도 검출됐습니다."]

건강식품을 구입할 경우엔 제조원이나 유통기한 확인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공인된 매장에서 구매하는 게 안전합니다.

이번 추석에 혹시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이 드시고 있는 정체불명의 건강식품이 있다면 꼭 한 번씩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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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6 08:35:20
    • 수정2019-09-06 0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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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건강보조식품 많이 드시나요?

천연 원료를 쓴 건강식품이라고 해서 주로 어르신들에게 많이 판매해왔는데, 알고보니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포함된 위험한 건강식품을 판매해온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의사의 처방이 필수인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이 수십배까지 들어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 속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건강원을 급습한 단속반이 장 안에 숨겨둔 상자들을 꺼냅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 : "이건 보니까 제조 일자도 없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없고 이거 언제 만들었대요? (모르죠.) 이런 거 팔면 안 되는 거 알잖아요."]

제조사도, 제조일자도, 유통기한 표시도 없는 건강식품입니다.

이번엔 제조했다는 곳을 찾아갑니다.

창고에 쌓여있는 상자마다 똑같은 건강식품이 가득 담겨있는데요.

어떤 성분이 들어있을까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 : "비아그라는 아까 어디서 사신다고요? (중국에서 온 거고 그때는.) 중국에서 왔다는 거예요? (네.)"]

중국산 비아그라를 넣어 만들었다는 건강식품, 정체가 뭘까요?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저가 한약재에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섞어서 제조한 남성 천연 정력제라고 하면서 특히 당뇨라든지 혈압이라든지 그다음에 발기부전 등에 효과가 있는 천연재료로 만든 자연식품이라고 하면서……."]

현재 시중에서도 팔리는 건강식품과 이름과 모양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길사현/약재상 : "우리 거랑 색상 자체나 크기나 거의 똑같거든요. 누구든 알기 힘들 거예요. 성분 검사하기 전에는……."]

이 건강식품은 실제론 구기자와 오미자 등 천연 재료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제조업자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저렴한 한약재를 넣어 한약 냄새를 입힌 뒤, 문제의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섞었습니다.

그런데 발기부전치료제 성분 역시 제대로 된 게 아니었습니다.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제조업자 한 명은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성분들을 직접 구매해서 사용했고요. 또 다른 제조업자는 중국동포로부터 염색약으로 위장하여 국제우편을 통해서 (가짜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분말 가루 형태로 구입해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만8천여 명에게 팔았는데, 92억 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시중 제품보다 가격은 4~5배 비싸게 팔았습니다.

꼬리가 밟힌 건 지난해 3월입니다.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구매자의) 딸이 이 제품을 보고 제품이 좀 이상하다. 제보를 받아서 저희가 수사하게 되었습니다."]

제조자와 판매자까지 30명이 넘게 검거됐습니다.

이들 어떻게 판매했는지 한번 들어보시죠.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가 와서 지금 (몸) 상태가 어떠냐고 해서, 난 밤에 소변을 자다가 자주 보러 다닌다 했더니 이것을 먹게 되면 뭐 성 기능부터 해서 전립선부터 여러 가지가 좋다고 샘플을 하나 보내볼 테니 일단 먹고……."]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무료로 보내주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판매자들은 60~80대 고객 명단을 대거 확보 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이유였습니다.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판매자들은) 기존에 텔레마케터 일을 했던 분들로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 명단을 이용해 샘플을 먼저 보내주고 효과가 있으면 구매하는 방법으로 좀 전문적으로 상담을 하면서……."]

그런데, 효과는 이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먹었는데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물을 먹는데 가슴이 터지려고 하면서 물을 못 삼키고 토해낼 정도로 답답하고 이러다가 숨이 막혀서 죽겠다."]

이런 피해자도 있습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그 당시에 몸이 안 좋아서 약을 많이 먹었어요. 전화가 와서 그 약을 먹으라고 하더라고."]

이미 복용하는 약이 많았던 어르신에게도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을 숨긴 채 권했다는 겁니다.

[피해자/음성변조 :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했더니 먹다 보면 다시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더 먹어보라고."]

부작용을 호소하자 오히려 추가 복용을 유도했는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혜경/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관 : "체질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니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효과가 있을 거라고 하면서 계속 섭취하도록 했습니다."]

각종 부작용이 속출한 이 제품, 어떤 성분들이 검출됐을까요?

[박주선/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특수검사팀장 :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의) 기준치 권장량의 25배 정도 그 이상으로 초과 검출된 거죠. 그리고 그 안에 발기부전치료제뿐만 아니라 조루증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도 같이 발견됐어요."]

발기부전치료제 1회 권장량이 무려 25배 초과한 성분이 함유돼 있는가 하면, 같이 먹어서는 안 되는 성분들이 동시에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박현아/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발기부전치료제들은) 3명 중 1명 정도가 부작용을 경험하는데요. 머리가 아프거나 혈압이 약간 떨어진다거나 어지럽다거나 속이 불편한 증상들이 가장 흔하고요. 혈압이 너무 떨어져서 저혈압이 와서 쇼크가 와서 또 더 심할 경우에는 사망을 할 수도 있고요."]

특히 어르신들에게 발기부전치료제의 오용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박현아/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나이가 많으신 분들일수록 현재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숨겨져 있는 혈관 질환들이 있을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가셔서 제대로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아서 먹어야 되는 약입니다."]

이들이 판매한 다른 건강 식품과 치료제에도 유해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박주선/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특수검사팀장 : "중금속이 다량 함유되거나 어린아이들한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성분들도 검출됐습니다."]

건강식품을 구입할 경우엔 제조원이나 유통기한 확인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공인된 매장에서 구매하는 게 안전합니다.

이번 추석에 혹시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이 드시고 있는 정체불명의 건강식품이 있다면 꼭 한 번씩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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